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의 ‘어린이집 죽이기’ 내막

민원 안 들어줬다고 탈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기자= 시험에 떨어지면 원인을 찾기 마련이다. 응시자의 대다수가 합격하는 시험이라면 더욱 그렇다. 불합격한 사람은 답안지를 통해 정답을 확인하려 한다. 이때 답안지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의심은 꼬리를 물어 결국 주최 측의 신뢰도에 상처를 입힐 것이다. 불합격의 이유가 시험 외부에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면 걷잡을 수 없다. 현재 강남구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서울 강남구에는 54개의 구립 어린이집이 있다. 구립 H어린이집도 그 중 하나다. H어린이집은 KC대학교(이하 KC대)가 2015년 5월27일 강남구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문제는 신규 위탁 후 3년마다 진행되는 재위탁 심사에서 H어린이집이 부적격 처분을 받았다는 점이다.

강남구서 20여년간 구립 어린이집을 운영해온 한 원장은 “재위탁 심사에서 떨어진 어린이집은 처음 봤다”고 놀라워했다. 이 소식은 지난 4일, H어린이집 학부모들에게 전해졌다. 학부모들은 위탁 운영 만료 날짜인 5월26일 이후 급변할 보육환경에 우려를 표했다. 9일부터 학부모들의 민원 전화가 강남구청에 쏟아졌다.

재위탁 탈락
놀라운 일

위탁체인 KC대와 H어린이집 A원장은 심사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KC대가 재위탁을 받지 못하도록 심사 과정서 강남구청의 의도적인 방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먼저 문제 삼은 것은 재위탁 심사 서류 제출 기간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체 선정관리 권장 표준안에 따르면 재위탁 심사결정은 계약 만료일 3개월 이전에 이뤄지도록 돼있다. 오는 5월26일에 계약이 만료되는 H어린이집의 경우 2월26일 전에 심사가 진행돼야 했다.


재위탁 심사에는 어린이집 위탁 신청서, 자산 현황에 관한 서류, 등기부등본, 공고일 전일 현재 잔액 증명, 시설운영 기간 동안 실적, 어린이집 운영 계획서 및 예산서 등이 필요하다. H어린이집 A원장이 재위탁 신청 안내 공문을 받은 것은 지난 2월8일 오후 10시경. 

강남구청으로부터 구두로만 서류 준비 요청을 들었던 A원장이 여러 차례 요구한 끝에 받은 공문이다. 

강남구청은 공문서 2월8일 목요일부터 12일 월요일 오후 6시 사이(토·일 공휴일 제외)에 심사 서류를 방문 접수하라고 안내했다. 

KC대 관계자는 “강남구청이 보낸 공문은 8일 밤 10시에 A원장의 개인 메일을 통해 전달됐고, 학교는 다음날인 9일 오전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며 “10∼11일이 주말이어서 학교가 심사 서류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채 이틀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여가지의 서류 중에서도 특히 ‘시설위탁운영 이사회 결의서’는 학교법인 이사회의 결의를 얻어야만 작성 가능한 서류였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내 다른 어린이집과 비교해도 H어린이집에 주어진 서류 준비 기간은 이례적으로 짧았다. 구립 S어린이집과 J어린이집 등은 지난해 재위탁 심사 과정서 접수 마감일로부터 7일 전 신청 안내 공문을 받았다. 2016년에는 접수 마감일로부터 20여일 전에 안내를 받은 어린이집도 있었다.

이틀 만에
서류 준비?


심사 서류 준비 이후 H어린이집 A원장과 KC대는 2월21일 재위탁 심사를 받았다. 심사는 약 10분간 어린이집 원장이 브리핑을 진행하고 이후 10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 사이 보육정책위원회 위원들은 심사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심사항목은 ▲운영체의 시설 운영 및 사업 실적(30점) ▲운영체의 대표 및 원장의 전문성(20점) ▲어린이집 운영계획(35점) ▲운영체의 공신력(10점) ▲운영체의 재정능력(5점) 등이며, 100점 만점에 80점 미만이면 부적격 처리된다.

심사 이후 H어린이집 A원장은 결과를 알기 위해 수차례 강남구청에 연락했지만 결재가 나지 않았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A원장이 부적격 처분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월26일. 그러나 강남구청은 심사 다음날인 22일 홈페이지에 이미 H어린이집 재위탁 부적격 처분에 대한 공고를 게시한 상태였다.

