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들먹인’ 사기꾼의 전국구 사기행각

순진한 얼굴로 뒤통수 ‘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현이 있다. 믿었던 누군가에게 속았을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사기 사건이 악질 범죄인 것은 재산 피해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과 자신도 모르는 새 생기는 타인에 대한 불신은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로 남는다.
 

“저는 사기꾼이라고 하면 말 잘하고 옷 잘 입고 그런 사람들인 줄만 알았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나오는 그런 이미지 말이에요.”

경기도 시화산업단지서 ‘빅도어’ 제작업체 K사를 운영 중인 박모 사장은 더 화를 낼 기운도 없어 보였다.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7개월 동안 스트레스로 치아가 5개나 빠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박 사장은 몇 번이나 그렇게 말했다.

큰 공사로 접근

K사에선 빅도어라는 제품을 만든다. 건설현장 등에서 사용되는 큰 출입문으로, 사람 힘이 아닌 전기로 열고 닫는다. 박 사장이 백모씨를 만난 것은 지난해 3월 경남 창원의 두산중공업 공장 내 빅도어 보수공사를 할 때였다. K사는 백씨가 현장소장으로 있던 D사로부터 재하청을 받아 일하던 중이었다. D사는 두산중공업의 협력업체다.

지난해 12월 D사를 퇴사한 백씨는 K사에 접근했다. 백씨는 두산중공업 공장 내 보수가 필요한 빅도어 물량이 많으니 자신을 영업이사로 채용해주면 다수의 공사를 따올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당시 박 사장도 두산중공업 공장 내 빅도어 상황을 봐온 터라 백씨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


“두산중공업 공장서 일하는 동안 수리할 빅도어가 100개 가까이 된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100개면 엄청난 물량이거든요. 액수도 크고.”

백씨의 말을 믿은 박 사장은 그를 영업이사로 채용했다. K사의 영업이사가 된 백씨는 공사를 따기 위해서는 접대비를 포함, 업무추진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600만원에 가까운 월급은 별도였다. 박 사장은 백씨를 위해 회사 법인카드를 내줬다. 백씨는 법인카드를 가지고 영업을 핑계로 술집 등에서 흥청망청 돈을 쓴 것으로 보인다.
 

“한 번은 창원의 한 술집 주인에게 돈을 보내주라는 내용의 문자가 백씨로부터 온 적이 있습니다. 신용카드 한도가 다 되는 바람에 돈을 못 냈으니 계좌로 쏴주라는 말이었습니다.”

밝혀진 것만 4개 업체
1억원 넘는 돈 가로채

이런 식으로 박 사장이 계좌로 이체하거나 현금으로 내준 돈이 1500만원에 달하고, 신용카드 대금은 2800만원에 이른다. 월급을 포함, 백씨가 준 정보로 K사 직원들이 움직이면서 쓴 비용, 중간서 받지 못한 공사대금 등을 합치면 1억원에 가까운 돈이 박 사장의 주머니서 나갔다. 

박 사장은 두산중공업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법인이 필요하다는 백씨의 주장에 올해 1월 회사까지 설립했다. 그는 설립한 회사의 영업이사가 됐다.

돈이면 돈, 직책이면 직책, 박 사장은 백씨의 요구를 거의 빠짐없이 다 들어준 셈이다. 그런데도 백씨에게서는 어떤 결과물도 나오지 않았다. 박 사장을 포함, K사 직원과 주변 인물들이 의구심을 품자 백씨는 2월 ‘건설공사 표준하도급 계약서’를 성과물이라며 가지고 나타났다.


작성일자가 올해 2월28일자로 기재된 계약서에는 발주자가 두산중공업으로 돼있다. 61억6000만원짜리 빅도어 보수공사 계약이었다. 그 사이 백씨는 두산 로고가 박힌 ‘현장 EHS 작업지시서’ 파워포인트 자료, 4600만원짜리 해체공사 약정서 등을 박 사장에게 끊임없이 들이 밀었다. 

