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다스’ 엮인 그때 그 사람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1.01 13:56:24
  • 호수 1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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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밀었다가 쪽박 차게 생겼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그래서 다스는 누구껍니까?’ 요즘 유행어다. ‘기승전다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스 실 소유주와 관련해 여론이 뜨겁다. 국민 대부분은 다스가 이명박 전 대통령 것이라는 심증을 굳힌 상태. 이 와중에 다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BBK 사건 재수사가 거론되고 있다. 2008년 당시 다스·BBK와 엮인 그 때 그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의 실소유 의혹이 일었던 다스(DAS)와 관련해 조만간 고발인 조사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이르면 다음 달 초 옵셔널캐피탈 대표 장모씨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옵셔널캐피탈은 옵셔널벤처스 후신으로 장씨는 BBK 주가 조작 사건의 피해자다. 

실소유주는?
주가조작은?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6일, 장씨가 MB와 김재수 전 LA총영사 등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첨수1부에 배당했다.

장씨 측은 MB 등이 2011년 수감생활을 하고 있던 김경준 전 BBK 투자자문 대표를 압박, 먼저 140억원을 반환받는 바람에 옵셔널캐피탈이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옵셔널캐피탈이 김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서 김씨 측의 돈이 다스에 넘어간 것은 MB의 직권남용 때문이라는 것이 장씨 측의 주장이다.


현재 다스의 최대주주는 MB의 큰형 이상은씨로, MB 장남 시형씨가 최근 해외법인 등에 대표로 선임되면서 다시금 실소유주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수사는 BBK 관련 자금 흐름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또한 2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BBK·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사건도 고발이 됐고 검찰도 의혹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스와 BBK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재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007∼2008년 다스와 BBK 수사 당시 엮인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의혹도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안 재수사 여론 고조
지금 떨고 있는 사람 누구?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다스·BBK 사건의 핵심인 MB가 차명으로 보유한 도곡동 땅을 은폐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BBK와 도곡동 땅의 연결관계는 이렇다. MB의 친형 상은씨와 처남 고 김재정씨가 소유했던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다스는 MB가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을 낳은 도곡동 땅 매각대금의 일부를 투자해 만든 회사다. 

결국 BBK의 실소유주를 밝히는 것은 MB가 다스와 도곡동 땅의 실 소유주인가 하는 의문을 풀어줄 핵심인 것이다.
 


안원구 전 대구국세청장은 “MB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임을 입증할 수 있는 전표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청장이 2007년 대구청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포스코 건설 세무조사 과정서 관련된 서류를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서류는 대선 기간 내내 논란이 됐던 도곡동 땅의 실 소유주가 MB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다. 

한 전 청장은 정권 교체 뒤에는 청장 유임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전 청장을 통해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MB의 작은 형)과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의원 아들과 친분이 있었다는 안 전 청장이 2008년 1월 국회부의장실서 이 전 의원과 만나 한 전 청장의 유임을 건의했다고 한다. 

국민적 관심사
검찰 결정은?

2008년 1월서 3월 사이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서울 모 호텔 식당서 한상률 전 청장을 만났으며 이 자리서 한 전 청장은 MB정부 측이 자신을 전 정권 사람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는 고민을 토로했다고 안 전 국장은 말했다.

이 외에도 참여정부 시절 당시 MB 대선 후보의 BBK 관련 국세청 조사자료를 새 정권 실세들에게 넘겨주며 환심을 사려 하기도 했다.

BBK 주가 조작 사건으로 8년 수감생활 후 만기 출소해 미국으로 출국한 김경준씨가 지난 6월22일 “BBK 수사 당시 김기동 검사가 사건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기획 입국을 제안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유영하 변호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가 검찰 수사에서 이 같은 진술을 하자 김 검사는 “듣기 싫고, 민주당이 한 것에 대해 진술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기획 입국 제안을 한나라당이 하면 괜찮고, 민주당이 하면 범죄라는 것이 김 검사의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당시 김 검사가 MB 관련 의혹을 덮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기동 검사가 LKeBank 계좌로 한 주가조작 거래 행위들만 혐의서 빼주겠다고 했다. 왜 다른 거래들은 빼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빼면 너에겐 좋은 것 아니냐고 화를 냈다. LKe 행위들을 빼는 것은 당연히 MB 공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김 검사는 1964년생으로 혜광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해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로 재직 당시 최재경 부장검사 등과 함께 BBK 주가 조작 사건을 담당해 MB의 무혐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승승장구하며 2010년 김주현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함께 한명숙 전 총리 정치자금수수혐의 수사를 담당했다. 