H어린이집 A원장은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부적격 이유를 알려달라고 강남구청에 요구했다. 보건복지부서 발행한 ‘2018년도 보육사업안내’에 따르면 위탁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심사 결과는 공개하도록 돼있다.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관계자 역시 “심사기준과 심사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H어린이집 재위탁 제외 ‘이례적’
강남구청 심사 결과 공개 ‘안돼’

하지만 강남구청은 심사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H어린이집의 재위탁 부적격 처분은 원장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위탁체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남구청 보육지원과 K과장은 “위탁체 관련 점수가 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전체 심사항목 중 위탁체와 관련된 부분은 ▲운영체의 공신력 ▲운영체의 재정능력 등이다. 그 중 운영체의 재정능력은 법인이나 비영리 민간단체일 경우 5억 이상의 자산을 갖췄으면 5점 만점, 단체나 개인의 경우 2억 이상이면 5점을 받을 수 있다. 

KC대는 재정능력에 있어 5점을 받을 만큼의 자산을 갖고 있다. 운영체 관련 점수 15점 중 5점은 이미 확보한 상태서 심사에 들어간 셈이다.

H어린이집 A원장은 “강남구청 보육지원과 관계자가 ‘원장님은 아무 문제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A원장은 2015년 H어린이집 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2번에 걸쳐 강남구청장 상을 수상할 정도로 어린이집 운영에 있어 검증을 받은 상태다.

KC대 관계자 역시 위탁체에 대한 지적에 펄쩍 뛰었다. 그는 “불과 3개월 전 다른 구에서 위탁받아 운영 중인 어린이집이 재위탁 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며 “H어린이집과 해당 어린이집은 동일한 조건으로 운영되는데 왜 H어린이집만 부적격 처분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보육지원과 K과장의 부적절한 심사 관여 의혹 등이 제기됐다. 

KC대 관계자는 “K과장이 재위탁 심사 과정서 우리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며 “이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K과장은 “심사 결과는 보육정책위원회서 결정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K과장은 3월 말 정년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서 퇴사했다. 일각에선 H어린이집 문제로 강남구청과 어린이집 간의 분쟁이 지속되자 ‘꼬리 자르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K과장은 “개인 사생활로 인한 퇴사다.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것”이라며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KC대는 지난 3월 강남구청을 상대로 ‘어린이집 재위탁 부적격 처분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강남구청은 “현재 소송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H어린이집 관련 사항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점수 공개 못해
과장은 퇴사 왜?


KC대 관련 어린이집의 수난은 H어린이집만이 아니다. KC대 학교법인이 위탁받아 운영 중인 P어린이집은 H어린이집보다 앞서 많은 일을 겪었다. 일부 관계자들은 H어린이집의 재위탁 심사 부적격 처분이 P어린이집과 분쟁을 겪은 강남구청의 보복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P어린이집은 1993년 KC대 학교법인이 위탁받아 현재까지 운영 중인 구립 어린이집이다. 2000년 B원장이 부임해 현재까지 원을 이끌고 있다. 그러던 중 2015년 P어린이집의 대체신축이 결정됐다. 20여년가량 된 어린이집 건물이 많이 낡아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2016년 2월 입주를 목표로 신축 공사가 시작됐다.

문제는 어린이집 내부 공사 과정서 불거졌다. 인테리어부터 교재·교구, 안전장치, 주방용품, 시설 설비 등 내부 공사는 B원장의 몫이었다. B원장은 입주 일정을 한 달가량 남기고서야 내부 공사에 돌입했다. 

그해 겨울 혹독한 추위로 외부 공사가 늦어진 탓이었다. B원장은 “입주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업체 선정 기간을 1주일 이상 할 수 없었다”며 “나라장터 공고란에 등록한 후 업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수의계약을 통해 선정된 업체는 3곳. 문제는 세 업체와 계약을 마친 이후 등장한 또 다른 업체다. 해당 업체 P대표는 강남구청 관계자와 함께 공사 현장에 나타났다. 당시 B원장은 P대표를 강남구청 ○○과 P과장의 여동생으로 소개받았다고 한다.

B원장은 “P대표는 자신이 당연히 실내 인테리어의 일부를 공사하는 것으로 알고 찾아왔다”며 “언제 공사를 시작하면 되냐고 추궁하곤 했다”고 말했다. P대표를 떠맡은 것은 세 업체였다. 

P대표는 이들 업체에게서 1000만원 상당의 공사를 받아 수행했다. 친환경 황토타일을 이용한 내부 인테리어 공사였다. P대표의 오빠인 P과장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공사 끝자락에 또 다시 말썽이 일어났다. 마무리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것이다. 2월1일로 예정됐던 입주 날짜는 세 차례 밀린 끝에 2월13일로 결정됐다. B원장은 업체들에 마무리 공사를 재촉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졌다. 
 

