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태] ‘떨고 있는’ 대법관 막전막후

양승태만? 다른 법관들은 괜찮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법 농단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청와대와 재판을 두고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에 사회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북미정상회담과 6·13지방선거가 끝나면 이슈의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파괴력은 가늠조차 되질 않는다. <일요시사>가 현재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과 불거지는 대법관 책임론을 살펴봤다.
 

지난달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일부 공개한 문건이 사회 전반을 흔들고 있다. 지난 2월 구성된 특조단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판사 사찰 등에 개입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전·현직 판사들의 업무용 PC서 3만건이 넘는 문서를 확보했다. 이 중 키워드 추출방식으로 한 차례 선별 후 파일 손상과 삭제 등의 이유로 재생이 불가능한 문서를 제외한 나머지 410건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문건 일부에
파장 일파만파

이 중 특조단은 ‘국제인권법 연구회 대응방안’(2016년 3월10일 작성), ‘전교조 법원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2014년 12월3일), ‘현안 관련 말씀자료’(2015년 7월27일) 등 문건의 일부만 공개했다. 

특조단 발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관을 사찰하고 특정 재판을 두고 청와대와 정치적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조단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양 전 대법원장이 임기 초부터 핵심 과제로 지목한 상고법원의 입법을 지목했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정부와 국회 등의 지원이 필요했던 법원행정처가 이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판사를 ‘입단속’하는 한편 청와대와 특정 재판을 놓고 ‘흥정’을 벌였다는 취지다.


극히 일부만 공개된 문건이 가져온 파장은 엄청났다. 국정 농단 사태에 이어 사법 농단이 일어났다고 분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논란이 커지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담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날 김 대법원장은 “심한 충격과 실망감을 느끼셨을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를 인적·물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고 행정처를 대법원 청사 외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의 탈법관화를 추진해 사태 재발을 막겠다는 의도다.

재판거래 의혹 16건 중 대법원 15건
1·2심 승소 노동사건 대법서 뒤집혀

그러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고발 여부는 결정을 유보했다. 김 대법원장은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대법원이 형사조치를 하는 것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의 의견을 종합한 뒤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난의 화살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집중됐다. 사법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자 지난달 1일 양 전 대법원장은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재임 중 법원행정처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지적이 사실이라면 그걸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통감하고 있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판 개입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이나 하급심이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적이 결단코 없다. 하물며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 거래를 하는 것은 꿈도,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해 법관에게 편향된 조치를 하는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도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여론 악화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이후 비난 여론은 더욱 커졌다. 여러 의혹에 대해 속 시원한 해명 대신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가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또 구체적인 답변 없이 억울하다는 입장만 피력한 것에 오히려 검찰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을 한 날 오후 안철상 특조단 단장은 “재판 거래는 실제로 있지 않았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취재진을 만난 자리서 “재판 거래라는 말은 30년 이상 법관으로 재직하며 처음 듣는 말”이라고 전했다. 

안 단장의 발언은 재판 거래 의혹이 과장된 의미로 여론에 전달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조단은 조사 발표 당시에도 법원행정처에서 청와대와의 협상 방안을 검토했다고는 해도 실제 행동에 옮겼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건 작성 자체는 부적절했지만 실제 청와대와 사법부가 재판을 놓고 거래했다는 의혹은 오해라는 뜻을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해당 발언 이후 일각에서는 안 단장이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을 옹호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현 대법원장의 대국민 담화,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특조단 단장의 발언이 연이어 나왔지만 이번 사태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재판거래 의혹 당사자들이 양 전 대법원장을 고발하는 등 사실 확인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조단 발표 이후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청와대와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들이다. 2015년 7월 작성된 현안 관련 말씀자료 문건에는 16개의 판결이 박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협력 사례’로 적시돼있다. 이 중 15개가 대법원 판결이다.

이 자료에는 과거사 정립 5건, 자유민주주의 수호 2건, 국가경제 발전 3건, 노동개혁 4건, 교육개혁 2건 등 총 16건이 박근혜정부 국정 기조에 맞게 선고됐다고 자평하는 내용이 나온다. 대부분 언론의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사건들이다. 

여기에 2015년 11월19일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직접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 전략’ 문건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법 위반 사건 등 3건이 추가로 더 언급돼있다.


