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의 ‘어린이집 죽이기’ 내막

민원 안 들어줬다고 탈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기자= 시험에 떨어지면 원인을 찾기 마련이다. 응시자의 대다수가 합격하는 시험이라면 더욱 그렇다. 불합격한 사람은 답안지를 통해 정답을 확인하려 한다. 이때 답안지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의심은 꼬리를 물어 결국 주최 측의 신뢰도에 상처를 입힐 것이다. 불합격의 이유가 시험 외부에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면 걷잡을 수 없다. 현재 강남구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서울 강남구에는 54개의 구립 어린이집이 있다. 구립 H어린이집도 그 중 하나다. H어린이집은 KC대학교(이하 KC대)가 2015년 5월27일 강남구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문제는 신규 위탁 후 3년마다 진행되는 재위탁 심사에서 H어린이집이 부적격 처분을 받았다는 점이다.

강남구서 20여년간 구립 어린이집을 운영해온 한 원장은 “재위탁 심사에서 떨어진 어린이집은 처음 봤다”고 놀라워했다. 이 소식은 지난 4일, H어린이집 학부모들에게 전해졌다. 학부모들은 위탁 운영 만료 날짜인 5월26일 이후 급변할 보육환경에 우려를 표했다. 9일부터 학부모들의 민원 전화가 강남구청에 쏟아졌다.

재위탁 탈락
놀라운 일

위탁체인 KC대와 H어린이집 A원장은 심사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KC대가 재위탁을 받지 못하도록 심사 과정서 강남구청의 의도적인 방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먼저 문제 삼은 것은 재위탁 심사 서류 제출 기간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체 선정관리 권장 표준안에 따르면 재위탁 심사결정은 계약 만료일 3개월 이전에 이뤄지도록 돼있다. 오는 5월26일에 계약이 만료되는 H어린이집의 경우 2월26일 전에 심사가 진행돼야 했다.


재위탁 심사에는 어린이집 위탁 신청서, 자산 현황에 관한 서류, 등기부등본, 공고일 전일 현재 잔액 증명, 시설운영 기간 동안 실적, 어린이집 운영 계획서 및 예산서 등이 필요하다. H어린이집 A원장이 재위탁 신청 안내 공문을 받은 것은 지난 2월8일 오후 10시경. 

강남구청으로부터 구두로만 서류 준비 요청을 들었던 A원장이 여러 차례 요구한 끝에 받은 공문이다. 

강남구청은 공문서 2월8일 목요일부터 12일 월요일 오후 6시 사이(토·일 공휴일 제외)에 심사 서류를 방문 접수하라고 안내했다. 

KC대 관계자는 “강남구청이 보낸 공문은 8일 밤 10시에 A원장의 개인 메일을 통해 전달됐고, 학교는 다음날인 9일 오전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며 “10∼11일이 주말이어서 학교가 심사 서류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채 이틀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여가지의 서류 중에서도 특히 ‘시설위탁운영 이사회 결의서’는 학교법인 이사회의 결의를 얻어야만 작성 가능한 서류였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내 다른 어린이집과 비교해도 H어린이집에 주어진 서류 준비 기간은 이례적으로 짧았다. 구립 S어린이집과 J어린이집 등은 지난해 재위탁 심사 과정서 접수 마감일로부터 7일 전 신청 안내 공문을 받았다. 2016년에는 접수 마감일로부터 20여일 전에 안내를 받은 어린이집도 있었다.

이틀 만에
서류 준비?


심사 서류 준비 이후 H어린이집 A원장과 KC대는 2월21일 재위탁 심사를 받았다. 심사는 약 10분간 어린이집 원장이 브리핑을 진행하고 이후 10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 사이 보육정책위원회 위원들은 심사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심사항목은 ▲운영체의 시설 운영 및 사업 실적(30점) ▲운영체의 대표 및 원장의 전문성(20점) ▲어린이집 운영계획(35점) ▲운영체의 공신력(10점) ▲운영체의 재정능력(5점) 등이며, 100점 만점에 80점 미만이면 부적격 처리된다.

심사 이후 H어린이집 A원장은 결과를 알기 위해 수차례 강남구청에 연락했지만 결재가 나지 않았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A원장이 부적격 처분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월26일. 그러나 강남구청은 심사 다음날인 22일 홈페이지에 이미 H어린이집 재위탁 부적격 처분에 대한 공고를 게시한 상태였다.

