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여화장실 몰카 주의보

변태들이 대학에 가는 이유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가에 ‘몰카주의보’가 내렸다. 당초 몰카 범죄는 지하철 화장실서 극성을 부렸다. 지하철 역사 내 화장실 벽에 난 구멍마다 의심의 눈초리가 쏠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몰카가 설치된 것으로 의심되는 화장실 사진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왔다. 최근 몰카 범죄의 전선이 대학가로 확대되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중 지난 10년간 가장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 게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 이른바 몰카 범죄다. 전체 성폭력 범죄서 몰카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3.9%(564건)였지만, 2014년 24.1%(6735건), 2015년 24.9%(7730건), 2016년 17.9%(5249건)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몰카 범죄가 일상과 버무려졌다는 말이 나올 만큼 관련 이슈가 쏟아지는 추세다.

매년 크게 늘어
갈수록 가관

일반적으로 몰카 범죄라고 하면 지하철을 떠올린다. 사람으로 꽉 찬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을 들이대는 모습이나 역사 내 화장실에 설치된 초소형 카메라를 생각한다. 특히 지하철 역사 내 화장실은 실제로 몰카 범죄의 온상으로 불린다.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작게 뚫어놓은 구멍은 공포의 대상이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런 구멍 안에 집어넣어 카메라를 부수는 ‘몰카 찌르개’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을 공유하는 게시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여자들은 가방에 송곳 하나씩을 들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 최근 들어서는 마냥 우스갯소리로 소비되지 않는다. 그만큼 몰카 범죄가 만연해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몰카 범죄의 전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개강 시즌과 맞물려 대학가는 ‘몰카 범죄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각 대학은 몰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학내 화장실을 점검하거나 경찰과 함께 몰카 색출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대학교 여자화장실서 몰카를 시도한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2층 화장실에 몰래 숨어있던 고등학교 남학생 A군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군은 이날 낮 12시30분께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여자화장실에 잠입했다가 이 학교 교수에게 들켰다. 학생들의 신고로 A군은 현장서 체포됐다.

경찰은 현재 A군에게 성폭력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이) 어떤 의도로 여자화장실에 들어갔고, 실제로 몰카를 찍었는지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과학대학은 A군의 체포 이후 해당 화장실을 폐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인게시판에 ‘○○대 직촬’
학교 측 ‘화들짝’ 경찰 고발

서울대서 몰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여성 중심 커뮤니티 ‘워마드’서 서울대에 몰카를 설치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학내가 발칵 뒤집어졌다. 워마드에는 7월29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남자 화장실 몰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어 ‘학교본부 몰카’ ‘인문대 몰카’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게시된 글이 실제 불법 촬영물과 관련된 내용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안이 확산됐고 서울대는 대응에 나섰다. 대학본부는 지난달 8일, 관악경찰서와 관악구청으로부터 장비와 인력을 지원받아 중앙도서관과 학생회관, 인문대, 자연대 화장실 등에서 몰카를 탐지했다. 탐지 결과 몰카는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학내 화장실 1700개 전체를 대상으로 몰카 설치 여부를 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총학생회도 강력히 대응했다. 이들은 지난달 13일 ‘서울대 몰카’ 게시글을 올린 회원 3명을 조사해달라는 총학생회장 명의의 고발장을 관악경찰서에 제출했다. 신재용 총학생회장은 “서울대 학내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와 유포 의혹을 받는 이용자 전부를 고발한다”며 “워마드에 올라온 글이 비밀게시판에 올라와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경찰이 진상조사를 하고 음란물 유포죄와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면 엄히 처벌해주길 바란다”며 “학내 구성원의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경찰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총학이 확인한 3건의 게시글 외에도 서울대 구성원을 대상으로 몰카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워마드 내 서울대 몰카 설치와 유포 의혹이 있는 게시글 모두를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워마드
미러링?

연세대도 몰카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워마드에 연세대에 몰카를 설치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것. 

