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5개월, 그 후…

초대형 이슈에 쥐 죽은 듯 고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올 상반기는 여느 때보다 굵직한 이슈가 많았다. 동계올림픽, 북한 비핵화 이슈를 둘러싼 남·북·미 정상회담, 6·13지방선거 등 대형 이벤트가 6개월 새 치러졌다. 여기에 하나의 사회 현상이 각계각층을 휩쓸었다. ‘미투’ 운동이다. 미국발 허리케인은 올해 1월 한국에 상륙해 대형 태풍으로 발전했다. 이후 5개월, 바람은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지난해 한국 사회는 유례없는 풍파에 휘말렸다. 2016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해를 넘겨서까지 사회를 뒤흔들었다. 누적 인원 1300만명이 넘는 시민이 촛불을 들고 겨울 거리를 누볐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됐다.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파란만장 6개월
대형이벤트 몰려

대통령 탄핵으로 같은 해 5월 장미대선이 치러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재수 끝에 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보궐선거 개념으로 진행된 선거였기에 문 대통령은 인수위 기간 없이 바로 업무에 돌입했다. 정치권, 검찰, 경찰, 재계 등 각계각층서 적폐 청산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숨 가쁘게 지나간 지난해에 이어 2018년 역시 연초부터 다양한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에는 사회를 달군 이슈가 대부분 국내서 비롯됐다면, 올해는 그 범위가 국내외를 넘나들었다.

먼저 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동계올림픽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팽배했지만 남북 단일팀 구성, 북한 고위급 관계자 방남 등 개최 직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뜻밖의 성공을 거뒀다. 


그 여세를 몰아 북한 비핵화 이슈를 둘러싼 남북·한미·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렸다.

이후 6·13지방선거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동계올림픽, 정상회담 등 전 세계인의 눈이 쏠리는 대형 이벤트와 전국 단위 선거가 6개월 새 이어지면서 그 어떤 이슈도 국민들의 관심을 길게 잡아두지 못했다.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남북 관계 개선 모드에 가라앉고, 지방선거가 드루킹 특검, 북미 정상회담 등에 가려진 형국이다.

그 많던 미투는 어떻게 됐을까
가해자 지목 인사들 ‘우수수∼’

그런 와중에 지난 1월부터 꾸준히 관심의 대상이 된 이슈가 있다. 바로 ‘미투(#Me Too)’ 운동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서 처음 시작된 이 운동은 올해 1월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 미투 운동은 대형 이슈 사이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받았다. 성역 없이 각계각층에서 불거진 미투 운동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앞서 미국에선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전 유명 영화제작자의 성추문 사건이 불거졌다. 주인공은 할리우드의 실력자로 알려진 하비 와인스타인. <뉴욕타임즈>는 그가 무려 30여년에 걸쳐 영화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성추행 해왔다고 보도했다.

보도 당일 와인스타인은 “동료들에게 많은 고통을 준 것을 인정하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하나 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가 대표로 있던 와인스타인 컴퍼니 직원들뿐만 아니라 기네스 펠트로, 우마 서먼 등 세계적인 여배우들의 폭로도 이어졌다. 결국 그는 할리우드서 추방됐다.

미국발 허리케인
한국엔 태풍으로

미투 운동의 시초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미국의 흑인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저소득층 지역 젊은 여성 성폭력 생존자들의 치유를 돕기 위해 SNS에 “Me too(미투)”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시작됐다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당시 타라나 버크는 성추행 피해를 고백한 10대 소녀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어 답답해하던 중 ‘미투’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투 운동이 공개 운동 성격을 띠기 시작한 것은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 이후다. 지난해 10월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SNS를 통해 미투 운동을 제안했다. 그는 SNS에 ‘Me 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MeToo)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방법으로 심각성을 알리자고 주장했다.

알리사 밀라노의 제안 이후 24시간 만에 약 50만명이 넘는 사람이 리트윗 방식으로 지지를 표했고 10만명에 육박하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미투 운동은 성폭력 피해자의 용기와 주변 사람들의 공감, 연대가 합쳐져 파괴력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의 미투 운동은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로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서 검사는 지난 1월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2010년 겪은 검찰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서 검사는 이날 인터뷰서 “서울북부지검에서 근무했던 2010년 문제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2010년 한 장례식장서 안태근 전 법무부 감찰국장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하는 등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법무부장관도 같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안 전 감찰국장으로부터 부당한 인사발령도 당했다고 강조했다.

현직 검사의 공개 고발은 법조계는 물론 각계각층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불씨는 문화예술계로 번졌다. 연극계, 문단 등 해당 분야서 거장으로 불리던 인사들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문화예술계는 피해 사실을 고백한 사람의 수가 많고 그 수위 또한 상당했다. 그중 가장 충격을 준 인사는 연극계 거장 이윤택 연출가다.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지난 2월 SNS를 통해 이 연출가와 있던 일을 폭로했다. 김 대표는 10여년 전 지방공연 당시 이 연출가에게 안마를 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서 이 연출가가 바지를 내리고 신체 일부를 주무르라는 등 성적 행위를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 같은 행위가 여자 단원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이뤄졌다고 고발했다.

