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혼놀족이 노는 법 ‘천태만상’

왕따? 혼자 노는 게 대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혼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부정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너 왕따야?” “왜 혼자 놀아?” “친구 없어?” 등 혼자를 향한 날카로운 말은 단독 행동을 택한 ‘나홀로족’을 상처 입힌다. 그럼에도 최근 혼자 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른 사람과 의견 충돌 없이 나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혼놀족의 시대가 오고 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발언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 4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혼자 먹는 밥, 혼밥 문화를 두고 한 발언이 뒤늦게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황씨는 “혼자 밥 먹는 분들이 많다. 혼밥이라는 게 인간 동물의 전통으로 보면 위험한 일일 수 있다. 여느 동물과 달리 인간은 음식을 쾌락으로 만들었다. 입 안에 음식을 넣고 맛을 즐기는 동물이다. 다른 동물은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혼밥 문화 두고
누리꾼 갑론을박

이어 “혼자서 밥을 먹는 건 인간 전통서 벗어나는 일이다. 혼밥은 소통하지 않겠다는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소통을 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한 예를 본 적이 있는데 노숙자”라고 설명했다. 또 “밥을 혼자 먹는 것은 소통의 방법을 거부하는 거다. 싫다고 해서 나는 나 혼자서 어떤 일을 하겠다, 점점 안으로 숨어드는 건 자폐”라고 덧붙였다.

황씨의 발언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한 언론사서 이 발언을 두고 ‘혼밥인(人)은 자폐아…황교익, 위험한 발언’이라는 제목을 달아, 황씨가 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논란이 계속되자 황씨는 자신의 SNS에 해당 언론의 기사를 “쓰레기 언론의 기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서 “(사회적 자폐는) 자본의 횡포로 혼밥에 내몰리게 된 산업사회 노동자들의 현실이 그럴듯한 삶의 태도인 것처럼 자본에 의해 포장되는 현상을 드러내고자 사용한 용어”라고 부연 설명했다. 

해당 언론사는 문제의 기사를 삭제 처리하고 황씨에게 사과했다.

황씨는 지난해 5월에도 혼밥에 관한 생각을 SNS에 게재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혼자 밥을 먹을 것인가요?’ 혼밥의 이유를 찾자면 이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혼자 밥 먹는 것에 대한 ‘여유롭다’느니 하는 긍정의 의사표현은 혼밥을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그 상황의 심리적 불편을 회피하려는 전략으로 던지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황씨의 발언과 SNS를 중심으로 혼밥 문화에 대한 누리꾼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서 “황교익씨의 발언이 논란이 된 건 혼밥 문화가 그만큼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또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보기 힘들었던 과거엔 황씨의 발언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보다는 내가 우선
자발적 ‘솔로’ 늘어


문화라고 불릴 만큼 사회적으로 확산된 현상이기에 논란이 빚어졌다는 주장이다.

실제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을 비롯, 영화를 보는 혼영족, 술을 마시는 혼술족 등 ‘혼자 살아가는’ 혼놀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구 구성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가는 만큼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2030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 성향이 강화되면서 다른 사람의 눈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도 혼놀족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인 가구 수는 520만 3000가구로 전체 1911만1000가구 중 27.2%를 차지했다. 지금 추세면 앞으로 1~2년 안에 가구 셋 중 하나가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나홀로족을 겨냥한 마케팅이 힘을 얻고 있다. 1인 가구를 노린 제품을 집중 개발해 판매하는 현상을 일컫는 ‘솔로 이코노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산업연구원은 1인 가구의 소비지출 규모가 2010년 60조원서 2020년 120조원으로, 두 배 정도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다른 유형의 가구보다 구매력이 왕성하다고 분석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원하는 취미 생활이나 자기 계발에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혼놀족은 대부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라이프를 즐긴다. 욜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자기만족을 위해 과감한 소비도 주저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1인 가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빗대, ‘1인’과 ‘이코노미’를 합해 ‘1코노미’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시간이 갈수록 1인 가구 수는 늘어날 테고, 소비 성향 또한 왕성한 편이라 시장이 그들의 소비력에 따라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혼놀족은 대체로 뭘 하고 놀까? 최근 혼밥이나 혼술, 혼영 등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 혼밥 문화가 조금씩 확산될 무렵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서 혼자 먹기(1단계), 고기집서 혼자 고기 구워 먹기(6단계) 등 단계를 구분해 도전하던 것도 무색할 정도다. 

