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아교육 대부’ 여직원 성추행 추적

아이들 교재 만든다는 사람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아교육 전문업체 회장이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확인됐다. 유아용 교구와 교재를 제작·판매하고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해당 업체는 여성 직원이 대다수인 ‘여초’ 기업이다. 이 기업서 근무했던 직원들은 “(회장의)사내 성추행 문제는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아가월드 몬테소리(이하 아가월드)는 유아용 교구·교재를 제작·판매하는 기업이다. 교육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구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가지고 노는 일이 많기 때문에 부모의 선택 기준이 까다롭다. 

한 아가월드 지사장은 “저희는 최고급 원목을 사용해 교구를 만들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만, 엄마들 사이에선 ‘아가월드가 최고’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신뢰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 대상
교구 제작업체

1998년 4월, 창립자 이석호 회장은 아가월드를 설립했다. 아가월드 현 임직원, 퇴사한 직원 등 관계자들은 2015년까진 회사 사정이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 아가월드는 우주홀딩스로 사명을 바꾸고 재도약을 노렸지만 실적은 계속 악화됐다. 

아가월드 몬테소리, 까사데이 밤비니 등으로 사명도 연이어 바뀌었다.


‘이석호 회장이 투자를 잘못했다’ ‘다단계에 잘못 걸렸다’ 등 흉흉한 소문이 이어졌다. 소문은 지난해 정점에 달했다. 누군가 익명의 투서로 이 회장과 아가월드를 고발한 것이다. 

‘아가월드 이석호 회장의 법 위반과 성 범죄 고발!!’이라는 제목의 투서는 사건번호, 피고인 등 소송 내용이 담긴 대법원 전자소송 자료와 함께 우편으로 배송됐다.

A4용지 한 장 분량의 투서에는 ▲유아교육 업체 아가월드 이석호 회장의 성추행 판결 ▲고의 부도 사행 행위자 ▲양도세 100억 안 내려고 파산 신청 준비 ▲이석호 회장과 이세종의 부도덕함 ▲급여 체불과 퇴직금 안 주는 회사로 노동부에 유명한 회사 등 5가지 고발 내용이 담겼다.

익명의 투서를 보낸 이는 글 말미에 “이러한 부도덕한 기업주와 그의 2세가 교육 사업을 하면서 고객과 직원들을 속이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이 글을 보냅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저 또한 아가월드(우주홀딩스)의 부도로 50%를 받고 엄청한(난) 손해와 심적인 고통을 받아 병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부디 진실을 널리 알려주세요”라고 덧붙였다.

투서는 입에서 입으로, 메신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카카오톡으로 투서를 받아봤다는 아가월드 전 직원은 “아가월드 본사, 경쟁사는 물론 고객 중에서도 이 투서를 받아본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며 “꽤 여러 군데 퍼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투서의 내용에 대해 숱한 말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회장의 성추행 혐의로 인한 판결은 진위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회장 성추행 관련 투서 돌아
성추행·폭행 혐의 집행유예


투서에는 “이 회장이 성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성치료 교육 40시간’을 선고 받았고, 이외에도 많은 여직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 가정을 파탄시킨 파렴치한”이라고 적혀있다. 

이 회장이 성추행 혐의로 실형 판결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일요시사> 취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이 회장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폭행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회장)이 별다른 죄의식이나 책임감 없이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피해자(A씨)가 허위 고소를 한 것으로 몰아붙임으로써 2차 피해를 야기했다”면서도 “추행의 정도가 아주 심하지는 않고 30년 전 도로운송차량법위반으로 인한 가벼운 1회의 벌금형 외에는 아무런 전과가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 재판부가 선고한 판결에 대해 이 회장 측은 항소하고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회장은 여직원 A씨를 세 차례에 걸쳐 추행했다. 추행 과정서 A씨를 때려 폭행 혐의도 받았다. 첫 추행은 워크숍 일정 중에 일어났다. 

한 아가월드 지사장은 “예전에는 임직원 모두 매년 국내와 해외로 한 번씩 워크숍을 다녀오곤 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경영 악화

2013년 11월 아가월드 임직원들은 경북 청송군의 한 산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사건은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일어났다. 이날 이 회장은 버스 안에서 갑자기 의자에 앉아있는 피해자 A씨의 무릎에 앉아 신체접촉을 했다. 

