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스님들의 수난시대

숨겨둔 딸 논란에 뇌물 의혹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오는 22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거리에선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기 위한 연등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불교계의 가장 큰 기념일인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각종 행사가 준비 중이다. 하지만 불교계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큰스님이라고 불리는 지도층서 비위 의혹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 오신 날은 석가모니가 태어난 음력 4월8일을 기념하기 위한 법정 공휴일이다. 대표적인 5월의 휴일로 꼽힌다.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전국 사찰은 각종 행사를 치른다. 신자들도 절을 찾아 가족의 안녕을 기원한다. 대규모 기념행사도 열린다. 지난 12일에는 부처님 오신 날 연등회를 위해 서울 종로구 일대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됐다.

술집 가는 승려

불교는 개신교, 천주교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 종교로 불린다. 2016년 통계청은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를 공개했다. 불교 인구는 개신교(967만 60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761만 9000명이었다. 1985년 인구주택총조사서 종교를 조사한 이후 처음으로 신도수서 불교가 개신교에 역전당했다. 10년 전만 해도 불교 인구는 1000만명을 넘었다. 산술적으로 우리나라 사람 5명 중 1명이 불교 신자였다는 뜻이다.

당시 조사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종교가 없다’고 답한 비율이 2005년 47.1%서 2015년 56.1%로 늘었다는 점이다. 원인으로는 종교에 대한 실망감이 첫손으로 꼽힌다. 도덕성을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종교계서 온갖 비위 의혹이 제기되면서 신자들에게 환멸감을 안겼고, 종교가 없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매력도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불교는 이 같은 지적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최근 MBC <PD수첩>서 조계종 큰스님들의 비위 의혹을 다루면서 망신살이 뻗쳤다. <PD수첩>은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과 교육원장 현응스님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파헤쳤다. 설정스님에 대한 의혹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있던 지난해부터 불거졌지만 여전히 속 시원한 해명은 나오지 않았다.


종교인 점점 줄어
도덕성에 실망감↑

설정스님에 대한 의혹은 ▲학력위조 ▲숨겨진 아내와 딸 ▲사유재산 등 세 가지다. 먼저 학력위조 논란이다. 설정스님은 자필로 쓴 이력서에 자신의 학력을 서울대라고 기재했다. 또 대담집서도 서울대 입학과 대학생활에 대해 상세히 적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설정스님의 속세명인 ‘전득수’는 서울대에 다닌 적이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논란이 불거지자 설정스님은 자신의 이야기가 ‘와전된 것’이라 해명했다. 설정스님은 서울대가 아닌 서울대 부설 방송통신대를 졸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정스님에게 숨겨진 딸과 아내가 있다는 은처자 의혹은 좀 더 뿌리가 깊다. 설정스님이 딸로 의심되는 전○○씨와 친자확인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은처자 의혹 역시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당시 제기된 바 있다. 총무원장에 당선된 설정스님은 유전자 검사 등의 방법으로 진실을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유전자 검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전씨가 성장 과정서 설정스님의 친인척의 집을 전전하며 지낸 사실, 설정스님의 친인척이 수십 차례에 걸쳐 전씨의 통장에 돈을 보낸 사실이 방송을 통해 밝혀졌다.
 

충남 예산에 위치한 한국고건축박물관을 둘러싼 사유재산 은닉 의혹도 불거졌다. 대목장인 설정스님의 형은 수덕사 인근 2만평 토지에 13개동 규모의 박물관을 지었다. 이후 자금난으로 박물관이 강제 경매로 넘어가게 됐을 때 이를 되찾고 가등기를 한 사람이 바로 설정스님이었다. 이 과정서 경매자금의 출처, 차액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

총무원장에 대한 의혹도 모자라 교육원장 현응스님에 대한 의혹도 쏟아졌다. 성추행, 유흥주점 출입 등 승려의 행동라고 하기엔 믿기 힘든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성추행 의혹의 경우 실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또 현응스님이 해인사 주지를 맡고 있을 당시 법인카드 사용 내역서 유흥주점, 1급 호텔 등이 나온 점 등이 충격을 안겼다.


일각에서는 조계종 큰스님들의 비위 의혹보다 이를 바라보는 문제 당사자들의 인식 수준을 지적했다. 조계종은 <PD수첩> 보도 전 방송을 “불교를 파괴하기 위한 시도”로 규정하고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총무원장이나 고위 승려들의 비위 행위에 관한 의혹 제기를 통해 조계종의 투명성 및 도덕성 향상이라는 공익적인 목적을 추구하고자 한 것”이라며 “조계종을 비방하고자 방송하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신청을 기각했다.

큰스님들 의혹 펑펑
제대로 된 해명 못해

비위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승려들의 해명도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모자라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현응스님과 관련해 함께 언급된 해인사의 경우 “방송서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해인사 대중은 애정을 쏟아주신 국민과 불자들께 머리 숙여 마음 깊이 참회의 말씀을 올린다”면서도 “오해할 만한 내용이 있어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한다. MBC 측에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해인사 측은 “과거의 해인사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취득, 공개하면서 ‘해인사 관계자’라는 대역을 내세워 현재도 관람료 수입을 마치 아무런 제약 없이 함부로 사용하는 것처럼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해인사의 참회문을 본 네티즌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밝히지 않았고, 10여년 전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문제 당사자를 제대로 특정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비판을 이어갔다.

종교계 큰 어른으로 불리는 승려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국민 여론은 단단히 뿔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설정스님과 현응스님에 대한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는 청원도 있었다.

청원자는 “조계종 설정 큰스님의 은처자 문제 등 비리를 의혹 없이 파헤쳐 주시고 그의 형제 가족 등과 다른 스님의 비리도 이 기회에 일괄 조사해 주시기를 청원합니다”라며 “의혹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인터뷰 답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들의 눈을 가리려 합니까”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계종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지광스님 문제로도 홍역을 치렀다. 검찰은 당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지광스님을 찾아가 현금을 건네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검찰은 지광스님이 능인선원의 숙원사업인 불교대학원대학교 설립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비난 빗발쳐

조계종은 지난 3월 입장문을 통해 “능인선원 지광스님이 2007년 12월 이 전 대통령 측에 3억원을 건넸다는 사실과 관련해 조계종은 사부대중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종헌종법을 위배한 사실에 대해 엄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