1인 가구 증가
개인주의 성향↑

처음엔 혼자 오는 손님을 꺼리던 음식점은 이제는 1인 테이블과 1인 메뉴를 만드는 등 그들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드라마나 영화서 자주 나오는 포장마차 혼술 장면은 이제 가게 속으로까지 들어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홍대서 가볼만한 혼술집 Best 7’ 등 혼자 술 마시기 좋은 장소를 추천하는 글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이 마실 사람이 없어서’ ‘약속 맞추기가 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술 약속을 거절했던 사람들은 취향에 맞는 술집을 찾아 혼술을 즐긴다.


1인 관객이 많아지면서 영화관도 혼영족 모시기에 나섰다. ‘CGV리서치센터’가 CGV 회원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2년 7.7%에 불과했던 혼영족은 지난해 13.3%까지 늘어났다. 

한 번이라도 혼자 영화를 본 경험이 있는 고객의 비율은 2012년 20.8%서 32.9%로 증가했다. 혼자 영화를 보면서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2015년 62.5%서 지난해 75.1%까지 높아졌다.

나홀로 여행을 떠나는 혼행족도 급증했다. 지난 2월 국내여행기업 ‘모두투어네트워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혼행족은 지난 2015년부터 늘어나기 시작, 지난해에는 여행상품 예약 건수 5건 중 1건이 개별여행일 정도로 급증했다. 
 

국내 온라인 항공권 판매 1위 업체인 인터파크 투어가 분석한 해외 항공권 구입 소비자 구성도 흥미롭다. 성별로 구분하면 남성은 20대 초반, 여성은 30대 후반에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

해외여행뿐 아니라 혼자 국내 여행을 하는 사람의 비율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산업연구원의 ‘1인 여행객의 국내 여행 행태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국내를 여행한 1인 여행객이 10.3%였다. 2013년 4.7%에 불과했던 국내 혼행족은 두 배 넘게 늘었다. 


이들은 대부분 당일치기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행족의 당일 여행 비중은 75.6%로 숙박 여행(24.4%)을 크게 웃돌았다. 대신 숙박을 하게 되면 2인 이상 여행객보다 관광지에 오래 머물렀다.

밥·술은 기본
여행·레저까지

최근에는 고속철도(KTX)와 고속버스를 타고 관광지를 순회하는 여행이 아닌,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가까운 곳에 들러 몸과 마음을 식히는 여행객이 늘었다. 지하철의 경우 노선별로 각 역마다 둘러볼만한 곳을 추천하고 있다.

국내, 해외여행뿐 아니라 1인 캠핑을 즐기는 혼캠족도 늘었다. 캠핑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국 각지에 캠핑장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캠핑이라고 하면 텐트를 짊어지고 온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그림을 떠올리기 쉽다. 단체 캠핑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솔로 캠핑에 대한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다.

최근 최소한의 장비로 도심 속에서 캠핑을 즐기는 이른바 캠프닉(캠핑과 피크닉의 합성어)이 혼놀족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캠핑용품 브랜드들은 혼캠족을 겨냥한 솔로캠핑 아이템을 발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서 지난해 상반기 1인용 캠핑용품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매출이 171%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는 혼놀족이 사랑하는 아이템이다. 한 때 자전거 동호회는 직장인들 사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주말이 되면 도로가를 달리는 자전거 부대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혼자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라이딩족이 늘었다. 

여럿이 달리면 자칫 분산될 수 있는 신경을 혼자 집중해서 탈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위험도 줄어들 뿐 아니라 페이스 조절도 자유로워 각광받고 있다.

