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미투 운동’이 낳은 신풍속도

“여자 보기를 돌 같이 하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해 미국서 발생한 메가톤급 ‘허리케인’이 올해 1월 한국에 상륙해 온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미투(#Me too)운동’ 얘기다. 최근 유력 정치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등장하면서 미투 운동의 범위가 정계까지 확산됐다. 미투는 한국서 시작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변화를 야기했다. <일요시사>가 미투 운동이 바꾼 사회 분위기를 들여다봤다.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이 불거졌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전 세계 영화산업의 메카이자 유명 배우들이 넘치는 할리우드서 무려 30년간 성폭력을 저질렀다. 한 세대에 걸쳐 감춰져 있던 진실은 단 한 사람의 목소리로 인해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에 용기를 얻은 피해자들의 연대가 영화계 거물의 가면을 완전히 벗겨내기에 이른다.

사회 전반에
미투 운동

전 세계를 뒤흔든 미투 운동은 배우 알리사 밀라노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나도 그랬다’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Me too)를 달아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하고 경각심을 갖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영향력은 대단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7년 ‘올해의 인물’로 미투 운동을 선정했다. <타임>은 이 운동을 촉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로 명명했다.

한국의 미투 운동은 지난 1월 서지현 검사로부터 촉발됐다. 서 검사는 2010년 한 장례식장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성추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현직 검사의 성폭행 피해 고백은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다. 


법조계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엄청난 기세로 번져나갔다.

문화‧예술계는 시작이었을 뿐, 두 달 만에 방송연예‧종교‧정치 등 각계각층에 미투 바람이 불었다. 지난 5일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현직에 있던 자치단체장이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던 유력 정치인이 몰락히는 데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미투 운동의 핵심은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관계서 우위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도지사-비서, 연출가-배우, 감독-배우, 협회 고위 간부-코치, 중견배우-신인배우, 원로시인-신인 작가 등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쪽이 피해자가 됐다.

두 달 만에 가해자 40여명 지목
문화예술계에서 정계까지 확산

이 때문에 미투 운동을 통한 피해자들의 고발은 ‘용기 있는 행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갑질 문화가 만연한 현 사회 구조상 약자가 강자의 행위를 외부에 폭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과 함께 이에 지지를 표명하는 ‘위드유(#With you)’ 운동이 함께 진행되는 이유다.


실제 안 전 지사와의 관계에서 약자였던 김씨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그(안 전 지사)가 가진 권력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늘 수긍하고 그의 기분을 맞추고 지사님 표정 하나하나 일그러지는 것까지 다 맞춰야 하는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 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뷰 말미에 “저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안희정 지사다. 제가 오늘 이후에도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 그래서 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이 저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월26일 서 검사의 검찰청 ‘이프로스’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7일 기준으로 41일째를 맞았다. 현재까지 가해자로 지목돼 언론에 오르내린 인물은 각계각층의 40여명이다. 하루에 한 명 꼴로 터진 셈이다. 먼저 터진 사건이 뒤늦게 거론된 일에 묻히는 형국이다.
 

미투 운동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문제 제기를 넘어 사회 운동으로 발전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확고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달 2일 전국 성인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미투 운동에 대한 입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지를 표명한 응답자가 74.8%로 나타났다. 모든 지역과 계층서 지지 여론이 우세했고, 여성(76.2%)에서 지지 응답률이 다소 높았지만 남성 역시 73.3%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8일 고양 일산킨텍스서 열린 ‘제50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여성들의 차별과 아픔에 대해 다시 한 번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하는 등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은 대부분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린 상태다. 당장 지위를 잃은 것은 물론 그동안 쌓아온 명성이나 명예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성범죄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어서 향후 회복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각계각층서
하루 한 명꼴

이 때문에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은 폭로를 인정할 경우 빠른 사과와 자숙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름만 거론돼도 입장문이 나올 정도로 대응이 빨라졌다. 반대로 고발이 사실이 아니라면 강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미투 운동에 가해자로 거론되는 게 평판이나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미투 운동에 대응하는 반대급부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의 이슈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초대형 블랙홀로 확대된 만큼 반작용 역시 커지는 모양새다. 이른바 ‘펜스 룰(Pence Rule)’의 등장이다.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2002년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과의 인터뷰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참석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성추행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서 아내 외의 여성들과 교류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 만나고
말 안하고

