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혼놀족이 노는 법 ‘천태만상’

왕따? 혼자 노는 게 대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혼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부정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너 왕따야?” “왜 혼자 놀아?” “친구 없어?” 등 혼자를 향한 날카로운 말은 단독 행동을 택한 ‘나홀로족’을 상처 입힌다. 그럼에도 최근 혼자 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른 사람과 의견 충돌 없이 나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혼놀족의 시대가 오고 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발언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 4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혼자 먹는 밥, 혼밥 문화를 두고 한 발언이 뒤늦게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황씨는 “혼자 밥 먹는 분들이 많다. 혼밥이라는 게 인간 동물의 전통으로 보면 위험한 일일 수 있다. 여느 동물과 달리 인간은 음식을 쾌락으로 만들었다. 입 안에 음식을 넣고 맛을 즐기는 동물이다. 다른 동물은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혼밥 문화 두고
누리꾼 갑론을박

이어 “혼자서 밥을 먹는 건 인간 전통서 벗어나는 일이다. 혼밥은 소통하지 않겠다는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소통을 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한 예를 본 적이 있는데 노숙자”라고 설명했다. 또 “밥을 혼자 먹는 것은 소통의 방법을 거부하는 거다. 싫다고 해서 나는 나 혼자서 어떤 일을 하겠다, 점점 안으로 숨어드는 건 자폐”라고 덧붙였다.

황씨의 발언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한 언론사서 이 발언을 두고 ‘혼밥인(人)은 자폐아…황교익, 위험한 발언’이라는 제목을 달아, 황씨가 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논란이 계속되자 황씨는 자신의 SNS에 해당 언론의 기사를 “쓰레기 언론의 기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서 “(사회적 자폐는) 자본의 횡포로 혼밥에 내몰리게 된 산업사회 노동자들의 현실이 그럴듯한 삶의 태도인 것처럼 자본에 의해 포장되는 현상을 드러내고자 사용한 용어”라고 부연 설명했다. 

해당 언론사는 문제의 기사를 삭제 처리하고 황씨에게 사과했다.

황씨는 지난해 5월에도 혼밥에 관한 생각을 SNS에 게재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혼자 밥을 먹을 것인가요?’ 혼밥의 이유를 찾자면 이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혼자 밥 먹는 것에 대한 ‘여유롭다’느니 하는 긍정의 의사표현은 혼밥을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그 상황의 심리적 불편을 회피하려는 전략으로 던지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황씨의 발언과 SNS를 중심으로 혼밥 문화에 대한 누리꾼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서 “황교익씨의 발언이 논란이 된 건 혼밥 문화가 그만큼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또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보기 힘들었던 과거엔 황씨의 발언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보다는 내가 우선
자발적 ‘솔로’ 늘어


문화라고 불릴 만큼 사회적으로 확산된 현상이기에 논란이 빚어졌다는 주장이다.

실제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을 비롯, 영화를 보는 혼영족, 술을 마시는 혼술족 등 ‘혼자 살아가는’ 혼놀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구 구성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가는 만큼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2030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 성향이 강화되면서 다른 사람의 눈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도 혼놀족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인 가구 수는 520만 3000가구로 전체 1911만1000가구 중 27.2%를 차지했다. 지금 추세면 앞으로 1~2년 안에 가구 셋 중 하나가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나홀로족을 겨냥한 마케팅이 힘을 얻고 있다. 1인 가구를 노린 제품을 집중 개발해 판매하는 현상을 일컫는 ‘솔로 이코노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산업연구원은 1인 가구의 소비지출 규모가 2010년 60조원서 2020년 120조원으로, 두 배 정도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다른 유형의 가구보다 구매력이 왕성하다고 분석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원하는 취미 생활이나 자기 계발에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혼놀족은 대부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라이프를 즐긴다. 욜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자기만족을 위해 과감한 소비도 주저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1인 가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빗대, ‘1인’과 ‘이코노미’를 합해 ‘1코노미’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시간이 갈수록 1인 가구 수는 늘어날 테고, 소비 성향 또한 왕성한 편이라 시장이 그들의 소비력에 따라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혼놀족은 대체로 뭘 하고 놀까? 최근 혼밥이나 혼술, 혼영 등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 혼밥 문화가 조금씩 확산될 무렵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서 혼자 먹기(1단계), 고기집서 혼자 고기 구워 먹기(6단계) 등 단계를 구분해 도전하던 것도 무색할 정도다. 

