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사정라인 대협공 재벌 전면전 막전막후

이 가는 여의도…칼 빼든 서초동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폭풍전야다. 정치권과 재계 사이에 전운이 가득하다. 아직 본게임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현 상황만 보면 누구 하나 무릎 꿇어야 끝날 판이다. 먼저 시비를 건 쪽은 재계다. 대놓고 노골적인 반기를 들었다. 이에 정치권은 살벌한 으름장으로 선전포고한 상황. 재계는 뒤늦게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서둘러 주워 담으려 하고 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가뜩이나 사정라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재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경련 등 재계 노골적 반기…잇달아 쓴소리
여야 대기업 압박 거세질듯 “희생양만 불쌍”

2007년 12월28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이명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승리 열흘 만에 가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주의)’정책을 선언했다. 당선인 신분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경제정책을 추진해 성장 중심 정책을 펼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와 감세를 약속했다.

“정치인 못 믿겠다”
수장들 연일 직격탄
 
재계는 술렁거렸다. 지난 10여년간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역시 CEO 출신 대통령” “이제는 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재계에선 MB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화답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로부터 3년7개월이 흐른 지금,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자취를 감췄다. 당초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MB정부가 ‘친기업’에서 ‘민생’으로 경제 정책의 초점을 바꾸면서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기업들이 깜짝 실적에도 일자리와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재계 사이에 암운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일이 터졌다. 재계가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대놓고 노골적인 반기를 든 것이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이 진원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정부와 정치권에 쓴소리를 퍼부었다. 재계 단체 수장이 경제 문제가 아닌 국정 사안을 꼬집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한마디로 “못 해먹겠다”는 재계의 반발 심리를 어느 정도 대변했다는 분석이다.

허 회장은 우선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을 비난했다. 포퓰리즘이란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옳고 그름 등 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행태를 말한다. 그는 “반값 등록금과 같은 정책들은 포퓰리즘 하는 사람들이 잘 생각하고 내놓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쏟아져 나올 포퓰리즘성 정책에 대해 재계가 반드시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의 감세 철회 논의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도 내비쳤다. 허 회장은 “(세금은) 선택의 문제”라며 “(기업들이) 재원이 많으면 고용창출과 투자를 많이 하게 되고, 그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또 휘발유 가격과 동반성장 등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다소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허 회장은 “기름값 인하는 기업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했던 것인데 그 정도 분담했으면 충분한 것 아니냐”며 “(중소기업을) 무조건 도와주기만 해서는 자생력이 안 생기고 성장하는 데도 보탬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가진 간담회에서 또 다시 정부를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오늘날 중요한 정책결정에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순수하고 분명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지원군’들도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연달아 직격탄을 날렸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CJ그룹 회장)은 지난달 23일 경북 구미시 송정동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 “감세는 세계적인 추세다.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인하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와 대학 반값 등록금 등은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희범 STX에너지·중공업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을 비꼬았다. 경총은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외부인들이 대규모 개입하는 것은 한진중공업 문제를 빌미로 한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외부 인사들의 행위가 한진중공업 정상화를 위한 노사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발끈했다. 여야는 재계 수장 3인방을 여의도로 호출했다. 그러나 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청회’에 허 회장과 손 회장, 이 회장을 불렀으나 모두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각 단체의 실무진이 대신 출석한 이 자리에선 “경제단체장이 국회를 무책임한 집단으로 내몰았다”, “경제단체장의 불출석은 오만불손한 작태다”, “경제단체장이 국민과의 대화를 거부했다”등 여야 의원들의 대기업 성토가 이어졌다.

"수습 안 하면
큰 불똥 튄다”

국회는 경제단체장들이 참석하지 않은 공청회를 청문회로 격상하고, 또 다시 출석을 거부하면 고발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특히 야당 의원들이 난리다. 지식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재계 대표 3인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단체장들이 공청회 출석을 거부한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인 동시에 동반성장 추진의지가 없다는 표시”라며 경제단체장들의 청문회 출석을 촉구했다.

