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사회조사> 싹트는 기부 불신 '왜?'

찬바람 부는데 따뜻한 손길 ‘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올해도 채 40여일이 남지 않았다. 매년 12월이면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 주변으로 구세군들의 기부 요청 종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그런데 최근 이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기부금 사용에 대한 불신이 싹텄기 때문이다.
 

인천에 사는 30대 직장인 주모씨는 최근 기부금 통장을 정리했다. 기부를 위해 월급서 일정 부분 떼어둔 돈을 모은 통장이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매월 두 개 단체에 돈을 보내왔던 주씨는 언론의 사회단체의 기부금 횡령 의혹 보도를 접하고 불신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주씨는 “솔직히 기부금을 낼 때도 이 돈이 내가 후원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쓰일까 걱정한 것은 사실”이라며 “기부금 관련 사건을 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못 믿겠다”

최근 들어 국민들의 기부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부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26.7%로 나타났다. 국민 4명 중 3명은 지난해 한 번도 기부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부 경험자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1년만 해도 최근 1년간 기부를 해봤다는 사람은 36.4%였다. 하지만 2년 뒤인 2013년 34.6%, 2015년 29.9%로 급속히 떨어졌다. 6년 새 10%포인트 가량 줄어든 셈이다.


기부를 하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적 이유’가 첫 손에 꼽혔다. 기부 비경험자의 절반 이상(57.3%)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뒤를 이어 기부에 관심이 없어서(23.2%), 기부 단체를 신뢰할 수 없어서(8.9%) 등이 꼽혔다.

주목할 것은 ‘무관심’ 응답이 2년 전에 비해 늘어났다는 점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응답은 6.2%포인트 줄어든 반면 기부에 관심이 없어서라는 응답은 되려 8.0%포인트 늘었다.

향후 기부할 생각이 있다고 의사를 드러낸 비율도 하락세다. 2013년에는 국민의 절반 가까이(48.4%)가 앞으로 기부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비율은 2015년 45.2%, 올해 41.2%까지 떨어졌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 기부지수는 중위권에 머무른다.

돈 맡겼더니 먹튀…기부포비아 확산
‘어금니 아빠’ 등 온정 문화에 찬물

국제 자선단체 영국자선지원재단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 2017’에 따르면 국내 기부 참여지수는 34%로 139개 조사 대상국 중 62위에 그쳤다. OECD 35개국 중에서는 21위다.
 

이 지수는 전 세계 주요 139개국서 100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해 1년 동안 낯선 사람을 도와준 비율, 기부 경험의 비율, 자원봉사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산출한 점수다.

국내의 경우 낯선 사람을 도와준 비율은 44%로 94위, 기부 경험 비율은 41%로 31위, 자원봉사 시간은 17%로 78위에 머물렀다.


최근 기부를 악용한 사례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안 그래도 얼어붙고 있는 기부 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특히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수년간 개인계좌로 받은 딸 치료 후원금으로 호화생활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씨는 2005년 희소병인 거대백악종에 걸린 부녀 사연으로 얼굴을 알린 후 딸 또는 부인 계좌를 이용해 수시로 후원을 요청했다. 국민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돈은 이씨의 호화생활에 사용됐다.

이씨는 값비싼 혈통견을 분양받거나 고급 승용차를 모는 데 후원금을 썼다. 13년간 치료비 명목 등으로 받은 13억원의 후원금 중 750만원만 병원비로 쓴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후원계좌 3개를 통해 2005년부터 올해까지 12억8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경찰은 나머지 수술비용은 후원 단체가 지불한 것으로 보고, 이씨가 병원비에 사용해야 할 돈을 빼돌려 다른 목적으로 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 사용처를 조사했다.

이씨의 사례가 기부 문화에 끼친 영향은 상당하다. 

앞서 기부단체 ‘새희망씨앗’서 기부금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불거진 불신의 눈초리가 어금니 아빠 사건을 계기로 더 확산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새희망씨앗은 ‘지역 아동과 1대1로 연결된다’ ‘교육 콘텐츠 사업을 한다’ ‘미래꿈나무를 키울 수 있다’는 내용으로 후원자 5만여명을 모집해 이들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약 128억원을 받았다.

이중 실제 후원으로 이어진 액수는 2억1000여만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돈은 본사와 수도권 및 21개 지점서 4대 6 비율로 나눠가졌다. 사단법인 새희망씨앗 회장과 주식회사 새희망씨앗 대표를 포함, 지점장들은 이 돈을 아파트 구매, 해외 골프여행, 요트 여행, 고급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4명 중 1명만 기부 경험
‘앞으로도 하겠다’ 점차 줄어

‘한국의 마더 테레사’로 불렸던 한 목사의 기부금 횡령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9월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천사목사와 정의사제-헌신인가, 기만인가’ 편에서는 소설가 공지영씨와 전직 천주교 신부 김씨 간에 고소 사건이 다뤄졌다.

두 사람 모두 인지도가 있는 인물들이었고 사회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왔기에 진실공방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과정서 등장한 게 이모 목사. 그녀는 김 전 신부와 함께 장애인 복지센터를 운영하면서 한국의 마더 테레사라는 이름으로 이미 언론에도 수차례 소개된 바 있다.

이들은 지난 6월 허위 경력서를 만들어 장애인 복지시설을 설립한 뒤 후원금 명목으로 3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와 면허 없이 봉침을 시술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달 30일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공 작가는 “이 목사는 자신이 미혼모이며 5명의 아이들을 입양해 홀로 키우는 것처럼 홍보해 많은 기부금 및 물품들을 끌어 모았다”며 “입양아 중 일부는 사실상 다른 사람의 손에서 키워졌으면서도 마치 자신이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것처럼 사람들의 기부를 끌어낸 사실이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목사가 대표로 있는 복지 센터는 국비를 포함해 4억7000여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김 의원은 “이번 봉침목사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던 ‘어금니 아빠’ 사건의 판박이로 기부 포비아를 확산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복지부가 즉각 보조금 환수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조사 필요

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내 기부자들은 작은 성의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의심 없이 기부하지만 그 기부금이 어떠한 곳에 쓰이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며 “기부·후원자들은 수혜자 및 단체에 대한 사전 조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부와 후원, 수혜 과정까지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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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