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간다’ 공정위 사정권 기업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4.09 10:14:39
  • 호수 1161호
  • 댓글 0개

재계 저승사자 철퇴 들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자비는 없다. 걸리면 여지없이 철퇴가 내려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거 정부와 달리 각종 불공정거래 현안을 예의 주시한다. 총수 사익편취, 비트코인, 게임 아이템 등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을 발 빠르게 다루는 중이다. 여기에는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가릴 게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취임한 지 10개월이 됐다. 공정위는 김 위원장 취임 전과 이후로 나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 당시 내부 기강부터 다잡았다. 

심상찮은 움직임
드러나는 타깃

공정위는 사건 처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서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을 제정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공정위 직원은 관련 업무를 하는 법무법인 변호사나 대기업 직원, 공정위 퇴직자와 접촉했을 때 5일 이내에 반드시 서면 보고해야 한다.

부적절한 로비나 청탁이 없어도 접촉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보고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대면 접촉뿐 아니라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 비대면 접촉도 포함된다. 정부기관 가운데 외부인 접촉 관련 규정을 도입·운영하는 곳은 공정위가 처음이다.

더불어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특수부’로 불리는 기업집단국(지난해 9월 신설)을 본격 가동시켜 대기업 개혁을 전면에 내세울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기업집단국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사안을 전담하는 부서로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린 조사국이 폐지된 지 12년 만에 부활했다. 


재벌 개혁 몰아붙이는 김상조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도 신설 

기업집단국은 총 5개과, 54명의 조직으로 꾸려졌다. 공정위 국단위 조직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기존 기업집단과를 세부적으로 분화해 기업집단정책과(13명)·지주회사과(11명)·공시점검과(11명)를 비롯해 시장감시국 내 기능을 끌어온 내부거래감시과(9명)·부당지원감시과(9명) 등 5개 과로 구성했다.  

현재 이들 기업집단국 관계자들이 모두 30대 대기업에 파견을 나간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지금 주요 대기업에 기업집단국 관계자들이 모두 파견 가 있다”며 “각사에 한 명씩 상주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지배구조나 내부거래 사항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올해부터 대기업을 향한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 첫 시작이 효성그룹이다. 공정위는 자금난에 빠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개인회사를 살리기 위해 우회적으로 지원에 나선 효성그룹 계열사와 조 회장 등을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가 총수 사익편취로 총수 일가를 검찰에 고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 조석래 명예회장은 직접 지시하고 관여한 증거가 없어 고발 대상서 빠졌다. 

공정위는 지난 3일 “조 회장의 개인회사인 발광다이오드(LED) 제조회사 갤럭시아 일렉트로닉스(갤럭시아)가 경영난·자금난으로 퇴출 위기에 처하자 그룹 차원서 자금 조달을 지원한 행위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 고발 대상은 조 회장과 임석주 효성 상무, 송형진 효성투자개발 대표이사 등이다. 

공정위는 효성(17억2000만원)과 갤럭시아(12억3000만원), 효성투자개발(4000만원)에 과징금도 부과했다. 조 회장이 지분 62.78%를 보유한 갤럭시아는 2012년 13억원을 시작으로 2014년(157억원)까지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말 부채비율이 1829%에 달했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비는 없다
불공정 중점

효성그룹은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인 총수익스와프(TRS) 거래수법을 이용했다.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발행한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금융회사가 인수하도록 효성투자개발이 사실상 지급보증을 서 줬다. 

효성투자개발은 거액의 신용 위험을 지며 지급보증을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제공했지만,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했다. 반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연 5.8% 금리로 거액을 조달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갤럭시아만 이익을 얻는 계약에 효성투자개발이 부동산 담보를 제공하며 위험 부담을 떠안은 것은 정상적인 거래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계열사의 부당지원으로 조 회장의 갤럭시아는 퇴출 위기를 모면했고, 저리의 CB발행으로 조 회장은 9억6000만원, 갤럭시아는 15억3000만원의 금리차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경영 승계 과정서 경영실패에 따른 평판 훼손도 막을 수 있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공정위는 시장논리 상 퇴출당해야 할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살아남아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LED조명 시장의 공정한 경쟁 기반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효성에 이어 한화그룹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이날 오전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대대적인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한화그룹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12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 현장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김승연 회장의 아들 3명이 실질적인 지분을 갖고 있던 한화S&C에 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 여부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대상은 한화S&C, 에이치솔루션, 한화, 한화건설, 한화에너지, 벨정보 등 6개사로, 이달 16일까지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S&C는 2016년 기준 전체 매출인 3641억 원의 절반이 넘는 2461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이었다. 이후 한화그룹은 작년 8월 총수일가가 보유한 한화S&C 지분 44.6%를 25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대비해 지분 정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다.

더불어 하림그룹도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추가 현장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림은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 취임 후 9개월 동안 7번의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받고 있다. 

내부거래 조사
편법승계 도마


하림은 지난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됐다. 공정위는 작년 3월부터 45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실태점검서 하림그룹의 부당 지원행위를 포착했다.

공정위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6년 전 아들 김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의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서 문제가 있는지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품은 10조원 이상 자산을 가진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로, 아들 김씨가 100억원대 증여세만 내고 이 회사를 인수했다. 
 

공정위는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확보한 것과 관련해 하림의 편법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사정에 이어 공정위는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의 불공정 약관에 철퇴를 내렸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자기 책임을 피하면서 고객의 수수료로 큰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거래소는 시스템 불량, 서버점검, 외부 해킹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상화폐 하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뒀다. 불가항력 요소, 고객과실 외 발생하는 모든 손해는 사업자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민법상의 기본원칙조차 위배한 것이다. 

소비자가 해킹 등으로 피해를 입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광범위한 면책 조항을 포함한 불공정 약관으로 거래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겨왔다. 


특수부 기업집단국 예의주시
30대 기업 상주하며 조사 중

이외에도 ▲특정 업체와의 거래 제한 강제 ▲운영자 자의적 판단에 따른 입출금 제한 ▲광고수신 강제 ▲장기미접속자 가상화폐 임의 처분 ▲손해배상의 금전배상 원칙 위반 등 다양한 불공정 약관을 운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14개 유형 가운데 가장 많은 불공정 약관을 둔 거래소는 빗썸·코인네스트(10개), 업비트·이야비트(9개) 순이었다.

공정위는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12개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심사한 결과 14개 불공정 약관 조항을 발견하고 시정 권고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공정위는 각 거래소에 적발한 불공정약관을 시정할 것을 명령한 한편, 미이행 시 검찰고발 수순을 밟을 방침이다.
 

게임 업계도 공정위의 철퇴를 피할 수 없었다. 게임 이용자에게 이른바 ‘뽑기 아이템’(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며 아이템을 뽑을 확률을 부풀려 광고한 게임업체들이 공정위가 적발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모바일·PC용 게임서 이용자가 구매 후 실제로 사용하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아이템의 종류나 성능 등을 알 수 없는 ‘상자형’ ‘캡슐형’ 상품을 의미한다. 과도한 현금결제를 유도해 사행성을 조정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판매 방식이다.

공정위는 지난 1일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넥슨코리아, 넷마블게임즈, 넥스트플로어 등 3개 게임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억84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에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체별 과징금은 넥슨(9억3900만원) 넷마블(4500만원) 순이었다. 넥스트플로어에는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됐다.

예고되는 
과징금 폭탄

이처럼 공정위의 광폭 횡보에 기업들은 철퇴를 맞을까 몸을 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어느 때보다 공정위의 영향력과 파워가 매서워졌다. 향후 오너 기업들에게는 공정위가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