경제단체들과 정치권의 멱살잡이가 쉽게 끝나지 않을 기미를 보이자 주요 대기업들은 “경제단체장들의 발언은 우리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혹시 모를 후폭풍을 우려해서다.

“가뜩이나 분위기 삭막한데…”
검찰·국세청·공정위 ‘시동’

모 그룹 관계자는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요즘 사정라인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 괜히 정치권 심기를 건드려 좋을 게 없다”며 “과거에도 그랬듯이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큰 불똥이 재계로 튈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그룹 한 임원도 “일은 경제단체들이 벌이고 화는 기업들이 당할 게 뻔하다. 분란을 자초한 꼴”이라며 “정치권은 어떤 식으로든 기업들을 압박할 것이고, 분명히 이번 대치의 희생양이 나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 최근 재계를 향한 사정라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단 국세청과 공정위가 선봉에 선 형국이다. 국세청은 이미 칼을 뽑아 들었다. 부당한 부의 세습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재산의 변칙·편법적인 상속 및 증여가 의심되는 대기업 오너일가가 주 타깃이다.

국세청은 지난 12일 본청 대회의실에서 이현동 청장 주재로 전국 조사국장회의를 열고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차단 ▲대기업에 대한 성실신고 검증 ▲역외탈세 근절의 중단 없는 추진 등을 하반기 세무조사의 역점과제로 선정했다. 사실상 국세청이 ‘대기업 손보기’에 본격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이 청장은 “우리나라는 수출이 GDP(국내총생산)의 50%를 차지하고, 그 수출의 70%를 대기업이 담당하는 등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대기업들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그에 걸맞게 성실신고 여부가 제대로 검증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대기업 압박과 맞물려 공정위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를 본격화할 태세다. 공정위는 MRO(소모성자재 구매대행) 등 중소기업 업종 진출, 일감 몰아주기 등의 대기업 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할 뜻을 밝힌 바 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이 동네 상권까지, 구멍가게 영역까지 위협해서 되겠냐”며 “대기업들이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변칙 증여·상속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강력한 조사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검찰도 곧 가세할 모양새다. 조만간 정권 말기 ‘재계 군기잡기’에 나설 것이란 게 대체적 시각이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새 검찰총장으로 내정했다. 서울 출신으로 보성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한 내정자는 법무부 법무실장과 검찰국장,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임기 말과 다음 정권 초반까지 검찰 수장을 맡게 된다.

검찰은 한화그룹, 태광그룹, C&그룹, 오리온그룹 수사 이후 잠시 숨을 고르는 와중에도 꾸준히 대기업 내사를 벌여왔다. 검찰 안팎에선 전국 각 지검 특수부 등이 주축으로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 각종 비리 정보를 싹싹 긁어 모아놨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벌 오너의 ‘검은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검찰, 국세청, 공정위가 정조준한 타깃은 어딜까. 재계에선 여러 기업을 상대로 한 동시다발 수사가 아닌 각각 ‘본보기’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알아서 기어라’하는 심산에서 릴레이식으로 한 기업씩 털어내지 않겠냐는 것.

이들 기관 안팎에서 거론되는 ‘첫 제물’로 유력한 대기업은 A그룹이다. 검찰엔 ‘오너가 거액을 횡령했다’, ‘정치권에 비자금을 제공했다’, ‘수상한 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등 A그룹의 비리 첩보와 제보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공정위 선봉
검찰도 조만간 가세

‘오너가 탈루로 마련한 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다’, ‘옛 임원이 창업한 하청업체와 부당한 거래 중이다’란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진 국세청과 공정위도 A그룹을 잔뜩 벼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사건이 다소 복잡하게 흘러갈 수 있는 대기업에 앞서 중견기업이 먼저 도마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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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