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계란’ 유통경로 추적

식탁에 오르기까지 ‘제대로 알고 먹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또 계란이 말썽이다. 올해 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값이 폭등하면서 계란 대란이 발생했다. AI 파동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지난 14일 이번에는 살충제 계란 파동이 불거졌다. 유통업계는 물론, 계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제과·제빵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와 광주, 전북 순창의 산란계 농장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됐다. 16일에는 경기도 양주와 강원도 철원, 충남 천안, 전남 나주의 농가 계란서도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나왔다. 

소비자들은 구입한 계란 껍데기에 각인된 문자와 기호를 식별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16일 기준으로 농장과 난각 기호별 08마리, 08LSH, 09지현, 08신선2, 11시온, 13정화 등에서 살충제 성분이 발견됐다.

살충제 ‘충격’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서울-세종간 영상 국무회의서 “계란 생산과 유통 과정은 완벽하게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류인플루엔자(AI)보다 훨씬 더 쉽게 통제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계란의 유통과정은 생산 및 출하, 도매, 소매 등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먼저 생산자가 계란을 일정 수준의 중량 규격과 품질별로 분류해 GP(Grading and Packing)센터를 포함한 식용란 수집 판매업체로 출하한다. 


GP센터란 선별과 포장이 가능한 집하장을 말한다.

여기서 ▲최종 소비자 ▲축산물 판매업체와 일반음식점 및 집단 급식소-최종 소비자 ▲알가공업체-축산물 판매업체와 일반음식점 및 집단 급식소-최종 소비자 등의 과정을 거친다. 계란은 소나 돼지, 닭 등의 축산물과는 달리 생산자가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근거, 식용란 수집 판매업으로 신고된 경우에는 도매처나 소매처로 직접 선별하고 포장해 유통이 가능하다.

등급제 ‘있으나 마나’
전체 가운데 8%만 등록

문제는 생산과 유통 단계서 잔류농약 검사 등 위생 점검 시스템이 체계화 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서 살충제 계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나서야 잔류농약 검사를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당시 국감서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 확인 결과 계란을 대상으로 한 잔류농약 검사는 최근 3년 동안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상시적인 잔류농약 검사 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국감 이후 60곳의 계란을 검사했는데 유해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 봄 친환경 농장과 계란을 800곳 넘게 조사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하지만 최근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계란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정부의 위생 점검이 허술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양계업계에선 소비자가 신뢰하고 구매할 수 있는 제도로 ‘계란등급제’를 들고 있다. 등급계란은 생산 및 유통 과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계란등급제는 계란의 품질 향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자는 취지서 정부가 2003년 도입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홈페이지의 ‘등급계란 정보 확인하기’에 들어가면 계란의 생산자와 집하장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계란 껍데기에 표시된 숫자와 기호를 적고 포장지에 적혀있는 유통기한을 입력하면 된다.

크기별로 왕란과 특란, 대란, 중란, 소란 등으로 구분하고, 등급은 1+, 1, 2, 3등급으로 나눈다. 하지만 계란등급제는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 유통계란 중 8%만 등급 판정을 받았을 뿐이다. 나머지 92%는 생산자와 유통 과정을 추적하기가 어렵다.

A4용지보다 작은 공간에
닭 사육하며 살충제 살포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은 축산물 이력추적제가 시행돼 도축과정부터 유통까지 위생검사가 이뤄지고, 생산자와 유통과정을 모두 추적할 수 있는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비용부담을 우려한 양계농가의 반대로 이력추적제가 도입되지 않았다.

문제가 된 살충제 계란은 이미 식탁까지 올라갔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경기 남양주와 광주, 양주, 강원 철원 등 4곳은 축산농가에 있는 계란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지만 충남 천안과 전남 나주의 산란계 농장서 생산된 계란은 대형마트 등 유통점서 수거해 검사하던 중 성분이 검출됐다. 

농가의 밀집 닭장에 대한 살충제 살포 행위가 이미 오래전부터 전국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불투명한 유통 구조에 앞서 살충제 계란의 원인으로 닭의 사육 환경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관련법에 따르면 산란계 1마리의 최소 사육면적은 0.05㎡로 규정돼있다. A4용지보다 작은 공간이다. 이처럼 좁은 공간서 닭을 사육하다 보니 살충제를 살포할 때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다.
 

원칙적으로 살충제를 살포할 때는 닭장 안의 닭이나 계란을 다른 공간으로 옮긴 상태서 빈 공간에 뿌려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살충제를 사용할 때 닭을 옮겨놓을 공간을 확보한 농가는 많지 않다.

이미 식탁에?

전문가들이 말하는 해결책으론 방사가 거론된다. 닭이 스스로 흙바닥에 몸을 비비는 ‘흙목욕’을 할 경우 몸에 붙은 진드기나 벌레를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살충제 살포 행위가 필요 없다는 것. 실제 우리나라에도 닭을 밀집 사육하지 않고 마당이나 야산 등지에 풀어서 키우는 방사 농장이 있다. 전문가들은 방사 농장을 늘리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끊이지 않는 먹거리 파동

살충제 계란 문제가 일어나면서 과거 전 국민을 놀라게 한 먹거리 파동이 재조명받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쓰레기 만두’ 사건이다. 2004년 25개 식품회사가 단무지 공장서 폐기되는 무 조각을 만두소로 사용했다는 경찰 발표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당시 경찰의 명단 공개로 일부 중소업체들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았고 한 업체 대표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보다 앞서 1989년에는 라면을 공업용 쇠기름으로 튀긴다는 투서가 날아들어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일도 있었다. 일명 ‘공업용 우지 라면’ 사태로 라면 시장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삼양라면은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에는 가짜 백수오 사태로 건강식품계가 큰 영향을 받았다. 특정 회사 제품에 백수오와 비슷한 이엽우피소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규모 환불 요구가 빗발치는 등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바도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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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