2014년 11월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장(검사장)에 임명돼 ‘통영함 장비 납품비리’ 사건으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을 구속 기소했으나 2016년 9월 대법원서 최종 무죄를 선고 받고 풀려나면서 무리한 기소라는 논란이 있었다.

2016년 법무부가 새로 신설한 '부패범죄 특별수사단' 단장에 임명됐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과정서 ‘우병우 라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올해 7월에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좌천됐다.

‘BBK 가짜 편지 사건’도 재수사될 가능성이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14일 관련한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며 법무 당국에 재수사를 요구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BBK 가짜 편지 사건의 핵심 관계자로 꼽히고 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두고 MB가 BBK 실제 소유주라고 주장한 김씨가 귀국했다.  이때 MB 선거 캠프서 클린정치위원장을 맡았던 홍 대표는 노무현정부와 미리 짜고 김씨가 들어왔다는 이른바 '기획 입국설'을 제기했다. 그 근거로 김씨가 교도소 동료인 신모씨에게서 받았다는 편지 한 통을 공개했다. 


그래서 
누구껍니까?

하지만 이 편지는 가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 동생이 대신 썼고 그 배후에 경희대 행정실장인 양모씨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는 당시 검찰 조사에서 이 편지가 MB 특보였던 경희대 김모 교수에게 전달됐고 김씨가 이를 다시 홍 대표에게 건넨 것으로 들었다고 진술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서 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서 “가짜 편지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단서를 보여드리겠다”며 관련한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한 문자메시지에는 ‘박영선 의원님께 제 본의가 아니었음을 사죄드리며 기회가 되면 무릎을 꿇고 정식 사죄를 하겠습니다’ ‘저에게는 두 개의 카드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쓸 때는 아닙니다. (중략) 가짜편지 검찰청 발표는 담당검사 박철우 검사의 말 빼고는 전부 거짓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박상기 법무장관에게 “이 사건은 2007년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의 조작사건이었고, 당시 (편지를 공개한) 클린선거대책위원장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였다”며 “당시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자료를 제공할 테니 수사를 제대로 해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한상률·김기동·홍준표·정호영…
대부분 사건 은폐·축소 의혹

정호영 변호사는 MB의 다스 실소유 의혹 등을 수사했던 특별검사였다. 그런데 정 변호사가 다스에 130~150억원의 비자금이 조성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2008년 판사 출신인 정 변호사가 특검으로 임명됐다. 정 변호사는 “불편부당한 자세로 선입견 없이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특검은 활동시한이 거의 끝나갈 무렵 MB에 대해 겨우 2시간 방문 조사에 그쳤다. 

결국 MB와 관련한 모든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수사 과정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 특검팀이 다스를 수사하는 과정서 100억원대 비자금이 조성된 사실을 확인했던 것. 

수사팀서 2003∼2008년까지 5년에 걸친 다스의 광범위한 자금 흐름을 쫓다 130억∼150억원 규모의 ‘(장)부외자금’(비자금)이 만들어진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심지어 이 자금을 관리하던 경리부서 직원이 그 중 3억원을 빼내 아파트를 사는 데 썼다는 사실까지도 확인하고 당사자를 조사했지만 수사는 거기서 멈춰섰다.

미국 김경준
귀국해 입열까

정 변호사는 당시 발표문에 이 같은 사실을 넣지도 않고 검찰에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마디로 덮었다. 수사가 끝나자 특검에 파견됐던 검사와 수사관들은 모두 검찰로 원대 복귀했다. ‘공문서’인 특검의 수사기록도 이들과 함께 검찰로 넘어와 문서 창고로 옮겨졌다.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 변호사 역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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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