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행권 파워게임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3.19 10:13:54
  • 호수 1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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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죽자” 속 보이는 논개 작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그동안 연임 회장님들(하나금융구륩·KB금융지주)을 흔들었던 금융감독원장이 사라졌다. 웃어야 할 회장들은 더 울고만 싶다. 왜 그럴까. 
 

 하나은행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2일, 전격 사임 의사를 밝혔다. 최 전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당시 대학 동기 L씨의 부탁으로 그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입사하는 데 관여했다. L씨는 최 원장이 졸업한 연세대 경영학과 71학번으로 중견 건설사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인이다.

대규모 검사단
현장조사 착수

최 원장은 의혹 사흘 만에 사임했다. 금융권 채용비리 검사를 진두지휘해온 금융당국의 수장이 본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에 자리서 물러난 셈이다. 그런데 최 전 원장의 빠른 사임으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먼저 지난해부터 최 전 원장과 두 회장은 연임을 두고 갈등을 이어왔다. 이들은 지난해 ‘셀프 연임’ 논란을 빚으며 연임에 성공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최근 잇따라 금융사 CEO ‘셀프 연임’ 관행을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경영권 승계 절차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 및 운영 등에 대한 조사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등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하나·국민 은행 등 11개 시중은행의 특별검사를 통해 채용비리를 적발했다고 지난 1월26일 발표했다. 일각에선 금감원 채용비리 특별검사가 셀프 연임한 김 회장과 윤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원칙적으로 민간 기업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지만, 금감원을 통해 적폐로 찍힌 전 정권 회장들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임 회장들 흔든 금감원장 사임
웃어야 할 판에…노심초사 이유는?

이런 내막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최 전 원장과 김·윤 회장은 파워게임이 한창이었다. 특히나 최 전 원장과 김 회장의 갈등은 첨예했다. 이 와중 최 전 원장의 채용비리가 불거지고, 그가 전격 사임하면 파워게임에 밀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계에선 최 전 원장 채용비리 단서를 김 회장이 흘린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김 회장이 최 전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이던 시절 뒤를 캐고 있다는 말이 파다했다. 

복수의 은행권 관계자들은 “하나금융 내부에서 최 전 원장이 사장이던 시절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입 모았다. 

사퇴를 압박하던 최 전 원장이 사라졌지만, 김·윤 회장은 웃지 못한다. 최 전 원장이 생각보다 빨리 사임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 고위 인사는 “두 회장은 ‘셀프 연임’ 적폐 회장 등으로 찍히며, 이번 정권에서 같은 처지에 놓였다”며 “최 전 원장 채용비리 사건은 이들에게  ‘모’ 아니면 ‘도’ 전략이었는데, ‘도’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회장 입장에선 최 전 원장이 최대한 오래 버티며, 비난의 화살을 맞길 바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전 원장이 금감원장 자리를 지킨다면 채용비리에 연루된 두 회장들도 사퇴하지 않을 명분이 생긴다. 

급물살 타는
검찰 수사는?

윤 회장은 조카를 특혜 채용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서류 전형과 1차 면접서 최하위권이었던 윤 회장의 종손녀에게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부여해 채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2015년 신규 채용 당시 윤 회장의 종손녀는 서류 전형서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서 300명 중 273등에 머물렀다. 이후 2차 면접서 최고등급을 받아 120명 중 4등으로 최종 합격했다.

하나은행에선 사외이사와 관련된 지원자가 필기 및 1차 면접서 최하위 수준이었으나 전형공고에 없던 ‘글로벌 우대’로 전형을 통과한 뒤 임원면접 점수도 임의로 상향 조정돼 합격했다. 

또 불합격이었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위스콘신대 등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을 합격시키려고 이들의 점수를 임의로 올려주고, 합격권이었던 수도권 대학 지원자 점수를 내리는 방법으로 합격자를 바꿨다. 

더불어 김 회장의 조카의 하나은행 특혜 채용 의혹도 불거졌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 행장은 지난해 10월 채용비리 의혹이 터지자 사퇴했다. 지난해 10월16일 국정감사에서는 우리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150명 공채 중 약 10%인 16명을 금융감독원이나 국가정보원, 은행 주요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 등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감원이 채용비리 자체검사 결과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이 전 행장은 전격 사임했다. 

앞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두 회장은 최 전 원장이 양지를 지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 전 원장이 의혹 제기 사흘 만에 사퇴하면서 계획이 ‘도로묵’이 돼 버렸다.


