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왁싱숍 실태

오피스텔서 털을 밀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몸에 그림을 새긴 사람을 보면 수군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 가운데 등에 용이나 봉황 문신이 있는 사람은 십중팔구 조폭이나 무뢰배였다. 그러나 유행은 돌고 도는 법. 이제 문신은 누가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널리 확산됐다. 왁싱 역시 문신과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어두운 면도 빠른 속도로 부각되고 있다.
 

“신세계를 경험했다.” 지난 7월 서울 강남의 한 왁싱숍서 브라질리언왁싱을 받은 20대 여성은 놀라워하며 말했다. 왁싱을 받는 동안 민망하고 아팠던 기억은 금세 사라진 듯 했다. 속옷을 입거나 생리할 때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왁싱숍을 찾을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왁싱 인구↑

제모에 대한 관심은 여름철 그리고 여성에게 집중된 편이었다. 여름철 물놀이를 위해 비키니 수영복을 입어야 할 경우 제모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비키니라인 제모다. 비키니라인을 따라 털을 미는 것도 꺼리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와 동시에 왁싱을 바라보는 시선도 관대해졌다. 왁싱의 장점이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알려지자 그 수요는 더 빠르게 증가했다. 

포털사이트에 ‘왁싱숍’으로 검색하면 상호부터 전화번호까지 수많은 정보가 나온다. 유명 왁싱숍의 경우 이용자들의 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왁싱숍 고르는 법’이라며 체크리스트를 게재해둔 블로그도 있었다.


왁싱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수요와 비례해 공급 역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유명 피부숍에서는 왁싱을 전문 분야로 추가하는 일이 늘었고 왁싱만 전문적으로 하는 가게도 많아졌다. 문제는 공급이 늘어나는 과정서 불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또 본래 목적과는 다르게 운영되는 숍도 함께 늘고 있다.

왁싱 관심 높아지면서
관련영업 빠르게 증가

서울 강남구는 지난 2개월 동안 관내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불법 미용시술을 해 온 27개 업소를 적발해 영업주 전원을 형사입건 했다고 밝혔다. 이들 업소는 관할 보건소에 영업 신고를 하지 않고 왁싱·피부 관리·속눈썹·반영구 화장 등을 불법 시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27개 업소 중 9개는 미용 관련 자격증조차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왁싱숍을 운영하려면 면허증과 피부미용사국가자격증이 필요하다. 면허증은 미용학과를 졸업하면 받을 수 있고, 피부미용사국가자격증은 필기와 실기 시험을 합격해야 발급이 가능하다. 

면허증이 있어야 숍을 차릴 수 있고 자격증은 실제 시술을 할 수 있다는 증표다. 면허증만 있을 경우 자격증이 있는 직원을 고용해 숍을 운영해야 한다. 면허증과 자격증 둘 다 갖고 있으면 창업과 시술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또 현행법상 미용시술업은 상가 등 1종 근린생활시설에만 들어설 수 있기 때문에 오피스텔이나 원룸서 왁싱 시술을 하는 건 불법이다. 다시 말해 왁싱숍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면허증과 자격증을 구비한 후, 상가에 가게를 얻고 관할 보건소에 영업 신고를 해야 한다. 이외의 방법으로 운영되는 곳은 불법 미용시술 업소로 분류돼 처벌받을 수 있다.

불법 왁싱숍 성행
강남서 27건 적발


실제 불법 미용시술 업소를 적발한 강남구 특별사법경찰은 27명의 영업주 전원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형사 입건했다. 이들은 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예정이다. 

선릉역 인근 한 오피스텔 내 2개 불법 미용업소는 타 수사기관에 무신고 미용업소 운영으로 적발돼 벌금을 납부하고도 불법 영업을 계속해오다 다시 적발됐다.

강남구 관계자는 “오피스텔이 일반 상가보다 상대적으로 임차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불법영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모두 적발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남구 보건소 위생과 관계자도 “손님이나 경쟁 업소서 민원이 들어오면 단속을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업소를 찾아가도 문이 잠겨 있거나 안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단속할 수 없다. 그래서 때론 손님인 척 예약해 덮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매매 통로?

왁싱숍이 성매매의 통로로 이용된 사례도 있다. 지난 2015년 남성 전용 왁싱숍을 가장해 유사 성매매 행위를 한 업주가 경찰에 붙잡힌 일이 있었다. 이들은 왁싱 과정이 끝난 후 추가 금액을 낸 고객을 대상으로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일각에선 안마방이나 마사집숍에 대한 단속이 심화되자 왁싱숍이 새로운 성매매 통로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로 전화로 예약이 이뤄지는 점, 오피스텔이나 원룸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점 등 적발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왁싱숍 살인사건’ 둘러싼 이야기

지난달 5일 왁싱숍을 운영하던 여성이 손님으로 가장한 남성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여성을 살해하기 전 강간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줬다. 이른바 왁싱숍 살인사건이 불거지면서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서 여성혐오 살인 공론화 시위 및 왁싱숍 살인사건 규탄집회가 열렸다. 지난해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는 여성혐오 범죄 관련 집회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강남역 10번 출구 집회를 둘러싼 상황은 복잡하다. 왁싱숍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은 더 이상 해당 사건이 거론되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여성혐오 범죄 공론화 자체를 두고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마포서 피부관리실을 운영 중인 30대 여성은 “10년 넘게 혼자 피부관리실을 운영했는데 그 과정서 별별 일이 다 있었다”며 “1인 여성 사업장에 대한 일종의 안전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 분야 관계자는 “아직 경찰 조사나 정확한 통계 등이 없어 정돈된 입장을 전달하긴 어렵다”면서도 “여성 혼자 숍을 운영한 게 이번 범죄(왁싱숍 살인사건)의 원인이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피해자에게서 원인을 찾는 것”이라고 전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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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