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국민청원 천태만상

뭔 일만 생기면 청와대 두드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청와대 국민청원이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등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김없이 관련 청원이 제기되고 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연결 가능한 링크가 하루에도 수차례씩 올라온다. <일요시사>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조명해봤다.
 

인터넷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SNS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은 이슈 확산 속도를 극적으로 단축시켰다. 예전에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사건이 대중에게 전파되는 방식이었지만, 요즘에는 SNS에서 먼저 사건이 크게 불거지고 기사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 여론의 흐름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이하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여론몰이?

#1. 설 명절 연휴 다음날인 지난 19일 오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가 끝난 이후였다. 경기 내용과 선수들의 인터뷰가 국민을 자극했고 분노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서 폭발했다.

이날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팀추월이 세 선수가 호흡을 맞춰서 타야 하는 팀 경기에도 불구하고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 선수는 불화설이 제기될 만큼 좋지 않은 팀워크를 드러냈다. 


또 경기 직후 김보름 선수의 인터뷰 발언도 문제로 지적됐다.

청원자는 “오늘 사건을 계기로 김보름과 박지우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 그리고 올림픽 등 국제대회 출전 정지를 요청합니다”라며 “아울러 빙상연맹의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를 엄중히 밝혀내 연맹 인사들을 대폭 물갈이하는 철저한 연맹 개혁도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청원은 50만7000명(21일 오후 4시 기준)의 동의를 얻었는데 역대 청원 중 가장 빠른 속도다.

현 정부 ‘소통’ 철학 담겨
20만 넘으면 직접 답변

#2. 지난해 9월 8살 소녀를 강간, 상해한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서 당시 8살 나영이를 때리고 잔혹하게 성폭행했다. 조두순의 엽기적인 범죄 행각에 전 국민은 경악했다. 조두순은 12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이 제기된 시기는 그가 2020년이면 사회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대중에게 인식되면서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대중의 관심이 조두순 출소 시기에 쏠렸고 청원 동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오르기 시작했다.
 

‘제발 조두순 재심 다시 해서 무기징역으로 해야 됩니다!!’라는 단 한 줄의 청원은 지난해 12월5일까지 61만5354명의 동의를 얻었다. 역대 가장 많은 수의 국민이 참여한 청원이다.


청원 종료 다음날인 지난해 12월6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통해 이에 대해 답했다. 조 수석은 “(국민들께서)실망스러우시겠지만, 현행법상 재심은 불가능하다”며 “극악한 범죄에 대한 분노는 매우 정당하지만 그 해결법은 법치주의적 원칙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현행법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조두순의 피해자 보복 가능성과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정부가 확실히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이 녹아있는 정책이다. 국정 현안과 관련해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 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가 답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8월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하면서 만들어졌다. 미국 백악관 청원 사이트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서 모티브를 따왔다. 2011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의 열린 정부 구상에 따라 개설됐다. 30일 동안 10만명 넘게 서명하면 의무적으로 답하도록 했다.

21일 기준으로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12만2700여건이다. 정책이 시작된 이후 1일 평균 650건이 올라온 셈이다. 최근 국민청원이 활성화되면서 하루에 올라오는 청원 수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초기 하루에 200~300건이던 청원은 지난 20일에만 1796건 제기됐다.

13만여건의 청원 중 청와대 관계자가 의무적으로 답해야 하는 청원은 15건이다. 청와대는 이 중 8건에 대해 답했다. 

▲청소년 보호법 폐지 ▲낙태죄 폐지 ▲주취감형 폐지 ▲조두순 출소 반대 ▲권역외상센터 지원 ▲전안법(전기안전관리법) 개정 또는 폐지 ▲가상화폐 규제 반대 ▲정형식 판사 판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에 대한 특별감사 등이다.

이외에도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 파면 ▲미성년자 성폭행 형량 증가 ▲대전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 교통사고 ▲초중고등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국회의원 급여 최저시급 책정 ▲포털 사이트 네이버 수사 ▲김보름·박지우 선수 자격박탈과 빙상연맹 조사 등 7건의 청원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접근성 높아 황당 청원도
역기능 서서히 드러나나

문제는 국민청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적인 민원, 황당한 요구 등의 청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포털사이트 다음서 운영하는 ‘아고라’ 게시판처럼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홍콩서 열린 ‘2017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수상 결과를 두고 아이돌그룹 엑소(EXO) 팬들이 제기한 청원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상격인 올해의 앨범상은 엑소, 올해의 가수상은 방탄소년단이 탔다. 

하지만 일부 엑소 팬들이 수상 결과에 의문을 품고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청원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정책 제안의 장이 돼야 할 공간이 불만 토로 게시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청원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쪽은 청와대가 답할 수 없는 부분이나 억지 주장이 많아졌다고 주장한다. 
 

국민청원이 법 적용과는 관계없이 생떼를 쓰는, 이른바 떼법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라 SNS나 포털사이트 계정 등 한 사람이 여러 방법으로 청원에 동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조작, 대표성 논란 등도 제기됐다. 청와대는 지난 6일 소셜 로그인 서비스 중 카카오톡 연결을 잠정 중단했다. 

청원 동의 과정서 중복투표 문제가 불거지면서 나온 보완책이다. 지난달 6일 등록된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에 마감을 이틀 앞두고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몰린 게 발단이 됐다. 

당시 SNS에는 해당 청원에 대한 중복투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청와대는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높은 관심만큼 역기능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국민청원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많은 편이다. 직관적으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국민청원의 특성상 동의 숫자가 답변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특정 기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순기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래도 소통

최근 토익시험 관리사인 YBM에 대한 국민청원이 제기된 이후 불만 사항이 일부 개선된 게 대표적이다. 해당 청원은 21일 기준으로 3만6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YBM 고발 청원에 동의한 서울 목동의 강모씨는 “국민청원이 제기되고 언론에 보도가 되자 YBM서 개선안을 내놨다”며 “이런 게 여론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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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