1인 가구 증가
개인주의 성향↑

처음엔 혼자 오는 손님을 꺼리던 음식점은 이제는 1인 테이블과 1인 메뉴를 만드는 등 그들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드라마나 영화서 자주 나오는 포장마차 혼술 장면은 이제 가게 속으로까지 들어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홍대서 가볼만한 혼술집 Best 7’ 등 혼자 술 마시기 좋은 장소를 추천하는 글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이 마실 사람이 없어서’ ‘약속 맞추기가 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술 약속을 거절했던 사람들은 취향에 맞는 술집을 찾아 혼술을 즐긴다.


1인 관객이 많아지면서 영화관도 혼영족 모시기에 나섰다. ‘CGV리서치센터’가 CGV 회원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2년 7.7%에 불과했던 혼영족은 지난해 13.3%까지 늘어났다. 

한 번이라도 혼자 영화를 본 경험이 있는 고객의 비율은 2012년 20.8%서 32.9%로 증가했다. 혼자 영화를 보면서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2015년 62.5%서 지난해 75.1%까지 높아졌다.

나홀로 여행을 떠나는 혼행족도 급증했다. 지난 2월 국내여행기업 ‘모두투어네트워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혼행족은 지난 2015년부터 늘어나기 시작, 지난해에는 여행상품 예약 건수 5건 중 1건이 개별여행일 정도로 급증했다. 
 

국내 온라인 항공권 판매 1위 업체인 인터파크 투어가 분석한 해외 항공권 구입 소비자 구성도 흥미롭다. 성별로 구분하면 남성은 20대 초반, 여성은 30대 후반에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

해외여행뿐 아니라 혼자 국내 여행을 하는 사람의 비율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산업연구원의 ‘1인 여행객의 국내 여행 행태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국내를 여행한 1인 여행객이 10.3%였다. 2013년 4.7%에 불과했던 국내 혼행족은 두 배 넘게 늘었다. 


이들은 대부분 당일치기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행족의 당일 여행 비중은 75.6%로 숙박 여행(24.4%)을 크게 웃돌았다. 대신 숙박을 하게 되면 2인 이상 여행객보다 관광지에 오래 머물렀다.

밥·술은 기본
여행·레저까지

최근에는 고속철도(KTX)와 고속버스를 타고 관광지를 순회하는 여행이 아닌,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가까운 곳에 들러 몸과 마음을 식히는 여행객이 늘었다. 지하철의 경우 노선별로 각 역마다 둘러볼만한 곳을 추천하고 있다.

국내, 해외여행뿐 아니라 1인 캠핑을 즐기는 혼캠족도 늘었다. 캠핑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국 각지에 캠핑장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캠핑이라고 하면 텐트를 짊어지고 온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그림을 떠올리기 쉽다. 단체 캠핑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솔로 캠핑에 대한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다.

최근 최소한의 장비로 도심 속에서 캠핑을 즐기는 이른바 캠프닉(캠핑과 피크닉의 합성어)이 혼놀족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캠핑용품 브랜드들은 혼캠족을 겨냥한 솔로캠핑 아이템을 발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서 지난해 상반기 1인용 캠핑용품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매출이 171%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는 혼놀족이 사랑하는 아이템이다. 한 때 자전거 동호회는 직장인들 사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주말이 되면 도로가를 달리는 자전거 부대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혼자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라이딩족이 늘었다. 

여럿이 달리면 자칫 분산될 수 있는 신경을 혼자 집중해서 탈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위험도 줄어들 뿐 아니라 페이스 조절도 자유로워 각광받고 있다.