금융권에서는 최 전 원장 사임으로 현재 채용비리에 연루된 금융사 회장들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점쳤다. 먼저 이들 회장이 직을 유지할 도덕적 명분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걸리는 은행 
 한곳도 없을 것”

김·윤 회장도 현재 친인척을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금융사에 특혜 채용한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지인을 채용한 최 전 원장보다 가족을 채용한 의혹이 있는 이들 두 회장의 도의적 책임이 더 무겁다는 평가다.
 

더불어 칼날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먼저 금감원은 하나은행 채용비리와 관련,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이례적으로 대규모 검사단을 꾸리고 강도 높은 검사를 예고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최성일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3개 반, 20여명 규모의 검사단을 구성해 이날부터 하나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시작했다.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을 때 지인의 아들을 추천하면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진 2013년 전체가 검사 대상이다.  

금융회사 1곳의 검사를 위해 이처럼 대규모 검사 조직이 꾸려진 만큼 ‘현미경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초 진행된 은행권 채용 비리 검사 때 은행 1곳당 투입된 인력은 3, 4명 정도였다. 


금감원은 또 검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최종 검사 결과만 감사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은행권 채용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각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실무책임자를 구속하는 등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었다.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정영학 부장검사)는 지난달 8일에 이어 지난 7일 또다시 하나은행 본사 은행장실과 인사부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장 잃은 금감원의 반격 시작
하나은행부터…강도 높은 검사

검찰은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대한 기소 방침을 확정하고 기소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회장까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나 아직 소환 등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검찰은 채용비리가 저질러지는 과정에 하나금융그룹 수뇌부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은행 사외이사와 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55명 등이 포함된 ‘VIP 리스트’를 작성해 채용 과정에 특혜를 준 의혹을 사고 있다. 55명은 2016년 공채서 모두 서류 전형을 통과했고 이중 필기시험을 통과한 6명은 임원 면접 점수 조작으로 전원 합격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빨라지고 있다. 최 전 원장 사퇴 직후 검찰은 지난 14일 국민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관련자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윤 회장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검찰은 지난달 6일 친척을 특혜 채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윤 회장의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달 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국민은행 인사팀장 A씨를 구속했다. 국민은행 채용비리 수사가 시작된 이래 첫 구속자다. 채용 비리 실무 책임자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검찰 수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회장 소환에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이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소환은 수사가 진행돼서 범죄 혐의점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번 압수수색 대상에 경영진 사무실을 포함하는 등 결국 수사 칼날이 경영진을 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비리 정보를?
난타전 예고

지금 상황을 볼 때 김·윤 회장은 풍전등화다. 금감원에 이어 금융위원회까지 두 회장에 칼날을 빼들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권 채용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표명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권 채용비리가 재발되지 않도록 발본색원하고 감독기관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정태 회장 연임 문제없나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15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 안건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 행사 의혹을 이유로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하나금융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김 회장이 주주가치를 훼손한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판단해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는 김 회장의 KEB하나은행에 대한 인사 개입 의혹과 김 회장 아들과 금융지주 계열사간 부당거래 의혹, 박근혜정부 ‘창조경제 1호’ 기업인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부실대출 의혹 등을 구체적인 이유로 제시했다.

이 회사는 “관련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김정태 후보는 금융회사 임원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린다고 해도 현 상황으로 볼 때 이미 김 후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저하됐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KEB하나은행을 비롯해 다수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금융지주 수장의 신뢰 저하는 후보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김 후보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혐의 등은 기업 및 주주가치에 중대한 훼손을 입힌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후보 추천 과정도 문제로 삼았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인 사외이사 7명 가운데 대다수가 김 회장으로부터 독립적 의사결정이 가능하지 않아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서스틴베스트는 “김 회장은 2012년 취임 후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 계속 포함된 상태서 윤성복·박원구 사외이사 등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사퇴한 박문규 전 사외이사의 아들과 김정태 회장의 아들이 파트너십을 맺어 사업을 영위하면서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따라서 박 전 이사가 추천한 송기진·차은영 사외이사 역시 김 회장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서스틴베스트는 2006년 설립된 컨설팅 업체로,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 평가와 주주총회 안건 분석·의결권 자문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2014∼2015년에는 국민연금에 주총 안건 분석을 제공했으며 현재도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와 연기금에 의결권 자문을 하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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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