업체 측은 ‘잔금 먼저’ P어린이집 측은 ‘공사 먼저’로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러면서 세 업체와 따로 이야기를 나눴던 P대표가 공사 잔금을 받지 못했다며 강남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B원장은 “내부 공사 과정서 P대표와 함께 찾아왔던 강남구청 관계자가 여러 번 전화를 걸어 P대표에게 얼른 돈을 주라고 강요했다”며 “결국 한 업체에 돈을 줘서 처리하게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B원장은 공사를 마무리 하지 못한 두 업체에는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공사가 미흡한 부분은 KC대 학교법인의 지원을 받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P어린이집 2016년 공사 이후
원장·위탁체 민원·고발 시달려

문제는 공사 이후다. 강남구청에서 P어린이집 초기설치비 집행실태에 따른 감사를 진행한 후 KC대 학교법인에 ‘원장 교체’를 요구한 것. 

KC대 학교법인 관계자는 “(P어린이집을) 지도 점검한 결과 B원장이 내부 공사 과정서 강남구청 담당공무원과 협의해 일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20여년간 어린이집을 잘 이끈 원장을 바꿀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 KC대 학교법인은 강남구청의 감사결과 처분사항 이행요구에 대한 답변서에서 강남구청의 사전 승인에 따라 공사가 진행됐고 그 과정서 위반 사항에 대한 지도조언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공사가 진행될 당시에는 별다른 말없이 넘어간 부분을 왜 입주 1년이 지나서야 문제 삼느냐는 지적이다.

이후에도 P어린이집과 강남구청 간의 마찰은 계속됐다. 지난해 9월 강남구청은 서울시 지도점검 결과 P어린이집이 영유아보육법 44조와 46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67조를 위반했다고 통지하고 행정처분을 위한 청문회에 KC대 학교법인 이사장과 B원장의 참석을 요구했다.

주요 위반사항 중 가장 크게 불거진 부분은 ‘보조금 허위 신청’ 건이다. 강남구청은 B원장이 보육도우미 K씨의 두 달 치 월급과 2시간 근무 착오금 30여만원을 부당 수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남구청은 P어린이집과 B원장, KC대 학교법인 이사장을 직접 검찰에 고소했다.

내막은 이렇다. 지난해 3월, 2013년 5월부터 P어린이집서 근무한 K씨가 식자재를 훔치다 B원장에게 들켜 경위서와 사직서를 제출했다. K씨는 퇴사 과정서 실업급여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B원장은 노무사와 논의 결과 ‘절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거절했다. 

그런데 이후 강남구청에 민원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2014년 7∼8월 K씨가 P어린이집을 잠시 쉬는 동안 B원장의 딸이 대체근무하면서 받은 두 달 분의 월급, 2016년 6월 K씨에게 하루 4시간 근무를 제안한 이후 담당직원의 착오로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계산해 추가로 지급한 30여만원에 대한 내용이었다. 

B원장은 “강남구청은 모든 조치가 마무리되고 4개월이 지나서야 나를 고발했다”며 “그 이전에 보고는 물론 보육지원과에 이미 돈을 반환조치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강남구청은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 P어린이집에 과태료 150만원, 원장 자격정지 1개월15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KC대 학교법인에는 신규원장을 공개 채용해 보고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KC대 학교법인이 거절하자 11월에는 보육정책위원회를 개최해 위탁 취소 심의를 진행하고, 위탁 취소를 통보했다.

B원장과 KC대 학교법인은 강하게 반발했다. 

KC대 학교법인 관계자는 “B원장이 P어린이집 대체신축 과정에서 강남구청 관계자들의 민원을 들어주지 않아 보복 조치하는 것”이라며 “보육지원과 K과장이 ‘P어린이집을 가만 두지 않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이어 “H어린이집 재위탁 심사 부적격 처분은 P어린이집 사건과 분명히 연관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K과장은 “P어린이집과 H어린이집 간 연관 관계는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P어린이집 사건
H어린이집 불똥?

강남구청과 P어린이집·KC대 학교법인 간의 분쟁은 어린이집 측으로 무게추가 기운 상태다. 검찰은 P어린이집과 B원장, KC대 학교법인 이사장에 대한 고발건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또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KC대 학교법인과 B원장이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신청한 어린이집 원장 자격정지 처분 등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인과 B원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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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