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사정라인 대협공 재벌 전면전 막전막후

이 가는 여의도…칼 빼든 서초동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폭풍전야다. 정치권과 재계 사이에 전운이 가득하다. 아직 본게임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현 상황만 보면 누구 하나 무릎 꿇어야 끝날 판이다. 먼저 시비를 건 쪽은 재계다. 대놓고 노골적인 반기를 들었다. 이에 정치권은 살벌한 으름장으로 선전포고한 상황. 재계는 뒤늦게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서둘러 주워 담으려 하고 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가뜩이나 사정라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재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경련 등 재계 노골적 반기…잇달아 쓴소리
여야 대기업 압박 거세질듯 “희생양만 불쌍”

2007년 12월28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이명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승리 열흘 만에 가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주의)’정책을 선언했다. 당선인 신분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경제정책을 추진해 성장 중심 정책을 펼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와 감세를 약속했다.

“정치인 못 믿겠다”
수장들 연일 직격탄
 
재계는 술렁거렸다. 지난 10여년간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역시 CEO 출신 대통령” “이제는 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재계에선 MB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화답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로부터 3년7개월이 흐른 지금,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자취를 감췄다. 당초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MB정부가 ‘친기업’에서 ‘민생’으로 경제 정책의 초점을 바꾸면서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기업들이 깜짝 실적에도 일자리와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재계 사이에 암운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일이 터졌다. 재계가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대놓고 노골적인 반기를 든 것이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이 진원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정부와 정치권에 쓴소리를 퍼부었다. 재계 단체 수장이 경제 문제가 아닌 국정 사안을 꼬집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한마디로 “못 해먹겠다”는 재계의 반발 심리를 어느 정도 대변했다는 분석이다.

허 회장은 우선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을 비난했다. 포퓰리즘이란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옳고 그름 등 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행태를 말한다. 그는 “반값 등록금과 같은 정책들은 포퓰리즘 하는 사람들이 잘 생각하고 내놓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쏟아져 나올 포퓰리즘성 정책에 대해 재계가 반드시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의 감세 철회 논의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도 내비쳤다. 허 회장은 “(세금은) 선택의 문제”라며 “(기업들이) 재원이 많으면 고용창출과 투자를 많이 하게 되고, 그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또 휘발유 가격과 동반성장 등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다소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허 회장은 “기름값 인하는 기업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했던 것인데 그 정도 분담했으면 충분한 것 아니냐”며 “(중소기업을) 무조건 도와주기만 해서는 자생력이 안 생기고 성장하는 데도 보탬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가진 간담회에서 또 다시 정부를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오늘날 중요한 정책결정에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순수하고 분명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지원군’들도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연달아 직격탄을 날렸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CJ그룹 회장)은 지난달 23일 경북 구미시 송정동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 “감세는 세계적인 추세다.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인하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와 대학 반값 등록금 등은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희범 STX에너지·중공업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을 비꼬았다. 경총은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외부인들이 대규모 개입하는 것은 한진중공업 문제를 빌미로 한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외부 인사들의 행위가 한진중공업 정상화를 위한 노사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발끈했다. 여야는 재계 수장 3인방을 여의도로 호출했다. 그러나 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청회’에 허 회장과 손 회장, 이 회장을 불렀으나 모두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각 단체의 실무진이 대신 출석한 이 자리에선 “경제단체장이 국회를 무책임한 집단으로 내몰았다”, “경제단체장의 불출석은 오만불손한 작태다”, “경제단체장이 국민과의 대화를 거부했다”등 여야 의원들의 대기업 성토가 이어졌다.

"수습 안 하면
큰 불똥 튄다”

국회는 경제단체장들이 참석하지 않은 공청회를 청문회로 격상하고, 또 다시 출석을 거부하면 고발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특히 야당 의원들이 난리다. 지식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재계 대표 3인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단체장들이 공청회 출석을 거부한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인 동시에 동반성장 추진의지가 없다는 표시”라며 경제단체장들의 청문회 출석을 촉구했다.

