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복달임 ‘기러기탕’을 아십니까

한 그릇만 먹어도 더위 ‘훨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됐다. 폭염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강렬한 더위다. 짧은 장마 끝에 몰려온 더위에 사람들은 지쳐간다. 몸은 축축 늘어지고 입맛도 없다. 영양 보충이 필요한 시기다. 삼계탕, 보신탕은 여전히 손꼽히는 여름철 보양식이지만 식상한 감이 없지 않다. 이제는 ‘기러기 고기’를 먹어보자.
 

선조들은 복달임이라고 해 삼복이 되면 몸보신 음식을 먹고 시원한 물가를 찾아 더위를 이겨냈다. 더위를 더위로 이긴다는 ‘이열치열’에 맞춰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음으로써 허해진 기를 보충하곤 했다. 

복날 이색 음식

조상들의 복달임 풍습은 지금까지 이어져 초복·중복·말복은 삼계탕 먹는 날로 굳어졌다. 삼계탕을 먹기 위해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 행렬은 복날마다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풍경이 됐다.

여전히 복날 대표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삼계탕과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은 조금씩 줄고 있다. 대신 이색 복날 음식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때문에 프랜차이즈 업계나 식당가에선 사람들의 다양해진 입맛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이 기러기탕 등 ‘기러기 고기’로 만든 다양한 음식들이다.

기러기 고기를 보양식으로 먹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러기하면 가을에 왔다 봄에 돌아가는 철새로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아는 사람만 아는’ 보양식인 셈이다. 


우리나라에 기러기 음식이 알려진 건 1998년 충남 예산에 전문 음식점이 생기면서부터다. 식당 주인은 고향이 함경북도 함흥인 아버지가 어렸을 때 먹었던 기러기 음식을 그리워해 조리법을 개발했다.

백숙·칼국수·육회·수육으로 요리
기러기 알 기름은 피부에 바르기도

기러기 고기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북한에선 첫날밤을 앞둔 새신랑에게 꼭 먹였다고 할 만큼 기력 회복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기러기 고기에 황기, 엄나무, 오가피 등 갖가지 약재와 마늘, 생강, 파 등의 채소를 넣어 끓인 요리다.

조리법은 어렵지 않다. 먼저 손질한 기러기를 흐르는 물에 씻어 남은 핏물을 제거한다. 끓는 물에 황기와 오가피, 엄나무 등을 넣어 육수를 우린다. 여기에 기러기와 대추, 밤, 생강, 마늘, 파 등을 넣고 한 시간 가량 푹 끓여낸다. 

먹기 좋게 찢은 기러기 고기와 뼈를 우린 육수에 담아 한 그릇 먹으면 더위는 가볍게 물리칠 수 있다. 맑은 국물은 텁텁하지 않으면서도 진하다.
 

육수가 남았다면 양념장과 면을 넣어 칼국수로도 즐길 수 있다. 면이 부담스럽다면 부추 등을 넣고 죽으로 만들어 먹어도 된다. 기러기 가슴살을 얇게 저며 참기름 등에 무쳐 육회로 먹어도 일품이다. 이 때 잣을 갈아 올려 먹으면 고소한 맛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동의보감>에 기러기는 ‘아육’으로 기록돼있다. 붉은 수탉, 검은 수탉, 누런 수탉과 함께 중요한 약재라고 나와 있다. 기러기 기름은 기가 돌지 못하는 것을 치료하고 기러기 살은 풍을 치료한다고 돼있다. 특히 기력을 돋우고 피를 보충하는 효과가 뛰어나 노인 보양식으로 으뜸이다.


의외로 담백한 맛
기력 회복에 효과

기러기 고기에는 닭고기나 오리고기보다 칼륨이 55배가량 많이 함유돼있다. 칼슘을 많이 머금고 있기 때문에 뼈를 건강하게 하고 중풍, 고혈압, 신경통, 골다공증에 좋다. 이외에도 필수 아미노산과 두뇌 개발에 필요한 DHA도 다량으로 함유해서 어린이, 청소년 등 성장기 아이들 영양식으로 훌륭하다.

삼백초 뿌리를 끓인 물에 기러기를 고아 만든 보양삼백고는 정력을 높이고 풍증의 치료와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중환자의 회복식이나 만성병 환자의 양생 음식으로 적합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기력 회복에는 최고의 음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알은 달걀보다 크기가 약간 큰 편이다. 크기가 큰 만큼 열량이 높고 지방도 2배나 많이 함유돼있다. 칼슘 역시 달걀보다 많으며 인은 비슷한 정도다. 기러기 알에서 추출한 기름을 먹거나 바르는 경우도 있다. 기러기 알 노른자 기름은 다리 저림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부작용 적어

식용 기러기는 농장서 양식된다. 태어난 지 10일가량 된 기러기는 건조실로 옮겨진다. 푹신한 왕겨가 깔린 운동장서 4~5개월을 키우면 크기가 커진다. 보통 1년에 100여개의 알을 낳는데 철새의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3∼7월 사이에만 알을 낳는다.

기러기는 성질이 평이해서 별다른 부작용은 없다. 다만 몸이 차거나 설사를 자주하는 경우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또 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과다섭취할 경우 살이 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당량만 먹는 게 오히려 건강에 좋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반 보양식’ 임자수탕을 아십니까

임자수탕은 궁중서 즐겨 먹던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열치열을 위한 뜨거운 음식이 아닌 임자수탕은 시원한 냉국이다. 영계를 고아 만든 국물에 껍질을 벗겨 볶은 깨를 갈아 체에 밭친 물을 섞고 미나리, 오이, 버섯과 같은 채소를 올린 음식이다.

임수자탕의 국물인 깻국이 별미인데, <동의보감>에서 깨는 사람의 생명을 기르는 곡식 중 첫 번째로 꼽았다. 또 오랫동안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를 않으며 굶어도 배가 고프지 않고 수명이 연장된다고 기록돼있다. 또 들깨로 죽을 끓여 장기간 복용하면 피부 노화를 막을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옛 선조들은 결혼 적령기 딸을 위해 들깨죽을 먹였다고 한다. 임자수탕의 주재료인 닭 역시 중국 명나라 때의 <본초강목>에선 “보양하는 성질이 있어 속이 차가워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적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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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