특히 국내 자전거 시장의 대세였던 산악 자전거의 수요가 줄어든 대신 로드 자전거를 구매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졌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이전에는 전체 자전거 구매자 중 70.7%가 산악자전거를 샀지만 2015년에는 그 수치가 29.7%로 크게 줄었다. 대신 로드 자전거는 1.8%서 24.9%로 늘었다. 자전거 업체들은 다양한 로드 자전거를 출시해 혼놀족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쉬는 날이면 실내 클라이밍장을 찾아 암벽을 타는 사람도 있다. 클라이밍이라고 하면 단순히 벽을 오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암벽을 타는 데도 다양한 단계와 과정이 있고 때로는 스스로 과제를 설정해 퀴즈를 풀듯 머리를 써야 한다. 

1인 가구 증가, 경제 ‘큰손’
레저·스포츠 산업까지 영향

실제 실내 클라이밍을 즐긴다는 대구의 30대 한모씨는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하다 보니 몸도 건강해지고 집중력도 높아졌다”며 “머리가 복잡하거나 잊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암벽을 타고 나면 기분이 풀린다”고 했다.

서핑도 혼놀족 사이서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한국서핑협회 조사 결과 국내 서핑 인구는 2016년 기준 3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0% 증가한 수치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피서객이 빠지고 파도가 큰 가을은 서핑족에겐 최고의 계절로 꼽힌다. 서핑족의 증가는 서핑 의류와 용품 매출로 직결됐다. 특히 래시가드의 시장 규모 확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4년 300억원에 불과했던 래시가드 시장 규모는 불과 1년 새 1022억원으로 3배 이상 뛰어 오른 데 이어 2016년과 올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는 소득의 많은 부분을 자기 자신과 여가활동에 투자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국내 레저·스포츠 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건설사들 역시 혼놀족들의 등장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소형 오피스텔에 커뮤니티 시설을 들여 혼놀족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피트니트 센터, 실내 골프연습장, 옥상 정원뿐 아니라 북카페, 조깅 트랙, 게스트 하우스, 스카이 가든, 캠핑장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대학가 오피스텔에는 실내 암벽 등반시설과 자전거 보관소를 만들어놓는 경우도 있다.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 수요를 잡기 위해 그들의 문화를 집과 그 주변으로 옮겨놓는 셈이다.

동전노래방은 혼놀족 덕분에 재조명된 아이템이다. 동전노래방은 그동안 오락실이나 찜질방서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동전노래방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일반 노래방과 비교해 값싼 가격으로 노래를 즐길 수 있고, 혼자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적은 비용으로 부담 없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어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덩달아 성장세를 탔다.

인형 뽑기 역시 동전노래방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한 때 열풍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국에 인형 뽑기 방이 빠르게 늘었다. 뽑기 조작, 가짜 인형 등의 사건으로 그 열기가 많이 식었지만 인형 뽑기는 혼놀족에게 여전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형 뽑기는 적은 비용으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인형 뽑기에 몰입하는 혼놀족을 취업난과 장기 불황이 만들어낸 청춘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표현한다.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른이 늘어나면서 완구 시장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키덜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고가의 완구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키덜트는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의 합성어로,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하는 말이다. 저출산으로 전체 완구 매출은 줄었지만 키덜트 완구 매출은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혼놀족들의 문화가 단순히 놀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요즘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혼을 선택하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비혼식, 싱글웨딩 등이 유행하고 있다. 비혼식과 싱글웨딩은 결혼식의 반대 개념으로 ‘결혼 없이 살겠다’는 뜻을 기념하기 위해 치르는 의식을 말한다.

잊혀진 산업 살리고
놀이 넘어 문화 정착

실제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남기는 일이 늘고 있다. 이들의 행위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배경서 비롯된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싱글웨딩을 검색해 보면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여성이나 남성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쁜 모습을 간직하고 싶다는 바람이 투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혼자 뭔가를 한다는 게 사회적 관계 거부, 외부와의 단절 등으로 비쳐졌지만 이제 젊은 층에게 혼놀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예전에는 주변 사람에게 양보하고 맞추는 게 미덕처럼 여겨졌다면 지금은 개인의 취향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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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