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몸통 4인방 수사 관전포인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08 10:12:17
  • 호수 11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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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못 먹어도 고’…법원은 ‘쇼당’?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이 사법 농단 몸통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전직 대법관들을 향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그동안 답보상태였던 사법 농단 수사에 물고가 텄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수사를 받게 될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혐의를 살펴봤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달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차량, 박병대 전 대법관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사무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서울 종로구 주거지, 차한성 전 대법관의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차량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고 주거지 부분은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주거의 안정성과 증거가 남아있을 개연성이 적다는 이유를 기각 사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양승태]
[정치판사 노릇?]

양 전 대법관은 사법 농단의 몸통이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양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를 통해 일선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준 의혹이 있다. 허위 증빙 서류를 통해서 수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가 검찰에 적발됐다. 

박근혜정부의 요구에 따라서, 대법원 재판 결과를 결정해줬던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고 검찰이 이를 집행한 것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직 대법관들이 이번 사건의 피의자로 공식화됐음을 뜻한다.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돼 조사를 받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이날 압수수색을 당한 세 대법관이 받는 혐의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대법관들 사상 초유 정조준
수사선상 오른 4명 의혹은?

양 전 대법관은 ‘정치 판사’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그는 실제로 반헌법행위자열전에 헌법 파괴자 명단에 올랐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에 따르면 양 전 대법관은 박정희정권 시절 6건의 간첩 조작 사건 재판을 주관했고, 12건의 긴급조치 위반 사건 판결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편찬위원회는 양 전 대법원장을 대한민국 사법사상 ‘최악의 대법원장’으로 선정했다.  

양 전 대법관은 1970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같은 해 제1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법관으로 임용돼 1975년 11월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법복을 입은 후 대구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제주지방법원, 사법연수원, 법원행정처, 부산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서 판사로 근무했다.
 

1998년 IMF 구제금융사건 당시 서울지방법원 파산부 수석부장으로 재직했고, 2002년 부산지방법원장 등을 거쳐 2003년 특허법원장으로 재직하다가 2005년 2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2009년 2월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이 됐으며, 2011년 9월25일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대법원장에 올랐다. 2017년 9월24일 퇴임했다.


[박병대]
박 비선 챙겼나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심을 가진 ‘비선 진료’ 박채윤씨 소송을 챙겨줬다는 의혹이 있다. 더불어 대법원 내부의 현금으로 은밀히 관리하던 비자금 조성 기획 및 실행을 주도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통해 다른 재판연구관이 공무상 비밀이 담긴 박씨 특허소송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게 해 공무상 비밀누설과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런 내용을 유 전 연구관의 사전구속영장에 포함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설 연휴 직후인 2016년 2월11일, 우병우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후 우 전 수석은 박 전 대법관에게 직접 전화한 다음 다시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한 통화내역을 검찰이 확인했다. 

같은 날 오후 박 전 대법관이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서 법원 내부게시판 ‘코트넷’에 접속해 박씨의 옛 동료인 김모씨 업체가 박씨 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을 상대로 낸 등록무효 특허소송 사건번호를 입력한 로그기록도 확인됐다.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이던 박 전 대법관은 박씨가 피고인 특허소송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박씨의 부탁을 받고 우 전 수석에게 “박씨 사건을 챙겨보라”고 지시했고, 우 전 수석을 통해 이를 전달받은 박 전 대법관이 사건을 직접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1979년 21회 사법고시 합격했다. 1982년 9월 육군 법무관으로 군복무했으며, 1985년 9월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했다.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의 주요 보직을 모두 거치며 양 전 대법관 뒤를 이어 차기 대법원장 0순위로 꼽히기도 했다. 

[고영한]
판사 비리 덮었나

고 전 대법관은 부산 법조비리 은폐 의혹 사건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고등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을 무마한 의혹이 있다. 2016년 부산지역 건설업자와 유착한 판사 비리가 알려지자, 당시 건설업자의 항소심 재판에 부산고등법원장 등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전달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8월30일 윤인태 전 부산고법원장은 검찰에 출석해 2016년 9월쯤 고 전 대법관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고, 고 전 대법관 요구사항을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고 전 대법관은 전국교직원노조 법외노조 소송에도 개입한 의혹이 있다. 검찰은 2014년 9월 전교조의 법외노조처분 효력을 2심 판결 때까지 정지시킨 서울고법 결정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재항고한 사건서, 법원행정처가 재항고이유서를 대필해준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재항고이유서를 고용부에 직접 전달해 대법원에 접수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당시 문건은 ‘청와대 법무비서관-고용노동비서관-고용부’ 순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서 작성한 문건이 청와대를 통해 고용부에 전달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8월26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은 재항고 사건 주심이었던 고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발부되지 않았다.

