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삼성 2인자’ 이학수 빌딩 미스터리

‘이건희 그림자’ 몰래바이트 뛰었나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한때 ‘이건희 오른팔’로 삼성그룹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전 삼성 전략기획실장).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한동안 두문불출했던 이 고문의 심상치 않은 바깥 행보가 포착됐다. 아무도 모르게 강남 대형빌딩을 샀는데, 이를 두고 제기되는 의문이 한둘이 아니다. ‘이학수 빌딩’은 안 그래도 재계에 이 고문을 둘러싼 요상한 소문들이 돌던 터라 더욱더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영서 물러나 두문불출…심상찮은 바깥행보 포착
일가족 회사 통해 강남 테헤란로 19층 건물 매입

‘삼성 2인자’였던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이 강남 테헤란로에 대형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년 전 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 이 고문은 시세 차익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매입 경로와 시기 등 ‘이학수 빌딩’을 둘러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를 하나하나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이학수는 누구?]

부산상고와 고려대 상과를 나와 1971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이 고문은 1982년 고 이병철 창업주의 비서실 팀장으로 발탁된 후 삼성일가의 절대적 신임을 받아왔다. 1997년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에 오른 후엔 더욱 그랬다.

계열사 사장들은 이 회장에게 보고하기 전 이 고문을 거쳐야 했다. 한때 이 회장의 인감이 이 고문 손에 있었을 정도다. 그룹의 주요 결정권이 그에게 있었다는 뜻이다. 그만큼 이 회장의 신뢰를 받았다는 방증이다.

이 고문은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등 삼성그룹이 위기 때마다 ‘방패막이’가 되기도 했다. 또 1996년 세풍, 2005년 X파일, 2006년 에버랜드CB 등 잇따른 ‘외풍’도 몸소 막아냈다. 이런 과정을 거칠수록 그룹 내에서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하지만 2008년 ‘특검 쓰나미’는 피하지 못했다. 이 고문은 특검에 의해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됐고, ‘삼성 쇄신안’에 따라 그룹 컨트롤타워에서 내려왔다.

[어떤 경로로 매입?]

이 고문은 자신의 명의로 직접 빌딩을 매입하지 않았다. 이 고문과 부인, 자녀 등 일가족이 대주주와 경영진으로 있는 엘앤비인베스트먼트(LNB Investment)란 회사를 통해 사들였다.

화제의 빌딩은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890-6, 890-7번지에 있는 엘앤비타워. 대법원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엘앤비인베스트먼트는 부지를 먼저 매입하고, 이 자리에 엘앤비타워를 세웠다.

땅 주인이 된 것은 2006년 3월. 엘앤비인베스트먼트(당시 다성양행)는 두 필지의 토지를 각각 김모씨와 박모씨로부터 매입, 곧바로 관할구청의 허가를 받아 그해 8월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건물이 완공된 것은 2008년 8월이다. 당초 대치동오피스빌딩에서 현 상호로 바뀌었다.

엘앤비타워는 지하 4층 지상 19층의 상업용 빌딩으로, 대지면적 1222㎡(약 370평)에 연면적 1만3936㎡(약 4223평) 규모다. 현재 이 빌딩은 우리은행(128억원),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37억원) 등으로부터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상태다.

[엘앤비는 어떤 회사?]

이 고문의 땅 매입 사실을 전한 언론들은 대부분 회사명을 L&B인베스트먼트로 표기했다. 그러나 법인등기부와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정확한 사명은 엘앤비인베스트먼트로 확인됐다. 빌딩도 L&B타워가 아닌 엘앤비타워다.

1990년 4월 설립된 이 회사는 사무실 등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체로, 지난 4월 다성양행에서 엘앤비인베스트먼트로 상호가 변경됐다. 다성양행은 수출입품 대행과 물품매도 확약서를 발행한 ‘오퍼상(개인 무역회사)’이었지만, 빌딩을 매입하면서 업종을 임대업체로 전환했다.

설립 당시 자본금은 5000만원에서 수차례의 증자를 거쳐 현재 200억원으로 불어났다. 총자산은 681억원, 총자본은 190억원, 총부채는 491억원로 나타났다. 지난해 매출은 59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4억원, 12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에도 매출 58억원, 영업이익 36억원, 순이익 11억원으로 비슷했다. 직원은 4명이 전부다.

[이학수와 엘앤비 관계?]


