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가족경영의 이면

아이들 때려도 ‘감싸고 쉬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어린이집 관련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폭염 속에서 7시간 동안 차량에 방치된 4세 아이가 질식사한 사건에 이어 보육교사의 학대로 아이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수많은 어린이집 관련 정책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사건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어린이집 운영의 구조적인 부분을 지적한다.
 

2015년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계기는 그해 1월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이다. 이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가 급식서 남긴 김치를 뱉어내자 아이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CCTV 영상이 공개되자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면서 어린이집 CCTV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교사의 학대

국회는 그해 4월 본회의서 이 사건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어린이집에 반드시 CCTV를 설치해야 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아동학대 의심 사건이 일어나면 CCTV를 확인해 책임을 묻는 일이 늘었다. 강서구서 일어난 사건도 CCTV 확인을 통해 범죄 상황을 잡아냈다.

지난 19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강서구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서 11개월 된 남자아이가 숨진 사건을 조사하던 중 아동학대 정황을 포착하고 보육교사 A씨를 긴급체포했다. CCTV 분석 결과 A씨가 전날(18일) 낮 12시쯤 영아를 엎드리게 한 다음 이불을 씌운 상태에서 온몸으로 올라타 누르는 장면이 확인됐다.


사건 당일 오후 3시30분쯤 어린이집 원장이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지만 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했을 때 아이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기가 잠을 자지 않아 억지로 재우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했다.

피해 영아의 사인은 비구폐색성 질식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구폐색성 질식사는 코나 입이 막혀 숨을 쉬지 못해 숨진 것을 뜻한다. 이 과정서 사건 발생 시간과 119 신고 사이에 3시간의 시차가 발생한 것을 두고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어린이집 원장과 A씨가 쌍둥이 자매 관계인 것으로 드러나자 피해 영아의 사망을 미리 알고도 돌연사 등으로 위장하기 위해 신고를 늦춘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일각에선 가족경영 형태로 운영되는 일부 어린이집의 구조적 문제가 아동에 대한 부실한 관리를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어린이집 운영 주체가 혈연 등 가족으로 구성된 만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고를 하는 등의 행위가 상대적으로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동학대 등 부정행위가 ‘쉬쉬’하고 넘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잇단 폭행사건 또 다른 이유
‘가족이라∼’ 신고의무 걸림돌?

지난해 12월 인천 연수구의 한 가정 어린이집서 원장 B씨가 아이들을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이 확보한 영상에 따르면 B원장은 한 살배기 영아의 머리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두 차례에 걸쳐 강제로 밥을 떠먹였다. 이 영아가 꼼짝달싹하지 못한 상태로 누워 억지로 음식물을 먹다 숨을 헐떡이고 우는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B원장의 이 같은 행위는 상습적이었다. 1세 여자아이가 밥을 넘기지 않고 입안에 물고 있자 손으로 머리를 때려 억지로 밥을 먹게 한 일도 있었다. 2세 아이가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빈방에 홀로 방치한 일도 들통 났다.

아동학대는 B원장서 그치지 않았다. 해당 어린이집서 보육교사로 일하던 B원장의 딸도 아동학대에 가담했다. B원장의 딸은 2세 아이가 정리정돈을 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CCTV 사각지대에 내버려둔 혐의를 받았다. 1세 아이를 때리고 다른 한 아이의 발을 갑자기 잡아당겨 머리를 찧게 하는 일도 했다.

이들 모녀는 만 2세 미만에게는 투약할 수 없는 시럽 형태의 감기약을 먹이면서 “극약처방”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신체·정서적으로 학대를 당한 어린이집 원생은 9명에 달했다. 모녀를 제외한 다른 보육교사들은 이들의 아동학대 행위를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어린이집 교사들은 “어린이집 교사의 경우 취업이나 이직에 원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부당 행위를 봐도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원장과 교사의 관계도 이런데 가족끼리 운영하는 곳이라면 신고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린이집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교사는 물론 초·중·고등학교 선생님, 학원 강사, 의사 등은 직무 수행 과정서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되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가 아동학대 신고의무 제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어린이집 교사들이 이수해야 하는 신고자의무 교육은 허술하다는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들은 매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1회, 1시간 이상만 교육을 받으면 인증이 되는 시스템이라 단순 교육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연이은 어린이집 사고로 국민적 분노가 들끓으면서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서 “최근 어린아이들이 안타깝게 생명을 잃는 사고들이 발생했다”며 “어른들이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니 참으로 답답하다”고 언급했다.

근본부터 고쳐야

이어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과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분들의 불안을 생각하면 정부가 할 말이 없다”며 “각종 현장에서 원인과 미흡한 점이 뭔지 점검하고 세세한 부분도 다듬어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일선서 일하는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매번 같은 대책으로는 어린이집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구조 문제까지 개선 가능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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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