고 전 대법관은 1979년 21회 사법고시에 합격, 같은 해 2월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했으며 2012년 8월 대법관에 올랐다. 2016년 2월∼2017년 5월까지 법원행정처 처장을 지냈다. 

[차한성]
강제징용 묵살?

차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처장이던 시절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이른바 ‘삼청동 공관회동’에 참석해 강제징용 사건 결과를 바꿔야 한다는 등의 논의를 했다고 의심받고 있다.

차 전 대법관은 2013년 12월1일 오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서 김 전 실장을 만나 “국외송달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징용소송의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길 수 있다”는 취지로 제안했다. 국외송달은 소송 관계 서류의 내용을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알리는 여러 가지 송달 방법 중에서 재외공관 등을 통해 해외에 있는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당시 공관 회동은 같은 해 11월 말 “징용소송이 2012년 대법원 판결대로 결론 나면 한일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김 전 실장이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전원합의체에 넘겨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기존 판단을 뒤집어달라고 요구했다. 차 전 대법관은 여기에 국외송달이라는 절차적 문제를 구실 삼아 자연스럽게 청와대 뜻을 관철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화답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차 전 대법관은 1975년 17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1980년에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에 임용된 이래 판사를 하다가 사법정책연구실장, 법원행정처 차장을 거쳐 대법관에 임명돼 2011년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3년간 재직한 차한성은 2014년 3월 대법관 임기를 마쳤다.

100여일 만에…
압수수색부터

그동안 사법 농단 수사는 답보상태였다. 지난 6월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 표명 이후, 검찰이 사건을 특수부로 재배당하고 수사를 본격화한 지 4개월 만에 ‘윗선’ 수사가 이루어졌다. 

한 정권의 각종 의혹사건 종합판에 해당하는 국정 농단 수사가 최순실씨 출석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5개월 정도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법 농단 수사는 이례적으로 속도가 늦은 셈이다.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던 것은 대법원의 자료 제출 불응과 법원이 고비마다 압수수색영장을 계속 기각했기 때문이다. 사법 농단 수사 이후 두 달간 서울중앙지법의 압수수색영장 기각비율이 전체 평균보다 두 배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7∼8월 검찰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압수수색영장 4159건 중 883건이 일부 기각, 96건이 전부 기각됐다. 둘을 합친 기각률은 23.5%로, 6월 18일 사법농단 수사가 시작된 후 매달 상승세(6월 19.9%→7월 22.3%→8월 24.7%)다. 

4개월 만에 윗선으로 
최순실 때보다 느려

기각률이 증가한 이유는 사법 농단 관련 영장이 연이어 기각됐기 때문이다. 사법 농단 관련 영장을 심사하는 서울중앙지법 박범석·이언학·허경호 판사는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이 90%에 달한다. 그 사유도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다”거나 “죄가 안 된다”는 등 이례적이어서 ‘방탄 법원’ 논란을 일으켰다.

검찰은 ‘수사 방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기존 특수 1·3·4부 소속 사들로 구성했던 사법 농단 수사팀에 특수2부 송경호 부장검사 등 소속 검사 일부와 방위사업수사부 소속 검사일부를 추가로 투입했다. 

사법 농단 의혹 수사팀 검사는 총 3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순실 특별수사본부'와도 견줄 규모가 됐다. 최순실 특수본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해체 후 단일 수사팀으로서는 최대 규모로 꼽힌다. 

수사팀은 저인망식 수사로 방향을 선회했다. 관련자를 먼저 소환조사해 혐의를 소명한 뒤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받아내는 등 통상과는 달리 우회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이어갔다. 그동안 사법농단 실무를 담당한 전·현직 법관 50여명을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정면돌파는 어느 정도 성과를 봤다. 9월 중순 대법원 일부와 현직 부장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성공했다. 이어 사상 초유로 전직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르렀다. 

검찰이 집행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의 피의 사실에 재판거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고·박·차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 구체적으로 재판거래 혐의가 적시됐다. 

해당 혐의에는 일제 강제 징용 재판과 헌법재판소 관련 내용도 있다. 과거 법원행정처가 강제 징용 소송 지연에 개입하고 과거사 재판 관련 헌재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관련 평의 내용을 빼낸 행위 등의 최종 책임자가 양 전 대법원장이라고 검찰이 판단한 것이다.

정권과 거래
직접 나섰나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강제수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전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처장 등 대법관에 대해 강제수사를 법원이 허가한 것은 재판거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법원은 이번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을 '죄가 안 된다'는 이유를 대며 수차례 기각했다. 이런 상황서 법원이 검찰에게 전직 사법부 수뇌부의 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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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