H어린이집 A원장은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부적격 이유를 알려달라고 강남구청에 요구했다. 보건복지부서 발행한 ‘2018년도 보육사업안내’에 따르면 위탁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심사 결과는 공개하도록 돼있다.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관계자 역시 “심사기준과 심사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H어린이집 재위탁 제외 ‘이례적’
강남구청 심사 결과 공개 ‘안돼’

하지만 강남구청은 심사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H어린이집의 재위탁 부적격 처분은 원장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위탁체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남구청 보육지원과 K과장은 “위탁체 관련 점수가 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전체 심사항목 중 위탁체와 관련된 부분은 ▲운영체의 공신력 ▲운영체의 재정능력 등이다. 그 중 운영체의 재정능력은 법인이나 비영리 민간단체일 경우 5억 이상의 자산을 갖췄으면 5점 만점, 단체나 개인의 경우 2억 이상이면 5점을 받을 수 있다. 

KC대는 재정능력에 있어 5점을 받을 만큼의 자산을 갖고 있다. 운영체 관련 점수 15점 중 5점은 이미 확보한 상태서 심사에 들어간 셈이다.

H어린이집 A원장은 “강남구청 보육지원과 관계자가 ‘원장님은 아무 문제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A원장은 2015년 H어린이집 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2번에 걸쳐 강남구청장 상을 수상할 정도로 어린이집 운영에 있어 검증을 받은 상태다.

KC대 관계자 역시 위탁체에 대한 지적에 펄쩍 뛰었다. 그는 “불과 3개월 전 다른 구에서 위탁받아 운영 중인 어린이집이 재위탁 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며 “H어린이집과 해당 어린이집은 동일한 조건으로 운영되는데 왜 H어린이집만 부적격 처분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보육지원과 K과장의 부적절한 심사 관여 의혹 등이 제기됐다. 

KC대 관계자는 “K과장이 재위탁 심사 과정서 우리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며 “이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K과장은 “심사 결과는 보육정책위원회서 결정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K과장은 3월 말 정년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서 퇴사했다. 일각에선 H어린이집 문제로 강남구청과 어린이집 간의 분쟁이 지속되자 ‘꼬리 자르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K과장은 “개인 사생활로 인한 퇴사다.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것”이라며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KC대는 지난 3월 강남구청을 상대로 ‘어린이집 재위탁 부적격 처분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강남구청은 “현재 소송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H어린이집 관련 사항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점수 공개 못해
과장은 퇴사 왜?


KC대 관련 어린이집의 수난은 H어린이집만이 아니다. KC대 학교법인이 위탁받아 운영 중인 P어린이집은 H어린이집보다 앞서 많은 일을 겪었다. 일부 관계자들은 H어린이집의 재위탁 심사 부적격 처분이 P어린이집과 분쟁을 겪은 강남구청의 보복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P어린이집은 1993년 KC대 학교법인이 위탁받아 현재까지 운영 중인 구립 어린이집이다. 2000년 B원장이 부임해 현재까지 원을 이끌고 있다. 그러던 중 2015년 P어린이집의 대체신축이 결정됐다. 20여년가량 된 어린이집 건물이 많이 낡아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2016년 2월 입주를 목표로 신축 공사가 시작됐다.

문제는 어린이집 내부 공사 과정서 불거졌다. 인테리어부터 교재·교구, 안전장치, 주방용품, 시설 설비 등 내부 공사는 B원장의 몫이었다. B원장은 입주 일정을 한 달가량 남기고서야 내부 공사에 돌입했다. 

그해 겨울 혹독한 추위로 외부 공사가 늦어진 탓이었다. B원장은 “입주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업체 선정 기간을 1주일 이상 할 수 없었다”며 “나라장터 공고란에 등록한 후 업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수의계약을 통해 선정된 업체는 3곳. 문제는 세 업체와 계약을 마친 이후 등장한 또 다른 업체다. 해당 업체 P대표는 강남구청 관계자와 함께 공사 현장에 나타났다. 당시 B원장은 P대표를 강남구청 ○○과 P과장의 여동생으로 소개받았다고 한다.

B원장은 “P대표는 자신이 당연히 실내 인테리어의 일부를 공사하는 것으로 알고 찾아왔다”며 “언제 공사를 시작하면 되냐고 추궁하곤 했다”고 말했다. P대표를 떠맡은 것은 세 업체였다. 

P대표는 이들 업체에게서 1000만원 상당의 공사를 받아 수행했다. 친환경 황토타일을 이용한 내부 인테리어 공사였다. P대표의 오빠인 P과장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공사 끝자락에 또 다시 말썽이 일어났다. 마무리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것이다. 2월1일로 예정됐던 입주 날짜는 세 차례 밀린 끝에 2월13일로 결정됐다. B원장은 업체들에 마무리 공사를 재촉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졌다. 
 

