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불안’ 노인운전 딜레마

도로 위 달리는 시한폭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자동차를 운전하는 노인들의 이동권을 제한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지난해 고령사회로 들어서면서 노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문제로 떠오른 부분은 ‘고령자 운전’이다. 노인 운전 사고가 크게 늘어나면서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UN은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17년 만인 지난해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고령인구는 711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했다.

언제 사고가…

문제는 속도다. 지난해 파악한 고령인구 수는 전년 대비 0.6%p 늘어난 수치다. 전체 인구가 0.3% 증가하는 사이 고령인구는 5% 늘어났다. 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도 1970년 고령화사회서 1994년 고령사회로 들어서는 데 24년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7년이나 빨랐다. 프랑스(115년), 미국(73년), 독일(40년) 등 서구권 나라와 비교하면 더욱 확연하다.

전체 인구서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독거 노인, 노인 빈곤 등 각종 노인 관련 문제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가족이나 사회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독거 노인의 수가 해마다 늘고, 이들의 경제적 궁핍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노인이 저지르는 범죄 건수도 증가했다.

노인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증가도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다. 지난 5월 전남 영암서 버스 사고가 일어났다. 미니버스가 SUV 차량과 부딪힌 뒤 도랑에 빠진 일이었다. 이 사고로 8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너무 빠른 고령사회 진입
노령 인구 증가로 문제↑

전남 영암경찰서에 따르면 사고가 난 25인승 미니버스는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옆차선 SUV 차량과 부딪친 뒤 보호난간을 들이받고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탑승자 15명은 대부분 70대 이상의 고령자로, 밭일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인 것으로 추정됐다.

많은 사망자를 낸 영암 버스 사고는 고령사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젊은 사람이 다 떠나간 농촌서 발생하는 일손 부족, 즉 농촌 고령화 현상이 피해를 키웠다는 말도 나왔다. 해당 버스의 운전자가 70대 노인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고령운전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지난 7월에는 서울 구의동 아차산역 인근 골목길서 70대 운전자가 SUV 승용차를 몰고 돌진해 행인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70대 운전자는 사고 당시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승용차를 몰고 좁은 골목길을 질주해 행인 2명과 다른 차 1대를 친 뒤 마트를 들이받았다.

지난달 18일에도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가 구둣방을 덮쳐 5명이 다친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4월에는 60대 후반의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주정차 중인 차량 9대를 들이받은 후 앞서가던 차량을 추돌해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령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그러는 동안 고령운전자와 연관된 사고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증가 속도에 있다.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최근 5년간 50% 상승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이 한국교통공단에 ‘교통사고 통계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2만6713건으로, 2013년1만7590건 대비 50% 늘었다. 

최근 5년간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2014년 2만275건, 2015년 2만3063건, 2016년 2만4429건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서 고령운전자의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도 함께 상승했다. 해당 기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21만∼23만건 내외로 큰 변화가 없지만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2013년 8.2%였던 이 비율은 2014년 9.1%, 2015년 9.9%, 2016년 11.1%, 지난해 12.3%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운전자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 수의 비율은 2013년 14.5%서 20.3%로 가파르게 늘었다. 고령운전자의 경우가 사고가 나면 중증 이상의 손상을 입을 확률도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조진성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최근 손상포럼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교통사고 발생시 70대 이상서 중증 손상 정도가 가장 심했다. 또 연령이 높을수록 차량과 부딪치는 사고보다는 전봇대 등 고정 물체에 부딪치는 사고율이 높았다.

고령운전자 사고 증가세
부산, 면허증 반납 제도

고령운전자 사고가 늘어난 원인으로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첫손에 꼽힌다. 고령화 추세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면허 소지자는 2014년 372만여명서 2016년 451만여명으로 20% 넘게 증가했다. 또 나이가 들수록 인지능력과 신체 반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돌발 상황에 취약한 것도 고령운전의 위험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은권 의원은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들의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이라며 “고령운전자를 포함한 모든 운전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교통 환경 조성을 위해 기존 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꿔 나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13년부터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면 보험료를 5% 할인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면허적성검사 기간을 3년으로 단축시켰다. 기존에는 65세 미만은 10년, 65세 이은 5년으로 분류됐다.

부산시는 고령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지난 7월부터 ‘면허증 자진 반납 우대제도’를 시행 중이다. 일본에선 이미 20년 전에 도입한 제도로, 부산서 최근 5년간 고령운전자 사고 건수가 54.1%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이동권 제한?

부산시는 면허증을 자진 반납한 노인을 대상으로 ‘어르신 교통사랑 카드’를 발급하고 지역 내 의료·상업시설 이용 시 최대 50% 할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400명을 추첨해 교통비 10만원을 지원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부산시의 사례가 효과를 거두면 면허증 자진 반납 제도를 법제화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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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