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태] ‘떨고 있는’ 대법관 막전막후

양승태만? 다른 법관들은 괜찮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법 농단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청와대와 재판을 두고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에 사회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북미정상회담과 6·13지방선거가 끝나면 이슈의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파괴력은 가늠조차 되질 않는다. <일요시사>가 현재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과 불거지는 대법관 책임론을 살펴봤다.
 

지난달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일부 공개한 문건이 사회 전반을 흔들고 있다. 지난 2월 구성된 특조단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판사 사찰 등에 개입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전·현직 판사들의 업무용 PC서 3만건이 넘는 문서를 확보했다. 이 중 키워드 추출방식으로 한 차례 선별 후 파일 손상과 삭제 등의 이유로 재생이 불가능한 문서를 제외한 나머지 410건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문건 일부에
파장 일파만파

이 중 특조단은 ‘국제인권법 연구회 대응방안’(2016년 3월10일 작성), ‘전교조 법원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2014년 12월3일), ‘현안 관련 말씀자료’(2015년 7월27일) 등 문건의 일부만 공개했다. 

특조단 발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관을 사찰하고 특정 재판을 두고 청와대와 정치적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조단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양 전 대법원장이 임기 초부터 핵심 과제로 지목한 상고법원의 입법을 지목했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정부와 국회 등의 지원이 필요했던 법원행정처가 이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판사를 ‘입단속’하는 한편 청와대와 특정 재판을 놓고 ‘흥정’을 벌였다는 취지다.


극히 일부만 공개된 문건이 가져온 파장은 엄청났다. 국정 농단 사태에 이어 사법 농단이 일어났다고 분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논란이 커지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담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날 김 대법원장은 “심한 충격과 실망감을 느끼셨을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를 인적·물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고 행정처를 대법원 청사 외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의 탈법관화를 추진해 사태 재발을 막겠다는 의도다.

재판거래 의혹 16건 중 대법원 15건
1·2심 승소 노동사건 대법서 뒤집혀

그러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고발 여부는 결정을 유보했다. 김 대법원장은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대법원이 형사조치를 하는 것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의 의견을 종합한 뒤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난의 화살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집중됐다. 사법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자 지난달 1일 양 전 대법원장은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재임 중 법원행정처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지적이 사실이라면 그걸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통감하고 있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판 개입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이나 하급심이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적이 결단코 없다. 하물며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 거래를 하는 것은 꿈도,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해 법관에게 편향된 조치를 하는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도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여론 악화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이후 비난 여론은 더욱 커졌다. 여러 의혹에 대해 속 시원한 해명 대신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가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또 구체적인 답변 없이 억울하다는 입장만 피력한 것에 오히려 검찰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을 한 날 오후 안철상 특조단 단장은 “재판 거래는 실제로 있지 않았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취재진을 만난 자리서 “재판 거래라는 말은 30년 이상 법관으로 재직하며 처음 듣는 말”이라고 전했다. 

안 단장의 발언은 재판 거래 의혹이 과장된 의미로 여론에 전달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조단은 조사 발표 당시에도 법원행정처에서 청와대와의 협상 방안을 검토했다고는 해도 실제 행동에 옮겼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건 작성 자체는 부적절했지만 실제 청와대와 사법부가 재판을 놓고 거래했다는 의혹은 오해라는 뜻을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해당 발언 이후 일각에서는 안 단장이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을 옹호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현 대법원장의 대국민 담화,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특조단 단장의 발언이 연이어 나왔지만 이번 사태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재판거래 의혹 당사자들이 양 전 대법원장을 고발하는 등 사실 확인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조단 발표 이후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청와대와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들이다. 2015년 7월 작성된 현안 관련 말씀자료 문건에는 16개의 판결이 박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협력 사례’로 적시돼있다. 이 중 15개가 대법원 판결이다.

이 자료에는 과거사 정립 5건, 자유민주주의 수호 2건, 국가경제 발전 3건, 노동개혁 4건, 교육개혁 2건 등 총 16건이 박근혜정부 국정 기조에 맞게 선고됐다고 자평하는 내용이 나온다. 대부분 언론의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사건들이다. 

여기에 2015년 11월19일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직접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 전략’ 문건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법 위반 사건 등 3건이 추가로 더 언급돼있다.