업체 측은 ‘잔금 먼저’ P어린이집 측은 ‘공사 먼저’로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러면서 세 업체와 따로 이야기를 나눴던 P대표가 공사 잔금을 받지 못했다며 강남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B원장은 “내부 공사 과정서 P대표와 함께 찾아왔던 강남구청 관계자가 여러 번 전화를 걸어 P대표에게 얼른 돈을 주라고 강요했다”며 “결국 한 업체에 돈을 줘서 처리하게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B원장은 공사를 마무리 하지 못한 두 업체에는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공사가 미흡한 부분은 KC대 학교법인의 지원을 받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P어린이집 2016년 공사 이후
원장·위탁체 민원·고발 시달려

문제는 공사 이후다. 강남구청에서 P어린이집 초기설치비 집행실태에 따른 감사를 진행한 후 KC대 학교법인에 ‘원장 교체’를 요구한 것. 

KC대 학교법인 관계자는 “(P어린이집을) 지도 점검한 결과 B원장이 내부 공사 과정서 강남구청 담당공무원과 협의해 일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20여년간 어린이집을 잘 이끈 원장을 바꿀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 KC대 학교법인은 강남구청의 감사결과 처분사항 이행요구에 대한 답변서에서 강남구청의 사전 승인에 따라 공사가 진행됐고 그 과정서 위반 사항에 대한 지도조언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공사가 진행될 당시에는 별다른 말없이 넘어간 부분을 왜 입주 1년이 지나서야 문제 삼느냐는 지적이다.

이후에도 P어린이집과 강남구청 간의 마찰은 계속됐다. 지난해 9월 강남구청은 서울시 지도점검 결과 P어린이집이 영유아보육법 44조와 46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67조를 위반했다고 통지하고 행정처분을 위한 청문회에 KC대 학교법인 이사장과 B원장의 참석을 요구했다.

주요 위반사항 중 가장 크게 불거진 부분은 ‘보조금 허위 신청’ 건이다. 강남구청은 B원장이 보육도우미 K씨의 두 달 치 월급과 2시간 근무 착오금 30여만원을 부당 수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남구청은 P어린이집과 B원장, KC대 학교법인 이사장을 직접 검찰에 고소했다.

내막은 이렇다. 지난해 3월, 2013년 5월부터 P어린이집서 근무한 K씨가 식자재를 훔치다 B원장에게 들켜 경위서와 사직서를 제출했다. K씨는 퇴사 과정서 실업급여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B원장은 노무사와 논의 결과 ‘절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거절했다. 

그런데 이후 강남구청에 민원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2014년 7∼8월 K씨가 P어린이집을 잠시 쉬는 동안 B원장의 딸이 대체근무하면서 받은 두 달 분의 월급, 2016년 6월 K씨에게 하루 4시간 근무를 제안한 이후 담당직원의 착오로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계산해 추가로 지급한 30여만원에 대한 내용이었다. 

B원장은 “강남구청은 모든 조치가 마무리되고 4개월이 지나서야 나를 고발했다”며 “그 이전에 보고는 물론 보육지원과에 이미 돈을 반환조치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강남구청은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 P어린이집에 과태료 150만원, 원장 자격정지 1개월15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KC대 학교법인에는 신규원장을 공개 채용해 보고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KC대 학교법인이 거절하자 11월에는 보육정책위원회를 개최해 위탁 취소 심의를 진행하고, 위탁 취소를 통보했다.

B원장과 KC대 학교법인은 강하게 반발했다. 

KC대 학교법인 관계자는 “B원장이 P어린이집 대체신축 과정에서 강남구청 관계자들의 민원을 들어주지 않아 보복 조치하는 것”이라며 “보육지원과 K과장이 ‘P어린이집을 가만 두지 않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이어 “H어린이집 재위탁 심사 부적격 처분은 P어린이집 사건과 분명히 연관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K과장은 “P어린이집과 H어린이집 간 연관 관계는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P어린이집 사건
H어린이집 불똥?

강남구청과 P어린이집·KC대 학교법인 간의 분쟁은 어린이집 측으로 무게추가 기운 상태다. 검찰은 P어린이집과 B원장, KC대 학교법인 이사장에 대한 고발건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또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KC대 학교법인과 B원장이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신청한 어린이집 원장 자격정지 처분 등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인과 B원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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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