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2020년 폭염재앙 시나리오

지금은 약과…더한 더위 덮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때 이른 무더위가 세찬 비에 물러가나 싶더니 ‘장마 끝’ 한 마디에 되돌아왔다. 횡단보도 옆 그늘막에는 햇빛을 피하려 사람들이 몰려든다. 휴대용 선풍기를 손에 쥔 사람들이 늘어간다. 땡볕 아래 사람들은 높은 불쾌지수 때문에 짜증 섞인 얼굴로 걸음을 재촉한다. 7월의 한복판,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모습이다.
 

논바닥이 갈라지고 저수지가 말랐다. 봄부터 이어진 가뭄에 농민들의 속도 바싹 타들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왔다. 언론에선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모기나 해충을 주의하라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양수기를 이용해 물을 대지만 농민들은 벌써부터 가을 추수 걱정에 울상이다. 수온이 상승하자 녹조가 늘고 바다에는 적조 띠가 발생해 양식장에 생계를 걸고 있는 어민들을 덮쳤다.

끔찍한 전망

평소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가 폭염으로 변했다. 찌를 듯이 높아진 기온에 음식물이 쉽게 상하면서 식중독과 같은 수인성질환이 발생하고 온열환자가 증가했다. 높아진 기온은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축산농가의 닭들은 고온 스트레스에 알을 낳지 않았다. 

당장 달걀과 우유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를 예정이라는 보도가 연일 이어졌다. 농작물 수확량 역시 감소할 것으로 예측돼 농민들이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냉방기기 사용량이 크게 늘어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공공기관 실내 온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지만 지키기엔 폭염 상황이 심각하다. 국민들은 전기세 걱정에도 에어컨과 선풍기 없이 잠을 잘 수 없다.


밭일을 하던 70대 노인이 쓰러져 사망했다는 속보가 나왔다. 폭염에 의한 첫 사망자다. 계속되는 더위에 온열환자가 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기상청에서는 비 예보를 했다. 전국 대부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뭄에 허덕이던 농민들은 조금씩 내리는 빗방울에 가슴을 쓸어 내렸다.

재난안전연구원 2014년 보고서 발표
3년뒤 상황 예측…이미 징조 나타나

장마가 시작되면서 저수지에 물도 차고 더위도 식혀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마른장마’라는 기상 캐스터의 말에 국민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비는 오지 않는데 습도만 높아지면서 불쾌지수만 수직 상승 중이다.

‘찔끔’ 내리던 장마마저 끝났다. 폭염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햇볕으로 달궈진 땅에 비가 내린 뒤라 고온다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조금만 걸어도 온몸이 끈적끈적해질 정도로 습도가 높아져 사람들의 불쾌지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온열환자 발생 비율도 예년에 비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사망자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폭염에 취약한 노숙자나 독거노인, 노약자는 통풍도 제대로 되지 않는 집에서 더위에 질식해 죽어간다. 농민들 역시 논밭에 나갔다가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면서 불면증 환자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밤낮으로 더위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짜증과 분노를 이기지 못해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길을 가다가 시비가 붙거나 더위를 피해 놀러간 행락지서 폭력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평소보다 늘어난 여름 휴가철 범죄에 몸살을 앓는다.

높은 기온에 온갖 바이러스도 출몰한다. 뇌염모기와 해충, 벌떼 출현이 증가하고 음식점과 아이스크림서 대장균, 세균 등이 검출된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검출된 어패류를 먹고 감염된 환자가 속출한다. 


하천은 초록색 조류로 뒤덮여 ‘녹조라떼’가 된 지 오래다. 댐에서는 하천수질 개선을 위해 용수를 방류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서 용수 공급 문제가 터져 지자체들끼리 갈등이 폭발한다.

폭염이 이어진 지 한 달째다. 신문과 방송의 헤드라인은 ‘폭염지옥’이라는 표현이 장식한다. 더위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1만여명에 이른다. 초과사망자는 특정기간 예상되는 사망자 수와 그 기간 발생한 사망자 수간의 차이를 나타낸다. 

최악의 여름이라고 불리는 1994년 초과사망자 수는 3300명이었다. 세균성 질환과 면역력 저하에 시달리는 환자가 전국에 확산된다. 헌혈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혈액 보유량이 최근 20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다. 

말 그대로 폭염에 피도 마르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폭우나 폭설에 비해 우습게 봤던 폭염 때문에 살인사건 발생률이 급증한다. 치안에 문제가 생긴 것은 물론 농업, 임업, 축산업 등 1차 산업의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마실 물조차 말라 전국적으로 물 분쟁이 일어난다. 

도심은 온통 교통지옥이다. 시내버스 타이어가 녹고 열차가 운행 중에 멈춰 선다. 도로는 멈춰선 차로 아수라장이 된다. 사람들의 짜증은 또 다시 늘어간다.

공상과학소설 속 얘기가 아니다. 3년 뒤인 2020년 실제 국내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어쩌면 조금 더 빨리 재현될 가능성도 높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2014년 ‘2020년 한반도 폭염재앙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폭염이 한 달간 이어질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상황을 예측했다.

한달간 지속되면
산업·치안 마비

더위를 재해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폭우나 폭설, 태풍, 지진 등에는 민감한 반면 연일 이어지는 더위는 가볍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더위는 소리없는 살인마라고 불릴 정도로 조용히 우리 생활을 파고든다. 

돈이 없어 냉방기기를 틀 수 없는 쪽방촌 노인들에게, 방호복을 입고 화재 진압을 해야 하는 소방관들에게, 밭일을 해야 하는 농민들에게 슬그머니 찾아가 생명을 위협한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이미 폭염 시나리오처럼 변화하고 있다. 봄철 가뭄에 댐조차 말라버렸고 장마가 시작됐지만 강수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몇 차례 쏟아지긴 했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는 흩뿌리는 수준으로 비가 온 덕에 습도만 폭증했다.
 

지난 7일 제주도에선 올해 첫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식당서 조경작업을 하던 50대 남성이 오후 3시쯤 작업을 하다 쓰러졌다. 열사병 진단을 받은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숨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온열질환자는 총 5910명으로 이 중 58명이 숨졌다. 그 중 43%는 야외작업이나 농사 중에 열사병에 걸렸다. 올해도 5월29일부터 6월27일까지 한 달 새 109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2100년엔…

지난달 19일(현지시각) 기후 변화 관련 전문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 증가세가 21세기 내내 이어진다면 2100년경에는 전 세계 인구 4분의3이 폭염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논문의 대표 저자인 미국 하와이 대학 마노아 캠퍼스의 카밀로 모라는 “지난 2003년 유럽서만 폭염으로 7만명이 사망했다”며 “이는 9·11테러 당시 사망자 수의 20배의 달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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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