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자산신탁 ‘이상한 약관’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9.10 11:22:43
  • 호수 11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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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인 척…갑질보다 더한 ‘슈퍼 을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갑질보다 더한 을(乙)질이다. 한국자산신탁(이하 한자신)은 계약서상 을이지만, 고객에 갑질한 의혹이 제기됐다. 한자신 신탁계약서는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정한 불공정한 약관 조항 유형의 대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위탁자(고객)와 맺은 한자신(사업자)의 신탁계약서는 약관 형식으로 관리된 것으로 확인된다.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사업자)가 다수의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의미한다.

을은 을이 
아니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한자신의 신탁계약서 견본 2부(분양형·차입형), 한자신이 고객들과 체결한 11건(분양형 6건·차입형 5건)의 신탁계약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 견본과 실제 고객들과 체결한 계약서가 모두 같은 형식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자신 역시 “신탁계약서가 자사에서 만든 표준계약서”라고 인정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11개의 신탁계약서는 다음과 같다.

▲분양형 신탁계약서 = 충북 청주시 강서동 주상복합 신축사업·춘천 효자동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사업·전라북도 익산시 창인동 1가 주상복합 신축사업·제주 성산 디아일랜드 마리나 신축사업·대구 두산동 87-6 오피스텔 신축사업·인천 구월동 주상복합 신축사업. 


▲차입형 신탁계약서 = 오산시 원동 복합빌딩 개발사업·수원 호매실지구 오피스텔 신축사업·대구 수성구 두산동 13번지 오피스텔 신축사업·경남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 391-9번지·충청남도 보령시 명천동 516-6일원 공동주택 신축사업 등이다. 

한자신 신탁계약서 11개 입수 분석 
불공정 의심되는 조항들 다수 포착

한자신의 신탁계약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불공정한 약관 조항 유형의 대표 사례로 보였다. 11개의 한자신 신탁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한자신은 불가역적인 면책 조항으로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해온 사실이 곳곳서 발견됐다. 다음은 ‘충북 청주시 강서동 주상복합 신축사업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서’ 조항들이다.

▲특약사항 제27조(면책조항) = ①을(乙-한자신)이 본 사업을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 처리하는 모든 업무 및 그 결과는 갑(甲-위탁자·고객)에게 귀속’되고, 이에 대해 갑은 ‘일체의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 ②본 사업과 관련해 을의 귀책사유가 아닌 사유로 을이 부담하는 비용 또는 을에게 손해배상(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귀책사유가 있는 갑 또는 병(丙-시공사)이 이를 부담하지 아니할 경우 을은 부담비용 또는 손해배상 상당액을 신탁재산서 우선 충당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하여 수익자는 '일체 이의를 제기치 아니한다.'

▲특약사항 제28조(시공사의 부도, 파산 등) = ① … 을이 판단하는 경우 병은 건축물의 공사를 중지하고, 그 현장을 을과 협의해 지정하는 자에게 즉시 명도해야 한다. 이 경우 을은 공사도급계약을 해지, 해제하고 예정 가격 및 계약 조건을 제시, 을의 내부규정서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따라 시공사를 재선정할 수 있다. 갑, 병, 정(丁-금융기관)은 이에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⑥본조에 의한 공사도급계약의 해지, 시공사 변경 및 그에 따른 사업비의 증가 등 본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을이 행한 일체의 행위 및 그 결과(공사비 정산 포함)에 대하여 갑, 병, 정은 '을에게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특약 못들어”
 위탁자 주장 

▲특약사항 제30조(우선적용 등) = ①신탁계약 본문과 특약사항은 상호보완의 효력을 가지되, 계약 내용이 상충되는 경우에는 '특약사항이 신탁계약 본문에 우선해 적용된다.' ②본 신탁계약의 내용은 법령에 위배되지 않으며, 을에게 효력을 가지는 법원의 재판, 행정기관의 행정처분이나 신탁감독기관의 관련 지침과 지도 등에 위배되지 않도록 (변경) 처리될 수 있음을 '갑, 병, 정은 이해하고 보장한다.' 


▲특약사항 제36조(기타) = ①어떠한 원인에든지 본 신탁계약의 일부 용어 약정 조건, 또는 규정이 불법이거나 무효이거나 집행 불가능하더라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본 신탁계약의 나머지 조항은 유효하고 집행 가능하며 완전한 효력을 갖는다.

▲약관 제31조(관할법원) = ①신탁계약으로 인한 다툼이 발생해 소송이 필요한 경우에는 을의 본점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으로 한다.

‘충북 청주시 강서동 주상복합 신축사업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서’ 외 나머지 10개의 신탁계약서에도 사업시행자의 권한·시공사 부도 파산·면책조항·우선적용·관할법원 등 동일한 내용들이 나타났다. 각 조항의 순번이나 표기에 있어서 상이함만 있을 뿐 10개의 신탁계약서의 내용은 똑같다. 

