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 병역특례 ‘빛과 그림자’

군대 안 가려고 태극마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올해는 스포츠팬들에게 최고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이 연이어 열리기 때문이다. 국가대항전은 국내 리그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그만큼 매번 여러 논란도 덩달아 빚어진다. 그중 하나가 ‘병역특례’ 문제다.
 

지난 2월 강원도 평창 일대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4년마다 열리는 전 세계인의 축제서 한국은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종합순위 7위에 올랐다. 지난 14일에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했다. 우리나라는 18일, 24일, 27일에 스웨덴·멕시코·독일과 조별리그를 치른다.

면제 수단?

8월은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예정돼있다. 아시아의 맹주인 한국은 여러 종목서 금메달을 노린다. 몇몇 종목은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선수 구성에 들어갔다. 최근 선수단 구성 문제를 두고 특정 종목서 논란이 불거졌다. 4년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지난 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회의실서 국가대표팀 코치진 회의를 열고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갈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24명을 확정했다. 눈길을 끈 대목은 오지환(LG·29) 과 박해민(삼성·29)의 발탁 여부였다. 두 선수는 발표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다.

이유는 병역 문제 때문. 두 선수는 올해 29살로, 나이 제한 때문에 상무와 경찰 야구단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들이 군대에 가지 않고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뿐이다. 두 선수는 결과적으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 명단이 발표된 이후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들 포지션에 거론되는 다른 선수의 성적이 더 낫다는 평이 나왔고, 대표팀에 탈락한 선수들에 대한 안타까운 말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두 선수가 병역 혜택을 받기 위해 만 27세인 상무, 경찰야구단의 입대 자격을 놓칠 때까지 버텼다”며 “이들을 위해(?) 야구대표팀이 은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선수 구성 잡음
실력보다 미필자부터 뽑아?

우리나라는 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에게 현역 군 복무 대신 공익근무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병역특례 대상자는 군대에 가는 대신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해당 분야서 2년10개월의 의무종사 기간만 채우면 된다. 
 

시간이 곧 돈이고 젊음이 곧 자산인 스포츠 선수들에게 이보다 더한 ‘당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행 병역법서 규정한 체육 분야 병역특례 대상자는 ▲올림픽서 3위 이상 ▲아시아경기대회서 1위로 입상한 사람이다. 단, 단체종목선수는 한 경기라도 출전해 메달 획득에 기여해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올림픽서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야만 병역특례 자격을 받을 수 있다.


당초 체육 분야 병역특례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 아시아청소년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대상으로 했다. 그러다 1990년부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으로 축소됐다. 야구는 올림픽보다 아시안게임서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아 선수 구성 때마다 잡음이 나온다.

아시안게임서 야구는 일본과 대만만 넘으면 우승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나마 일본도 아마추어 선발팀을 내보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만만 잡으면 우승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아시안게임이 병역특례의 수단으로 비쳐지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서 활약 중인 추신수 선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내면서 군대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그 이후 추신수가 국가대표로 경기에 나서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그는 여러 차례 국가대표 기피 논란이 휩싸였다.

축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특정 축구선수의 병역 문제에 대한 청원글이 다수 올라왔다. “내가 대신 군대에 가겠다”는 의견부터 “해외서 국위선양을 하고 있으니 병역을 면제해 달라”는 말이 나왔다.

해당 선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서 활약 중인 손흥민. 손흥민은 그 어떤 선수보다 병역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소속팀서 골을 자주 넣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저평가 받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해외서도 그의 몸값에 대해 ‘군대 리스크’가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병역 문제가 해결된다면 몸값은 천정부지로 뛸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도 이번 아시안게임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1992년 7월에 태어난 손흥민은 병역법상으로 내년 7월 이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2014년 아시안게임은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출전하지 못했고, 2016년 올림픽에서는 8강 탈락하면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올림픽·아시안게임만 특례 자격
병역 기피…국가대표 기피 논란

손흥민의 병역특례를 두고 국위선양과 형평성 논란이 맞부딪친다. 해외서 크게 활약하고 있는 만큼 병역 면제는 아니더라도 병역 연기 등의 방식으로 편의를 봐줘야 한다는 입장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손흥민만 특혜를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으로 갈린다. 축구서 이 같은 논란은 손흥민이 처음은 아니다.

FC서울 소속 박주영은 2012년 런던올림픽서 홍명보 감독의 부름에 받아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다. 앞서 그는 모나코서 장기체류증을 받아 병역 기피 의혹을 받고 있었다.

2008년 모나코서 10년 이상 장기체류자격을 얻은 박주영은 10년간 군 입대 연기를 허가받았다. 35세 이전에 귀국하면 현역 입대, 36∼37세 사이는 공익근무요원, 38세 이상이면 병역 면제가 가능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박주영의 병역 논란에 불이 붙었다. 박주영은 기자회견을 통해 반드시 현역으로 입대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꼼수’ 논란 등 축구팬들은 물론 대중 사이서도 비난이 빗발쳤다. 


2012년 런던올림픽서 동메달을 따내면서 논란은 가라앉았지만 병역 문제가 선수와 국민에게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번 동계올림픽만 해도 남자 쇼트트랙 계주서 한국이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선수들 군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선수 가운데 김도겸 선수가 병역 특혜 자격을 충족시키기 못한 사실이 드러나자 안타까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단체 종목은 한 경기라도 뛰어야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이전 경기서 뛰지 않은 선수를 종료 4분을 남기고 투입한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동메달이 거의 확정되자 온 국민이 해당 선수의 출전을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만큼 남자 선수들의 군 입대 문제는 민감하다.

폐지? 다양화?

병역 특례 문제는 스포츠계서 자주 등장하는 해묵은 논란이다. 일각에선 병역 특례 자체를 없애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외 다른 국제대회의 국가대표 차출을 꺼리는 선수들이 보이면 그런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한편에서는 병역 특례 방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처럼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터키는 운동선수의 경우 38세까지 군 입대를 연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