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탐욕에 찌든 금융가 실태

서민 코 묻은 돈 끌어 모아 배 두드린다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은행, 카드사, 보험사를 막론한 금융권의 탐욕이 하늘을 찌를 기세다. 수수료 잔치를 벌이며 서민들의 푼돈을 뜯어 내는가하면, 보험료율 담합으로 고객에 피해를 끼치기도 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모두 제 배를 불리는 데 쓰였다. ‘봉’ 취급당한 국민들로서는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참다 못 한 국민들은 결국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고 여론은 금새 가열됐다. 화들짝 놀란 금융회사들은 그제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의 탐욕스러운 민낯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연일 수수료 논란이 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마당에 은행권이 상반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사업보다 서민들 ‘푼돈’을 뜯어 제 잇속을 차린다는 비판 속에 논란은 연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신용카드업계

가맹점 수수료 사상 최대…영세 상인들 반발
0.2%p 인하하기로 결정했지만 ‘생색내기’ 지적


카드사들은 올해 상반기 7016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상반기(8617억원)보다 18.6% 줄어든 수치다. 외견상으로는 경영사정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회계기준이 바뀐 데 따른 착시에 불과하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지난해 상반기 2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5000억원으로 상향조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 순이익은 1400억원이나 늘어난 셈이 된다.

카드사 수익은 가맹점수수료, 할부카드수수료, 현금서비스수수료, 카드론 수익 등으로 나눠진다. 이중 가맹점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달한다. 즉 카드사의 가장 중요한 수익 원천이다.

그리고 가맹점수수료는 매년 1조원씩 늘고 있다. 가맹점수수료는 ▲2008년 5조5847억원 ▲2009년 6조1296억원 ▲2010년 7조1949억원 등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카드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4조956억원에 달하는 가맹점수수료를 챙겼다. 하반기에 여름철 휴가와 추석 연휴 등으로 대규모 카드 결제가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가맹점수수료는 8조원 중반대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카드 결제가 일반화되면서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자연스럽게 늘고 있을 뿐 부당하게 수수료율을 높여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카드사들의 항변이다. 그러나 음식업종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자신들의 수수료를 대폭 인하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치업종으로 분류되는 골프장 수수료가 1.5%인데 평균 2.65%에 달하는 음식점 수수료는 너무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국음식점중앙회는 수수료를 1.5% 이하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며 18일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처럼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론이 거세지면서 카드사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에 따라 카드 업계는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침을 정했다. 인하폭은 0.2%포인트 내외. 이렇게 되면 2% 수준인 수수료율이 1%대로 떨어지게 된다. 카드사들은 담합 등을 의식해 대형사가 먼저 내린 뒤 다른 업체가 이를 뒤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영세상인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음식업중앙회 측 관계자는 “0.2%포인트 인하를 하더라도 1.8~1.9% 수수료가 유지되는데, 이를 대형업체와 똑같은 1.5%까지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또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검토 대상 업체들은 1억2000만원 이하 영세 업체들로, 휴·폐업의 위험에 상시노출 돼 있을 정도로 경영이 어려운 업체들”이라며 “소폭 인하하는 것은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나마 연매출 1억2000만원 이상인 외식업체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인하 검토 발표는 당장의 비난 여론을 피해가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은행업계

이자이익률보다 높다 수수료 수익…사실상 폭리
ATM 수수료 인하?적용범위 확대…실효성 의문

은행권에서도 ‘수수료 잔치’가 한창이다. 올해 상반기 18개 국내 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무려 2조2567억원. 은행들이 총 15조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던 2007년 상반기의 수수료 이익(2조2366억원)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다.

업무 처리에 들어가는 원가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일부 수수료는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은행들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17조1375억원으로 이자수익(34조3052억원)의 50%정도에 해당한다. 이자이익률이 50%라는 얘기다. 그런데 은행들의 상반기 수수료 이익은 수수료 수익(3조3015억원)의 68%에 달해 이익률이 이자이익률보다 훨씬 높다. 사실상 폭리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수수료가 미국보다 싸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다. 은행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인 자동화기기(ATM) 현금인출 수수료는 은행별로 500~1200원에 달한다. 영업시간보다 시간외 인출이 훨씬 비싸고, 다른 은행 ATM에서 인출하면 그 수수료는 2배에 달한다.