경제단체들과 정치권의 멱살잡이가 쉽게 끝나지 않을 기미를 보이자 주요 대기업들은 “경제단체장들의 발언은 우리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혹시 모를 후폭풍을 우려해서다.

“가뜩이나 분위기 삭막한데…”
검찰·국세청·공정위 ‘시동’

모 그룹 관계자는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요즘 사정라인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 괜히 정치권 심기를 건드려 좋을 게 없다”며 “과거에도 그랬듯이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큰 불똥이 재계로 튈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그룹 한 임원도 “일은 경제단체들이 벌이고 화는 기업들이 당할 게 뻔하다. 분란을 자초한 꼴”이라며 “정치권은 어떤 식으로든 기업들을 압박할 것이고, 분명히 이번 대치의 희생양이 나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 최근 재계를 향한 사정라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단 국세청과 공정위가 선봉에 선 형국이다. 국세청은 이미 칼을 뽑아 들었다. 부당한 부의 세습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재산의 변칙·편법적인 상속 및 증여가 의심되는 대기업 오너일가가 주 타깃이다.

국세청은 지난 12일 본청 대회의실에서 이현동 청장 주재로 전국 조사국장회의를 열고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차단 ▲대기업에 대한 성실신고 검증 ▲역외탈세 근절의 중단 없는 추진 등을 하반기 세무조사의 역점과제로 선정했다. 사실상 국세청이 ‘대기업 손보기’에 본격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이 청장은 “우리나라는 수출이 GDP(국내총생산)의 50%를 차지하고, 그 수출의 70%를 대기업이 담당하는 등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대기업들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그에 걸맞게 성실신고 여부가 제대로 검증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대기업 압박과 맞물려 공정위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를 본격화할 태세다. 공정위는 MRO(소모성자재 구매대행) 등 중소기업 업종 진출, 일감 몰아주기 등의 대기업 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할 뜻을 밝힌 바 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이 동네 상권까지, 구멍가게 영역까지 위협해서 되겠냐”며 “대기업들이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변칙 증여·상속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강력한 조사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검찰도 곧 가세할 모양새다. 조만간 정권 말기 ‘재계 군기잡기’에 나설 것이란 게 대체적 시각이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새 검찰총장으로 내정했다. 서울 출신으로 보성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한 내정자는 법무부 법무실장과 검찰국장,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임기 말과 다음 정권 초반까지 검찰 수장을 맡게 된다.

검찰은 한화그룹, 태광그룹, C&그룹, 오리온그룹 수사 이후 잠시 숨을 고르는 와중에도 꾸준히 대기업 내사를 벌여왔다. 검찰 안팎에선 전국 각 지검 특수부 등이 주축으로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 각종 비리 정보를 싹싹 긁어 모아놨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벌 오너의 ‘검은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검찰, 국세청, 공정위가 정조준한 타깃은 어딜까. 재계에선 여러 기업을 상대로 한 동시다발 수사가 아닌 각각 ‘본보기’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알아서 기어라’하는 심산에서 릴레이식으로 한 기업씩 털어내지 않겠냐는 것.

이들 기관 안팎에서 거론되는 ‘첫 제물’로 유력한 대기업은 A그룹이다. 검찰엔 ‘오너가 거액을 횡령했다’, ‘정치권에 비자금을 제공했다’, ‘수상한 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등 A그룹의 비리 첩보와 제보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공정위 선봉
검찰도 조만간 가세

‘오너가 탈루로 마련한 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다’, ‘옛 임원이 창업한 하청업체와 부당한 거래 중이다’란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진 국세청과 공정위도 A그룹을 잔뜩 벼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사건이 다소 복잡하게 흘러갈 수 있는 대기업에 앞서 중견기업이 먼저 도마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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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