문건에 적시된 협력 사례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의 과거사 정립(국가배상 제한 등)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사회적 안정을 고려한 판결(이석기·원세훈·김기종 사건 등) ▲국가경제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판결(통상임금·국공립대학 기성회비 반환·키코 사건 등) ▲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KTX 승무원·정리해고·철도노조 파업 사건 등) ▲교육 개혁에 초석이 될 수 있는 판결(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이다. 이 중 15건이 대법원 사건이다.

국가배상 제한
보수적인 판결

과거사 사건은 국가배상을 최대한 제한하는 방향으로 판결이 나왔다. 2013년 5월 ‘과거사위원회 보고서만 믿고 국가배상을 결정할 수 없다’, 2015년 1월 ‘생활지원금 등 이미 보상금을 받은 피해자에게 추가배상은 못한다’, 2015년 4월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않은 피해자는 배상 안된다’, 2015년 3월 ‘긴급조치 9호 발령은 정치적 행위로 배상 대상이 아니다’ 등의 판결이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동에 따른 국가배상 제한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는 등 반발한 바 있다. 당시 민변 등은 “대법원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에 위헌 결정을 내린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리해고 등 노동 관련 사건은 보수적인 판결이 주를 이뤘다. 특조단 발표 이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KTX 해고승무원 복직 사건에 대해 당시 대법원은 불허 판결을 내렸다. 복직 판결을 내렸던 1, 2심 판결과 180도 달라진 결과다. 

대법원 판결로 KTX 해고승무원들은 4년치 월급에 이자까지 더해 1억원을 토해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한 승무원은 자살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콜텍 정리해고 사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건 등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사건 모두 1, 2심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났지만 하나같이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 됐다.

콜텍 정리해고 사건은 2007년 7월 콜텍 대전공장 폐쇄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전공장의 경영사정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의 경영 사정을 검토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해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체의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심리하라”며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구체적인 판단은 유보한 채였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도 이와 비슷하다.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해직자를 노조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법외노조로 통보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가 소송을 제기했고 1, 2심 판결은 전교조에 합법적 노조 지위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결론 났다. 그러나 2015년 6월 대법원은 사실상 전교조의 합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취지로 결정을 내렸다.

대법관들 1월엔 반발하더니
이번엔 2주 넘게 ‘침묵’ 중

특조단이 지난 5일 추가로 공개한 98건의 문건에는 전교조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 문건에는 대법원 선고서 전교조의 법적 지위가 박탈될 경우 예상되는 반발 세력을 무마할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적시돼있다. 

대법원 판결은 해당 문건이 작성되고 6개월 뒤에 나왔다. 문건이 공개되자 전교조는 “양승태 사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은 원천 무효고, 고용노동부는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난의 화살은 양 전 대법원장에 집중되고 있다.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판결 중 6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국가 배상 관련 2건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사건 ▲통상임금 사건 ▲키코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벌금형 사건 등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의 심리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대법관이 참여한다. 이 경우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다. 일각에선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들도 책임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사법부 신뢰의 근간이 무너진 지금, 대법관들의 자진 사퇴는 법관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일 뿐”이라며 “국민 앞에 사죄하고 사퇴하는 길만이 대한민국 대법원과 사법부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판결 중 가장 최근 것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법원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 중 7명은 여전히 재임 중이다. 
 

참여연대는 “이 중 8월2일 퇴임하는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과 11월1일 퇴임하는 김소영 대법관 등 재임 중인 대법관들이 현 사태에 대한 책임도 없이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직하는 것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실명을 거론했다. 실명이 거론된 4명의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법원 안팎의 비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물론 대법관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서 입장을 밝힌 것에 반해 대법관들은 조용하다. 지난 1월 추가조사위 조사로 불거진 재판개입 의혹에 대해 단체 성명을 내고 반발했던 때와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대법관들은 지난 1월23일 ‘원세훈 재판개입’ 의혹에 대해 “사건의 중요성까지 고려해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분류하고 대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을 선고했다”며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거래 의혹 판결
대법관 7명 관여?

당시 성명을 낸 대법관 13명 중 7명만이 해당 사건 대법원 판결 심리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 좌담회를 열어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추가조사위 조사 결과가 나온 지 하루 만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특조단 발표 이후 2주가 지났지만 대법관 가운데 누구도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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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