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아교육 대부’ 여직원 성추행 추적

아이들 교재 만든다는 사람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아교육 전문업체 회장이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확인됐다. 유아용 교구와 교재를 제작·판매하고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해당 업체는 여성 직원이 대다수인 ‘여초’ 기업이다. 이 기업서 근무했던 직원들은 “(회장의)사내 성추행 문제는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아가월드 몬테소리(이하 아가월드)는 유아용 교구·교재를 제작·판매하는 기업이다. 교육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구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가지고 노는 일이 많기 때문에 부모의 선택 기준이 까다롭다. 

한 아가월드 지사장은 “저희는 최고급 원목을 사용해 교구를 만들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만, 엄마들 사이에선 ‘아가월드가 최고’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신뢰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 대상
교구 제작업체

1998년 4월, 창립자 이석호 회장은 아가월드를 설립했다. 아가월드 현 임직원, 퇴사한 직원 등 관계자들은 2015년까진 회사 사정이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 아가월드는 우주홀딩스로 사명을 바꾸고 재도약을 노렸지만 실적은 계속 악화됐다. 

아가월드 몬테소리, 까사데이 밤비니 등으로 사명도 연이어 바뀌었다.


‘이석호 회장이 투자를 잘못했다’ ‘다단계에 잘못 걸렸다’ 등 흉흉한 소문이 이어졌다. 소문은 지난해 정점에 달했다. 누군가 익명의 투서로 이 회장과 아가월드를 고발한 것이다. 

‘아가월드 이석호 회장의 법 위반과 성 범죄 고발!!’이라는 제목의 투서는 사건번호, 피고인 등 소송 내용이 담긴 대법원 전자소송 자료와 함께 우편으로 배송됐다.

A4용지 한 장 분량의 투서에는 ▲유아교육 업체 아가월드 이석호 회장의 성추행 판결 ▲고의 부도 사행 행위자 ▲양도세 100억 안 내려고 파산 신청 준비 ▲이석호 회장과 이세종의 부도덕함 ▲급여 체불과 퇴직금 안 주는 회사로 노동부에 유명한 회사 등 5가지 고발 내용이 담겼다.

익명의 투서를 보낸 이는 글 말미에 “이러한 부도덕한 기업주와 그의 2세가 교육 사업을 하면서 고객과 직원들을 속이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이 글을 보냅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저 또한 아가월드(우주홀딩스)의 부도로 50%를 받고 엄청한(난) 손해와 심적인 고통을 받아 병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부디 진실을 널리 알려주세요”라고 덧붙였다.

투서는 입에서 입으로, 메신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카카오톡으로 투서를 받아봤다는 아가월드 전 직원은 “아가월드 본사, 경쟁사는 물론 고객 중에서도 이 투서를 받아본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며 “꽤 여러 군데 퍼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투서의 내용에 대해 숱한 말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회장의 성추행 혐의로 인한 판결은 진위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회장 성추행 관련 투서 돌아
성추행·폭행 혐의 집행유예


투서에는 “이 회장이 성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성치료 교육 40시간’을 선고 받았고, 이외에도 많은 여직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 가정을 파탄시킨 파렴치한”이라고 적혀있다. 

이 회장이 성추행 혐의로 실형 판결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일요시사> 취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이 회장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폭행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회장)이 별다른 죄의식이나 책임감 없이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피해자(A씨)가 허위 고소를 한 것으로 몰아붙임으로써 2차 피해를 야기했다”면서도 “추행의 정도가 아주 심하지는 않고 30년 전 도로운송차량법위반으로 인한 가벼운 1회의 벌금형 외에는 아무런 전과가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 재판부가 선고한 판결에 대해 이 회장 측은 항소하고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회장은 여직원 A씨를 세 차례에 걸쳐 추행했다. 추행 과정서 A씨를 때려 폭행 혐의도 받았다. 첫 추행은 워크숍 일정 중에 일어났다. 

한 아가월드 지사장은 “예전에는 임직원 모두 매년 국내와 해외로 한 번씩 워크숍을 다녀오곤 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경영 악화

2013년 11월 아가월드 임직원들은 경북 청송군의 한 산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사건은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일어났다. 이날 이 회장은 버스 안에서 갑자기 의자에 앉아있는 피해자 A씨의 무릎에 앉아 신체접촉을 했다. 