연극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이 연출가는 김 대표의 폭로 전 연희단거리패, 가마골소극장, 밀양연극촌 예술 감독으로 활발한 활동 중이었다. 연극계 관계자는 물론 대중들이 나서서 이 연출가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그는 김 대표의 고발 이후 5일 만에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진정성 없는 ‘반쪽 사과’ 논란이 불거지면서 오히려 연극계 미투 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이 연출가는 이날 기자회견서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합의에 의한 성관계는 있었지만 폭력적이거나 물리적인 강압을 통한 성폭행은 없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고 공을 법정으로 넘겼다.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 이 연출가의 성폭행으로 임신과 낙태를 했다는 김지현 전 연희단거리패 단원의 고발이 나왔다. 또 이 연출가가 기자회견 전 리허설을 했다는 내부 고발까지 터지면서 그는 사면초가 상태에 처했다. 결국 극단원에 대한 상습적인 강제 추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연출가는 오는 20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가해자 민낯에
대중 분노 폭발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인 고은 시인의 성폭력 의혹도 불거졌다. 안 그래도 ‘문단 내 성추행’ 문제로 전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됐던 문학계는 원로시인의 민낯에 만신창이가 됐다. 고은 시인의 경우는 미투 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계간지 <황해문화> 겨울호에 최영미 시인이 게재한 시 ‘괴물’이 알려지면서 활활 타올랐다.

최 시인의 괴물에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등의 구절이 담겨 있다. 여기서 En에 해당하는 인물이 고은 시인이라는 것. 


류근 시인은 최 시인의 폭로 이후 “고은 시인의 성추행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난 모양”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고은 시인의 행위가 상습적이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예계서도 미투 운동이 크게 불거졌다. 배우 고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등 대중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이 성폭력 가해 의혹을 받고 구설에 휘말렸다. 이들 역시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대학 강단서 교수로 강의를 하던 조민기는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대중을 경악케 했다. 줄지어 불거진 의혹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조민기는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가 공개되고, 학과 남학생들의 증언이 이어지자 결국 지난 3월 경찰 소환을 앞두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조재현은 김기덕 감독과 함께 시사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전락하는 신세에 처했다.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 감독과 조재현 그리고 조씨의 매니저가 여배우를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지난 3개월 간 그 어떤 대응도 하지 않던 김 감독은 3일 <PD수첩> 제작진과 방송서 인터뷰한 여배우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김 감독은 방송 이후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월 상륙…지금은 조용∼
2차 가해 때문? 여성운동 확산?

정치권에 떨어진 미투 폭탄은 그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현직 도지사였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김지은 전 정무비서의 고발로 정치 생명이 끊겼다. 김 전 비서는 방송에 나와 8개월 동안 4번에 걸쳐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비서의 폭로로 안 전 지사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서 경찰 조사를 받는 신세로 추락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려던 정봉주 전 의원 역시 미투 문제로 낙마했다. 한 언론의 단독 보도로 시작된 정 전 의원의 미투 의혹은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정 전 의원은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말하는 시간, 장소에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카드 사용 기록이 나오면서 결국 3월 말 출마 의사를 접었다.

서 검사의 폭로 이후 약 3개월 간 미투 고발은 하루에 한 건 꼴로 터져 나왔다. 특정 인물이 검색어 순위에 올라 있으면 십중팔구 미투 관련일 정도였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은 각 분야의 거장이든 유력 대선후보든 할 것 없이 추풍낙엽처럼 쓸려갔다. 

하지만 최근 태풍은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미투 관련 폭로가 여전히 나오고는 있지만 불과 몇 개월 사이 성량은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대형 이슈가 미투 운동을 잠식했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올림픽 등 대형 이슈가 있던 때에도 미투 운동은 국민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단발성 이슈가 아닌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인식됐기에 관심이 쉽사리 식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최근 미투 운동이 잠잠해진 것을 두고 대형 이슈에 따른 관심 분산보다는 2차 가해가 두려워 다시금 피해자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투 관련 언론보도를 보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근황, 해명 등을 많이 볼 수 있다. 검찰 고발이 이뤄진 사건은 법정 공방의 진행 상황을, 성폭력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의 반박 자료 등이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폭로 이후 2차 가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조민기의 자살 이후 그를 고발했던 피해자들은 ‘죽이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는 등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의혹을 고발한 김 전 비서는 신상이 모조리 털렸다. 김 전 비서를 둘러싼 온갖 근거 없는 소문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또 미투 운동이 남녀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모습도 나타나면서 불이익을 우려한 피해자들이 다시 입을 다물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투 운동이 한창 진행될 무렵 ‘펜스룰’이 유행했다. 문제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성과의 접촉을 아예 차단하자는 움직임이다. 

일부 기업에선 직원 선발 과정서 아예 여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반면 조용해진 미투 운동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도 있다. 폭발력이 줄어든 대신 광범위한 여성 운동으로 정착했다는 시각이다. 최근 혜화역 시위 등 여성의 주최로 진행되는 일련의 행위가 미투 운동의 연장선상이라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 

혜화역 시위는 홍익대 누드모델 사건에 대한 비판에서 촉발돼 ‘몰카 없는 세상’을 외치는 집회로 발전했다. 두 번의 집회에 각각 2만명이 넘는 여성들이 참여했다.

멈출까 확산될까
본질 훼손 우려도

한편 일각에서는 미투 운동의 변질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미투 운동을 표방하며 불거진 일련의 사건이 공방 끝에 다른 진실을 드러내는 경우가 왕왕 있어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정말로 미투 운동이 필요한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이 주변의 연대와 공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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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