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역사를 기록하다’ 이종구

광장에 찾아온 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바야흐로 격변의 시대다. 2016년 겨울 광화문 광장에 촛불을 든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한 그때, 한국 사회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통령 탄핵,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치던 광장은 긴 겨울을 지나 이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작가 이종구의 눈에 담긴 봄이 온 광장을 만나보자.
 

학고재 갤러리가 작가 이종구의 개인전, ‘광장_봄이 오다(Agora_Spring Is Here)’를 소개하고 있다. 2009년 ‘세 개의 풍경’ 이후 9년 만에 학고재로 돌아왔다. 놓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할 서사의 맥락을 누구보다 잘 꿰뚫어 보고 끈질기게 천착하며 뛰어나게 형상하는 작가로 알려진 그는 이번 전시서 최근작 33점을 선보인다.

긴 겨울을 지나

이종구의 작품 속에는 광장의 시간이 담겼다. 그는 “최근 몇 해 동안 우리는 일상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사건들 속에서 살아왔다”며 “세월호 사건은 국민을 위한 국가의 역할과 임무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한 충격과 분노의 비극적인 사건이었고, 4월27일 남북 정상의 만남과 판문점 선언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은 금세기 최고의 역사적인 감동의 이벤트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2016년 겨울에서 2017년 봄까지 우리는 광화문 광장서 촛불을 밝혔다”며 “촛불혁명을 통해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을 파면시켰고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어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평화의 시대가 우리에게 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추리, 세월호, 정상회담…
2016년 겨울서 2017년 봄


이종구의 이번 전시는 광장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예술적 기록이자 증언, 상상의 결과물이다. ‘학교 가자, 1반∼10반-세월’ 연작은 세월호 사건 피해자인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단원고는 그 당시 남녀 반이 각각 5반씩이었고 총 학생 수가 350여명이었다. 세월호 사건 당시 75명만 생존했다.

단원고 학생들의 일화는 전 국민을 울릴 만큼 슬픈 내용이 많았다. 특히 2학년 2반 정지웅 학생 이야기가 가슴을 저민다. 사건 당시 구명조끼를 발견한 정군은 같은 반 친구에게 그것을 입혀 먼저 내보냈다. 친구들을 더 돕고자 했던 그는 결국 배에서 나오지 못했다.
 

이종구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번 추모관을 방문했다”며 “임하도에 가서 3개월간 희생자의 넋을 추모하며 그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광장-가족’은 이종구의 가족들이 빨간 피켓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앉아있는 모습이 담긴 작품이다. 우측 상단에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목적이 무엇인지 관람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추가로 삽입한 이미지다.

작가가 사건에 직접 참여
싸우고 목소리 낸 흔적들

광화문의 촛불이 개인, 가족, 단체, 광장의 시민들로 이어져 거대한 촛불시위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봄이 왔다 1∼3’ 연작은 한반도 4·27 남북정상회담의 중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봄이 왔다 1’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봄이 왔다 2’는 두 정상이 남북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장면, ‘봄이 왔다 3’에는 그 장면의 뒷모습을 담았다. 

봄이 왔다 연작 중 가장 큰 작품인 봄이 왔다 2는 자연의 풍경과 인물의 표정으로 통일의 열망을 표현했다.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가 확장되는 과정서 주거지 이전을 하게 된 대추리 사람들을 담은 작품도 눈에 띈다. 이종구는 미군 기지 확대 반대 시위 당시 대추리에 직접 가서 함께 목소리를 냈고 그때 연작을 기획했다. 
 

그동안 고향 오지리를 통해 발언했던 우리 시대 피폐해져 가고 있는 국토 현실 풍경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다시 찾아온 봄

학고재 갤러리는 “이종구 화백은 세월호 사건의 슬픔, 윤리를 저버린 정권을 질타하는 광장의 촛불집회 그 과정을 거쳐 정권이 바뀌고 남북 화해가 조성돼 한반도에 희망이 오는 최근의 역사적 사건을 대하소설보다 장엄하게 완성해냈다”며 “시공간을 넘나들며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작가가 지켜야 할 미학의 정신을 화면에 오롯이 구현해 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종구는?]

1954년 충청남도 서산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1976)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졸업(1988)
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서양화전공 교수

▲개인전

‘광장_봄이 오다’ 학고재, 서울(2018)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 Ⅱ: 리얼리즘의 복권’ 가나인사아트센터, 서울(2016)
‘절집기행’ 미황사, 해남(2015)
‘우현예술상 수상기념전’ 인천아트플랫폼, 인천(2010)
‘국토: 세 개의 풍경’ 학고재, 서울; 신세계 갤러리, 광주(2009)

▲수상


우현상(2010)
올해의 작가상(2005)
가나미술상(1994)
제6회 중앙미술대전 장려상(1983)
제5회 중앙미술대전 특선(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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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