특히 국내 자전거 시장의 대세였던 산악 자전거의 수요가 줄어든 대신 로드 자전거를 구매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졌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이전에는 전체 자전거 구매자 중 70.7%가 산악자전거를 샀지만 2015년에는 그 수치가 29.7%로 크게 줄었다. 대신 로드 자전거는 1.8%서 24.9%로 늘었다. 자전거 업체들은 다양한 로드 자전거를 출시해 혼놀족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쉬는 날이면 실내 클라이밍장을 찾아 암벽을 타는 사람도 있다. 클라이밍이라고 하면 단순히 벽을 오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암벽을 타는 데도 다양한 단계와 과정이 있고 때로는 스스로 과제를 설정해 퀴즈를 풀듯 머리를 써야 한다. 

1인 가구 증가, 경제 ‘큰손’
레저·스포츠 산업까지 영향

실제 실내 클라이밍을 즐긴다는 대구의 30대 한모씨는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하다 보니 몸도 건강해지고 집중력도 높아졌다”며 “머리가 복잡하거나 잊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암벽을 타고 나면 기분이 풀린다”고 했다.

서핑도 혼놀족 사이서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한국서핑협회 조사 결과 국내 서핑 인구는 2016년 기준 3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0% 증가한 수치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피서객이 빠지고 파도가 큰 가을은 서핑족에겐 최고의 계절로 꼽힌다. 서핑족의 증가는 서핑 의류와 용품 매출로 직결됐다. 특히 래시가드의 시장 규모 확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4년 300억원에 불과했던 래시가드 시장 규모는 불과 1년 새 1022억원으로 3배 이상 뛰어 오른 데 이어 2016년과 올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는 소득의 많은 부분을 자기 자신과 여가활동에 투자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국내 레저·스포츠 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건설사들 역시 혼놀족들의 등장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소형 오피스텔에 커뮤니티 시설을 들여 혼놀족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피트니트 센터, 실내 골프연습장, 옥상 정원뿐 아니라 북카페, 조깅 트랙, 게스트 하우스, 스카이 가든, 캠핑장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대학가 오피스텔에는 실내 암벽 등반시설과 자전거 보관소를 만들어놓는 경우도 있다.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 수요를 잡기 위해 그들의 문화를 집과 그 주변으로 옮겨놓는 셈이다.

동전노래방은 혼놀족 덕분에 재조명된 아이템이다. 동전노래방은 그동안 오락실이나 찜질방서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동전노래방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일반 노래방과 비교해 값싼 가격으로 노래를 즐길 수 있고, 혼자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적은 비용으로 부담 없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어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덩달아 성장세를 탔다.

인형 뽑기 역시 동전노래방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한 때 열풍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국에 인형 뽑기 방이 빠르게 늘었다. 뽑기 조작, 가짜 인형 등의 사건으로 그 열기가 많이 식었지만 인형 뽑기는 혼놀족에게 여전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형 뽑기는 적은 비용으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인형 뽑기에 몰입하는 혼놀족을 취업난과 장기 불황이 만들어낸 청춘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표현한다.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른이 늘어나면서 완구 시장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키덜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고가의 완구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키덜트는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의 합성어로,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하는 말이다. 저출산으로 전체 완구 매출은 줄었지만 키덜트 완구 매출은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혼놀족들의 문화가 단순히 놀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요즘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혼을 선택하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비혼식, 싱글웨딩 등이 유행하고 있다. 비혼식과 싱글웨딩은 결혼식의 반대 개념으로 ‘결혼 없이 살겠다’는 뜻을 기념하기 위해 치르는 의식을 말한다.

잊혀진 산업 살리고
놀이 넘어 문화 정착

실제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남기는 일이 늘고 있다. 이들의 행위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배경서 비롯된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싱글웨딩을 검색해 보면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여성이나 남성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쁜 모습을 간직하고 싶다는 바람이 투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혼자 뭔가를 한다는 게 사회적 관계 거부, 외부와의 단절 등으로 비쳐졌지만 이제 젊은 층에게 혼놀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예전에는 주변 사람에게 양보하고 맞추는 게 미덕처럼 여겨졌다면 지금은 개인의 취향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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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