신탁계약서만 본다면 ‘갑’인 고객(위탁자)은 ‘을’인 한자신에게 그 어떤 이의도 제기할 수 없도록 돼있다. 이 때문에 한자신의 신탁계약서가 공정위서 정한 불공정한 약관 조항 유형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을이 전혀 을이 아니다. 한자신 신탁계약서에 나온 특약사항이 모두 불공정한 약관 조항들인 것 같다. 하나 같이 사업자인 한자신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한다”며 “‘갑(고객)은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등의 표현이 많은데, 사업자 측의 고의·중대한 과실에 대한 법률상 책임을 회피하는 조항들”이라고 진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한 약관조항의 유형으로 크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조항 ▲부당한 면책 조항 ▲부당한 계약의 해제·해지 조항 ▲고객의 권익을 침해하는 조항 ▲부당한 채무이행 조항 ▲과중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조항 ▲부당하게 의사표시를 의제하는 조항 ▲부당한 소제기 금지나 재판관할 합의 조항 등으로 나누고 있다. 

어떻게 한자신은 신탁계약을 맺으면서도 수십년간 별탈이 없었던 걸까. 비밀은 특약사항에 있다. 법조계에선 한자신이 약관에 해당되는 일방적 조항을 모두 특약사항에 포함시켜 약관규제법을 교묘히 피해갔다고 지적했다.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에 따르면 사업자가 그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작성, 거래에 사용하는 것을 방지한다.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규제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 생활을 균형 있게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금감원 위반 지적
공정위 심사 중 

변호사는 “한자신 특약사항이 약관에 들어갔다면, 약관규제법에 따라 모두 규제를 받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걸 개인과 개인의 계약인 특약사항으로 돌림으로써, 약관규제법을 우회적으로 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11개의 신탁계약서가 동일하다. 이름만 특약이지 약관이나 마찬가지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자신의 모든 신탁계약서에는 ‘특약사항이 신탁계약 본문보다 우선한다’고 돼있다. 이 때문에 한자신은 해마다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한자신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신탁사업과 관련해 105건이 피소돼 송사가 진행 중이다. 대부분 위탁자들로부터 피소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금융감독원도 한자신이 위탁자들에 대한 선관주의·충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대구 수성구 두산동 13번지 오피스텔 신축사업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맺은 위탁자 정모씨는 “한자신이 신탁계약법을 위반했다”(본지 1160호 ‘한국자산신탁 이상한 영업’참조)며 금감원에 진정서를 넣은 바 있다.

지난 6월 금감원의 답변서를 요약하면 ‘한자신이 신탁법 제32조 선관주의 의무와 제33조 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신탁사는 시공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할 선관주의·충실 의무가 있다. 금감원은 한자신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위탁자들의 신탁재산에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특약으로 약관규제법 교묘히 피했나 

하지만 금감원은 한자신이 신탁계약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바로 특약사항 때문이다. 금감원은 신탁계약서에 있는 특약사항 제19조1항, 제22조6항을 내세워 신탁계약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약사항 제22조는 시공사의 부도, 파산 등과 관련된 조항으로 6항에는 ‘을이 행한 일체의 행위 및 그 결과에 대해 갑, 병 및 정은 을에 에게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한자신이 약관의 성격을 띠고 있는 특약으로 수십년간 선관주의·충실 의무를 합법적으로 피해갔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한자신이 특약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금융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신탁사는 특약 사항에 대해 위탁자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만약에 이런 설명 없이 사인만 했다면 이 계약은 무효”라고 했다.

그럼에도 복수의 위탁자들은 신탁계약서 작성할 당시 한자신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자신과 춘천 효자동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사업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한 김모씨는 “한자신 본사에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는데, 당시 특약에 관련해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확인을 제대로 안 한 우리도 잘못이지만, 금융기관과 계약할 때 누가 일일이 약관을 다 읽어보느냐. 읽더라도 우리가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민원을 청구한 정씨도 “한자신과 특약 사항을 조정하거나 협의하지 않았다. 한자신만 믿고 신탁계약서에 도장만 찍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위탁자 A씨도 “한자신에게 계약서와 관련해 그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자신 신탁계약서는 현재 공정위에 불공정약관 심사가 청구된 상태다. 공정위 측은 특약(개별 약정)이 약관법 4조에 의한 건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약관법 4조에 따라 특약이 약관을 우선한다. 특약이 약관법 4조에 의해 당사자 간 양해로 이뤄졌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답했다.

한자신은 위탁자와 정당하게 이루어진 계약이라는 입장이다. 

“정당한 계약”
 당당한 한자신

회사 관계자는 “신탁계약서는 표준계약서(약관)다. 특약도 큰 틀에서는 같지만, 위탁자와 협의해서 이루어진 정당한 계약”이라며 “위탁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으며, 법인 대 법인의 계약인데 그걸 읽어보지도 않고 계약했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신탁계약서가 공정위서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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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