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을 만나다> ‘용산중 농구부’ 박민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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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8.02.26 10:49:52
  • 호수 1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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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지도는 옛말! 알아가는 게 중요하죠”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용산중학교는 농구 명문으로 불린다. 김국찬, 안영준, 허훈 등을 배출한 학교로 허훈의 아버지 허재 또한 용산중학교를 대표하는 농구인 중 한 명이다. 숱한 유망주를 프로로 진출시키며 ‘유망주 제조기’라 불리는 박민재 감독을 만나봤다.
 

박민재 감독은 잦은 부상으로 인해 대학교 3학년 때 농구 코트를 떠났다. 당시 지도자에 관심을 가졌던 박민재 감독이지만 도움 받을 곳이 없어 회사를 다니며 평범한 직장인이 됐다. 그렇게 선수가 아닌 평범한 회사원으로 사회에 적응해나가던 박 감독은 은사님으로부터 지도자 제의를 받게 됐다. 

디테일한 가르침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던 박 감독은 은사님의 제의를 수락했고, 현재까지 지도자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쉽지만은 않았다. 삼광초등학교 지도자 시절, 선수 수급의 어려움을 겪던 박 감독은 지인들에게 수소문해가며 선수 영입을 시도했다.

“지도자 처음 시작할 때 정말 힘들게 했었어요. 무작정 뛰었어요. 발품 팔고 다니며 아이들 교육법부터 선수 수급까지 안 한 게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허재(현 농구 국가대표 감독) 선배님께 첫째 (허)웅이만 농구 시키려고 하시는 걸 (허)훈이도 시키라고 설득하기도 했어요.”


야구나 축구에 비해 농구는 초등학교 때 생활체육이 아닌 엘리트로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기에 선수 수급은 더욱더 힘들었다. 또한 맨땅의 헤딩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쳤다.

“어려움도 물론 따르지만 디테일하게 가르칠 수 있어 좋았어요.” 박 감독은 삼광초등학교 지도자 시절을 떠올렸다.

요즘 농구 스타플레이어 위주
5명이 끈끈한 동료애로 뭉쳐야

반면 조금 더 나아진 환경이리라 생각했던 중학교는 의외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은 선수 개개인의 특성 파악이 쉬웠어요. 그런데 중학생들은 집에서 하는 모습과 학교서 보이는 모습이 달라 어렵더라고요. 지금 또 한참 예민할 때다 보니까 무슨 사고를 칠지 몰라서 방과 후나 훈련이 없는 날이면 너무 불안해요.”

그도 그럴 것이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사춘기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선의 방향을 찾아가던 박 감독은 학생들과의 교류를 선택했다.

“용산중학교서 지도자를 시작하고부터는 상담록을 작성하고 있어요. 한창 사춘기 겪을 아이들이다 보니 알아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과 면담을 통해 운동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요. 물론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님과도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하고요. 더불어 다른 학교 팀 지도자들과 대화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일방적인 가르침을 받았던 과거와 달리 수평적인 관계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요즘, 팀을 꾸려 나감에서도 남들과는 다른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저희가 ‘지적 노트’라는 걸 작성해요. 쉽게 말하면 오답 노트 같은 것인데 훈련을 하다 보면 저한테 지적받는 부분들을 작성하는 거예요. 그게 쌓이다 보면 일관되게 겹치는 분명히 나오게 돼있어요. 그럼 그 부분을 개인 훈련 시간에 연습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서 일주일 혹은 이 주일에 한 번씩 공책을 걷어 선수 개개인 별로 피드백을 작성해주고 있어요. 이런 것처럼 다른 학교와 차별화를 둔다면 사람들은 ‘왜 이 학교가 농구 명문이라고 불리는지 알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용산중학교는 농구 명문으로의 재도약을 위해 반복 훈련 대신 몇 개의 프로그램을 갖고 2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씩 바꿔가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학부모님과 학교의 관심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기다려준 이들을 위해 박민재 감독은 제72회 종별 농구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보답했다.

“부임한 첫해에도 종별 선수권 대회서 준우승을 거뒀는데 6년 만에 똑같은 대회서 우승했어요. 올해 큰 활약을 해줬던 (여)준석이나 (김)동현이는 이제 고등학교로 진학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서 올라오는 친구들과 현재 1·2학년들의 팀워크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한 팀을 만들기 위해 스카우트에도 매진하고 있어요.”

팀을 꾸려나가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도 부족할 박 감독에겐 더 큰 걱정거리가 있었다. 바로 농구가 단체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운동으로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요즘 농구가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와 네 명의 서브 선수로 경기해 나가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것들이 싫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농구는 다섯 명이 하는 종목이니 끈끈한 동료애를 다졌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잘하는 선수들은 잘한다고 거들먹거리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동료들과 어울린다면 단체 속 개인이 나오는 일은 없을 거로 생각해요.”

“채워나가는 아이들 보면
제가 더 부족함을 느껴요”

박 감독은 다방면으로 고민에 고민을 더하며 더욱 더 나은 환경이 아이들에게 주어질 수 있게 힘썼다. 그 결과 ‘유망주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지도자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아이들을 하도 관찰하다 보니 장단점이 말하지 않아도 보여요. 그중에 잠재돼있던 모습들을 끄집어 내주니까 성적도 잘 나오고 그랬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안)영준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167cm, (허)훈이가 152cm밖에 안 됐어요. 그때 작은 아이들 데리고 큰 애들을 이기려고 훈련을 하다 보니 진짜 힘들었거든요. 그러한 것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제 노하우가 된 것 같아요. 뭐 유망주 제조기라는 표현도 물론 감사하지만 과분하죠.”

약 10여년 전 초·중학교 시절을 박 감독과 함께했던 허훈은 2017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안영준이 4순위, 김국찬이 5순위에 나란히 지명되며 박민재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이 친구들을 만나 이러한 소식을 듣게 되기까지 50%의 운과 50%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이 친구들은 제가 아닌 다른 지도자를 만났더라도 성공했을 친구들이지만 제 밑에서 농구를 배우게 됐으니 일단 상대가 누구든 피하기보다는 부딪혀보자는 마음을 갖게끔 만드는 걸 우선시했어요.” 


“그래서 그걸 만들어주기 위해 다른 학교에 비해 체력훈련을 많이 했죠. 체력이 바탕이 되면 자신감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거라고 믿었거든요. 당시에는 힘들었을지 몰라도 그러한 것들이 선수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것 같아 기분 좋네요.”

첫 시작은 50%의 운과 50%의 노력으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100%의 노력으로 용산중학교를 꾸려나가고 있는 박 감독은 내년 시즌에 대한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드러냈다.

“올해에 비해 내년은 조금 약한 느낌이 있어요. 센터에 있는 친구가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미래지향적인 친구예요. 키도 크고, 훈련도 열심히 따라오려고 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큰 친구들이 주축이 돼서 경기를 이끌어 가야 하는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다 보니까 팀워크가 조금 안 맞아요.” 

“그래서 불협화음을 조금 줄여나가는 걸 시작으로 내년 준비에 들어가려고 해요. 아이들도 공격적인 면에서는 본인들이 부족하다 느끼는지 수비를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 하나라도 더 해보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같이 분발해야겠다 싶었어요.”

다양한 프로그램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오히려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 감독. 아이들이 경기에 이기고 지고를 떠나 자신들이 준비한 플레이를 펼쳤나 그러지 못했나에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한다. 결과에 연연하는 선수가 아닌 과정 속 내가 해내지 못한 것들에 대해 더 생각하는 선수가 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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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