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해외로 발길 돌리는 ‘손학규 속내’

12월 전당대회 전에 다 돌려면 “바쁘다 바빠”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말 그대로 숨 가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달 27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직후 일본행을 택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이어 지난 4일에 중국방문과 연내에 미국까지 방문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큼성큼 차기 대권주자로서 위상을 높여가는 손 대표의 해외 광폭행보는 과연 무엇을 노린 것일까. 그 속내를 들여다봤다.

6·27 영수회담서 민생현안 6개 의제 중 3개합의
‘미래권력’ 움직이면 기자단도 ‘메머드급’ 총출동

손학규 대표는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다. 먼저 손을 내밀어 뭔가 얻으려 했으나 그 결과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친 듯하다. 6개의 민생문제를 주제로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3개의 부분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먼저 가계부채 대책 마련과 저축은행 부실 재발방지, 일자리 창출 등의 문제에 대해 합의를 봤다. 하지만 한?미FTA 비준안 처리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했으며, 반값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인하의 필요성에 공감하나 시기와 방법 등에서는 큰 시각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 직후 일본행
해외로도 눈 돌리는데

이를 두고 여야 안팎에서는 반쪽자리 회담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손 대표는 지난달 27일 방일취재단과 간담회에서 “청와대 회동에 들어갈 때부터 성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면서 “추후 청와대가 야당 대표의 얘기를 듣고 얼마나 국정 전환을 꾀하는지부터 지켜 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이어 정장선 민주당 사무총장도 “영수회담에서 청와대가 야당 대표의 말을 다 수용하면서 백기를 들고 투항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성과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지 정치권과 언론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영수회담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은 논란을 남긴 채 그날 오후 손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과 일본 지진 피해 위로 차 일본을 전격 방문했다. 지난해 10월 당 대표 취임 이후 첫 해외순방이다. 여기에는 30여개 언론사 기자단이 동행하며 ‘미래권력’의 일거수일투족을 열띠게 취재했다.

손 대표의 메머드급 방일 취재단은 지난 5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유럽특사 당시 23개 언론사 취재단을 능가한다. 손 대표의 달라진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사 당시 박 전 대표는 미래권력 1순위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고, 그 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외교 분야의 능력을 보완했다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약점이던 외교력을 검증받았다”면서 “이는 손 대표에 일정부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손 대표 역시 해외로 눈을 돌려 외교력을 검증받는 동시에 차별화된 행보로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자하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치적 위상 다져
고위층과 교감형성

일본을 순방한 손 대표는 지난달 28일 간 나오토 총리를 비롯해 센고쿠 요시토 민주당 대표대행, 아카다 가츠야 민주당 간사장, 타니가키시다카주 자민당 총재 등 일본 정계 지도자 6명을 잇달아 만나며 한일 관계 발전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적극적인 대외행보를 펼침과 동시에 자신의 정치적 위상도 한껏 높였다.

손 대표는 간 총리와의 만남에서 “북한 인권과 핵, 미사일 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도록 교류협력 정책을 강화하는 원칙 있는 포용정책에 일본도 역할을 해 달라”며 “(북한의) 납치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간 총리는 “북한 핵문제와 납치문제 해결을 통해 동북아 평화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손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일본의 지원을 요청했고, 간 총리는 “일본 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게 꼭 얘기하겠다”고 말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손 대표는 또 일본 대지진 당시 100시간 넘게 현장에서 피해복구 작업을 진두지휘한 에다오 유키오 관방장관도 찾아 격려했다.

그는 “저희는 피해극복 과정에서 에다노 관방장관이 피해복구 작업을 지휘하는 탁월한 리더십을 보고 감동했다”면서 “아직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고 이재민이 많은데, 일본과 일본국민이 가지고 있는 저력, 인내심과 끈기를 발휘해서 극복하길 바란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중국서 대접받고 이광재와 대권 관련 논의하나?
외교력 검증받고 재외동포 ‘표심’까지 사로잡을까?

