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태] ‘떨고 있는’ 대법관 막전막후

양승태만? 다른 법관들은 괜찮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법 농단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청와대와 재판을 두고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에 사회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북미정상회담과 6·13지방선거가 끝나면 이슈의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파괴력은 가늠조차 되질 않는다. <일요시사>가 현재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과 불거지는 대법관 책임론을 살펴봤다.
 

지난달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일부 공개한 문건이 사회 전반을 흔들고 있다. 지난 2월 구성된 특조단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판사 사찰 등에 개입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전·현직 판사들의 업무용 PC서 3만건이 넘는 문서를 확보했다. 이 중 키워드 추출방식으로 한 차례 선별 후 파일 손상과 삭제 등의 이유로 재생이 불가능한 문서를 제외한 나머지 410건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문건 일부에
파장 일파만파

이 중 특조단은 ‘국제인권법 연구회 대응방안’(2016년 3월10일 작성), ‘전교조 법원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2014년 12월3일), ‘현안 관련 말씀자료’(2015년 7월27일) 등 문건의 일부만 공개했다. 

특조단 발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관을 사찰하고 특정 재판을 두고 청와대와 정치적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조단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양 전 대법원장이 임기 초부터 핵심 과제로 지목한 상고법원의 입법을 지목했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정부와 국회 등의 지원이 필요했던 법원행정처가 이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판사를 ‘입단속’하는 한편 청와대와 특정 재판을 놓고 ‘흥정’을 벌였다는 취지다.


극히 일부만 공개된 문건이 가져온 파장은 엄청났다. 국정 농단 사태에 이어 사법 농단이 일어났다고 분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논란이 커지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담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날 김 대법원장은 “심한 충격과 실망감을 느끼셨을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를 인적·물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고 행정처를 대법원 청사 외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의 탈법관화를 추진해 사태 재발을 막겠다는 의도다.

재판거래 의혹 16건 중 대법원 15건
1·2심 승소 노동사건 대법서 뒤집혀

그러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고발 여부는 결정을 유보했다. 김 대법원장은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대법원이 형사조치를 하는 것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의 의견을 종합한 뒤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난의 화살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집중됐다. 사법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자 지난달 1일 양 전 대법원장은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재임 중 법원행정처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지적이 사실이라면 그걸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통감하고 있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판 개입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이나 하급심이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적이 결단코 없다. 하물며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 거래를 하는 것은 꿈도,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해 법관에게 편향된 조치를 하는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도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여론 악화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이후 비난 여론은 더욱 커졌다. 여러 의혹에 대해 속 시원한 해명 대신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가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또 구체적인 답변 없이 억울하다는 입장만 피력한 것에 오히려 검찰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을 한 날 오후 안철상 특조단 단장은 “재판 거래는 실제로 있지 않았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취재진을 만난 자리서 “재판 거래라는 말은 30년 이상 법관으로 재직하며 처음 듣는 말”이라고 전했다. 

안 단장의 발언은 재판 거래 의혹이 과장된 의미로 여론에 전달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조단은 조사 발표 당시에도 법원행정처에서 청와대와의 협상 방안을 검토했다고는 해도 실제 행동에 옮겼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건 작성 자체는 부적절했지만 실제 청와대와 사법부가 재판을 놓고 거래했다는 의혹은 오해라는 뜻을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해당 발언 이후 일각에서는 안 단장이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을 옹호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현 대법원장의 대국민 담화,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특조단 단장의 발언이 연이어 나왔지만 이번 사태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재판거래 의혹 당사자들이 양 전 대법원장을 고발하는 등 사실 확인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조단 발표 이후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청와대와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들이다. 2015년 7월 작성된 현안 관련 말씀자료 문건에는 16개의 판결이 박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협력 사례’로 적시돼있다. 이 중 15개가 대법원 판결이다.

이 자료에는 과거사 정립 5건, 자유민주주의 수호 2건, 국가경제 발전 3건, 노동개혁 4건, 교육개혁 2건 등 총 16건이 박근혜정부 국정 기조에 맞게 선고됐다고 자평하는 내용이 나온다. 대부분 언론의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사건들이다. 

여기에 2015년 11월19일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직접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 전략’ 문건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법 위반 사건 등 3건이 추가로 더 언급돼있다.


