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미투 운동’이 낳은 신풍속도

“여자 보기를 돌 같이 하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해 미국서 발생한 메가톤급 ‘허리케인’이 올해 1월 한국에 상륙해 온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미투(#Me too)운동’ 얘기다. 최근 유력 정치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등장하면서 미투 운동의 범위가 정계까지 확산됐다. 미투는 한국서 시작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변화를 야기했다. <일요시사>가 미투 운동이 바꾼 사회 분위기를 들여다봤다.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이 불거졌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전 세계 영화산업의 메카이자 유명 배우들이 넘치는 할리우드서 무려 30년간 성폭력을 저질렀다. 한 세대에 걸쳐 감춰져 있던 진실은 단 한 사람의 목소리로 인해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에 용기를 얻은 피해자들의 연대가 영화계 거물의 가면을 완전히 벗겨내기에 이른다.

사회 전반에
미투 운동

전 세계를 뒤흔든 미투 운동은 배우 알리사 밀라노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나도 그랬다’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Me too)를 달아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하고 경각심을 갖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영향력은 대단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7년 ‘올해의 인물’로 미투 운동을 선정했다. <타임>은 이 운동을 촉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로 명명했다.

한국의 미투 운동은 지난 1월 서지현 검사로부터 촉발됐다. 서 검사는 2010년 한 장례식장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성추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현직 검사의 성폭행 피해 고백은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다. 


법조계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엄청난 기세로 번져나갔다.

문화‧예술계는 시작이었을 뿐, 두 달 만에 방송연예‧종교‧정치 등 각계각층에 미투 바람이 불었다. 지난 5일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현직에 있던 자치단체장이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던 유력 정치인이 몰락히는 데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미투 운동의 핵심은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관계서 우위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도지사-비서, 연출가-배우, 감독-배우, 협회 고위 간부-코치, 중견배우-신인배우, 원로시인-신인 작가 등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쪽이 피해자가 됐다.

두 달 만에 가해자 40여명 지목
문화예술계에서 정계까지 확산

이 때문에 미투 운동을 통한 피해자들의 고발은 ‘용기 있는 행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갑질 문화가 만연한 현 사회 구조상 약자가 강자의 행위를 외부에 폭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과 함께 이에 지지를 표명하는 ‘위드유(#With you)’ 운동이 함께 진행되는 이유다.


실제 안 전 지사와의 관계에서 약자였던 김씨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그(안 전 지사)가 가진 권력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늘 수긍하고 그의 기분을 맞추고 지사님 표정 하나하나 일그러지는 것까지 다 맞춰야 하는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 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뷰 말미에 “저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안희정 지사다. 제가 오늘 이후에도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 그래서 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이 저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월26일 서 검사의 검찰청 ‘이프로스’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7일 기준으로 41일째를 맞았다. 현재까지 가해자로 지목돼 언론에 오르내린 인물은 각계각층의 40여명이다. 하루에 한 명 꼴로 터진 셈이다. 먼저 터진 사건이 뒤늦게 거론된 일에 묻히는 형국이다.
 

미투 운동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문제 제기를 넘어 사회 운동으로 발전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확고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달 2일 전국 성인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미투 운동에 대한 입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지를 표명한 응답자가 74.8%로 나타났다. 모든 지역과 계층서 지지 여론이 우세했고, 여성(76.2%)에서 지지 응답률이 다소 높았지만 남성 역시 73.3%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8일 고양 일산킨텍스서 열린 ‘제50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여성들의 차별과 아픔에 대해 다시 한 번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하는 등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은 대부분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린 상태다. 당장 지위를 잃은 것은 물론 그동안 쌓아온 명성이나 명예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성범죄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어서 향후 회복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각계각층서
하루 한 명꼴

이 때문에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은 폭로를 인정할 경우 빠른 사과와 자숙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름만 거론돼도 입장문이 나올 정도로 대응이 빨라졌다. 반대로 고발이 사실이 아니라면 강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미투 운동에 가해자로 거론되는 게 평판이나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미투 운동에 대응하는 반대급부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의 이슈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초대형 블랙홀로 확대된 만큼 반작용 역시 커지는 모양새다. 이른바 ‘펜스 룰(Pence Rule)’의 등장이다.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2002년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과의 인터뷰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참석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성추행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서 아내 외의 여성들과 교류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 만나고
말 안하고

