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독특한 작품세계’ 김성남

자연에 맞선 벌거벗은 인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혀 다른 두 종의 대비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김성남 작가는 인간과 동물의 대비로 강렬함을 표현했다. 여기서 동물은 자연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연과 맞닥뜨린 인간의 생존의지가 그의 작품에 적나라하게 묻어난다. 금산갤러리서 준비한 김성남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금산갤러리가 오는 17일부터 김성남 작가의 ‘그곳…마주하다’라는 타이틀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구작과 신작의 조화를 통해 작품 흐름과 변화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초인을 연상시키는 직립 인간의 누드와 동물의 대비를 강렬하게 표현한 구작, 고즈넉한 고목나무와 찬란한 녹색 생기를 머금은 우거진 숲 등의 풍경으로 이뤄진 신작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다.

종의 대비

김 작가는 1996년 첫 개인전부터 줄곧 태곳적 인류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묘사해왔다. 자연과 맞닥뜨린 인간의 생존의지는 인간의 누드와 동물의 강한 대비로 드러난다. 그는 이러한 주제를 담은 작품의 제목으로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을 연상시키는 ‘초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초인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불완전성이나 제한을 극복한 이상적 인간을 일컫는 말이다. 니체는 초인의 의미를 강조해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는 중심 어휘로 사용했다.
 

그는 작품에 인간과 함께 닭, 오리, 소, 염소와 같은 희생제의에 사용되는 동물을 등장시켰다. 김 작가는 피로 물든 인간과 동물의 몸을 통해 인간이 저지른 죄악에 대한 대속을 말하고자 했다. 당대의 어떤 작가와도 다른 주제의식을 갖고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셈이다.


인간과 동물의 대비
우거진 숲과 고목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고대 이집트의 오시리스 제의에서 보듯이, 애초에 인간의 육신을 절단해 희생제의의 공물로 바쳤던 인간의 관습은 문명의 단계가 높아가면서 양이나 수소로, 다시 그것은 오늘날 기독교서 보는 것처럼 예수의 피와 살을 상징하는 포도주와 떡으로 대체됐다”며 “이러한 일련의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종교의 세속화 현상”이라고 말했다.

벌거벗은 인간에 천착하던 그는 2003년경부터는 풍경 연작을 시작했다. 숲과 나무를 주제로 한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의 풍경화가 아름다운 광경을 형상화하는 데 그치는 것과 달리 자연의 시작과 끝을 한결같이 차분히 담아낸다.

김 작가의 작품에는 삶의 생기를 느낄 수 있는 초록빛의 밀도 높은 잎들로 이뤄진 숲부터 고요하고 쓸쓸함마저 자아내는 고목이나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까지 등장한다.

신작과 구작의 조화
작품의 흐름과 변화

작가의 캔버스는 수십 차례의 붓질과 나이프를 통해 오일을 덧칠하고 긁어내기를 반복하는 작업들로 가득 채워진다. 그 격렬한 텍스쳐들은 신성한 숲의 뒤엉킨 나뭇가지, 빽빽한 잎의 움직임과 질감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의 최근작서 나타나고 있는 신성한 숲은 사회적 상황의 상징물 또는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다.
 


그것은 근대 합리주의 정신에 의해 파괴당한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이자 자기 정화를 위해 요구하는 한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그의 구작과 신작은 소재 면에서 보면 분리된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자연과 인간이라고 하는 두 테마로 현대인의 삶을 성찰한다는 점에서 같은 선상에 있다.

철학적 의미

금산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과 인간이라는 주제로 변화 또는 발전하는 김성남 작가만의 예술적 철학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의 작품들이 관람객들에게 선입견과 편견을 버린 시각을 통한 원형으로서의 자연 그 자체를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시는 다음달 12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성남은?]

▲학력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2004)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1995)

▲개인전

‘그곳…마주하다’ 금산갤러리, 서울(2018)
인디프레스 갤러리, 서울(2017)
금산갤러리, 서울(2011)
갤러리무이, 서울(2009)
금산갤러리, 도쿄, 일본(2009)
스페이스다, 베이징, 중국(2008)
갤러리담, 서울(2008)
아트팩토리, 서울(2007)
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2005)
정글북 아트갤러리, 서울(2005)
갤러리도올, 서울(2003)
성곡미술관, 서울(2000)
유경갤러리, 서울(1997)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서울(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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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