문건에 적시된 협력 사례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의 과거사 정립(국가배상 제한 등)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사회적 안정을 고려한 판결(이석기·원세훈·김기종 사건 등) ▲국가경제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판결(통상임금·국공립대학 기성회비 반환·키코 사건 등) ▲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KTX 승무원·정리해고·철도노조 파업 사건 등) ▲교육 개혁에 초석이 될 수 있는 판결(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이다. 이 중 15건이 대법원 사건이다.

국가배상 제한
보수적인 판결

과거사 사건은 국가배상을 최대한 제한하는 방향으로 판결이 나왔다. 2013년 5월 ‘과거사위원회 보고서만 믿고 국가배상을 결정할 수 없다’, 2015년 1월 ‘생활지원금 등 이미 보상금을 받은 피해자에게 추가배상은 못한다’, 2015년 4월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않은 피해자는 배상 안된다’, 2015년 3월 ‘긴급조치 9호 발령은 정치적 행위로 배상 대상이 아니다’ 등의 판결이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동에 따른 국가배상 제한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는 등 반발한 바 있다. 당시 민변 등은 “대법원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에 위헌 결정을 내린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리해고 등 노동 관련 사건은 보수적인 판결이 주를 이뤘다. 특조단 발표 이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KTX 해고승무원 복직 사건에 대해 당시 대법원은 불허 판결을 내렸다. 복직 판결을 내렸던 1, 2심 판결과 180도 달라진 결과다. 

대법원 판결로 KTX 해고승무원들은 4년치 월급에 이자까지 더해 1억원을 토해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한 승무원은 자살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콜텍 정리해고 사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건 등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사건 모두 1, 2심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났지만 하나같이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 됐다.

콜텍 정리해고 사건은 2007년 7월 콜텍 대전공장 폐쇄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전공장의 경영사정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의 경영 사정을 검토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해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체의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심리하라”며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구체적인 판단은 유보한 채였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도 이와 비슷하다.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해직자를 노조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법외노조로 통보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가 소송을 제기했고 1, 2심 판결은 전교조에 합법적 노조 지위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결론 났다. 그러나 2015년 6월 대법원은 사실상 전교조의 합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취지로 결정을 내렸다.

대법관들 1월엔 반발하더니
이번엔 2주 넘게 ‘침묵’ 중

특조단이 지난 5일 추가로 공개한 98건의 문건에는 전교조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 문건에는 대법원 선고서 전교조의 법적 지위가 박탈될 경우 예상되는 반발 세력을 무마할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적시돼있다. 

대법원 판결은 해당 문건이 작성되고 6개월 뒤에 나왔다. 문건이 공개되자 전교조는 “양승태 사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은 원천 무효고, 고용노동부는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난의 화살은 양 전 대법원장에 집중되고 있다.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판결 중 6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국가 배상 관련 2건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사건 ▲통상임금 사건 ▲키코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벌금형 사건 등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의 심리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대법관이 참여한다. 이 경우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다. 일각에선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들도 책임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사법부 신뢰의 근간이 무너진 지금, 대법관들의 자진 사퇴는 법관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일 뿐”이라며 “국민 앞에 사죄하고 사퇴하는 길만이 대한민국 대법원과 사법부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 중 가장 최근 것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법원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 중 7명은 여전히 재임 중이다. 
 

참여연대는 “이 중 8월2일 퇴임하는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과 11월1일 퇴임하는 김소영 대법관 등 재임 중인 대법관들이 현 사태에 대한 책임도 없이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직하는 것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실명을 거론했다. 실명이 거론된 4명의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법원 안팎의 비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물론 대법관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서 입장을 밝힌 것에 반해 대법관들은 조용하다. 지난 1월 추가조사위 조사로 불거진 재판개입 의혹에 대해 단체 성명을 내고 반발했던 때와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대법관들은 지난 1월23일 ‘원세훈 재판개입’ 의혹에 대해 “사건의 중요성까지 고려해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분류하고 대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을 선고했다”며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거래 의혹 판결
대법관 7명 관여?

당시 성명을 낸 대법관 13명 중 7명만이 해당 사건 대법원 판결 심리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 좌담회를 열어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추가조사위 조사 결과가 나온 지 하루 만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특조단 발표 이후 2주가 지났지만 대법관 가운데 누구도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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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