이처럼 성 관련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여성과의 교류 자체를 꺼리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중이다. 일부 기업에선 펜스 룰을 과하게 해석해 채용 과정서 여성을 배제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는 “여자 직원과 밥 먹기도 무섭다” “괜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큰일날까 봐 말도 안 걸고 있다” “가끔 동료들과 퇴근 후 맥주 한 잔 마시는 게 낙이었는데 이제 바로 집에 가야할 것 같다” 등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상황1. A씨는 전 직원이 10명 정도인 중소기업서 일한다. 외근 나갈 때를 제외하곤 전 직원이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미투 운동 이후 남녀 따로 식사를 하게 됐다. 어쩌다 같이 먹더라도 상을 나눠 쓸 정도로 데면데면해졌다.
 

#상황2. 대학생 B씨는 조별 수업을 위한 조 편성을 남성으로만 구성했다. 남녀 섞어서 조를 구성하라고 권유했던 교수님도 남학생 또는 여학생만으로 조를 짜는 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남녀가 섞인 혼성 조는 카페 등 탁 트인 곳에서 만난다. 도서관 스터디 룸을 남녀 둘이 사용하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다.


#상황3. C씨는 전 직원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서 말을 아끼고 있다. 자칫하다 말실수를 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상사의 공지 전달과 직원들의 의견 공유, 경조사 인사 등 여러 주제의 대화가 버무려졌던 단톡방은 사무적인 이야기로만 채워지고 있다.

반작용으로 ‘펜스 룰’ 등장
“여성차별” vs “자기방어”

#상황4. 노래방 주인 D씨는 요즘 갑자기 끊긴 손님에 어리둥절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러 회사에서 회식을 하러 왔는데 최근 급격하게 뜸해졌다. 알고 보니 회사서 단체회식을 자제하고 있던 것. 회식을 하더라도 1차서 가볍게 먹고 헤어지는 일이 늘어났다고 했다.

#상황5. 평소 E씨는 부하 직원의 업무는 물론 사적인 고민 상담도 잘해주는 상사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카카오톡이나 사내 메신저, 이메일 등으로만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직원들이 있지만 가능하면 짧게 얘기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상황6. 중소기업 사장인 F씨는 채용 과정서 여성을 뽑아야 할지 고민이다. 미투 운동에 연관되면 기업 이미지가 망가지는 건 순식간인데, 애초에 불안요소를 만들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위에 언급된 상황들은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사례로 올라왔거나 이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재구성한 것이다. 현재 일부 남성들은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처럼 여성과의 관계 단절을 통해 미투 운동을 피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차별과 방어라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선다. 펜스 룰이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과 문제가 되기 전에 먼저 조심하겠다는 데 뭐가 문제냐는 입장이다.
 

펜스 룰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쪽은 “여성에게 과도한 경계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예비 성범죄자로 인정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반면 펜스 룰을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선의로 한 말이나 호의를 표현하는 것도 성희롱으로 비쳐질 수 있는 민감한 상황서 여성과 거리를 두는 게 자기방어 차원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미투 운동이 처음 불거졌던 미국서도 펜스 룰 논란은 뜨겁다. 남성 고위 임원급 간부들이 여직원을 피하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면서 여성들의 유리천장이 더욱 공고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기업서 고위급 간부는 남성이 월등히 많다. 이 때문에 미투 운동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펜스 룰이 여성의 사회 진출, 승진 기회를 앗아가는 등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 책임자는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성희롱을 한 몇몇 권력층 남성들이 직장을 잃었고, 일부 남성들은 펜스 룰을 따르는 선택을 했다”고 했다. 이어 “여성들과 일대일로 마주하는 시간을 피하는 게 성희롱을 방지하는 방법이라면 이는 여성들에게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펜스 룰은 여성들이 직장서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펜스 룰이 문제 해결의 근본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문제의 본질을 그저 피하기만 하는 방법은 결국 남녀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유리천장
두꺼워질까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당황한 일부 관리직 혹은 남성 직원들이 예방책이랍시고 채용이나 업무 등에 여성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불법적 행위들을 한다고 한다”며 “이는 그들이 여성 가까이에 있으면 성폭력을 해왔고 할 수 있는 잠재적 성범죄자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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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