문건에 적시된 협력 사례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의 과거사 정립(국가배상 제한 등)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사회적 안정을 고려한 판결(이석기·원세훈·김기종 사건 등) ▲국가경제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판결(통상임금·국공립대학 기성회비 반환·키코 사건 등) ▲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KTX 승무원·정리해고·철도노조 파업 사건 등) ▲교육 개혁에 초석이 될 수 있는 판결(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이다. 이 중 15건이 대법원 사건이다.

국가배상 제한
보수적인 판결

과거사 사건은 국가배상을 최대한 제한하는 방향으로 판결이 나왔다. 2013년 5월 ‘과거사위원회 보고서만 믿고 국가배상을 결정할 수 없다’, 2015년 1월 ‘생활지원금 등 이미 보상금을 받은 피해자에게 추가배상은 못한다’, 2015년 4월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않은 피해자는 배상 안된다’, 2015년 3월 ‘긴급조치 9호 발령은 정치적 행위로 배상 대상이 아니다’ 등의 판결이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동에 따른 국가배상 제한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는 등 반발한 바 있다. 당시 민변 등은 “대법원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에 위헌 결정을 내린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리해고 등 노동 관련 사건은 보수적인 판결이 주를 이뤘다. 특조단 발표 이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KTX 해고승무원 복직 사건에 대해 당시 대법원은 불허 판결을 내렸다. 복직 판결을 내렸던 1, 2심 판결과 180도 달라진 결과다. 

대법원 판결로 KTX 해고승무원들은 4년치 월급에 이자까지 더해 1억원을 토해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한 승무원은 자살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콜텍 정리해고 사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건 등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사건 모두 1, 2심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났지만 하나같이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 됐다.

콜텍 정리해고 사건은 2007년 7월 콜텍 대전공장 폐쇄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전공장의 경영사정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의 경영 사정을 검토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해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체의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심리하라”며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구체적인 판단은 유보한 채였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도 이와 비슷하다.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해직자를 노조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법외노조로 통보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가 소송을 제기했고 1, 2심 판결은 전교조에 합법적 노조 지위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결론 났다. 그러나 2015년 6월 대법원은 사실상 전교조의 합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취지로 결정을 내렸다.

대법관들 1월엔 반발하더니
이번엔 2주 넘게 ‘침묵’ 중

특조단이 지난 5일 추가로 공개한 98건의 문건에는 전교조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 문건에는 대법원 선고서 전교조의 법적 지위가 박탈될 경우 예상되는 반발 세력을 무마할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적시돼있다. 

대법원 판결은 해당 문건이 작성되고 6개월 뒤에 나왔다. 문건이 공개되자 전교조는 “양승태 사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은 원천 무효고, 고용노동부는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난의 화살은 양 전 대법원장에 집중되고 있다.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판결 중 6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국가 배상 관련 2건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사건 ▲통상임금 사건 ▲키코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벌금형 사건 등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의 심리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대법관이 참여한다. 이 경우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다. 일각에선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들도 책임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사법부 신뢰의 근간이 무너진 지금, 대법관들의 자진 사퇴는 법관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일 뿐”이라며 “국민 앞에 사죄하고 사퇴하는 길만이 대한민국 대법원과 사법부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 중 가장 최근 것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법원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 중 7명은 여전히 재임 중이다. 
 

참여연대는 “이 중 8월2일 퇴임하는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과 11월1일 퇴임하는 김소영 대법관 등 재임 중인 대법관들이 현 사태에 대한 책임도 없이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직하는 것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실명을 거론했다. 실명이 거론된 4명의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법원 안팎의 비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물론 대법관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서 입장을 밝힌 것에 반해 대법관들은 조용하다. 지난 1월 추가조사위 조사로 불거진 재판개입 의혹에 대해 단체 성명을 내고 반발했던 때와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대법관들은 지난 1월23일 ‘원세훈 재판개입’ 의혹에 대해 “사건의 중요성까지 고려해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분류하고 대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을 선고했다”며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거래 의혹 판결
대법관 7명 관여?

당시 성명을 낸 대법관 13명 중 7명만이 해당 사건 대법원 판결 심리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 좌담회를 열어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추가조사위 조사 결과가 나온 지 하루 만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특조단 발표 이후 2주가 지났지만 대법관 가운데 누구도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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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