그렇다면 이 고문과 엘앤비인베스트먼트는 어떤 관계일까. 이 고문은 부인 백운주씨와 사이에 2남1녀(상훈-상호-상희)를 두고 있는데, 지난 8월 말 기준 이들 5명은 똑같이 엘앤비인베스트먼트 지분을 20%씩 보유하고 있다. 자본금이 2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각자 40억원씩 투자한 셈이다.

정확한 투자 시점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이학수 일가’가 회사 경영에 참여한 시기와 건물 부지 매입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그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백씨는 엘앤비인베스트먼트가 부지를 매입하고 보름 뒤인 2006년 3월 말 이 회사의 이사로 선임됐다. 외동딸 상희씨도 같은날 감사로 등재됐다. 모녀는 2009년 3월 다시 중임돼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과 같은 경로로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재용씨와 이 고문의 인연이다. 둘은 고향이 경남 밀양으로 동향이다. 특히 박씨는 삼성물산·삼성자동차 이사 등을 역임한 ‘삼성맨’출신. 이 고문이 삼성화재 부사장 등으로 있었을 당시 박씨는 삼성생명 부동산사업부장 등을 맡기도 했다.
이 고문의 두 아들은 모두 외국계 증권사에 다니고 있다. 장남 상훈씨는 BoA메릴린치에서, 차남 상호씨는 골드만삭스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익 얼마나 되나?]

이 고문 일가는 엘앤비타워 부지와 건물의 시세차익을 통해 대박을 터뜨리면서 ‘돈방석’에 앉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설교통부 조회 결과 엘앤비타워 부지의 공시지가는 이 고문 일가가 땅을 매입하기 직전인 2006년 1월 단위면적(㎡)당 2110만원에서 지난 1월 2760만원으로 올랐다. 공시지가만 따져도 5년 만에 약 250억원에서 340억원으로 뛴 것이다.

엘앤비인베스트먼트가 공시한 보유 토지의 장부가액은 이보다 많은 410억원이다. 여기에 국세청이 산정한 건물 기준시가(약 250억원)를 더하면 총 600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실거래가로 따지면 이를 훨씬 웃돈다. 엘앤비타워는 건축된 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신축빌딩에 속한다. 위치 또한 대한민국 중심인 강남, 그중에서도 ‘노른자 중 노른자’라 할 수 있는 테헤란로변 요지에 있다. 지하철 2호선이 약 2분 거리(80m)인 최고 상권으로 꼽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일대의 실거래가가 공시지가와 기준시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흥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 추정가는 대략 2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단순 계산상으로 이 고문 일가는 200억원을 투자한 회사를 통해 2000억원의 부동산을 거머쥔 셈이다. 다시 말해 식구 1명당 360억원의 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한 중개인은 “엘앤비타워는 평당 450만원 안팎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매매를 할 경우 토지 및 건물가격과 건축비 등을 합치면 200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며 “얼마 전 이 빌딩과 비슷한 규모의 주변 빌딩이 이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매입 시기 문제없나?]

문제는 이 고문 일가가 빌딩을 매입한 시점이다. 이 고문이 ‘삼성 2인자’시절 별도의 회사를 세워 ‘딴짓(?)’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 고문 등이 엘앤비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빌딩 부지를 매입한 것은 이 고문이 삼성그룹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때다. 이 고문은 땅을 사들인 2006년 3월부터 2008년 6월까지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삼성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을 맡았다.

이 고문 가족들이 엘앤비인베스트먼트 지분을 매입하고 경영에 참여한데 이어 건물을 짓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우연일까. 이 고문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삼성전자 고문을 맡은 것은 2008년 7월. 그리고 한 달 뒤인 8월 엘앤비타워가 완공됐다.

‘관리의 삼성’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내부 관리에 철두철미한 삼성그룹은 임직원의 겸직이나 외부 투자활동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 고문의 규정 위반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삼성그룹 윤리규정에 따르면 삼성 임직원은 회사 업무와 동일하거나 무관한 별도 개인회사를 설립하거나 투자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이 고문의 빌딩과 관련해 자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대부분 임직원의 겸업·투자를 금지하고 있다”며 “지휘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 회사의 기회를 유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회사의 업무에 전념해야 된다는 당위성을 규범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일선 복귀 무산?]

이 고문은 3년 넘게 이렇다 할 업무를 맡고 있지 않지만 거대한 존재감은 여전하다. 경영 전면에서 물러난 뒤에도 항상 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 회장이 가는 곳엔 항상 이 고문이 먼저 나타난다.

이 고문은 이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인물인 만큼 퇴진 후에도 삼성그룹과 이 회장 사이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고문이 연말 쯤 경영일선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만약 ‘이학수 빌딩’논란이 확대될 경우 이 고문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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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