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제들 ‘의문의 죽음’ 추적

한 교구서만 셋… 30대 신부님이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천 서구 ‘하늘의 문’ 묘원은 고요했다. 덤프트럭 운전사들이 만든 도로의 거친 소음은 묘원에 들어서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해가 잘 드는 곳에 위치한 성직자 묘역에는 선종한 인천교구 소속 사제들이 잠들어 있다. 눈길을 끈 것은 한날한시 사제 서품을 받은 동기 세 신부의 묘역이었다.

인천교구 하늘의 문 묘원은 도로가에 있다. 묘원 근처로 가는 버스는 배차간격이 21분에 달했다. 그나마도 정류장서 30여분을 걸어야 묘원으로 들어가는 샛길이 나왔다. 통행로라고 난 흙길 양옆의 묘역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흙길 끝에 다다르자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나왔다. 그리고 그 너머로 성직자 묘역이 보였다.

성직자 묘역
세 명의 동기

하늘의 문 묘원 관리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인천교구 소속 사제들은 선종(가톨릭서 사용하는 죽음의 표현)하면 모두 이곳에 안장된다. 성직자 묘역은 깨끗했다. 작은 꽃 화분이 묘비 양옆에 놓여 있고 잡초는 말끔하게 관리된 상태였다. 

사제의 이름과 세례명, 삶의 시간, 사제 서품 날짜, 한 구절의 말을 새긴 묘비 역시 잘 닦여 있었다.

두 줄로 나란히 조성된 묘역 중 앞줄에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선종한 사제들이 묻혀 있다. 2016년 5월30일 선종한 인천교구 2대 교구장인 최기산 주교의 묘역도 앞줄에 위치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젊은 나이에 선종한 사제들의 묘역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같은 날 사제 서품을 받은 A·B·C신부. 2006년 12월8일 서품을 받은 12명의 동기 가운데 이들 세 명은 성직자 묘역에 잠들었다. 세 신부는 모두 35세를 넘기지 못하고 선종했다. A신부는 2009년 11월 사망 당시 30세, 2010년 1월 사망한 B신부는 31세, 2014년 8월 사망한 C신부는 34세였다. 사제 서품을 받은 지는 3년, 4년, 8년 만이다.

세 신부가 사망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들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의 꼬리표는 여전히 끊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사망 원인에 대한 의혹은 인천교구 안팎서 조용하지만 파장을 일으키며 번지는 모양새다.

같은 기수서 3명 사망
2명 자살 의혹 불거져

세 신부 가운데 B신부는 선종의 이유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그는 2010년 1월21일 오전 1시30분 급성 심근염으로 서울성모병원서 선종했다. 심근염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심장 근육에 급성 또는 만성으로 염증 세포가 침윤한 상태를 말한다.

한 사제가 B신부에 대해 남긴 포털사이트 글을 보면 그는 병원 입원 당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교구 내 성당에 다니고 있는 한 신자는 “B신부는 체중이 많이 나갔고 체격도 컸다”고 그를 기억했다.

반면 A신부와 C신부는 사망의 원인이 뚜렷하지 않다. 한국 천주교회 사제 인명록이나 언론보도 등을 통해 두 신부가 각각 2009년 11월2일, 2014년 8월2일 사망했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다. 두 신부의 선종 이유를 두고 숱한 말이 오갔다. 이 과정서 두 신부의 사망이 자살로 인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살은 금기
그런데 왜?


인천교구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A신부가 교구청 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며 “워낙 충격적이고 민감한 사건이라 드러내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암암리에 소문이 퍼진 것으로 안다”고 털어놨다.

A신부는 30여명의 신자들과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다녀오고 채 일주일이 안 돼 선종했다. 블로그에 올라온 A신부에 대한 추모글에 따르면 그는 사망 직전 집에 들러 어머니 곁에서 하룻밤을 잔 것으로 파악된다. 

갑작스럽게 전해진 비보에 신자들은 물론 동기 신부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세 신부 가운데 가장 최근에 사망한 C신부 역시 자살 의혹이 있다. 하지만 A신부와 달리 C신부의 경우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일부나마 얻을 수 있었다. C신부의 사건을 조사했던 경찰에 따르면 그는 사망 당일 오전 5시경 인천성모병원 주차장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C신부의 유가족, 친구, 목격자 등을 조사했다. 경찰이 조사한 C신부의 친구는 그가 사망하기 전 보낸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람으로 파악됐다. 

