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공화국’의 민낯 고발

참았던 여성들 들고 일어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미투’ 운동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불과 한 달 새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각계각층의 인사 수가 3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유명인 이름이 뜨면 미투 운동과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 미투 운동은 그동안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권력형 성폭력의 본질을 들춰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미투’ 운동은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SNS에 올려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나도 그렇다’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Me Too)를 달아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 당시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처음 제안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당신이 성폭력 피해를 봤거나 성희롱을 당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여기 트위터에 ‘미투’라고 써달라”고 호소했다.

할리우드 시작
전 세계에 파장

반향은 어마어마했다. 알리사 밀라노가 제안한지 24시간 만에 5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리트윗으로 지지를 표명했고, 8만여명이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백했다.

한국의 미투 운동은 지난 1월26일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로 촉발됐다. 서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과를 요구한 자신에 대해 2014∼2015년 부당한 사무 감사를 진행하고, 통영지청으로 발령하는 과정서 부당하게 입김을 넣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서 검사는 이프로스 폭로 3일 만에 언론에 직접 출연해 피해 사실을 설명했다.

각계각층 30여명 지목
가해자 침묵 혹은 사과

현직 검사가 실명을 걸고 한 고백은 각계각층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으로 이어졌다. 법조계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연극계, 문단, 연예계, 만화계, 영화계, 가요계를 넘어 종교계로까지 번졌다. 연극 연출가, 시인, 영화감독, 천주교 신부 등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30여명 가까운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고발된 이들의 공통점은 피해자와의 관계서 우위에 있었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이 두려워 상황이 발생한 당시 가해자를 고발하지 못했다.

▲문화·예술계= 문화·예술계는 미투 운동이 가장 광범위하게 번진 분야다. 특히 연극계는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가해자가 나왔다. 거장으로 불린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 조증윤 극단 번작이 대표, 김석만 연출가, 윤호진 연출가 등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모두 연출가이거나 극단 대표다.

지난달 14일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자신의 SNS에 이윤택 전 감독으로부터 당한 성추행 사실에 대해 적었다. 

그는 “여관방 인터폰이 울렸다. 밤이었다. 내가 받았고 전화 건 이는 연출이었다. 왜 부르는지 단박에 알았다. 안마를 하러 오라는 것”이라며 “그는 연습 중이던 휴식 중이던 꼭 여자단원에게 안마를 시켰다. 그게 본인의 기를 푸는 방법이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배우 김지현도 지난달 19일 자신의 SNS에 이 전 감독에게 성폭행 당한 후 임신과 낙태를 했다고 밝혀 충격을 더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이 전 감독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저에게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다”면서도 성폭행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배우 오동식에 의해 이 전 감독의 기자회견이 리허설까지 진행된 연출된 사과였다는 내부 고발이 나오면서 진정성은 빛을 바랬다.

이 전 감독에 대한 폭로는 연극계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었다. 지난달 15일에는 오태석 대표에 대한 고발이 나왔다. 

배우 A씨는 자신의 SNS에 ‘ㅇㅌㅅ’이라고 초성을 올린 뒤 성추행 피해 사실을 게재했다. 

그는 “대학로의 그 갈비 상 위에서는 핑크빛 삼겹살이 불판 위에 춤을 추고, 상 아래에서는 나와 당신의 허벅지,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꼬집고 주무르던 축축한 선생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소리를 지를 수도 뿌리칠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오 대표에 대한 폭로는 또 다른 전직 배우에게서도 터져 나왔다. 연이은 폭로에도 오 대표는 침묵을 지켰다. 그는 지난달 20일 입장을 밝히기로 했지만 이날 오전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며 돌연 발표를 연기한 후 1일 현재까지 묵묵부답 상태다.

권력형 성폭력
수직관계 위험

조증윤 대표는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 가운데 처음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당시 16∼18세였던 여자 단원 2명을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예대 익명 SNS에 처음 조 대표 관련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조 대표는 지난 1일 창원지방법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서 성관계는 인정했지만 당시 서로 호감을 갖고 있던 만큼 성폭행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미성년자였던 피해 단원들은 “나이가 20살 이상 많은 조 대표에게 호감 느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던 고은 시인의 몰락도 미투 운동서 비롯됐다. 고 시인에 대한 충격적인 폭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석만 연출가에 대한 성추행 피해 주장도 불거졌다. 21년 전 연극 행사 뒤풀이서 김 연출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피해 여성은 “당신은 택시에 나를 태우고 북악스카이웨이로 향했다”며 “성추행 당하고 여관까지 갔다가 방이 다 찼다는 이유로 돌아섰다”며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적었다. 김 연출가는 이날 오후 “어떠한 책임도 질 것이며 남은 일생 잘못을 빌며 용서를 구하고 반성하며 살아가겠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거장의 성추문
연극계 쑥대밭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등 굵직한 작품을 연출한 윤호진 에이콤 대표 역시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다. 윤 대표는 창작 뮤지컬 제작 과정서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복수의 피해자들의 주장에 지난달 24일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피해자들이 바라는 방식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겠다”며 “나 때문에 상처 입은 피해자들이 있다면 따로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

인간문화재 하용부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연희단거리패 전직 단원이 하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것. 

