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공신’ 무적 7인방 비화

최강 드림팀…그들이 해냈다!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 2010년(2003년 선정)과 2014년(2007년 선정)에 이어 3번째 도전 끝에 이룬 쾌거라 더 값지고, 더 뜻 깊고, 더 감격스럽다. 하나로 똘똘 뭉친 국민들 모두가 성원한 결과로, 그 뜨거운 염원을 전 세계에 그대로 전한 7인의 일등공신 역할도 컸다. 대한민국의 꿈을 현실로 일궈낸 공로자들의 땀방울을 담아봤다.

하나로 똘똘 뭉친 국민들 염원 전세계에 전해
수년전부터 IOC 표심 잡기…빼곡한 일정 소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데는 남다른 노력을 쏟았던 기업인들의 공로가 컸다. 일단 기업 경영은 뒷전. 수년전부터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빼곡한 일정을 소화해 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은 이번 유치에 크게 기여한 기업인들로 꼽힌다.

2003년부터 한 우물 ► 이건희
이 회장(IOC 위원)은 평창이 첫 출사표를 던진 2003년 전부터 동계올림픽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꾸준히 스포츠외교 활동을 펼치다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 것은 지난해부터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석을 시작으로 이번 더반 IOC 총회 참석까지 약 1년 반 동안 모두 11차례에 걸쳐 170일 동안 해외에 체류했다. 총 이동거리만 21만㎞에 달한다. 이는 지구를 5바퀴 넘게 돈 거리에 해당한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평창을 찾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실사단을 접견하는 것으로 본게임에 들어갔다. 당시 실사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이끌어 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영국 런던 ‘스포츠 어코드’(4월), 스위스 로잔 ‘IOC 테크니컬 브리핑’(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IOC 총회’(7월) 등 유치전의 핵심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평창 지지를 호소했다.

110명의 IOC 위원 중 만나지 않은 위원들이 없을 정도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IOC 공식 행사가 있으면 하루 종일 IOC 위원과의 면담 일정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 회장은 “평창을 믿고 지지해 주신 로그 IOC 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IOC 위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평창이 유치에 성공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와 체육계, 국민 모두의 열망이 뭉친 결과”라고 말했다.

지구 13바퀴 돈 ► 박용성 
박 회장(대한체육회 회장)도 이 회장 못지않게 전 세계를 발로 뛰었다. IOC 위원을 한 명이라도 만나기 위해서였다. 박 회장은 과거 국제유도연맹(IJF) 회장, IOC 위원 등을 역임하며 그동안 국제 활동을 통해 쌓아온 탄탄한 인맥을 활용했다. 박 회장이 지난해부터 지난 6월까지 평창 유치를 위해 비행한 거리는 지구 13바퀴에 해당하는 51만376㎞다. 총 272일을 국외에서 머물렀을 정도다.

2009년 3월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한 박 회장은 지난해 동안 지구 8바퀴에 해당하는 32만6000㎞를 비행했다. 이를 위해 1년의 반이 넘는 182일을 해외에서 체류했다. 올해도 더반으로 떠나기까지 지구 4.6바퀴 거리인 18만4370㎞를 이동하고 90일 간 해외에 머물렀다. 박 회장은 해외출장비를 사비로 지출하고 부족한 대한체육회 유치활동비를 지원하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은 하루에 한 국가씩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치기도 했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열리는 국제 스포츠행사에 모두 참석해 단 한번이라도 IOC 위원과 더 접촉하기 위해 아예 유럽으로 짐을 옮겼다. 각종 행사에 최대한 참석해 IOC 위원들을 닥치는 대로 만났다.
박 회장은 “유치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늦었지만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나니 평생의 한을 푼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2년간 회사일 접은 ► 조양호 
지난 2년 가까이 한진그룹 회장실은 거의 비어 있었다. 조 회장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외부에서 지내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2007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고문을 역임한데 이어 2009년 9월 김진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임대사(당시 강원도지사)와 함께 유치위 공동위원장에 선출됐다.

지난해 6월 김 특임대사의 퇴임으로 조 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졌지만,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조 회장은 덴마크와 캐나다에서 열린 IOC 총회, 스위스 다보스포럼, 싱가포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 등 각종 국제 행사에 참석해 평창 홍보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평창 관련 행사엔 거의 빠지지 않았다. 조 회장이 최근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몽땅 평창 얘기뿐이었다. 그는 2년간 34개의 해외 행사에 참석했다. 물론 모두 평창 유치를 위해서였다.

최근엔 더욱 바빴다. 조 회장은 지난달 토고에서 열린 아프리카올림픽위원회(ANOCA) 총회에 참석해 뮌헨(독일), 안시(프랑스)와 합동 프레젠테이션을 가졌다. 이후 40여명의 IOC 위원들이 대거 하객으로 참석한 모나코 알베르 2세 대공 결혼식에 참석해 맨투맨 식으로 평창 지지를 호소했다.

