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 60일 성적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9.03 14:06:51
  • 호수 1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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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놓치고 노회찬만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빈 수레가 요란했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성적표다. 가장 큰 목표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별건 수사로 정의당 노회찬 의원만 죽음으로 내몰았다. 특검 사상 최초로 수사 기간 연장까지 포기했다. 일각에선 의혹만 남기고 면죄부만 줬다고 지적했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감 조작 범행 횟수가 1억 차례 가까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허익범(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7일 이 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의 주범 드루킹 김모(49)씨와 그가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댓글 조작 범행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명암 엇갈린 
60일간 기록

특검팀에 따르면 드루킹은 지난 2016년 여름 한 정당 선거관계자로부터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댓글 작성 기계 200대를 구입, 운영해 효과를 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듣고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드루킹은 지난 2016년 10월부터 이른바 ‘킹크랩’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했고, 다음달 초기 버전을 구현했다. 이후 드루킹은 그가 이끈 경공모 회원들과 함께 지난 2016년 12월부터 실제 댓글 조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이 파악한 드루킹 일당의 범행 시기는 지난 2016년 12월4일부터 지난 3월21일까지다. 드루킹 일당은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해 총 8만1623개의 네이버·다음·네이트 뉴스 기사의 댓글 141만643개에 대해 총 9971만1788회의 공감·비공감 클릭 버튼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검찰과 특검팀이 기소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횟수는 약 1300만회 수준이었다. 지난 6월27일부터 수사를 개시한 특검팀은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드루킹 일당의 총 범행 횟수를 특정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을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기소 대상자로는 드루킹과 둘리 우모씨, 솔본아르타 양모씨, 서유기 박모씨, 초뽀 김모씨와 트렐로 강모씨, 파로스 김모씨와 성원 김모씨와 아보카 도모 변호사 등 총 9명이다.

기사 댓글 클릭 조작 1억 차례 달해 
김경수 범행에 대부분 공모한 혐의 

하지만 수사의 핵심이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수사 실패와 별건 수사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자초해 ‘빈손 특검’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허 특검은 지난 6월7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고 20일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6월27일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개시 이튿날 드루킹과 공범 4명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압수수색하고, 도·윤 변호사를 입건하며 수사 신호탄을 쐈다.

특검팀이 경기 파주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 현장조사에서 휴대전화 21대, 유심카드 53개를 확보하면서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검팀은 경공모 창고를 압수수색하며 새로운 증거물 확보에 집중했다.
 

특검팀은 7월17일 드루킹의 측근이자 오사카 총영사 인사청탁의 당사자로 알려진 도 변호사를 긴급체포하면서 첫 강제 신병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이후 잇따라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특검의 1차 위기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관련 수사에서 시작됐다. 이 과정서 특검은 언론을 통해 노 의원이 드루킹 일당에게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흘렸다. 수사 압박이 임박하자 노 의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치권과 여론이 들끓었다. 내심 수사성과를 기대해온 부분서 벽에 부딪혔고, 별건수사 논란까지 불거지며 특검팀은 크게 위축됐다.

기존의 의혹들
사실 다르기도

노 의원의 죽음으로 주춤했던 특검은 곧이어 드루킹 공범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수사 재정비에 나섰다. 7월 말에는 김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관사와 국회 의원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및 선거법위반 피의자로 입건하고 8월6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38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드루킹과 대질신문을 진행하는 등 김 지사 혐의 입증에 사활을 걸었다. 

김 지사가 2016년 가을 드루킹이 운영하는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2층 강의장서 킹크랩 초기 버전 시연을 본 뒤 댓글조작 작업을 승인·지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드루킹이 ‘킹크랩 시연회’에 대한 일부 진술을 번복하며 수사가 주춤했고, 법원은 김 지사가 댓글조작에 가담했거나 공모한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김 지사에게 드루킹을 직접 소개한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청탁한 도모 변호사를 직접 만난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하지만 이미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수사 동력을 잃은 상황서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뚜렷한 혐의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더불어 드루킹 특검수사는 사상 처음으로 연장 수사 없이 종료했다. 역대 13번의 특검 중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한 최초의 특검으로 기록됐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밝히지 못하거나,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의 동력을 잃었다. 

부실한 수사?
면죄부 지적도

박상융 특별검사보는 “진상 및 수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특검은 굳이 더 이상의 조사나 수사가 적절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 수사 기한 승인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용두사미로 끝난 드루킹 특검을 두고, 현 정권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지난해 대통령 선거 전부터 댓글조작을 벌였다는 혐의를 특정하면서도 특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던 경찰의 부실수사와 청와대의 사건 연루 의혹 등에서 불법행위가 없다는 결론을 내놨기 때문이다.
 

최득신 특검보는 “제가 경찰이었더라도 그 이상 못했을 것이고, 짧은 기간을 감안했을 때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이 될 수 있는지 특검 수사 과정서 체크를 했으나 사법 처리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 수사 과정서도 경찰 부실 수사의 실체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설명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은 경찰이 두 차례나 압수수색했던 드루킹의 경기 파주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 쓰레기더미서 댓글조작에 사용된 휴대전화와 유심칩 케이스 수십 개를 찾아냈다.  


잇단 영장 기각…기소만
특검 사상 첫 연장 포기

이를 토대로 특검팀은 재판서 뒤집기를 별렀다. 특검팀은 김 지사 공소장에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공범임을 적시하고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이익제공의사표시) 혐의를 담았다.

김 지사가 매크로를 활용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작업에 대해 인지했고, 이를 묵인한 것으로 의심했다.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하며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을 인지했고, 이후 드루킹 김씨에게 조작할 기사의 인터넷주소(URL)를 보내는 등 사실상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지사는 킹크랩의 존재를 모른다는 입장이다. 드루킹 측이 댓글 조작을 한다는 것을 경찰 수사 이후 언론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에 드루킹과 주고받은 기사 URL은 선플운동을 요청하는 차원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법정서 양 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다만 드루킹 김씨의 진술 외에 물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혐의 입증에 난관이 예상된다. 현재 구속 기소된 드루킹 등 일당 6명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에 배당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특검팀의 추가 기소에 따라 기존 사건과 병합이 예상된다.

이제 재판으로
치열한 공방 예고


특검법은 특검이 공소제기한 재판을 신속 운영해 1심은 공소제기일 기준 3개월 이내에, 2심 및 3심은 전심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하도록 규정한다. 특검법에 따르면 유무죄 최종 판단이 7개월 안에 결정나지만, 전례에 비춰볼 때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종료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역시 1년을 넘겼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2심이 지난달 24일에야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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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