그런데 미국 씨티은행, 영국 바클레이즈은행 등의 글로벌 은행은 자기 은행이나 다른 은행, 영업시간이나 시간외를 막론하고 대부분 `0원을 적용하고 있다. 주거래은행 창구를 이용한 계좌이체도 이들 해외은행은 자기 은행 지점간 계좌이체는 모두 무료로 하고 있다. 인건비 운운하며 최대 2000원을 받는 국내 은행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특히 은행들은 고객들이 펀드에 가입할 때 가입액의 1%가 넘는 판매수수료를 떼는 것도 모자라 매년 1%가량의 ‘판매보수’를 따로 받고 있다. 고객들이 매년 내는 펀드 수수료 가운데 판매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가까워 10∼30%에 불과한 선진국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수수료가 차지하는 이익 비중도 문제다 은행들은 글로벌 은행들의 수수료 이익 비중이 40%에 가까워 7.1%에 불과한 국내 은행들의 비중보다 훨씬 높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만큼 수수료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은행들이 벌어들이는 수수료는 인수합병(M&A) 중개, 기업상장(IPO), 채권 발행 등 고부가가치 금융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수료가 대부분이다. 국내 은행들처럼 계좌이체수수료, 현금인출수수료 등 서민들의 ‘푼돈’을 뜯어낸 수수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수수료 잔치’를 질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행태다. 서민 달래기에 나선 카드사들과 달리 은행들은 요지부동인 모습이다. 결국 여론을 의식한 금융당국은 외압을 가했고 은행들은 그 제서야 대책을 내놨다.

은행들은 ATM 이용 시 과도하게 적용했던 수수료를 인하할 방침이다. 현재 은행들은 영업시간 내 ATM을 이용할 경우 자행(같은 은행)은 면제하지만 타행(다른 은행)은 인출수수료(800∼1000원)와 송금수수료(600∼1000원)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영업시간 내 ATM 인출수수료와 송금수수료가 400∼500원과 300∼500원으로 인하되는 방안이 마련된다.

영업시간 내 창구를 통한 송금수수료 역시 최고 1500원(자행)과 600∼3000원(타행)이지만 이 역시 내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영업시간 외 자행 ATM을 이용할 때도 인출·송금수수료가 500∼600원과 최고 600원이었지만 250∼300원과 최고 300원으로 각각 50% 낮춰진다. 같은 시간대 타행 ATM을 이용할 경우에 1000∼1200원과 800∼1600원인 인출·송금수수료 역시 500∼600원과 400∼800원으로 인하된다.

수수료 면제 대상도 확대된다. 65세 이상 노인은 물론 차상위계층, 소년소녀 가장과 대학생에 대해서도 인출·송금수수료를 면제하는 쪽으로 은행들의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겉보기엔 파격적이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많다. 수수료 인하 혜택의 대상이 저소득층에 국한돼 있는데다, 고객 문의가 많은 타행이체 수수료 등은 여전히 과도하게 부과하고 있어 고객들의 체감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보험료율을 담합해 소비자들에게 큰 손해 끼쳐
불법·편법 동원해 벌어들인 돈 흥청망청 사용해

보험사의 탐욕도 만만치 않다. 보험사들은 보험료율을 담합해 제 배를 불리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쳤다. 공정위는 최근 생명보험시장에서 종신보험, 연금보험, 교육보험 등 개인 보험상품의 이자율을 밀약한 12개 생명보험회사에 과징금 3600여억원을 부과키로 했다.

이들의 담합이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에는 14개 생명보험사와 10개 손해보험사, 농협이 단체보험과 퇴직보험료 결정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265억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보험사들은 지난 2007년에도 손보상품의 보험료율을 짠 것이 적발돼 과징금 500억원을 부과 받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손해보험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 2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보험사는 불법?편법을 동원해 손쉽게 벌어들인 돈을 대주주 고배당과 임직원 고임금으로 흥청망청 사용했다. 지난해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배당성향을 보면 대한생명이 42.06%로 가장 높았다. 이 보험사 배당금 1천995억원의 절반가량이 계열사인 한화건설(지분율 24.88%), 한화(21.67%), 한화케미칼(3.71%) 등에 돌아갔다. 다른 보험사들의 배당성향도 LIG손해보험 36.02%, 현대해상 35.30%, 메리츠화재 32.47%, 삼성화재 26.28% 등으로 높은 수준이다.

또 작년 회계연도(사외이사 제외) 등기이사들의 연봉은 메리츠화재가 31억4600만이었고 LIG손해보험(16억3300만원), 삼성생명(14억5700만원), 현대해상(10억9900만원), 코리안리(10억3200만원) 등도 10억원을 넘었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코리안리가 9000만원이었고 삼성생명(8200만원), 현대해상(7400만원), LIG손해보험(6900만원), 메리츠화재(6100만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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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