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미투를 넘어 노모아로!

먼저 조선 후기 실학자인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의 ‘강간’에 대한 변을 들어보자. 그의 작품인 성호사설에 실려 있다.

『옛말에 “세상에 강간은 없다” 했으니 이는 여자가 만약 목숨을 걸고 정조를 지킨다면 도둑이 범하지 못함을 말한 것이다.

옛날 노영청(魯永淸)이 화간(和姦)과 강간의 구별을 판결하기 위하여 힘센 종을 시켜 여자의 옷을 벗기게 했는데 다른 옷은 모두 벗겼으나 오직 속옷 한 벌만은 여자가 죽기를 한정하고 반항하여 마침내 벗기지 못했다. 이에 강간이 아니요 화간이라고 판결을 내리니 사람들이 명판결이라고 일렀다.

나는 생각건대 이는 정리에 벗어난 논설이니, 여자가 거절하는데 남자가 겁간하려 하는 것은 이미 강간이니 그 후에 딸려 일어나는 일은 족히 말할 것이 없다.

날짐승에 비유하건대, 암탉이 수탉에 쫓기어 담을 넘고 지붕에 올라 쉴 사이 없이 날다가 마침내는 면하지 못하는데, 그 후에 본즉 새끼 딸린 암탉은 모면하지 못할 듯하나 수탉이 마침내 범하지 못하니 이로써 말한다면 암탉도 또한 죄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탉에게 쫓기어 쉴 사이 없이 달아나다가 모면하지 못한 것을 어찌 화간이라고 하겠는가?

죄는 마침내 겁간한 자에게 있으니 혹 이 같은 송사가 있어 노영청의 판결에 의한다면 폐단이 있을 듯싶으므로 이에 변론하는 바이다.』


상기 글에 등장하는 노영청(魯永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명나라 말기 사람인 풍몽룡(馮夢龍)의 ‘지낭(智囊, 지혜가 많은 사람들)’이란 작품에 등장하는 사실로 미뤄 한때 인기몰이를 했던 대만 드라마 ‘판관 포청천’에 등장하는 포청천 정도로 간주해도 좋을 듯싶다.

여하튼 이익의 설에 따르면 여자가 거절하는데 남자가 겁간하려함은 곧 강간이라 했다. 물론 겁간은 폭행이나 협박 따위의 불법적인 수단으로 부녀자와 성관계를 맺는다는 의미로 강간과 그 의미가 동일하다.

아울러 이익은 닭을 예로 들면서 암탉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런데 이익이 예로 든 글을 액면 그대로 살피면 난해하다. 아마도 번역 상 문제로 보이는데, 필자는 암탉의 태도가 수탉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중요 요인으로 그 책임 소재를 묻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은 모든 죄는 겁간한 자에게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현재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해 살펴본다. 자신에게는 치부일 수밖에 없는 경험을 언론에 드러내는 위험까지 감수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필자 역시 그 또래에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

물론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알량한 지위를 이용하여 파렴치한 행위를 서슴지 않고 행한 인간 망종들에 대해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 대한 분노 못지않게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분노 역시 일어난다. 인간쓰레기에 불과한 종자들에게 당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각설하고, 자금 전개되고 있는 미투 운동을 바라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아울러 이익도 언급했지만 피해 당사자의 자세도 중요하다. 그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사후약방문 식의 미투가 아니라 그 자리서 ‘노모아!(No More)’를 외쳐야 할 일이다.

노모아는 ‘더 이상 방관하지 않고 그 뿌리를 뽑아버리겠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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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