이후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하씨를 공개적으로 지목한 여성단원은 3명으로 늘었다. 하씨는 처음에는 “추호의 변명의 여지도 없고 정말 잘못했다”며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지난달 27일 오후 “성폭행한 적은 없는 것 같다”며 돌연 입장을 바꿨다.


지난달 26일 웹툰 작가 이태경은 주례를 부탁하러 간 자리서 유명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씨는 박 화백이 자신의 허벅지 등 신체를 만지고 ‘맛있다고 생각했다’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화백은 지난해 대학 강의서도 “여자는 보통 비유하길 꽃이나 과일이랑 비슷한 면이 있다. 상큼하고 먹음직스럽고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씨를 얻을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학생들의 항의를 산 적이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박 화백은 자신의 SNS에 공개 사과문을 올려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연예계= 미투 운동은 연예계로 번졌다.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등 유명 배우들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조민기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연예인 ㅈㅁㄱ씨가 몇 년간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교수직을 박탈당했다”며 “혐의가 인정돼 교수직을 박탈당했는데 기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의문”이라는 글이 시발점이었다. 

조민기는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 의혹에 대해 부인했지만 연이은 피해자들의 고백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조재현은 처음 댓글을 통해 이니셜로 거론됐다. 그러다 지난달 23일 배우 최율이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미투 운동에 동참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조재현은 피해자에게 배역을 주겠다는 조건으로 성관계를 시도한 적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사과문을 통해 일부 혐의를 인정한 상태다.

아직 조용한 정·관·재계
다음 타깃은 과연 어디일까

‘천만 요정’으로 불렸던 배우 오달수는 처음 이름이 거론된 이후 상당 기간 입장 발표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다 자신의 실명을 걸고 공개 저격한 피해자가 나오자 그제야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오씨는 사과문을 통해 “25년 전 잠시나마 연애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덫에 걸린 짐승처럼 팔도 잘렸고 정신도 많이 피폐해졌다”며 마치 자신을 피해자인 것처럼 표현해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우 최일화는 스스로 가해 사실을 공개한 경우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과거 있었던 성추문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사과와 함께 연극배우협회 이사장직과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와 영화, 광고 등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진 고백 다음날 최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등장했다. 최씨는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 중이다. 이어 이명행, 한명구, 최용민 등 배우들의 성추문이 연달아 불거졌다. 이들은 사과문을 내고 맡고 있던 배역, 교수직 등을 내려놓았다.

▲종교계= 천주교 신부가 성폭력 가해자로 밝혀지면서 종교계가 술렁였다. 수원교구 소속 한모 신부는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당시 봉사단의 일원이던 여성 신도를 추행하고 강간을 시도했다.

피해자는 7년여 동안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하다가 최근 미투 운동에 힘을 얻어 언론에 사건을 폭로했다. 한 신부는 자신이 7년여에 걸쳐 피해자를 찾아가 용서를 구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소속 간부 김덕진씨가 4년 전 여성 활동가를 성추행 했다는 주장이 나와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앞서 피해자는 자신의 SNS에 김씨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김씨가 당시 사건이 합의하에 이뤄진 양 말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이 당분간 활발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투 운동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75%(2월5일 리얼미터 조사)에 달하고, 어렵게 용기를 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내는 위드유(#With you) 운동이 일어나는 등 사회적 시선이 점차 변화하면서 고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문화·예술계와 연예계에 편중된 폭로가 각계각층으로 퍼지는 건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먼저 손꼽히는 분야는 정계다. 정계는 미투 운동이 아직 활발하게 전개되지 않았을 뿐 그간 성 관련 사건이 꾸준히 발생한 분야였다. 실제 지난달 7일 최윤희 전 경북도의원은 자신이 도의원으로 일했던 2006∼2010년 동료의원들에게 공공연히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가장 폐쇄적인 집단으로 분류되는 군대 역시 미투 운동이 필요한 분야라는 분석이 있다. 상명하복이 군대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인 만큼 수직 관계서 일어나기 쉬운 성폭력이 만연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특히 군대서 미투 운동이 벌어지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피해자들도 등장할 수 있다.

이미 조금씩 피해자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는 언론계는 물꼬가 트이면 엄청난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지난 2009년 배우 장자연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언론계 등 유력인사 31명에게 성상납과 술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내용을 고발했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다. 

유력 언론사 관계자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미흡하게 처리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말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리스트를 재조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군·체육계
벌벌 떠나?

체육계는 지난 1일 이경희 리듬체조 국가대표팀 코치의 최초 고백으로 물꼬가 트였다. 가해자는 이씨가 업무상 만났던 대한체조협회 전 고위 간부로, 이씨는 3년 동안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3년여간 이어진 성추행을 견디다 못해 사표를 내러 갔던 날 그에게 성폭행 당할 뻔 했다는 충격적인 주장도 나왔다. 해당 간부는 당시 이씨의 탄원서로 감사가 시작되자 자진해서 사퇴했지만 2년 후 더 높은 자리의 간부 후보가 돼서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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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