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을 만나다> ‘용산중 농구부’ 박민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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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8.02.26 10:49:52
  • 호수 1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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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지도는 옛말! 알아가는 게 중요하죠”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용산중학교는 농구 명문으로 불린다. 김국찬, 안영준, 허훈 등을 배출한 학교로 허훈의 아버지 허재 또한 용산중학교를 대표하는 농구인 중 한 명이다. 숱한 유망주를 프로로 진출시키며 ‘유망주 제조기’라 불리는 박민재 감독을 만나봤다.
 

박민재 감독은 잦은 부상으로 인해 대학교 3학년 때 농구 코트를 떠났다. 당시 지도자에 관심을 가졌던 박민재 감독이지만 도움 받을 곳이 없어 회사를 다니며 평범한 직장인이 됐다. 그렇게 선수가 아닌 평범한 회사원으로 사회에 적응해나가던 박 감독은 은사님으로부터 지도자 제의를 받게 됐다. 

디테일한 가르침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던 박 감독은 은사님의 제의를 수락했고, 현재까지 지도자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쉽지만은 않았다. 삼광초등학교 지도자 시절, 선수 수급의 어려움을 겪던 박 감독은 지인들에게 수소문해가며 선수 영입을 시도했다.

“지도자 처음 시작할 때 정말 힘들게 했었어요. 무작정 뛰었어요. 발품 팔고 다니며 아이들 교육법부터 선수 수급까지 안 한 게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허재(현 농구 국가대표 감독) 선배님께 첫째 (허)웅이만 농구 시키려고 하시는 걸 (허)훈이도 시키라고 설득하기도 했어요.”


야구나 축구에 비해 농구는 초등학교 때 생활체육이 아닌 엘리트로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기에 선수 수급은 더욱더 힘들었다. 또한 맨땅의 헤딩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쳤다.

“어려움도 물론 따르지만 디테일하게 가르칠 수 있어 좋았어요.” 박 감독은 삼광초등학교 지도자 시절을 떠올렸다.

요즘 농구 스타플레이어 위주
5명이 끈끈한 동료애로 뭉쳐야

반면 조금 더 나아진 환경이리라 생각했던 중학교는 의외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은 선수 개개인의 특성 파악이 쉬웠어요. 그런데 중학생들은 집에서 하는 모습과 학교서 보이는 모습이 달라 어렵더라고요. 지금 또 한참 예민할 때다 보니까 무슨 사고를 칠지 몰라서 방과 후나 훈련이 없는 날이면 너무 불안해요.”

그도 그럴 것이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사춘기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선의 방향을 찾아가던 박 감독은 학생들과의 교류를 선택했다.

“용산중학교서 지도자를 시작하고부터는 상담록을 작성하고 있어요. 한창 사춘기 겪을 아이들이다 보니 알아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과 면담을 통해 운동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요. 물론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님과도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하고요. 더불어 다른 학교 팀 지도자들과 대화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일방적인 가르침을 받았던 과거와 달리 수평적인 관계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요즘, 팀을 꾸려 나감에서도 남들과는 다른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저희가 ‘지적 노트’라는 걸 작성해요. 쉽게 말하면 오답 노트 같은 것인데 훈련을 하다 보면 저한테 지적받는 부분들을 작성하는 거예요. 그게 쌓이다 보면 일관되게 겹치는 분명히 나오게 돼있어요. 그럼 그 부분을 개인 훈련 시간에 연습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서 일주일 혹은 이 주일에 한 번씩 공책을 걷어 선수 개개인 별로 피드백을 작성해주고 있어요. 이런 것처럼 다른 학교와 차별화를 둔다면 사람들은 ‘왜 이 학교가 농구 명문이라고 불리는지 알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용산중학교는 농구 명문으로의 재도약을 위해 반복 훈련 대신 몇 개의 프로그램을 갖고 2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씩 바꿔가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학부모님과 학교의 관심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기다려준 이들을 위해 박민재 감독은 제72회 종별 농구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보답했다.

“부임한 첫해에도 종별 선수권 대회서 준우승을 거뒀는데 6년 만에 똑같은 대회서 우승했어요. 올해 큰 활약을 해줬던 (여)준석이나 (김)동현이는 이제 고등학교로 진학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서 올라오는 친구들과 현재 1·2학년들의 팀워크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한 팀을 만들기 위해 스카우트에도 매진하고 있어요.”

팀을 꾸려나가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도 부족할 박 감독에겐 더 큰 걱정거리가 있었다. 바로 농구가 단체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운동으로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요즘 농구가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와 네 명의 서브 선수로 경기해 나가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것들이 싫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농구는 다섯 명이 하는 종목이니 끈끈한 동료애를 다졌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잘하는 선수들은 잘한다고 거들먹거리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동료들과 어울린다면 단체 속 개인이 나오는 일은 없을 거로 생각해요.”

“채워나가는 아이들 보면
제가 더 부족함을 느껴요”

박 감독은 다방면으로 고민에 고민을 더하며 더욱 더 나은 환경이 아이들에게 주어질 수 있게 힘썼다. 그 결과 ‘유망주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지도자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아이들을 하도 관찰하다 보니 장단점이 말하지 않아도 보여요. 그중에 잠재돼있던 모습들을 끄집어 내주니까 성적도 잘 나오고 그랬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안)영준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167cm, (허)훈이가 152cm밖에 안 됐어요. 그때 작은 아이들 데리고 큰 애들을 이기려고 훈련을 하다 보니 진짜 힘들었거든요. 그러한 것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제 노하우가 된 것 같아요. 뭐 유망주 제조기라는 표현도 물론 감사하지만 과분하죠.”

약 10여년 전 초·중학교 시절을 박 감독과 함께했던 허훈은 2017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안영준이 4순위, 김국찬이 5순위에 나란히 지명되며 박민재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이 친구들을 만나 이러한 소식을 듣게 되기까지 50%의 운과 50%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이 친구들은 제가 아닌 다른 지도자를 만났더라도 성공했을 친구들이지만 제 밑에서 농구를 배우게 됐으니 일단 상대가 누구든 피하기보다는 부딪혀보자는 마음을 갖게끔 만드는 걸 우선시했어요.” 


“그래서 그걸 만들어주기 위해 다른 학교에 비해 체력훈련을 많이 했죠. 체력이 바탕이 되면 자신감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거라고 믿었거든요. 당시에는 힘들었을지 몰라도 그러한 것들이 선수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것 같아 기분 좋네요.”

첫 시작은 50%의 운과 50%의 노력으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100%의 노력으로 용산중학교를 꾸려나가고 있는 박 감독은 내년 시즌에 대한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드러냈다.

“올해에 비해 내년은 조금 약한 느낌이 있어요. 센터에 있는 친구가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미래지향적인 친구예요. 키도 크고, 훈련도 열심히 따라오려고 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큰 친구들이 주축이 돼서 경기를 이끌어 가야 하는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다 보니까 팀워크가 조금 안 맞아요.” 

“그래서 불협화음을 조금 줄여나가는 걸 시작으로 내년 준비에 들어가려고 해요. 아이들도 공격적인 면에서는 본인들이 부족하다 느끼는지 수비를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 하나라도 더 해보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같이 분발해야겠다 싶었어요.”

다양한 프로그램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오히려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 감독. 아이들이 경기에 이기고 지고를 떠나 자신들이 준비한 플레이를 펼쳤나 그러지 못했나에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한다. 결과에 연연하는 선수가 아닌 과정 속 내가 해내지 못한 것들에 대해 더 생각하는 선수가 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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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