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에 일이다.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대통령에 취임한지 이틀만으로, 김 대통령이 자신의 재산을 전격적으로 공개하면서 고위 공직자들의 자발적인 재산 공개를 유도했다.
그 과정에 여러 사람이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사회 분위기에 떠밀려 속수무책으로 부도덕한 사람으로 전락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제대로 변명할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았었다. 그들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었어야 할 언론 역시 침묵으로 일관했던 터라 그들은 속된 표현으로 찍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현직서 물러나야 했다.
당시에 일부서 그 일, 공직자 재산 파동에 대해 마녀사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이 사회를 장악하고 있던, 우리 사회 특유의 일방적 분위기로 인해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 외에는 없었다.
이제 이를 염두에 두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사건에 접근해보자. 먼저 민 의원을 성추행범으로 지정하며 미투 운동에 참여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녀와 인터뷰했던 모 언론에 실린 원문 그대로 인용한다.
『갑자기... 혀가 들어온 거죠. 그러고 나서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떻게 할 줄을 모르고 가만히 있었던 것 같아요. 얼음 상태로.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몰라서. 그냥 얼음 상태로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어떻게 수습이 되고 나왔는데 바지 지퍼가 열려있더라고요. (민 의원)이 열었겠죠. 나는 연 적이 없으니까.』
상기 사건을 좀 더 세밀히 이해하기 위해 그 일이 발생하지 전까지의 상황을 살펴보자. 사건 발생 일 년 전인 2007년에 두 사람은 히말라야 트래킹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58년생 동갑이라는 이유로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그리고 이후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3-4차례 만남을 이어간다. 그리고 사건 당일 밥을 먹고 맥주를 마신 뒤 노래주점에 갔고 그 곳에서 두 사람이 블루스를 추던 중 여인이 말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제 미투 운동에 대해 살펴보자. 현직 검사인 서지현이 한 방송에 출연, 검찰 내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전 영역으로 확대된 이 운동은 단순한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추방하자는 게 아니다.
미투 운동은 조직 내에서 약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에 대해 거역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겪어야했던, 단순한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넘어 자신의 양심까지도 거스르는 비참하고 참담한 일이 이 사회에 존재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서 시작됐다.
그런데 민 의원을 지목한 여인은 본인 스스로도 밝혔지만 그 순간까지 약자적 입장이 아닌 친구 사이로 지내왔다. 즉 미투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여인들과는 입장이 현저하게 다르다.
또한 여인의 주장을 살피면 애매하다. 법에 대해 문외한인 필자가 바라볼 때 동 사안은 실정법으로 다루기 힘들다 판단된다. 오히려 여인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는 느낌마저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 의원은 국회의원직까지 사퇴하려는 액션을 취하고 있다. 이를 살피면 묘한 생각이 일어난다.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서 열세에 처해있는 민 의원이 반전을 위해 펼치고 있는 고육지책이 아닌가하는 느낌말이다.
민 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이루어질지는 모르겠다. 동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확단할 수도 없다. 그러나 모쪼록 마녀사냥식 미투 운동은 경계돼야 한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