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보텍-원주시청 커넥션 의혹

상장폐지 위기 몰린 ‘문재인 테마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코스닥 상장사 대표가 구속됐다. 표면상 혐의는 업무상 횡령. 주가는 폭락했고 주주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회사는 대표 개인의 행위로 사안을 좁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 배경에 지자체와 기업의 정경유착 의혹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6일 코스닥 상장사인 뉴보텍 한거희 대표의 구속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의 조사를 받던 한 대표가 25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이다. 원주지청은 지난달 22일 한 대표를 소환 조사하던 중 사안의 중대성을 파악, 다음날 그를 긴급체포했다.

조사 받다
긴급 체포

한 대표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는 뉴보텍에 현 경영진의 횡령 혐의에 따른 구속수사설의 사실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을 조회공시 하도록 요구했다. 

조회공시는 풍문이나 보도가 있거나 주가 및 거래량이 급변할 때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거래소가 투자자들을 대신해 확인을 요청하는 공시다. 기업은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날로부터 1일 이내에 직접 공시하고 거래소에 문서로 제출해야 한다.

한 대표 구속 보도와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가 이어지자 뉴보텍 주가는 전일 종가(23일) 2445원에서 1715원(-29.9%)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주주들은 혼란 상태에 빠졌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한 대표의 횡령 혐의로 인한 상장폐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당혹스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뉴보텍은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 당일 한 대표가 횡령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대표의 구속 수사) 사실 인지 후 우선적으로 횡령 혐의 발생 금액에 대한 빠른 조사와 회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시에 따르면 한 대표의 횡령 혐의 금액은 8억7782만원이다. 뉴보텍은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된 횡령 금액인 8억7782만원 중 3억원의 회수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한 대표 소유 주식으로 대물변제 받아 횡령 혐의 금액 전액을 변제하기로 했다”며 “대물상환계약서 및 상환 위임장을 수령했다”고 공시했다.

뉴보텍 공시 이후 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상장 규정 제38조2항제5호 나목 및 시행세칙 제33조제11항제2호에 의거, 횡령으로 인한 상당한 규모의 재무적 손실 발생여부 등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뉴보텍의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한다”며 “실질심사 대상 해당여부에 관한 결정시까지 매매거래 정지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질심사는 상장기업 중 자격기준에 미달되는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제도다. 매출액이나 시가총액 미달 등 양적 기준보다는 횡령·배임 등 경영투명성에 문제가 생긴 기업을 골라내기 위함이다. 

상장사 주요 임직원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하면 실질심사를 통해 상장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 코스닥시장에는 2009년 2월부터 도입됐다.

뉴보텍은 대표의 횡령 혐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에는 한 대표의 횡령액을 회수하기 위해 그가 소유한 5억7782만원 규모의 자사주 23만6328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1주당 취득가액은 2445원이다.


경영진 횡령
이후 조치는?

문제는 한 대표의 혐의가 횡령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뉴보텍에서 원주시청으로 돈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뉴보텍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 A씨는 “지난해 10월 뉴보텍과 대리점 등 두 곳서 ‘뉴보텍이 관급계약을 따기 위해 원주시청에 돈을 줬다’는 내용의 첩보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뉴보텍은 강원도 원주에 본사를 두고 있다.

뉴보텍은 환경관련 배관자재(플라스틱 상·하수도관) 제조와 판매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1990년 11월 설립됐다. 당시 사명은 강원프라스틱으로, 2000년 4월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2002년 2월1일 코스닥에 상장됐고 5일 거래가 시작됐다. 한 대표는 2009년 4월 취임해 구속 전까지 뉴보텍의 경영을 총괄 관리해왔다.

주요 사업은 상·하수도관 제조업과 화장품 마스크팩 및 마스크팩 시트 제조업 등이다. 창립 후 줄곧 상·하수도 사업을 주력으로 해왔다. 원주와 전남 나주공장서 상·하수도관, 빗물저장시설, 비굴착 상·하수도관 갱생공법 등을 다룬다. 

지난해에는 화장품 사업에 신규 진출했다. 마스크팩 등 생활용품은 경기도 화성공장서 제조한다. 이외에도 서울사무소, 강원지사, 전북지사 등 전국 시·도에 사무소가 있다.

뉴보텍의 매출은 상·하수도 사업서 주로 발생한다. 지난해 9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수도 사업서 99.6%, 화장품 등 생활용품 사업서 0.4%의 매출이 나왔다. 전국 상·하수도 사업소와 지방자치단체, 대형건설사를 주요 고객으로 플라스틱 상·하수도관과 그 부속 자재를 생산, 공급한다.

한거희 대표 횡령 혐의로 구속
주가폭락·거래정지 주주 멘붕

뉴보텍이 가지고 있는 기술 중에서는 비굴착 상·하수도관 갱생 공법이 첫손에 꼽힌다. 비굴착 공법은 낡은 하수관을 개·보수할 때 도로를 파헤치지 않고 로봇이나 튜브 등을 이용해 기존 하수관 안에 새로운 관을 넣는 방식이다. 

포탈사이트 네이버 증권에 따르면 뉴보텍은 2009년 말부터 신규로 비굴착 상·하수도관 갱생(보수)사업에 진출했다.


