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 BBC와의 인터뷰서 ‘종전선언에 대해 남북과 달리 미국이 준비돼있지 않다면 어떻게 하시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종전선언은 사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 미국 측과 충분히 논의를 해왔고 한미 간 공감대가 있었다”며 “종전선언은 시간문제일 뿐 반드시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금 스스로 몇 가지 조치를 취했다. 미군 유해를 송환했고, 또 핵실험과 핵미사일의 어떤 실험을 전면 중단했다. 북한에 하나밖에 없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전면 폐기했다. 그리고 지금은 미사일 엔진 시험장과 발사대를 폐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은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줄 경우 영변의 핵시설을 폐기하는 등 추가적 조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종전선언은 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변을 살피면 아리송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종전선언이 흡사 미국을 대상으로 간주하는 듯 보인다. 특히 미군 유해를 송환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이에 대한 의심이 더해진다.
여하튼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남북한이 평화체제로 이어지는 전초단계로 확신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를 살피면 문 대통령이 순진한 건지 아니면 근시안적인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사안의 본질을 정확하게 살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낱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말장난에 놀아나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일어난다.
왜 그런 생각 일어날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53년 7월27일 체결된 휴정 협정을 살펴보자. 당시 UN군 총사령관인 마크 웨인 클라크, 북한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가 휴전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통일을 일관되게 주장했던 이승만은 끝까지 서명을 거부했었다.
동 협정 서문에는 교전 쌍방에 중대한 피해와 출혈을 강요하는 한국전쟁을 종식시키는 인도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모든 전투행위의 완전종식과 한국서의 모든 군사행동을 제지함을 규정하고 평화적 해결을 종국적 목적으로 한다고 천명했었다.
한편 살피면 동 협정이 휴전협정인지 종전협정인지 난해하다. 또 지금 문 대통령이 그리도 목매고 있는 종전선언과 뭐가 다른지 쉽사리 구분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후의 상황이 협정 내용대로 진행돼왔을까.
천만에다. 북한의 휴전협정 위반 사례는 손가락으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부지기수다. 판문점 도끼 만행, 아웅산 폭탄 테러,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전면전을 방불케 할 정도의 악행을 서슴지 않았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해 휴전협정이고 종전선언이고 한낱 쓰레기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결국은 우리의 내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혹시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실례를 들어보겠다.
베트남과 관련해 1973년에 체결된 파리평화협정에 대해서다. 당시 동 협정은 베트남전쟁의 교전당사국인 미국, 남베트남과 북베트남, 베트콩(베트남 임시혁명정부)사이에 이뤄졌는데 그 결과는 어떠했나.
협정에 따라 미군이 베트남전서 발을 떼자마자 베트남은 공산화로 통일을 이룩하게 된다.
각설하고, 문 대통령을 살피면 유방과의 종전선언을 굳게 믿다 사랑하는 여인 우희를 포함 모든 동료들을 떠나보내고 단기 필마로 한나라 군사들과 전투를 벌이다 최후를 맞이한 항우가 은연 중 떠오른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