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궁중기록화의 대가’ 윤겸 황치석

조선시대, 서울에 상륙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궁중기록화는 조선시대 국가와 왕실 차원서 거행된 각종 의식과 행사를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양반들의 집안 행사를 그린 사가기록화와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사진이 없던 시절 궁중의 행사를 남긴 역사적 자료인 셈이다. ‘조선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궁중기록화가 서울에 상륙했다.
 

궁중기록화는 궁중 회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를 통해 궁중 의례와 풍속, 미술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특정 사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궁중기록화는 동시에 역사화이기도 하다. 

인물과 건축 배경은 18세기 후반 서양 화법이 수용될 때도 직접 묘사에 변화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인물의 의상과 건축 양식을 이해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자료로 남았다. 또 대부분 후세에 본보기로 삼기 위해 제작됐기 때문에 조선의 정신문화도 엿볼 수 있다.

조선의 기록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는 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조선 궁중기록화를 재현한 윤겸 황치석 작가의 개인전 ‘조선 화원, 꽃 피우다’를 개최했다. 

황치석 작가는 한국 민화계의 대부로 알려진 송규태 선생에게 조선왕조 궁중 화법을 전수받았다. 이후 조선왕조 의궤와 궁중기록화를 재현하는 작업을 진행하며 국내외서 활발한 전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황치석 작가는 이번 전시서 조선 후기 수군 군사훈련 모습을 담은 '수군조련도'를 선보였다. 수군조련도는 3도 수군이 집결해 진행한 통영합조 모습을 그린 것이다. 조선 후기 수군 편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각 전선의 깃발까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묘사가 세밀하다.

국가나 왕실 행사 그린 그림
의상과 건축양식, 정신 담겨

최근 황치석 작가는 궁중기록화의 재현에만 머무르지 않고 민화와 창작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동안 작업한 조선시대의 궁중과 민간의 다양한 기록화를 함께 전시했다. 

20년 이상 꾸준히 작업한 조선왕조 의궤와 궁중화, 전통 민화, 창작품 등 50여점을 소개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왕세자 입학도, 조선수군조련도, 요지연도, 초충도 8첩 화첩, 창작 작품인 내의원 약장도가 있다.

 

황치석 작가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서울 강서구 허준박물관 개관 기념 특별전에 참여했다. 

‘장생을 위한 염원’을 주제로 한 전시서 황치석 작가는 ‘철종가례반차도’ ‘요지연도’ 등을 소개했다. 한국인의 생활 속에 깊게 자리한 건강과 장수에 대한 열망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지난 5월31일에는 뉴욕한국문화원서 ‘조선왕조 의궤를 열다’ 전시를 시작했다. 수원 화성의 서장대야조도, 효명세자 입학도,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선보였다. 서장대야조도는 헌륭원 전배를 마치고 돌아온 정조가 화성 성곽의 서장대서 군사를 조현하는 성조식을 관람하고, 저녁 식사 후 야조식에 참석했을 때의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광복절 ‘수군조련도’ 소개
뉴욕서도 조선 의궤 선보여

1990년대 초 뉴욕가정상담소에서 봉사자로 시작, 카운슬러로 3년간 일하며 싱글맘과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줬던 그녀는 24년 만에 작가로 다시 뉴욕을 방문했다.
 

황치석 작가는 “올해가 광복 72주년이다. 많은 일이 있었던 지난 한 해를 보낸 국민들에게, 오랜 역사 동안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문화를 꽃피워낸 우리 민족의 역사를 알려주고 싶었다”는 전시 소감을 밝혔다.

다시 뉴욕에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 관계자는 “우리 갤러리는 창덕궁이 내려다보이는 고궁 문화권”이라며 “황치석 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9월10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윤겸 황치석은?]

▲경력

조선왕조문화예술교육연구소 소장
한국체육대학교 외래교수
사단법인 황실문화재단 고문위원

▲전시

국회 개인전 초청작가 선정(2017)
뉴욕한국문화원 개인전 초청작가 선정(2017)
허준박물관 개관 12주년 기획특별전(2017)
NCC 국민암센터 갤러리 개인전 초청전시(2017)
서울시 정조대왕 능행차 혜경궁 간택(2016)
수원화성야조도 재현(2016)
왕세자입학도 재현(2014)
조선왕조 친참례 재현행사 기획(2014)
서울시 ‘사라져가는 전통문화 지원 사업’ 작가 선정 및 전시(2012)
조선왕조의궤 철종가례반차도 재현(2012)
대한민국 전통미술 대전 초대작가(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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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