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맞수’ 김문수-오세훈 엇갈린 명암

‘대권 밑그림’ 먹칠하거나 혹은 무지개색칠하거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생명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제’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감사원이 서해뱃길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자 오 시장은 오히려 반발하며 사업 강행의지를 내비쳤다. 반면 한지붕 밑에 살고 있는 ‘맞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도의회와 타협을 통해 무상급식 해법을 모색했고, 뉴타운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오 시장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 사면초가 속에서도 타협은 없다
김- 친서민 정책 펼치며 의회와 타협

지난 16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선 비장함이 감도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놓고 ‘점진적 실시냐’ ‘전면적 실시냐’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180억원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여야 안팎의 거센 반대가 이어졌지만 주민투표 실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윽고 그는 지난 반년동안 발길을 뚝 끊었던 시의회에 출석의사를 밝혔다.

반년만의 시의회 출석
마찰과 갈등은 여전히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시의회 민주당 측이 서울시 초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강행 처리한데 대한 항의로 시정협의 중단을 선언하고 시의회 출석을 거부해왔다.

그러나 그는 “이제 새로운 화해와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히며 “시의회에 조건 없이 출석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일 6개월 만에 서울시 정례회의에 출석했다.

하지만 반년 만에 참석한 시의회에선 또 다시 극심한 마찰이 빚어졌다. 오 시장은 “시의회가 반대해도 여의도에서 중국까지 뱃길로 연결하는 서해뱃길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

오 시장이 강행하려는 서해뱃길사업은 대형 크루즈선이 여의도까지 드나들 수 있도록 서울에서 김포까지 뱃길을 만든 뒤 아라뱃길과 연계해 중국을 배로 한 번에 갈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서해뱃길사업이 완공되면 서울 여의도에서 중국까지 배를 타고 13시간 만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오 시장의 설명. 그는 이 사업을 시의회가 반대하면 대통령과 담판지어 국비로라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대통령의 지원사격을 자신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뱃길과 여객터미널 등을 만드는데 36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그 중 2250억원이 서울시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관광객 유치 효과는 거의 없다”면서 수익성 없는 사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 시민단체들도 환경오염 가능성을 우려하며 극구 반대하고 있다.

감사원 요구 묵살하며
사업 강행의지 공고히

여기에 감사원이 수익성 없다고 비판한 야권의 지적을 사실로 확인시켜줬다. 지난 19일 감사원은 감사결과에서 서울시가 이 사업의 수요예측과 경제적 효과를 부풀렸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시가 국토해양부와 KDI 평가지침과 다르게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여객, 화물)를 반영하지 않았고, 수도권 총교통량을 부풀렸으며, 상위 국가계획이나 해당 사업의 추진 현황과 다르게 수요를 예측했다는 것. 결과적으로 서울시는 무려 400억원의 적자사업을 600억짜리 흑자사업으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대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선박 이용객 부족 및 사업의 경제적, 재무적 타당성 부족으로 운영적자가 누적돼 사업효과를 얻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시의회 이틀째인 지난 22일 박운기 시의원은 “서해뱃길사업에 대한 감사원 지적사항을 인정하냐”는 질문에 “감사원의 지적은 서해뱃길이 필요하나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는 경제성이 없으니 탄탄히 보완하라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오 시장은 “2조2000억원이 투입된 아라뱃길이 올해 말이면 개통하는데 2200억원이 투입되는 서해뱃길이 열리지 않는다면 아라뱃길은 무용지물이 된다”며 계속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박 의원이 서해뱃길사업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자 오 시장은 “조금이라도 빨리 적자에서 벗어나려면 서둘러 서해뱃길을 열어야 한다”며 즉각 거절했다.

MB 사돈에 특혜(?)
오 시장의 무모한 도전

또 감사원은 서울시가 한강 인공섬인 ‘세빛둥둥섬’ 건설시 시행사 플로섬에 불공정계약을 맺어 113억의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세빛둥둥섬의 사업시행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가인 효성그룹 계열사 소유 전체지분의 57%를 쥔 주인으로 알려졌다.

세빛둥둥섬엔 964억 원이 투입됐다. 플로섬이 800억 원 빚을 얻어 준공했는데 서울시민은 800억 원 빚에 대해 25년간의 이자 1200억원을 세금이나 관람료로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형편이 이러자 일각에서는 그의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 사업에 어떤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말대로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화물선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은 곧 이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대운하사업’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차기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 대통령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라 보고 있다.

항간에서는 오 시장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국민들 뇌리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기엔 혈세 낭비가 심하다는 것.

김문수, 뼈있는 말 던져
오 시장과  차별적 행보

반면 잠룡 맞수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우, 도의회와 갈등 속에서도 대화와 타협으로 여러 가지 현안들을 속속 풀어나가고 있어 오 시장과 비교되며 새삼 주목받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22일 경기도청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오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 찬반투표에 대해 “주민투표까지 해야 할 사안인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찬반논란이 있는 모든 정치적 쟁점 사안을 모두 국민투표에 부칠 수 없듯이 무상급식이란 조그만 사안이 과연 그럴 만한 현안인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시의원도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3권분립의 한 축”이라며 “다투더라도 의회에서 해야지 그것을 밖으로 가져나가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에 맞지 않는다”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이어 “난들 못 싸워서 안 싸우겠나. 무상급식을 찬성하지도 않는데…”라고 말하며 자신은 대화를 통해 무상급식을 친환경급식비 지원으로 대체해 풀어나간 점을 들어 오 시장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오- 감사원 지적에도 실패 인정할 수 없다
김- 뉴타운 실패인정 할 말 없고 책임질 것


김 지사는 또한 민선4기 초기 취임 축하금으로 돈을 가져온 사람이 있었지만 다 잘랐다고 밝히면서 “그런 면에선 내가 제일 깨끗하고 투명하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곳곳에서 찬반이 대립하고 있는 뉴타운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 생각한 것보다 상황이 안 좋아 실패한 건 맞다”고 인정하면서 “책임지겠다고 말한 만큼, 불신임안이 올라와도 할 말이 없다”고 말하며 실패라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오 시장과 김 지사 두 사람은 친이계가 주목하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다. 게다가 비슷한 과정을 거쳤고 현재 비슷한 위치에 서있다. 한나라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해 야권 후보를 물리치고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에 당선됐고,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 힘겹게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보여준 행보로 두 사람은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오 시장은 세빛둥둥섬에서 모피쇼를 열고, 서해뱃길사업 등을 추진하며 공공장소를 상류층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착수해 스스로를 사면초가를 자초한 상태다.

하지만 김 지사의 경우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제’와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사업’ 등을 내세우며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친서민 정책을 골라 국민들의 지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 시장은 올해 안에 대권 출마 여부 정리하겠다고 밝혔고, 김 지사도 대권 도전 시기를 결정하는데 있어 내년 총선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붕 아래 살며 최근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두 사람. 과연 두 사람은 또 어떤 반전을 보일지 그들의 앞날에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