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터지는’ 외교관 성추문 백태

국가 대표로 국가 망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외무공무원의 성 비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교부장관이 나서 무관용 원칙을 말해도, 처벌 수위를 높혀도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온다. 해외서 국가 이미지 제고에 힘써야 할 외교관들이 성 관련 사건에 휘말리면서 ‘나라 망신’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1월 미투 운동으로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국내 미투 운동의 시초로 알려진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법조계서도 성범죄 사건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화·예술계, 방송계, 종교계도 미투 운동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에는 교사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외교부도
성비위 발칵

국내 미투 운동은 ‘설마 검사가 피해자일까?’ ‘설마 선생님이 학생들을?’이라는 의심을 걷어내는 데 일조했다. 누구나 가해자일 수 있고, 누구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것이다. 미투 운동으로 민낯이 드러난 각계각층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 대한 엄중한 처벌 혹은 징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앞다퉈 내놨다.

문제는 이 같은 사후대책에도 불구하고 성 비위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는 데 있다. 외무공무원들의 연이은 성 비위 사건이 대표적이다. 

앞서 한 외교관의 성 비위 사건으로 처벌 수위가 강화됐고 장관이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지만 근절은 요원한 상태다. 더군다나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이 외국서 국가 이미지에 신경 써야 할 외무공무원인 점이 더 큰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외교부 산하 해외공관서 외무공무원 2명이 성 비위 문제를 일으켜 귀국 조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지난 3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이들은 부하직원을 성추행, 성희롱한 혐의로 적발됐다.

해외 공관서 여직원 성추행
무관용 원칙에도 계속 표출

박 의원실에 따르면 파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에 근무 중인 고위 외교관 A씨는 여성 행정직원 B씨를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B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와인을 마신 뒤 피해자를 끌어안고 무릎에 앉히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B씨에게 자신의 집에 과일이 많으니 나눠주겠다고 부른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사건 발생 다음날 대사관 동료에게 얘기했고, 사건담당 영사가 피해자와 면담 후 외교 본부에 보고했다. 

당시 A씨의 부인은 한국으로 가서 집에 없던 상황이다.

같은 달 인도 대사관서도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 인도 대사관에 파견 나간 4급 공무원이 동료직원에게 “자신이 머무는 호텔서 술을 마시자” “방 열쇠를 줄 테니 오라” 등 부적절한 언행을 반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동료 직원이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해당 공무원의 언행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로 소환 조치된 이들은 대기발령 상태서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재발 방지
다짐했지만…

지난해 7월에는 주 에티오피아 대사관서 근무하는 간부급 외교관 C씨가 여성 행정직원 D씨를 성폭행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외교부서 조사에 돌입한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C씨는 사건 당일 D씨와 와인 3병을 곁들여 저녁을 먹은 뒤, 만취해 의식을 잃은 D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튿날 새벽 깨어난 D씨는 상담기관의 조언에 따라 병원 진단서를 받은 뒤 모친을 통해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피해사실을 신고했다. C씨와 D씨는 사건 이후 귀국해 외교부 감사관실 등에서 조사를 받았다. 

C씨와 D씨는 조사에서 진술이 엇갈렸지만 외교부는 조사를 거쳐 C씨를 검찰에 고발했고, 징계위원회서 파면을 결정했다.

당시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서 해당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해외근무 외교관에 대한 복무 감찰의 획기적인 강화를 위해 감사관실 내 감찰담당관실 신설 등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외교부 혁신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조직·인사의 강도 높은 혁신을 통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 장관 역시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외교부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서 이렇게 심각한 재외공관의 복무기강 문제가 발생하게 돼 정말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미 전 재외공관장에 대해 엄중한 복무 기강 지침을 하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성 비위’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 그리고 관련 규정 법령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외교부서 해당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서 또 다른 성추문이 불거지기도 했다. 피해자가 조사를 받는 과정서 김○○ 전 에티오피아 주재 대사도 성추행을 했다고 진술한 것. 

김 전 대사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외교부가 에티오피아 현지에 특별감사단을 파견해 조사하던 중 그의 추가 혐의를 잡아냈다. 결국 외교부는 지난해 8월, 김 전 대사를 성범죄 혐의로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김 전 대사는 에티오피아 대사로 재직한 2015년 3월 대사 직위를 이용해 여성 1명과 성관계를 맺고 2014년 11월과 지난해 5월 각기 다른 여성 2명을 각각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C씨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한 D씨는 조사 과정서 ‘김 전 대사에게도 기분 좋지 않을 정도의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외교부에 알렸다. 
 

이후 교민사회서도 김 전 대사가 현지에 파견된 외교부 산하 단체 직원들과 술을 마시는 모습이 부적절했다는 등의 제보가 잇따랐다.