이처럼 성 관련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여성과의 교류 자체를 꺼리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중이다. 일부 기업에선 펜스 룰을 과하게 해석해 채용 과정서 여성을 배제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는 “여자 직원과 밥 먹기도 무섭다” “괜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큰일날까 봐 말도 안 걸고 있다” “가끔 동료들과 퇴근 후 맥주 한 잔 마시는 게 낙이었는데 이제 바로 집에 가야할 것 같다” 등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상황1. A씨는 전 직원이 10명 정도인 중소기업서 일한다. 외근 나갈 때를 제외하곤 전 직원이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미투 운동 이후 남녀 따로 식사를 하게 됐다. 어쩌다 같이 먹더라도 상을 나눠 쓸 정도로 데면데면해졌다.
 

#상황2. 대학생 B씨는 조별 수업을 위한 조 편성을 남성으로만 구성했다. 남녀 섞어서 조를 구성하라고 권유했던 교수님도 남학생 또는 여학생만으로 조를 짜는 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남녀가 섞인 혼성 조는 카페 등 탁 트인 곳에서 만난다. 도서관 스터디 룸을 남녀 둘이 사용하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다.


#상황3. C씨는 전 직원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서 말을 아끼고 있다. 자칫하다 말실수를 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상사의 공지 전달과 직원들의 의견 공유, 경조사 인사 등 여러 주제의 대화가 버무려졌던 단톡방은 사무적인 이야기로만 채워지고 있다.

반작용으로 ‘펜스 룰’ 등장
“여성차별” vs “자기방어”

#상황4. 노래방 주인 D씨는 요즘 갑자기 끊긴 손님에 어리둥절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러 회사에서 회식을 하러 왔는데 최근 급격하게 뜸해졌다. 알고 보니 회사서 단체회식을 자제하고 있던 것. 회식을 하더라도 1차서 가볍게 먹고 헤어지는 일이 늘어났다고 했다.

#상황5. 평소 E씨는 부하 직원의 업무는 물론 사적인 고민 상담도 잘해주는 상사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카카오톡이나 사내 메신저, 이메일 등으로만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직원들이 있지만 가능하면 짧게 얘기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상황6. 중소기업 사장인 F씨는 채용 과정서 여성을 뽑아야 할지 고민이다. 미투 운동에 연관되면 기업 이미지가 망가지는 건 순식간인데, 애초에 불안요소를 만들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위에 언급된 상황들은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사례로 올라왔거나 이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재구성한 것이다. 현재 일부 남성들은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처럼 여성과의 관계 단절을 통해 미투 운동을 피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차별과 방어라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선다. 펜스 룰이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과 문제가 되기 전에 먼저 조심하겠다는 데 뭐가 문제냐는 입장이다.
 

펜스 룰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쪽은 “여성에게 과도한 경계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예비 성범죄자로 인정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반면 펜스 룰을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선의로 한 말이나 호의를 표현하는 것도 성희롱으로 비쳐질 수 있는 민감한 상황서 여성과 거리를 두는 게 자기방어 차원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미투 운동이 처음 불거졌던 미국서도 펜스 룰 논란은 뜨겁다. 남성 고위 임원급 간부들이 여직원을 피하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면서 여성들의 유리천장이 더욱 공고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기업서 고위급 간부는 남성이 월등히 많다. 이 때문에 미투 운동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펜스 룰이 여성의 사회 진출, 승진 기회를 앗아가는 등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 책임자는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성희롱을 한 몇몇 권력층 남성들이 직장을 잃었고, 일부 남성들은 펜스 룰을 따르는 선택을 했다”고 했다. 이어 “여성들과 일대일로 마주하는 시간을 피하는 게 성희롱을 방지하는 방법이라면 이는 여성들에게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펜스 룰은 여성들이 직장서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펜스 룰이 문제 해결의 근본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문제의 본질을 그저 피하기만 하는 방법은 결국 남녀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유리천장
두꺼워질까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당황한 일부 관리직 혹은 남성 직원들이 예방책이랍시고 채용이나 업무 등에 여성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불법적 행위들을 한다고 한다”며 “이는 그들이 여성 가까이에 있으면 성폭력을 해왔고 할 수 있는 잠재적 성범죄자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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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