A씨가 손을 내저으면서 거부의사를 밝히자 마이크로 수차례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4년 1월에도 A씨는 이 회장에게 추행당했다. 이 회장은 회의를 위해 기다리고 있던 A씨에게 갑자기 다가가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했다. 그 다음 달에도 추행은 이어졌다. 그는 식사를 하러 가기 위해 기다리던 A씨에게 다가가 악수하면서 A씨의 몸을 잡아당겨 다른 손으로 등 부분을 더듬었다.

A씨는 회사를 퇴사한 이후 이 회장을 고소했다. 법정서 이 회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외에도 당시 함께 버스에 타고 있던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 이 회장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 회장 측은 “A씨를 아끼고 돌봐준 ○○○ 사장을 이 회장이 쫓아낸 것과 연봉제를 수당제로 변경하는 등 임금 체계 개편 문제로, A씨가 이 회장을 허위 고소하고 모함했다”고 주장했다.

세 번의 추행
법원 전부 인정

그러나 재판부는 증인들의 일관된 진술을 바탕으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증인들은 이 회장이 A씨에게 한 3건의 추행에 대해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했다. 증인들 가운데는 A씨와 회사에서 함께 몇 달 근무하면서 알게 됐을 뿐 별다른 인연이 없는 사람도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도 아닌데 굳이 위증의 위험을 무릅쓰고 A씨를 위해 진술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는 취지다.

반면 이 회장에 유리한 진술을 한 증인들은 당시 회사의 현직 임직원들이었다. 워크숍 당일 버스를 운전한 기사에게 사실확인서를 받은 사람 역시 이 회장과 8년 이상 함께 근무한 사람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들이 이 회장의 영향력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 역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이 회장이 A씨를 추행하고 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가월드 전 직원은 A씨가 전화로 워크숍 당일의 일을 묻자 ‘(이 회장이) 왔다 갔다 하면서, 술 먹고, 무릎에 앉았다가, 머리도 때리고, 거의 와서 앉는 게 아니라 드러눕다가, 사람을 막, 그냥 그랬었지 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어떻게 저럴까…. 무릎에 그냥 앉는 게 아니라 막 뭉개다시피 사람을…머리도 때리고 막…’ 이라고 말했다.

또 2014년 1월 A씨가 회의 전 추행을 당한 사실에 대해 한 증인은 “회장님이 A씨의 볼에 뽀뽀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A씨가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데 그 분(A씨)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분 나쁠 수도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고 증언했다. 

갑자기 무릎에 앉고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
손으로 등 부분 더듬어

한 달 뒤 있던 추행에 대해서도 또 다른 증인은 “회장님이 A씨와 오른손으로 악수하면서 A씨의 몸을 끌어당기고 왼손으로 등을 쓱 쓰다듬듯이 내렸는데 그 장면이 약간 충격이어서 기억이 난다”는 취지로 전했다. 

이후 대법원은 이 회장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회장의 성추행 혐의 실형 판결에 대해 취재하는 과정서 아가월드 본사나 지사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들은 “그런 부분(사내 성추행)만 빼면 회장님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아가월드를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다” “말년에 이런 일로 회자되는 이 회장이 안타깝다”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도 “언젠가는 이런 일이 불거질 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회장이 왜 미투(Me Too)에 걸리지 않는지 의아했다’ ‘한 달에 한 번 회식 때마다 러브샷을 하곤 했는데 몸을 바짝 밀착해야 했다’ ‘꼭 회장실서 단 둘이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집을 사줄 테니 내 애인하면 안 되냐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남편하고 자식이 알게 될까봐 내색도 못했다’ 등의 말이 쏟아졌다.
 

아가월드 관계자는 “이 회장은 현재 경영서 손을 뗀 상태”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회사가 심하게 부침을 겪다가 최근 들어서야 조금씩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잘해보려고 하는데…”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아가월드 관계자는 “(이 회장의 성추행 사건은) 이미 지난 일이고 벌도 다 받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
경험담 쏟아져

하지만 일각에선 이 회장이 여전히 아가월드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 근거로 지난달 말 아가월드 지사 오픈식에 참석한 사실을 들었다. 이 회장은 해당 지사 오픈식서 관계자들과 함께 케이크를 자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아가월드 측은 “친분으로 참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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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