이렇게 조 회장이 달린 거리가 지구 13바퀴 정도인 50만9000㎞에 이른다. 조 회장은 “저도 열심히 했지만 저 혼자만 열심히 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들이 10년 동안 계속 90%가 넘는 지지를 해주셔서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끝까지 포기 않은 ► 김진선
지난 7일 더반 IOC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호명되자 김진선 특임대사는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유치 대표단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다. 2번 통한의 눈물에 이은 환희의 눈물이었다. 김 특임대사는 개최지 발표가 결정된 직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하다. 고맙다. 너무 고맙다”며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1999년 당시 강원도지사였던 김 특임대사는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천명했다. 하지만 첫 번째 도전은 아쉽게 좌절됐다. 2003년 7월 체코 프라하 IOC 총회에서 평창은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결선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역전을 당했다. 두 번째 도전이었던 2007년 7월 과테말라 과테말라시티 IOC 총회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초 강력한 유치 1순위로 꼽혔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앞세운 러시아의 막강한 물량공세에 밀려 또 다시 막판에 뒤집혔다.

김 특임대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3수에 도전했다. 지난해 6월 3선의 도지사 임기가 끝나 잠시 뒤로 물러섰다가 11월 정부로부터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유치 특임대사로 임명되면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김 특임대사는 매일 유치에만 매달렸다. 그가 첫 도전부터 평창을 알리기 위해 움직인 거리는 무려 지구 22바퀴(87만6533㎞)에 해당한다.

위원들 사로잡은 퀸 ► 김연아
이번 평창의 유치 성공의 주역으로 단연 ‘피겨여왕’김연아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김 선수는 2009년 4월 유치위 홍보대사로 위촉되면서 평창 지원사격에 나섰다. 세계 최고기록으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각종 공식행사에서 ‘평창의 얼굴’로 활동해왔다.

동계스포츠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선 김 선수는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서 빛을 발했다. 동계올림픽 개최지 투표 직전 실시되는 후보도시 PT는 평창의 유치 여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어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여유 있는 모습과 제스처로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김 선수는 직접연설 3분과 영상메시지 4분을 합해 모두 7분에 걸쳐 진심이 담긴 연설로 IOC 위원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내 꿈은 내가 누렸던 기회를 새로운 지역의 재능 있는 선수들과 나누는 것”이라며 “내가 어릴 적 나가노 동계올림픽(1998년)을 보고 꿈을 키웠듯이 평창 동계올림픽이 아시아의 다른 선수들에게도 같은 꿈을 이루는 데 새로운 지평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가 ‘친애하는 IOC 위원 여러분, 제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다른 이들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호소해 IOC위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더반의 ‘PT 여왕’ ► 나승연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은 이번 유치전에서 최고의 화제 인물로 떠올랐다. 나 대변인은 PT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그는 유창하고 깔끔한 영어 실력과 함께 빼어난 미모로 IOC 위원들에게 평창의 뜨거운 열망을 호소력 있게 전달했다.

나 대변인은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올림픽 유치에 도전했고 실패했다. 한국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꿈에 불과하다는 말에도 우리는 흔들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인내와 끈기라는 단어가 한국인의 삶 속에 스며있다”며 “평창사람들의 꿈이었던 올림픽 유치가 이제는 대한민국의 열망”이라고 말했다.

지구 돌고, 돌고, 또 돌고…
각국 위원들 ‘사로 잡았다’

나 대변인은 지난해 4월부터 유치위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국제행사에서 PT를 도맡아 ‘평창의 입’역할을 톡톡히 했다. 나 대변인은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자마자 1995년 한국은행에 총재 비서로 입행했다. 이후 1996년부터 아리랑 TV 개국과 함께 공채 1기로 입사해 4년여 동안 방송 기자로 활동했던 나 대변인은 외교관 부친을 따라 캐나다, 영국, 덴마크,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어렸을 적부터 생활하며 영어와 프랑스어를 익혔다.

나 대변인은 사업가 남편과 사이에서 외아들을 두고 있다. 남편은 한국타이어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퇴직하고 현재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유치전 ‘깜짝 카드’ ► 토비 도슨
한국계 미국인 스키선수 토비 도슨(본명 김봉석)은 유치위의 ‘깜짝 카드’였다. 도슨은 PT에서 감성적 호소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는 “난 프리스타일 스키선수이자, 올림픽 선수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난 미국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입양된 과거를 소개했다. 이어 “평창을 지원해 준다면 동계올림픽 선수가 되고 싶지만 기회조차 없었던 수만 명의 어린 아이들의 인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난 도슨은 3세 때인 1981년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갔다가 인파에 밀려 미아가 된 후 잠시 고아원에 맡겨졌다 미국 콜로라도주 베일의 스키강사 부부에게 입양됐다.

평소 과묵했던 도슨은 스키를 배운 뒤 수다쟁이가 될 정도로 스키의 매력에 푹 빠졌고, 미국 국가대표로까지 성장해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인공적으로 울룩불룩한 눈 둔덕으로 만들어 놓은 슬로프에서 타는 프리스타일 스키의 한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한국에 알려지면서 도슨은 이듬해 그토록 그리워했던 생부와 남동생을 만났다. 2014년에 이어 2018년 평창 유치를 위한 홍보대사로 위촉된 그는 유치가 확정되자 “한국인이라는 게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