손 대표의 이번 방일이 3일 간의 짧은 일정임에도 정치권은 대체적으로 성공적인 순방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단지 방문 기념사진만 찍는 관례적 순방이 아니라 유력정치인들과 잇따라 만나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한국을 대표하는 정계 지도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 한 것이란 호평이다.

먼저 손 대표가 일본 정치인들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받아냈고,  한?일 관계와 대북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외교력을 입증했다는 점도 손 대표의 성과물로 꼽힌다.

중국 차기 지도자의 초청
유학 중인 이광재 만날까?

일본 방문에 탄력 받은 손 대표는 이어 지난 4일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을 예방하기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에서 차기 지도자로 손꼽히는 시진핑 부주석의 초청으로 순방 한 것이라 그 의미와 달라진 위상이 남 다르다.

손 대표는 중국 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중 양국 간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유학 중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만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손대 표는 국회에서 열린 ‘민선5기 지방자치 1년 보고회’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났다.

당초 손 대표를 견제하고 있는 안 지사기에 다소 거리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두 사람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이번에 중국을 방문한 손 대표가 이 전 지사를 만나 민주당의 향후 대권관련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내친김에 손 대표는 8월 이후 미국 방문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공식 비공식  채널을 동원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와의 면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손 대표의 적극적인 해외행보와 관련해 “손 대표가 주장한 ‘민생진보’의 영토적 개념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또 “그간 민생진보를 국내적 개념으로 한정해 투어도 하고 각종 정책도 발표했는데 개방된 사회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일을 잘한다 해도 해외 변수가 많아 한계가 있었다”며 “일본·중국·미국을 방문하려는 것은 ‘진보는 이념에만 집중한다’는 인식을 해소하는 동시에 민생진보의 성장,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일본의 여야 정치권 핵심인사들을 만나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고, 중국에서도 차기 지도자로 손꼽히는 시진핑 부주석을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등 ‘해외투어’에서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손 대표. 그의 야심은 해외투어를 통해 점점 구체화 되어가는 느낌이다.

12월 전당대회 이전까지 대표직에 있을 때 각국 우방의 유력 인사들을 만나  대내외적으로 ‘미래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석이 그것이다.

손의 광폭행보 속내
여전한 의구심 보내

하지만 손 대표가 최근 해외로 보폭을 넓히는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영수회담 직후 일본행에 대해 회담결과를 두고 쏟아지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외국행을 급하게 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손 대표는 이번 방일기간 중 일본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한국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22일 일본과 러시아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 열도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 질문하자 “일본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으로 듣고 있지만 당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개인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특위 차원에서 쿠릴열도 방문에 나섰던 문학진 의원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손 대표의 정체성이 자꾸 의문시되면 야당 지도자 또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전반적인 신뢰도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손 대표의 잇단 외국행을 놓고 당 대표 프리미엄을 이용한 대권행보를 하고 있다는 견제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손 대표가 해외 유권자들의 표심을 노렸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이 우리나라와 가장 밀접한 영향을 가진 나라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많은 유권자를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그는 “해외동포 유권자수는 미국이 약 87만 명, 일본 47만, 중국33만 순으로 높다”고 말한 뒤 “총선과 대선 앞두고 이 나라들만 방문하는 것에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수도권 한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 만19세 이상의 재외동포에 투표권이 부여되는 것을 공략하려는 표밭관리다”라고 손 대표 순방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러한 우려와 논란 속에서도 유력 대권주로 꼽히는 손 대표의 해외 순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외교능력을 철저하게 검증받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손 대표가 해외 순방 후 풀어놓는 보따리는 앞으로 대선주자로서 그의 입지를 가늠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될 전망이다.

과연 그는 연이은 해외 순방에서 어떤 보따리들을 꾸려올까. 또 국내에서는 그 보따리들을 어떻게 풀어헤치며 민심공략에 나설까. 대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그의 해외일정 후 국내에서의 행보에도 시선이쏠리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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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