문자메시지에는 “힘들었다, 고맙다, 전화는 마음 약해질까 봐 못했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는 남겼다”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인천교구 홍보실 관계자는 두 신부의 자살 의혹에 대해 “두 사제에 대해서는 ‘심장마비로 인한 선종’으로 돼있다”며 “자살이라는 말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천교구 입장에서는 그렇게(심장마비로)까지만 나와 있기 때문에 더 드릴 말씀은 없다”고 덧붙였다.

30년 이상 성당에 다녔다는 한 천주교 신자는 “자살은 천주교서 가장 금기로 여기는 것 중 하나”라며 “더군다나 사제가 그랬다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실제 천주교에서는 자살을 살인에 버금가는 대죄로 여겨왔다. 이 때문에 중세에는 자살자에 대한 장례미사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자살을 바라보는 천주교의 엄격한 분위기는 현대에 들어서야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자살자 수와 자살률이 급격하게 느는 등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이들에 대한 기도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래서 1983년 개정, 반포된 새 교회법에서는 자살자의 장례미사를 거절하도록 한 원칙을 중지했다.

가족 같은
수품 동기

A·B·C신부가 포함된 해당 기수는 사망한 세 명 외에도 2명은 면직, 1명은 휴양 상태다. 천주교 용어집에 따르면 면직은 ‘사제직을 떠나 더 이상 성무를 집행할 수 없는 상황’을 가리킨다. 

출가자가 다시 속세로 돌아간다는 환속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인천교구에서는 면직이라 칭한다. 휴양은 치료 등의 목적으로 사제 본인이 휴식을 신청하거나 교구장의 명령에 따라 쉬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날 서품을 받은 12명 가운데 정상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신부는 6명에 불과한 셈이다. 

한 인천교구 관계자는 이들에 대해 “폭탄 맞은 기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다른 기수의 상황과 비교해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2000년부터 2017년 사이 서품을 받은 사제들 가운데 선종한 사람은 A·B·C신부뿐이다.

12명 중 6명만 사제 활동
교구 “심장마비로 선종”

동기 신부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천주교 관계자는 “수품 동기는 형제를 넘어 가족에 버금가는 정을 나눈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시사프로그램 <KBS 스페셜>은 ‘영원과 하루 150년 만의 공개 가톨릭 신학교’ 편을 통해 신학생들의 생활을 공개했다.

신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공동생활을 하고 공동체 유지를 위해 군대도 2학년을 마치고 일괄적으로 간다. 군 생활을 더해 사제가 되기까지 10여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셈이다. 하루 일과는 수업과 기도, 미사 등으로 꽉 채워져 있다. 외출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휴대폰 사용도 어렵다.


방송에 따르면 신학교 학생 가운데 서품을 받지 않고 중도 탈락하는 비율이 35% 정도다. 신학생 100명 중 35명은 사제의 길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사제가 되는 과정은 험난하다. 

한 인천교구 관계자는 “사제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유혹을 떨쳐내는 수준이 아니다. 자기 자신, 그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초월해 하느님을 위해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신부들 역시 그 과정을 겪고 사제가 됐을 것”이라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A·B·C신부가 소속된 인천교구는 사제 사망과 관련해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가톨릭프레스>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인천교구의 경우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사망한 사제의 평균 연령이 40대다. 부산이나 광주 등 다른 교구의 평균이 70대 후반인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낮다. 두 번째로 낮은 수원교구(68.3세)와 견줘도 인천교구의 평균이 20년 이상 젊다.

2016년 통계청이 조사한 우리나라 남성 평균 기대수명은 79.3세다. 2009년부터 2015년 사이 사망한 사제들의 평균 연령을 보면 부산, 광주, 대전, 서울, 대구, 수원, 인천교구 모두 그에 못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따져도 인천교구에 이르면 그 연령이 확연하게 떨어진다. 다시 말해 인천교구서 그만큼 젊은 사제들이 많이 죽었다는 뜻이다.

개인 사정?
구조 문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인천교구 소속 사제들의 사망 평균 연령이 다른 교구에 비해 많이 낮다는 것은 쉽게 볼 일이 아니다”라고 운을 떼었다. 그러면서 “수품 동기 가운데 세 명의 사제, 그것도 30대의 젊은 사제들이 사망한 사실은 단순히 개인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며 “인천교구의 구조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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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