‘현대판 상소’ 올린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

“MB정권 불신의 뿌리는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과거 국왕의 판단이 잘못됐으면 충신들은 목숨까지 내던지며 간언을 그치지 않았다. 국왕이 쓰디쓴 직언을 삼키면 기울어져가는 나라는 기사회생했고, 달콤한 아첨에 휘둘리면 나라는 기우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현재도 마찬가지. 최근 현정권에 민심 이반이 속출하는 가운데 직언을 담은 상소를 올린 사람이 있다. 바로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MB정권의 개국공신이자 집권여당의 초선의원이라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대통령 최측근 인사에서 ‘쓴소리맨’으로 변신한 정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MB에 대국민 사과와 변화 요청한 친이직계들의 ‘일침’
당 대표의 쇄신안은 순서도 틀렸고, 내용 강도 떨어져

대한민국의 역사 가운데 가장 훌륭한 리더십을 선보인 왕을 꼽으라면 단연 세종대왕이 1순위로 꼽힌다. 세종은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을 정치의 본질로 삼았음은 물론 신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의 리더십’을 펼쳤다. 특히 세종실록에는 “모든 일은 위에 있는 사람이 비록 옳다고 말 할지라도, 아래 있는 사람이 마음속으로 그른 것을 알면, 진언(進言)하여 숨김이 없어야 마땅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최근 세종의 뜻을 이어 직언이 담긴 ‘현대판 상소’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청와대 참모진 교체와 747공약 폐기 등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쇄신 연판장’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 이러한 연판장의 내용은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 아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다. 특히 정두언‧정태근‧임해규‧조전혁‧주광덕 의원 등 친이계가 주도하고 나서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이 중 친이직계로 분류되는 정태근 의원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의 정무부시장을 역임했고, 친이계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안국포럼’에 소속돼 있다. 게다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수행실장 등을 맡아 현 정부의 ‘개국공신’으로 꼽힌다. 이런 그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대통령에 변화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임기말 선거정국이면 항상 정권심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통령은 탈당해 집권여당의 부담을 덜고자 했지만 결코 탈당은 바람직하지 않고, 선거도 못 이긴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당이 MB정권의 공과를 짊어지는 자세로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의원은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은 버림받는 정당이 될 것이며, MB정부는 실패한 정부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또 당 지도부 역시 선거 패배를 가져올 만큼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점과 당 대표의 선거 패배에도 “사실상 승리다” “무승부다”라고 말해 국민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서도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어 당 대표의 쇄신안을 정면 비판하면서 진정한 쇄신은 국민 피부에 와 닿는 정책기조의 변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대통령의 사과와 쇄신을 요구하는 ‘쇄신 연판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 참모 교체와 747공약 폐기 등 굉장히 강도가 높은데.

▲ 국민들은 지난 6‧2 지방선거부터 이번 10‧26 재보선까지 여당에게 매를 든 것이다. 특히 4‧27 재보선 당시 분당을 패배로 이전 지지자들까지 등을 돌렸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위기에 등 돌린 지지자와 성난 민심을 되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번에도 변화가 없으면 한나라당은 버림받는 정당이 되고, 이는 MB정부의 실패로 귀결된다. 때문에 다른 어떤 때보다 절박한 심정과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이전보다 변화의 요구 강도가 높았다.

- 선거에서 패배하면 항상 쇄신론이 나오지만 대부분 헛구호에 그친다. 이전에 비하면 쇄신 서명에 25명이라서 동력도 약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그동안 4차례에 걸쳐 쇄신을 단행해 일정 변화는 있었지만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변화를 못 보여줬다. 이에 우리는 쇄신파라는 허울 좋은 이름만 얻었고, 불철저 했다는 반성이 있었다. 이에 어떤 때보다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는 수준이었기에 서명 참여자 25명 결코 적지 않다고 본다.

- 청와대에서는 쇄신 연판장에 유감을 표명했다.

▲ 청와대는 이전부터 타이밍을 못 맞추는 곳이다. 항상 인사도 느리고 국민적 요구도 시기에 맞추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답변이 금방 나올 것이라고는 기대도 안했다. 그러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형식과 시기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저는 이전 의원총회부터 청와대에 변화의 의지가 없다면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 누차 강조했고, 또 서한을 보낸 것도 대통령이 돌아온 6일이다. 기자들의 취재과정에서 일찍이 공개된 것일 뿐. 때문에 청와대는 오히려 왜 이런 문제제기가 되었는지에 대해 더 깊게 성찰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된다.

- 청와대 쇄신이 중도 좌초할 경우 대응 방안은?