2014년 9월에는 비굴착 관로 보강용 고정부재 및 이를 이용한 관로 보수 방법에 대한 특허권 취득에 대해 공시하기도 했다. 당시 뉴보텍은 기존 상·하수도관 비굴착 갱생공법에 해당 기술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990년부터 28년여간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는 뉴보텍이 지역에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자체에 관급자재를 납품하는 것도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업체들은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와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대금지급이 깔끔하고 사급공사에 비해 경쟁이 덜 치열하기 때문이다.

원주시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계약현황을 보면 뉴보텍은 2014년 2월6일부터 올해 3월11일까지 254건의 물품 관련 계약을 맺었다. 3월11일 계약의 경우, 계약명은 ‘정산1리 살구나무골 외 2개소 배수로 정비공사 관급자재(경질폴리염화비닐관 TS관) 구입’, 계약유형은 ‘관급자재 구매’, 계약방법은 ‘일반경쟁’이다.

지난해 12월5일 원주시청은 뉴보텍과 PVC이중벽관 구매계약을 맺었다. 간현관광지 피톤치드 국민여가캠핑장 조성사업을 위해서다. 역시 일반경쟁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8월8일에는 금강아미움∼벽산블루밍간 도로개설공사를 위한 PVC관 구매계약을 진행했다.

시청과 계약
내역서 보니…

84건의 계약에서 본청은 뉴보텍에 PVC이중벽관, PVC관, PVC이중벽관 이음관 등을 구매했다. 상하수도사업소는 147건의 계약서 급수시설 개량공사에 필요한 아사파이프, 수도시설 설치공사에 들어가는 HIVP관 등을 뉴보텍서 공급받았다. 


이외에도 읍·면,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물품계약이 있었다.

뉴보텍 관계자 A씨는 “최근에는 대부분의 상·하수도 공사에 비굴착 공법을 사용한다. 비굴착 공법은 업체마다 갖고 있는 기술이 다르다. 그렇기에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고 마음먹으면 설계 단계부터 해당 업체의 기술이 들어가도록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원주시청 관계자는 뉴보텍 측에서 원주시청에 돈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뉴보텍과 원주시청의 유착 의혹은 대리점과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한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여기에 원주뿐 아니라 전북 지역서 또 다른 유착 의혹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어 수사가 확대되면 한 대표는 물론 뉴보텍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대표는 횡령 혐의, 원주시청 유착 의혹 등으로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현재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그는 2006년 ‘주식회사 이영애’ 사건으로 동생 한승희씨가 대표 자리서 물러난 이후 공동대표를 거쳐 단독대표가 됐다. 동생 한씨는 당시 사건으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옥고를 치렀다.

한씨는 2014년 출소 이후 아내가 바뀌고 인감이 변경됐으며 특허를 빼앗겼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요시사> 1157호, “아내까지 바꾸고…” 뉴보텍 전 대표의 충격고백) 그는 수감생활 동안 뉴보텍 전 직원이 아내로 둔갑했고, 형수(한 대표의 아내)가 자신의 인감을 바꾸는 등 이상한 일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모든 일의 배후에 형인 한 대표가 있다는 의혹을 품었다.

원주시청으로 돈 흘러간 의혹
“관급공사 수주용” 첩보와 증언

한씨는 한 대표가 뉴보텍에 들어오기 전 정치활동을 할 때 경영진에 합류하는 과정서 자신의 도움이 컸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변두리에 있던 한 대표에게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도 했다. 

또 한 대표를 경영에 합류시키기 위해 아버지를 통해 당시 대표로 있던 사촌형을 사임하게 하는 등 한 대표의 뉴보텍 입성 과정서 자신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 대표의 이력은 뉴보텍 경영권을 쥐기 전까지 사업보다는 정치 분야에 치중돼있다. 전북 순창고 출신인 한 대표는 1982년 건국대 학사, 1984년 건국대 대학원을 거쳐 2007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1999년 11월부터 2001년 9월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당시 비서실장은 한광옥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장이었다. 뉴보텍 관계자 A씨는 “한 대표와 한광옥 전 비서실장 사이에 인연이 깊다”고 귀띔했다.

2001년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 비서실 차장, 2003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2004년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청년위원장 등 당시 한 대표의 행보는 정치권을 맴돌았다. 

그러다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중앙정치로 진출을 꾀했다. 그는 2004년 4월 총선서 새천년민주당 서울 관악갑 후보로 나섰으나 1만3000여표(9.97%)를 얻어 열린우리당 유기홍, 한나라당 김성식 후보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한 대표는 2009년 6월 뉴보텍 대표 취임 이후 진행한 <강원도민일보>와의 인터뷰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을 때 정치의 냉혹함, 민심이란 얼마나 무섭고 차가운 것인가. 한편으로는 서민의 애환을 체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해당 인터뷰서 2006년 정치를 떠났다고 말했지만 현재까지도 그의 이력에는 여전히 정치색이 묻어난다.

정치권 맴돌다
결국 철창신세

한 대표는 2012년과 2017년 두 번의 대선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서 직책을 맡았다. 18대 대선에서는 강원도 선대위 중소기업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2015년 한 언론매체는 뉴보텍을 문재인 테마주로 꼽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당권과 대권 선호도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주목받고 있던 때였다.

2016년 4월 총선 이후에도 뉴보텍 주가는 폭등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서 승리하면서, 한 대표의 선대위 활동 이력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지난해 5·9대선서도 한 대표는 민주당 선대위 중소기업특별위원장으로 참여했다. 그 영향은 뉴보텍을 또 한 번 문재인 테마주로 부각시켰고 주가는 급등세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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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