또 이 같은 자료를 두산중공업 김 과장에게 받았다고 주장하며 그 증거로 그에게 받은 이메일을 전달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계약서를 보기 전에도 종종 연락이 끊길 때가 있어 의심스럽긴 했어요. 그래도 ‘열심히 영업하느라 연락이 안 되는 거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4월에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두산중공업 쪽에 확인을 해봤는데 계약서가 가짜라는 겁니다.”

박 사장과 지인 등이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해당 계약번호로 계약이 체결된 사실은 없었다. 두산중공업 측은 이메일서 “T사(박 사장이 새로 만든 법인)는 거래업체에 등록돼있지 않다. 우리에게 발주받기 위해서는 거래업체로 등록돼야 하는데 T사는 등록도 돼있지 않다”며 “첨부한 계약서의 계약번호로 발주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땐 진짜 까무러치는 줄 알았습니다. 백씨는 늘 제 앞에서 두산 김 과장이라는 사람하고 통화했어요. 가끔 전화해서 뭐하냐고 물으면 두산 관계자들하고 회의하느라 전화를 빨리 끊어야 한다고도 했고요.”

백씨는 김 과장뿐만 아니라 오 부장 등을 거론하며 두산중공업 관계자들과 잘 아는 것처럼 행동했다. 실제 박 사장은 백씨가 알려준 김 과장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기까지 했다. 그런데 김 과장이라는 사람이 “네, 두산중공업 김○○ 과장입니다”라고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박 사장으로서는 안 믿을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백씨가 김 과장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취재 과정서도 자신을 김 과장이라고 소개했다. “두산중공업 김○○ 과장이 맞느냐”고 묻자 그는 “맞다”고 대답한 것이다. 하지만 두산중공업 측에 확인해본 결과 김○○ 과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제야 그는 제주도서 현장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급도 과장이 아니라 대리였다. 그러면서 “백씨와는 그가 현장소장으로 일했을 때 얼굴을 익혔을 뿐이다. 왜 내 이름이 거론되는지 모르겠다”며 선을 그었다.

대기업 관계자 아는 척
이 핑계 저 핑계 돈뜯어

백씨는 박 사장이 계약서 등에 대해 추궁하자 두산중공업 오 부장이 시켜서 한 일이라며 발뺌했다. 자신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아무 잘못이 없다는 투였다. 백씨는 오 부장이 비리 등의 혐의로 두산중공업 본사서 해고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중공업 측은 한 마디로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일축했다. 김 과장은 물론 오 부장이라는 사람도 없고 백씨의 말대로 비리 등의 문제로 부장급 인사가 해고됐다면 홍보팀서 사정을 모를 리 없다는 입장이다.

백씨의 사기 행각과 박 사장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백씨가 모습을 감춘 후 박 사장은 경남 진주서 폐기물 수집 및 처리업을 하고 있는 N사와 경남 창원서 특수화물을 다루고 있는 M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백씨는 두 업체로부터 각각 1200만원, 450만원을 취했다. 허위공사와 장비 사용 등을 이유로 백씨가 두 업체로부터 받은 돈이었다. 두 업체는 세금계산서에 나온 박 사장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돈을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 

부산의 한 철강업체도 900만원 정도를 자재 사용비로 백씨에게 건네주고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자초지종을 알아보려 했지만 백씨는 지난 5월11일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다 이리저리 빚이 많아 그동안 사장님 돈으로 돌려막고 있었습니다. 모두 다 제가 벌인 일이니 죄를 달게 받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끝으로 전화도 정지시킨 채 잠적한 상황이다.

문자 남기고 잠적

박 사장을 포함 N사, D사 관계자 등은 “백씨는 순하게 생겼다. 목소리가 작고 말도 더듬었다”며 “소위 말하는 사기꾼처럼은 안 보였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두산중공업 협력업체에서 현장소장으로 일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두 달 넘게 일을 놨다. 정말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박 사장과 N사로부터 고소당한 백씨를 쫓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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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