서울 서대문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워마드에 ‘연세대 몰카 후드남’ 등의 문구가 들어간 제목의 게시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바로 다음날 고발장을 접수했고, 경찰은 음란물 유포 혐의로 내사에 착수했다.

연세대 총학 비대위 SNS에는 “8월13일 연세대 한 학우가 총학생회 페이스북 메시지로 워마드라는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의 캡처본을 보내왔다. 해당 게시글은 제목을 제외한 모든 내용이 ‘*’ 처리돼 직접 확인할 수 없었으나 제목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연세 학우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 수사기관에 의뢰하기로 했다”고 올라왔다.

워마드발 남성 몰카 파문에 고려대도 자유롭지 못했다. 앞서 지난 5월 워마드에 고려대 남자화장실에서 찍힌 것으로 보이는 불법촬영 사진이 유포됐다. 고대 총학생회는 SNS를 통해 “금일 워마드에 고려대 캠퍼스 내 화장실서 촬영된 몰래카메라 영상(사진)이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총학은 “성별을 불문하고 몰래카메라 촬영 및 유포는 중대한 범죄 행위로 미러링이란 목적으로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 저희의 입장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평등센터 등 교내 관련기관과 협조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학내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가 설치돼있는지 전수조사 한다는 방침이다.

고대에서는 여성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30대 남성이 현행범으로 잡힌 일도 있었다. 지난 6월 서울 성북경찰서는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B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잡힌 B씨의 휴대폰에는 여성의 하체 일부분이 찍힌 사진 10여장이 저장돼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몰카 설치 가능성을 의심하고 열람실 등에 대한 탐지 작업도 벌였지만 카메라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자신이 고대 졸업생이며 현재 직업 없이 열람실서 취업준비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한양대 역시 워마드의 표적이 됐다. 앞서 5월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총학생회는 SNS를 통해 “5월10일 오전 10시25분01초.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워마드에 ‘어제자 한양대 ㅇㄹㅋ캠 남자화장실 나사몰카 올린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업로드됐다. 

학생인권위원회는 “해당 사건에 대해 5월12일 오후 6시50분경 제보를 받았고 오후 7시경 안산 상록경찰서에 문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총학은 해당 사건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했고 상록경찰서에 협조 공문을 보내 캠퍼스 내 위치한 모든 공공 화장실을 대상으로 몰카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학교 모든 구성원들의 안전과 권리를 위해 가해자를 찾아낼 것”이라며 “해당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국대에는 몰카 ‘망령’까지 등장했다. 학교서 찍힌 몰카 동영상 두 개가 12년 만에 다수의 음란사이트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동국대 총여학생회는 해당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고 자체 조사를 벌여왔다. 총여학생회는 도입부에 학교 건물 외관이 또렷이 노출돼있고, 제목에 동국대가 적혀 있다는 점을 들어 이 영상이 학내 화장실서 몰래 촬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영상이 2006년 온라인상에 한차례 퍼졌던 동영상과 동일한 영상인 것도 파악됐다. 원정 총여학생회장은 “처음 유포 당시에는 디지털 성범죄가 본격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라 제대로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로 인해 동영상에 촬영된 피해자 다수가 현재까지도 자신이 몰카에 찍혔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설명했다.

동국대에선 몰카 의심 사건도 일어났다. 동국대 서울캠퍼스서 한 남학생이 여자화장실서 나오다 붙잡힌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달 13일 동국대와 관할경찰서에 따르면 이 남학생은 현재 한 단과대 학생회 간부로 활동하고 있는 C군이다. 

그는 지난달 6일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이 대학 사범대 건물 1층 여자화장실서 나오다 마침 이곳 도서관서 공부를 하고 귀가하던 체육교육과 한 남학생에게 붙잡혔다.

체육교육과 남학생은 C군에게 인적사항과 여자화장실서 나온 경위를 묻고 ‘캠퍼스 폴리스’에 바로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캠퍼스 폴리스는 사건현장 내부에 몰카 설치여부 등을 확인했다. 다행히 몰카는 설치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C군은 사건 발생 이후 SNS 등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당시 지인들과 충무로서 과음을 하고 집에 귀가하는 과정서 술을 깨기 위해 학생회실로 향했고 만취 상태서 학교로 올라가던 중 구토가 나 학림관 1층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장실서 나왔을 때 한 학우가 붙잡고 여자화장실서 나온 경위를 물었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서 소속과 이름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면서 자리를 나왔다”고 해명했다.