▲ 먼저 당 지도부에 드리는 서한을 통해 지도부가 직접 대통령을 만나 변화와 사과의 약속을 받아내는 등 직접 쇄신의 주체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이것이 실천되지 못하면 지도부가 설자리 좁아질 것이다. 혁신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문제제기를 하며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다. 일단 지도부의 결과를 보고 앞으로의 상황을 논의를 해나갈 것이다.


- 홍준표 대표가 ‘중앙당사 없애고, 비례대표의 반은 국민경선인 슈퍼스타K 방식으로 하겠다’ 등의 쇄신안을 발표했다.

▲ 당의 쇄신 방향은 순서가 틀렸고, 본질적인 내용에 있어 강도가 떨어진다. 먼저 정책에 대한 쇄신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은 당청관계에 대한 혁신이다. 청와대에 무기력한 정당이 아니라 이끌어가는 여당의 모습이 필요하다. 마지막이 인물과 내부풍토를 바꾸는 순서로 진행돼야 한다. 지금껏 여당은 국민들의 고통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적절한 방안마련이 미흡했고, 적극적으로 실천도 못했다. 이에 국민들은 여당에게 무책임한 느낌, 웰빙‧부자정당 이미지가 심어졌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지 중앙당사 폐쇄 등은 그 후의 일이다. 

- 부자정당 이미지를 씻기 위한 노력은?

▲ 저는 MRO사업의 대기업 독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또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추가감세 철회를 사실상 관철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다. 최근에는 부자증세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소득 최고구간 8800만원 이상의 소득자가 대폭 늘었다. 또 작년 기준으로 상위 1% 소득은 2억4000만원 정도다. 이분들에 대해 좀 더 높은 소득세율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추가적인 재원은 복지에 투입하는 것이다. 대학생 등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나 특히 3040세대를 위한 보육‧사교육‧주택문제에 예산을 투여하는 것이다. 또 대기업 규제‧비정규직 문제는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획기적 대책으로 비용이 없이 해결 가능한 사안이다. 이처럼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획기적 정책으로 부자정당 오명을 씻어내야 한다.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문제 때문에 시끄러웠다. 도덕불감증에 걸린 정부란 비판이 나온다.

▲ 사저문제는 대통령 퇴임 후 가장 중요한 사안인데 공식적으로 청와대 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 사이에서 논의 되지 않은 것이 첫 번째 문제다. 또 경호처와 대통령 사저 땅 가격에 차이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두 번째고, 세 번째는 왜 아들 명의인가다. 이에 대통령께서 원점에서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적절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지금껏 외쳤던 공정과 이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한 것이 정면 배치됐다.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적 책임이 없다손 치더라도 국민들에게 사과 하는 것이 먼저다.

- 청와대의 인사방식에도 비판 여론이 강하다.

▲ 국민들한테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이 대통령의 인사문제다. 처음 조각부터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아 실망을 줬다. 대통령의 생각은 일만 잘하면 된다지만, 국민들은 일을 잘하는 것과 동시에 도덕성, 자질을 본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재산형성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사안이다. 게다가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된 측근들을 반복적으로 다시 등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제는 남은 기간이라도 대통령께서 낙하산‧회전문 인사를 안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실천해 국민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

- 10‧26 재보선은 내년 선거의 바로미터였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 총선이 대선의 길목이 아니라 대선만큼 중요하다. 총선에서 정권심판 형태로 가서 소수당으로 전락하면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어렵고, 현 정부도 국회 지지를 받기 어려워 반쪽정부로 전락하게 된다. 현재 무상급식 투표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듯 수도권이 어려워졌다. 게다가 부산‧경남‧울산도 위기감이 팽배하다. 핵심적 이유는 40대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해서다. 과거부터 40대에 이기지 못하면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이 없었다. 2030의 어려움과 소통도 주력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40대에 대한 보다 획기적인 대책과 설득이 필요하다. 그것을 해내지 못하면 2004년 탄핵 직후 역풍으로 인한 선거와 비슷할 양상으로 갈 수 있다.

-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견해는?

▲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에 비해 안철수 교수가 행보는 참신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면 본인이 갖고 있는 정치철학, 본인이 만들고자 하는 사회, 그것을 관철시킬 구체적 정책과 방법 등 이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라는 것은 부단히 검증받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도 많은 검증들이 이뤄졌듯 검증을 피해서는 안 된다.

-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대신 ‘18대 국회 반성문’을 읽어 눈길을 끌었다. 격식을 파괴했고,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는데 당시를 회상하면?

