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 농약테러 내막

소주, 사이다 이어 고등어탕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경북 포항서 농약 고등어탕 사건이 일어났다. 상주의 농약 사이다, 청송의 농약 소주 사건에 이어 또다시 발생한 농약 범죄다. 일부 농약은 독성이 강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요시사>가 이번 포항 사건을 중심으로 그동안 일어났던 농약 관련 범죄를 재조명해봤다.
 

최근 경북 포항의 한 마을서 농약 관련 사건이 발생했다. 누군가 마을 주민이 먹을 고등어탕에 농약을 넣은 것. 고등어탕은 지난 20일 저녁 한 주민이 인근지역서 열리는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끓여놓은 것으로, 20여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었다.

범행은 다음날 오전 아침을 준비하던 주민 한 사람이 국에서 이상한 냄새를 맡으면서 탄로 났다. 해당 주민은 고등어탕서 나는 냄새를 수상하게 어겨 맛을 본 후 구토 증세를 보이는 등 곤욕을 치렀다. 다행히 국을 삼키지 않고 뱉어내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대형참사 직전…

경찰은 지난 23일, 살인미수 혐의로 마을 주민 A(68)씨를 구속했다. A씨는 21일 오전 4시40분께 마을 공용시설에 끓여놓은 고등어탕에 농약 20㎖를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탐문수사와 CCTV 분석을 거쳐 21일 오후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최근 마을 부녀회장을 그만둔 뒤 주민들이 모여 음식을 만들 때도 부르지 않자 무시당한다고 생각, 감정이 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 집에 남은 농약과 범행에 사용한 드링크 병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고등어탕에 넣은 농약과 같은 성분인 것을 확인했다.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주민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을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 고등어탕은 매년 호미곶면 10여개 마을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돌문어 수산물 축제를 맞아 지역 노인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었다. 만약 예정대로 노인들이 먹었다면 대형 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20명분 국에 살충제 넣어
미리 맛본 주민 덕에 휴∼

작은 마을서 농약을 이용해 주민들을 해하려한 사건은 포항서만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최근 3년 동안 상주, 청송 등 경북서만 농약 관련 범죄가 세 건이나 발생했다. 이른바 농약 사이다, 농약 소주 사건이다.

2015년 7월14일 상주시 공성면의 한 마을의 마을회관서 사이다를 나눠 마신 여섯 할머니가 쓰러졌다. 사이다에 농약이 들어있던 것이다. 거품을 토하며 쓰러져 있던 할머니들을 이장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으나 두 명은 결국 숨을 거뒀다.

6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의 용의자는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P(82)할머니. 경찰은 P할머니 집 근처에서 뚜껑 없는 박카스 병을 발견한 점, 드링크제에 사이다서 발견된 성분과 같은 살충제가 나온 점 등을 증거로 범행을 추궁했다. 

또 문제의 사이다 병뚜껑으로 사용된 드링크제 뚜껑과 유효기간이 같은 드링크제가 여러 병 발견된 점도 P할머니를 용의자로 지목한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P할머니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P할머니가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할 만한 동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P할머니가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P할머니가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충분히 할 수 있었고 범행 현장에 그 외에 달리 구호조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P할머니는 사건 당시 농약 사이다를 마시고 괴로워하는 피해자들과 1시간 넘게 함께 있으면서 아무런 구호 행위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P할머니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2심서도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P할머니의 범행 동기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묘연했다. 다만 P할머니가 피해자들과 화투 놀이를 하던 중 다툼을 벌였다는 진술이 있었다.

2016년 3월에는 청송 마을회관서 농약이 든 소주를 마신 주민 1명이 죽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당시 경찰은 농약 사이다 사건과 여러모로 유사한 점을 들어 모방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당시 마을회관에는 13명의 주민이 술을 마시거나 화투를 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문제의 소주는 이장인 P모씨가 꺼내왔다. P이장은 H모씨와 소주를 나눠 먹었고, 이후 사달이 났다. 

두 사람은 소주를 반병 정도 마시다가 속이 거북해져 음주를 중단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바늘로 손끝을 따는 등 자가 치료를 했으나 증세가 심해지자 병원으로 이송됐다. P이장은 결국 숨졌다.

3년새 경북서만 3건 일어나
상주 사건은 범인 무기징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두 사람이 마시다 남은 소주와 소주잔서 고독성 농약이 검출됐다. 경찰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소주에 농약이 들어갈 수 없는 만큼 누군가가 고의로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에 돌입했다. 그러나 마을회견 주변에 CCTV가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그 와중에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던 마을 주민이 농약을 마시고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축사 옆에 쓰러져 있던 것을 그의 아내가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숨졌다. 이 주민은 경찰의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기로 한 상태였다.

이후 경찰은 농약 소주 사건의 피의자로 음독해 숨진 주민을 지목했다. 경찰은 그가 숨지기 전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있던 점, 아내의 잦은 마을회관 출입에 불만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점 등을 종합해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조사해왔다. 

그러나 그가 숨진 만큼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소외감 문제

전문가들은 노인 농약범죄의 범행 동기로 대부분 사회적 소외와 개인적 불만을 꼽았다. 소외감과 고립감에 노출된 노년층일수록 극단적인 분노가 표출되는 경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농약 고등어탕 사건과 농약 사이다 사건의 경우 마을 주민들 사이서 느낀 소외감, 갈등이 동기로 지목됐다. 또 농약은 시골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범행도구로 사용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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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