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낙하산 숙청 리스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7.31 10:22:04
  • 호수 1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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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벌 떨고 있는 적폐 기관장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기관장들이 벌벌 떨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서 이른바 ‘적폐기관장’ 10인을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루어질 조짐이다. 각종 비리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공공기관장부터 그 동안 중도 사퇴한 공공기관장들까지. 전임 정권 공공기관장들의 대대적인 숙청이 시작됐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은 지난 18일 ‘적폐 공공기관장’ 10인의 명단을 발표하고 이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청와대가 공공기관장 인사에 속도를 내는 시점과 맞물려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노총·한노총  
블랙리스트 공개 

지난 18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명의 적폐 공공기관장을 발표했다. 공대위 측은 “적폐 기관장의 경영농단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부문서 가장 시급히 적폐를 청산해야 할 공공기관을 1차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이번에 발표한 적폐 기관장 선정 기준에 대해 ▲국정농단 세력 또는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알박기로 임명됐으나 아직 사퇴하지 않은 기관장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을 위해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성과연봉제 폐기 등 새로운 정부의 정책 수행을 거부하는 기관장 ▲국정농단 세력에 적극 부역한 전력이 있는 기관장이라고 밝혔다. 

적폐 기관장에 이름을 올린 공공기관장 10명은 다음과 같다. 


[코레일 홍순만]

홍순만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지난 28일 사임했다. 홍 전 사장은 1956년 서울서 태어났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토교통부서 근무했으며, 2015년 인천광역시 경제부시장으로 취임했다. 2016년 5월 한국철도공사 7대 사장으로 임명됐다.

홍 전 사장은 김학송 전 사장과 이승훈 사장처럼 친박(친 박근혜) 인사로 분류된다. 이뿐만 아니라  과연봉 불법행위, 노사관계 파탄, 중대재해사고 책임 전가 등을 이유로 적폐기관장 명단에 올랐다. 임기 중인 2016년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한국철도공사 전국철도노동조합 총파업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조합원을 민주노총의 용병, 즉 총알받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켰다. 올해 1월 말 노조에서 신청한 성과연봉제 효력중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서 받아들여 사태는 일단락된 상태다. 

[코레일유통 유제복]

유제복 코레일유통 사장은 제주도 출신이다. 1978년 제14회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했다. 1979년 전매청 기술사무관을 시작으로 전매청이 담배인삼공사로 변경된 이후 본사 제조국장, 부산지역본부 본부장 및 경인지역 본부장과 KT&G 영주공장장, 광주공장장 및 본사 원료본부 본부장 등의 주요 요직을 거쳤다. 

박근혜 정부때 투하
물갈이 본격화하나


유 사장은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 등으로 노조의 비판을 받아왔다.  국정농단세력에 의한 낙하산인사로 규정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유통 대주주) 홍 사장과도 결탁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하고 있다. 

[석유공사 김정래]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1954년 강릉서 태어났다. 현대건설에 입사해 줄곧 현대그룹서 일했다. 현대종합상사,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 등을 거쳤다. 현대중공업서 전무와 부사장, 사장까지 역임한 뒤 퇴임했다. 2016년 2월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올라 재직하고 있다.
 

김 사장은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 등으로 노조의 비판을 받았다. 또 임기 동안 학교 동문과 현대그룹 출신 등 측근 4명을 특혜채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 측에선 밀실경영 및 울산사옥 매각시 투기자본 특혜, 외유성 출장시 7성급 호텔 숙박(1년간 해외출장비만 약 1500만원 지출) 등 모럴해저드 및 적폐의 집합체로 지목됐다. 

[보훈복지 김옥이]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은 1947년생으로 여군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3년 11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김 이사장은 친박 낙하산으로 불리며 전문성이 의문시됐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과정서 동의서명 강요, 승진조건 지부장 회유 등 사내 정치 공작을 자행했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또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입은 실적 부진을 메우기 위해 경영 목표 달성 등을 제시하며 공단이 돈벌이를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해당 문건에 대해 “사실상 과잉진료를 주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잉진료는 결국 국가유공자 및 국가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서창석]

서창석 서울대병원 원장은 1961년생이다. 서울대학교 의예과를 졸업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냈다. 서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로 서울대병원 의료농단의 핵심이다.

서 원장인사에 최순실씨의 주치의인 이임순 순천향대학교 교수가 개입했던 것으로 특검수사서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에게 불법 성형시술을 했던 김영재 원장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교수로 임명, 김영재실(봉합사) 도입 과정서 특혜를 주는 대가로 금품 수수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조작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근 허위사망진단서가 우여곡절 끝에 정정됐다. 하지만 백남기 농민 담당교수 선임과정부터 청와대에 의료기록 무단 유출 등 서 원장과 부원장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노동연구원 방하남]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1957년 전라도 완도서 태어났다. 한국노동연구원서 연구조정실장과 고용보험연구센터 소장, 노동시장연구본부 본부장 등을 거쳤다. 

방 원장은 2013년 전 정권의 초대 노동부장관을 지냈다. 노동부장관 당시 전교조 탄압 등 노조 파괴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 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으로 재임하며, 노동개악과 불법적인 성과연봉제 강제도입을 옹호해 노동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공대위는 “국정 농단 세력과 함께 노동정책을 망쳐 온 당사자로서 새정부 노동연구원 수장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동서발전 박희성]

박희성 한국동서발전 사장(직무대행)은 1958년 대구서 태어났다. 박 사장은 대구상고, 계명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동서발전 감사실장, 상생조달처장 등을 역임했다.


박 사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며, 미폐기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과연봉제 유지하자며 조합원 회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새정부 국정철학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장 퇴출 압박한 노총
성과연봉제 일방도입 등 사유

이명박정부에선 동서발전 노무팀장으로서 노조 파괴를 직접 지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법원서도 사측의 부당노동 행위가 인정 돼 3000만원의 손해 배상 판결을 받았다 

[수산자원 정영훈]

정영훈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사장은 1960년 전남 완도서 태어났다. 부산수산대 식품공학과를 나와 기술고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해수부 수산정책관과 국립수산과학원장 등을 거쳤고, 미국 델라웨어대서 석사학위를 부경대서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정 이사장은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을 강행했다. 또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이 임명한 대표적인 ‘알박기 인사’ 중 한 명으로도 꼽힌다. 

[법률구조 이헌]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은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사법시험 26회 출신이다. 이 이사장은 새누리당 추천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주도적으로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이사장은 당시 ‘특조위 활동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임기 내내 특조위 활동과 배치되는 언행을 했다. 
 

2016년 5월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 공공기관장 신분으로 유일하게 박 전 대통령을 수차례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적폐기관장 중 가장 먼저 사임한 사람은 이승훈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다. 지난달 20일 이 전 사장은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이 전 사장은 거듭된 인사 실패와 청탁, 3년 연속 경영평가 낙제점을 받아 공조위의 비판을 받았다.

적폐기관장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지만,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기동 전 한국가스안전사장도 자진 사퇴했다. 박 전 사장은 감사원이 채용비리를 적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수사가 착수되자 지난 18일 감사원과 산업부에 사의를 표했다. 직원들에게는 지난 22일 퇴임 소식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사장을 비롯해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들은 최근 잇따라 자진 사퇴하고 있다. 지난 5월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사의를 표했다. 이달 들어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중도 사퇴했다.  

평판조회 위해 
관계자들 접촉

지난 정부에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사퇴가 이어지면서 새정부의 내각 구성 완료 후 기관장 임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내각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청와대는 최근 공공기관장 전원에 대한 평판조사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실은 최근 사정기관에 공공기관장에 대한 세평을 수집해 보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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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