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옛말이 있다. 남녀 간 혼인 중매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섣불리 할 일이 아니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매는 한자로 ‘仲媒’로 중매인이라고 하면 결혼이 이루어지도록 중간서 소개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그런데 중매의 또 다른 의미로 한자로 ‘仲買’라 표기하는데, 이 대목서 중매인이라고 하면 물건을 사서 되넘겨 팔거나 흥정을 붙이는 상인을 지칭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거간꾼이다. 그런데 거간이란 표현이 흥미롭다. 거간은 한자로 ‘居間’이라 지칭하는데, 원래는 ‘한가롭게 지내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고문서를 살피면 거간꾼을 언급할 때 ‘居間’보다는 거간을 의미하는 쾌(?)를 사용, 쾌인(?人)이나 장쾌(??)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는 한다.
각설하고, 최근 아셈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바티칸 교황궁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독대하는 자리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한 모양이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지만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방북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초청 의사를 전달했는지는 모르지만 언론에 보도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답변이 흥미롭다.
먼저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지만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는 대목이다.
이 발언을 세밀하게 살피면 교황은 문 대통령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언급했음을 살필 수 있다. 즉 교황은 ‘왜 그 문제에 문 대통령이 나서느냐, 북한의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야 할 일이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쉽사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는 대목이다. 이는 얼핏 살피면 한국 언론들이 교황의 말을 돌려 해석한 모양인데, 필자가 살필 때 교황은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가겠다”로 보인다.
그런데 이 대목서 아연한 생각이 일어난다. 즉 교황이 단정적으로 수락한 이유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다. 혹시 교황은 북한의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초청장을 보낼 확률이 제로라 판단하고 그리 대답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일어난다.
그도 그럴 것이 교황은 정치 지도자가 아니고 종교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은 김일성 이후 3대 세습체제가 종교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굳어진 터에 교황의 방북은 자칫 3대 세습 정권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서 또 다른 의문이 발생한다. 김정은은 무슨 이유로 문 대통령에게 교황 방북을 위임했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아니, 김정은이 정말로 문 대통령에게 그러한 일을 부탁했느냐에 대한 의문이다.
문 대통령 측은 지난 9월 평양서 개최되었던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북한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언급했다는데, 김정은의 속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살필 때 김정은은 문 대통령이 유럽을 방문한다고 해서 그저 흘러가는 말로 했을 뿐이라 생각하는데, 혹시라도 그런 경우라면….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