김 전 대사는 지난달 12일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주영 판사는 김 전 대사에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김 전 대사는 대한민국 위상을 드높일 책임이 있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오히려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피해자를 추행하고 간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사는 별다른 죄의식 없이 비교적 대담하게 성폭력 행위에 이르렀다”며 “간음에까지 나아간 점을 보면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실형 선고
법정 구속

앞서 2016년에는 칠레 주재 공관서 일하는 외교관이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현지 방송을 통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2016년 12월18일 SNS를 통해 공개된 영상은 칠레의 한 방송사가 함정 취재를 통해 포착한 내용으로, 한국의 박○○ 참사관이 미성년자에게 성적인 표현을 하며 목을 끌어안고 입맞춤하려는 모습은 물론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미성년자의 손목을 잡고 강제로 집안에 끌어들이는 장면 등이 실렸다.

심지어 해당 방송 관계자가 함정 취재를 통해 성추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찍었다는 사실을 알리자 박 전 참사관이 ‘제발 부탁한다’며 사정하는 모습까지 담겼다. 이 영상은 첫 피해 여학생의 제보를 받은 현지 방송사가 다른 미성년 여학생에게 의뢰해 박 전 참사관에게 접근시켜 함정 취재를 벌이는 과정서 포착됐다.

박 전 참사관은 현지 미성년자 여학생에게 휴대전화로 음란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도 받았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 문제의 외교관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나라 망신’이라는 비판부터 칠레 교민 사회에 끼칠 악영향까지 부정적인 반응이 폭발했다.


교민사회에도 부작용
징계 절반이 성 문제

외교부는 즉각 박 전 참사관을 국내로 소환했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면을 의결하는 한편, 검찰에 형사고발 조치했다. 1심서 박 전 참사관은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광주지법 형사11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 전 참사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성추행 횟수가 4차례에 이르고 피해자와 합의되지 않았다는 게 양형 이유였다. 법원은 박 전 참사관의 범행으로 공무원의 품위와 국가 이미지가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고 피해 가족들이 용서를 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형량을 2년6개월로 감형했다.

2016년에는 중동 지역에 주재하는 현직 대사가 대사관 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대사가 현지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민원이 외교부를 통해 접수됐고, 외교부는 민간 전문가 등에게 의뢰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해당 대사는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드러났다. 당시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잇단 외교관 성추문에 대해 “낯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송구스럽다”며 “과거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태국, 뉴질랜드 등지서도 외교관이 성 문제로 물의를 빚은 사건이 있었다. 2012년 태국 방콕 주재 한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현지서 한국인 여교수를 성추행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뉴질랜드에선 분관장이 해외에 다른 부처 공무원과 몸싸움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서 분관장은 성희롱 의혹도 받았다.

한국 외교관 성추문 사건에 있어 가장 큰 흑역사로 꼽히는 ‘상하이 스캔들’도 있다. 상하이 스캔들은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외교관들이 중국 여성인 덩신밍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사건을 말한다. 

외교관 성추문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함께 수면 위로 올라오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상하이 스캔들이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는 중국 여성과 외교관들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만은 아니다. 당시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비롯한 정치권 핵심 인사들의 연락처를 포함한 정부 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졌다.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 영사들은 덩신밍에게 한국 비자를 부정 발급해주고, 한국비자 신청대리권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덩신밍이 스파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합동조사단을 주 상하이 영사관에 파견해 조사를 벌였지만 해당 사건을 ‘심각한 수준의 공직기강 해이 사건’으로 마무리지었다. 당시 외교부는 상하이 스캔들 사건에 연루된 외교관 전원을 징계했다.

외교관의 성 비위 사건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외교부서 발생한 징계 중 절반은 성범죄 사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지난 4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직원 징계 현황에 따르면 외교부서 발생한 12건의 징계 중 절반인 6건이 성희롱, 성폭력 등 성과 관련된 문제였다.

지난해 징계자 중에는 커피숍서 16차례나 여성을 몰래 촬영한 공무원이 포함됐다. 외교부 소속 김○○씨는 2015년 4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의 치마 속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등 지난해 8월까지 10여회 넘게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서 김씨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3단독 남현 판사는 김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40시간 이수할 것을 명령했다. 이외에도 총영사로 재직하며 상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고위공무원도 징계를 받았다.

몰카 공무원
벌금형 받아

2016년에도 전체 17건의 징계 중 7건이 성 문제로 인한 징계였다. 이 의원은 “전 에티오피아 대사의 성폭력, 주 칠레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등은 주재국서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교육 등을 통한 사전예방에 최선을 다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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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