학생들은
불안 떨어

한국해양대에선 고교생이 도서관 여자화장실서 몰래 촬영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불거졌다. 부산영도경찰서에 따르면 D군은 지난 4월 해양대 도서관 여자화장실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한 여대생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여대생은 화장실 안에서 우연히 위를 올려다보다 카메라를 발견하고 소리친 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D군은 범행 직후 사진을 삭제하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여학생들이 화장실 앞에 설치된 CCTV를 근거로 추궁하자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D군은 경찰 조사에서 “시험기간에 대학 도서관으로 공부하러 갔다가 여성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고 진술했다. 

해양대는 사건 발생 후 몰카 범죄가 발생할 경우 경찰 신고를 당부하는 경고문을 부착했다.

졸업생·고교생이 찍기도
아무나 들어갈 수 있어서?

전남대 예술대학원서 누드모델 몰카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5월 광주북부경찰서는 전남대 예술대학원 모델수업 과정서 누드모델을 몰래 촬영하거나 강제로 만졌다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지난 3월 말부터 5월까지 전남대 모델수업에 참여한 누드모델 E씨는 ‘나는 누드모델입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수업 중 대학원생으로부터 몰카와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3월28일 오후 2∼5시 진행한 대학원 수업서 대학원생 F씨가 동영상을 찍었고, 그 동영상에 저의 나체가 찍혀있다고 몇몇 대학원생이 제보해줬다”며 “F씨에게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고, F씨는 화를 내면서 영상을 지웠다. 이 과정서 지도교수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5월9일 대학원 수업서 F씨가 또 다시 저를 불러 사진 한 번만 찍으면 안 되냐고 물어와 당황스러움을 넘어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수업시간 중 포즈를 취하고 있던 저의 몸을 자신이 원하는 포즈로 바꾸기 위해 다가와 몸을 만졌다”고 주장했다.
 

경찰조사 결과 F씨는 60대 여성 대학원생으로 밝혀졌다. 전남대는 “E씨가 F씨로부터 대면사과와 사과문을 받고 대자보를 자체 수거했다”고 밝혔다. F씨는 “나이 먹어 그림에 욕심을 부리다 피해자께 큰 실수를 범해 송구하다”며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E씨에게 직접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 예술대학장과 부학장도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앞서 홍익대학교서 전남대 사건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 5월 워마드 게시판에는 홍대 회화과 크로키 수업 중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홍대와 학생회는 당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백을 유도했지만 사진을 촬영하고 게시한 당사자가 나타나지 않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조사 결과 사진을 유출한 것은 현장에 있던 동료 모델 G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G씨는 경찰 조사 과정서 쉬는 시간에 휴식 공간을 사용하는 문제를 두고 피해자와 다툼을 벌여 이 같은 행동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서 몰카 문제가 자주 불거지는 이유로는 높은 접근성을 꼽는다. 대학은 외부인이 들어가도 알아볼 수 없고 제재를 가할 근거도 없다. 도서관의 경우 졸업생도 사용이 가능하다. 실제 고대 도서관 몰카 사건을 보면 졸업생인 가해자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도서관을 이용했다.

한편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은 여성들이 거리로 나오는 데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 집회에 나온 여성들은 검찰과 경찰이 홍대 사건에 대해 ‘불평등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몰카 편파수사 규탄 집회는 대규모 여성 집회로 발전, 여성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대 사건은
1심서 실형

지난달 1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이은희 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구속 기소된 G씨에게 징역 10개월,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인격적 피해를 줬고 사진 유포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처벌이 필요하다”며 “남성혐오 사이트에 피해자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게 해 심각한 확대 재생산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G씨와 검찰은 현재 모두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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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