▲ 18대 국회 내내 국민의 지탄을 받았고 심지어 불신이 더 커졌다. 정당정치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의회정치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고, 국민들 보기에는 파당적 이해관계에 몰두해 싸움판으로 치닫는 것으로 비춰져서다. 이러한 관행을 끊어야 하기에 나와 다수당인 한나라당부터 반성하고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당시 선진국회로 가는 기틀을 만들자고 여야에 호소한 것이다. 여당 내의 ‘국회 바로 세우기’와 민주당 내의 ‘민주적 의회운영을 위한 모임’을 중심으로 물리력을 막는 규정, 어려워진 직권상정, 무리한 의사진행에 합법적 저지 방안을 마련해놨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만 시키면 된다. 이를 토대로 19대 국회가 선진화돼 국민적 요구에 부응한다면 18대 국회의 잘못들을 용서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에 감히 한 개인이 요청한 것이고, 당시 15분간 준비해간 반성문을 읽었다. 당시에 야당 측에서도 감명 깊게 들었다고 격려를 받았다.

민심 되돌리지 못하면 한나라 2012 총대선 희망 없다! 
국감 시즌만 되면 ‘물 만난 정태근’ 단골 국감스타 등극


-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야당은 몸싸움도 불사하고 있는 상황인데 의회정치 복원관점에서 봤을 때 탈출구는?

▲ 원내대표단에서는 합의까지 나온 상황이다. 게다가 애초 야당이 99% 마련한 상태인데 물리력으로 막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최소한의 합의를 깨버리고 물리력을 동원한다면 의회에 있으면 안 되고 거리로 나가 혁명해야 한다. 자신의 주장 전부를 얻지 않으면 의사진행에 협력할 수 없다는 것은 의회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여당 역시 야당에 있는 합리적 의원들 중심으로 대화와 설득을 더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물리력 없이 한-EU FTA처럼 통과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여야의 기라성 같은 의원들이 포진해있지만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단골 국감스타가 된다. 소회를 밝히신다면?

▲ 공기업 및 산하기관이 많아 국회의원 혼자 하기 힘들다. 사실상 의정활동을 뒷받침한 보좌진의 역할이 컸다. 대기업의 MRO 문제도 사실은 보좌진들이 찾아낸 것이다. 보좌진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내가 문제제기를 덧붙여 개선의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저는 대정부질의나 예결위 상임위 때 원고를 안 본다. 그러다 보니깐 심각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되는 점도 있었던 것 같다.

- 대기업 독식 구조를 폭로하며 삼성 등의 MRO사업 철수 등을 이끌어내 ‘중소기업 호민관’으로 불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발전 어떻게 가능할까?

▲ 첫째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시장에 대한 잠식을 제한해 중소기업 시장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소모성 자제, 정보화 사업, 음식 캐터링 사업, 물류사업 이런 부분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에 우선 배려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기업의 힘으로 인한 불공정 거래를 막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부문을 제외한 대기업의 독식구조는 과세의 형태로 규제할 수 있고, 중소기업자단체가 나서 원가가 오르면 납품단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대기업과 주도적 협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지금은 이의신청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정해서 키워주는 것도 필요하다.

- SNS가 정치권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 보인다.

▲ 한나라당이나 보수 진영에서 트위터 공포증에 걸려있는데 저는 다르게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는 것이다. 트위터 자체가 아무리 위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정당한데도 우리를 왜곡시키고 조작시켜 엎을 수 있는 위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현재 트위터의 조롱거리를 지금 우리가 제공하는 것이다. 분명 선거에서 졌는데 ‘진 것도 이긴 것도 아니다’고 하고 있다. 앞으로 트위터에 대해 힘 있는 접근 방법성도 중요하지만 젊은이들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 창구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 2030세대는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어떻게 한나라당 지지자로 껴안을 수 있을까? 

▲ 요즘 20대의 특성은 자존심, 창의성, 일자리, 사회적 참여 욕구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때문에 보수적인 기성세대들이 젊은 계층의 삶의 양식을 존중해 자존심을 살려 줘야 한다. 또 젊은 사람과 소통하며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젊은층은  힘들더라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1인창조기업을 활성화시켜 스스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이뤄졌을 때 젊은 층의 지지가 돌아올 것으로 본다.
대담=서형숙 기자

<정태근 의원 프로필>

▲1989 연세대학교 경제학 학사 
▲2010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석사
▲2000 한나라당 성북갑 지구당 위원장
▲2001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정치분과위원
▲2005~2006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2007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조직분과 간사
▲2007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수행단 단장
▲2008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8 이명박 대통령당선인 4강외교 특사단
▲2008 국회 지식경제‧예산결산‧운영위원회 위원
▲2010 제1호 발로 뛰는 국회의원 호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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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