A씨가 손을 내저으면서 거부의사를 밝히자 마이크로 수차례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4년 1월에도 A씨는 이 회장에게 추행당했다. 이 회장은 회의를 위해 기다리고 있던 A씨에게 갑자기 다가가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했다. 그 다음 달에도 추행은 이어졌다. 그는 식사를 하러 가기 위해 기다리던 A씨에게 다가가 악수하면서 A씨의 몸을 잡아당겨 다른 손으로 등 부분을 더듬었다.

A씨는 회사를 퇴사한 이후 이 회장을 고소했다. 법정서 이 회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외에도 당시 함께 버스에 타고 있던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 이 회장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 회장 측은 “A씨를 아끼고 돌봐준 ○○○ 사장을 이 회장이 쫓아낸 것과 연봉제를 수당제로 변경하는 등 임금 체계 개편 문제로, A씨가 이 회장을 허위 고소하고 모함했다”고 주장했다.

세 번의 추행
법원 전부 인정

그러나 재판부는 증인들의 일관된 진술을 바탕으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증인들은 이 회장이 A씨에게 한 3건의 추행에 대해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했다. 증인들 가운데는 A씨와 회사에서 함께 몇 달 근무하면서 알게 됐을 뿐 별다른 인연이 없는 사람도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도 아닌데 굳이 위증의 위험을 무릅쓰고 A씨를 위해 진술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는 취지다.

반면 이 회장에 유리한 진술을 한 증인들은 당시 회사의 현직 임직원들이었다. 워크숍 당일 버스를 운전한 기사에게 사실확인서를 받은 사람 역시 이 회장과 8년 이상 함께 근무한 사람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들이 이 회장의 영향력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 역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이 회장이 A씨를 추행하고 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가월드 전 직원은 A씨가 전화로 워크숍 당일의 일을 묻자 ‘(이 회장이) 왔다 갔다 하면서, 술 먹고, 무릎에 앉았다가, 머리도 때리고, 거의 와서 앉는 게 아니라 드러눕다가, 사람을 막, 그냥 그랬었지 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어떻게 저럴까…. 무릎에 그냥 앉는 게 아니라 막 뭉개다시피 사람을…머리도 때리고 막…’ 이라고 말했다.

또 2014년 1월 A씨가 회의 전 추행을 당한 사실에 대해 한 증인은 “회장님이 A씨의 볼에 뽀뽀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A씨가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데 그 분(A씨)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분 나쁠 수도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고 증언했다. 

갑자기 무릎에 앉고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
손으로 등 부분 더듬어

한 달 뒤 있던 추행에 대해서도 또 다른 증인은 “회장님이 A씨와 오른손으로 악수하면서 A씨의 몸을 끌어당기고 왼손으로 등을 쓱 쓰다듬듯이 내렸는데 그 장면이 약간 충격이어서 기억이 난다”는 취지로 전했다. 

이후 대법원은 이 회장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회장의 성추행 혐의 실형 판결에 대해 취재하는 과정서 아가월드 본사나 지사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들은 “그런 부분(사내 성추행)만 빼면 회장님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아가월드를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다” “말년에 이런 일로 회자되는 이 회장이 안타깝다”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도 “언젠가는 이런 일이 불거질 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회장이 왜 미투(Me Too)에 걸리지 않는지 의아했다’ ‘한 달에 한 번 회식 때마다 러브샷을 하곤 했는데 몸을 바짝 밀착해야 했다’ ‘꼭 회장실서 단 둘이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집을 사줄 테니 내 애인하면 안 되냐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남편하고 자식이 알게 될까봐 내색도 못했다’ 등의 말이 쏟아졌다.
 

아가월드 관계자는 “이 회장은 현재 경영서 손을 뗀 상태”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회사가 심하게 부침을 겪다가 최근 들어서야 조금씩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잘해보려고 하는데…”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아가월드 관계자는 “(이 회장의 성추행 사건은) 이미 지난 일이고 벌도 다 받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
경험담 쏟아져

하지만 일각에선 이 회장이 여전히 아가월드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 근거로 지난달 말 아가월드 지사 오픈식에 참석한 사실을 들었다. 이 회장은 해당 지사 오픈식서 관계자들과 함께 케이크를 자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아가월드 측은 “친분으로 참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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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