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당발 정계개편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10 10:37:48
  • 호수 1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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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40석? 증발이냐 흡수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제보조작’ 파문으로 정국이 시끄럽다. 캐스팅보트를 자처했던 국민의당은 현재 해체 위기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방 의원들 사이에선 탈당 움직임도 포착됐다. 국민의당발 정계개편이 시작된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를 대상으로 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 범행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지난 6일 새벽 13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그는 이유미씨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범행에 개입했다고 주장해온 데 대해 “누차 말한 대로, 나는 강압적인 압박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제보조작 파문
지지율 곤두박질

앞선 조사와 마찬가지로 이 전 최고위원은 이번 조사서도 줄곧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최고위원과 이씨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제보조작 파문은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제보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조작에 개입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씨의 주장과 별개로 국민의당은 제보조작 사건이 이씨의 단독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3일 국민의당은 ‘조작된 제보에 근거해 의혹발표가 이뤄진 5월5일 당시는 대선 투표일을 나흘 앞둔 선거 막바지였고,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 취업특혜 의혹이 큰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었던 탓에 선대위서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씨가 제보조작을 치밀하게 준비했고, 이를 발표한 선대위 공명선거추진단의 준비 과정도 짧았던 것을 검증 실패의 원인으로 돌렸다. 당 외곽서 불거진 안철수, 박지원 전 대표 등의 개입설에 선을 그은 셈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와중에 나온 당 자체 결론이 섣부른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오히려 당 조사 발표가 ‘긁어 부스럼’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국민의당의 설명에 따르면 이씨의 단독범행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정작 이씨가 구속된 탓에 직접 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다른 관련자들도 면담 진술에만 의존했다는 한계도 불거진다.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서 만약 지도부 등 윗선의 개입 사실이나 암묵적인 인지·공모 정황이 드러난다면 국민의당이 실체적 진실을 서둘러 덮으려 했다는 점이 드러나 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 내서도 당 자체 조사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이씨 단독범행이라는 진상조사단의 결론에 대해 “일반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더 철저하게 진상조사에 임해야 하고 발표 시점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의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처를 잘못하면 우리가 두 번 죽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파문으로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지난 4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5.1%로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호남에선 8.7%를 얻는 데 그쳐 자유한국당(8.8%)에조차 추월당했다. 

제보조작 파문…국민의당 해체 위기
추 ‘머리자르기’ 국회 보이콧 선언

지방 민심의 동요도 심상찬다. 지난달 29일 박흥률 목포시장은 “제보조작 사건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 목포 발전과 시민을 위해 어떤 정치적 판단과 진로를 택해야 하는지 고민하겠다”며 국민의당 탈당을 시사했고, 최근 호남 지역 기초의원들의 탈당계가 접수되는 등 내홍에 휩싸였다. 
 


당장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에 흠집이 생겼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 협상 과정서 여당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제보조작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국민의당은 추경 심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듯 보였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7월 국회서 상임위별 추경 심사를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상황은 급반전됐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던진 ‘말폭탄’이 화근이 됐다.

추 대표는 지난 6일 MBC 라디오 인터뷰서 “박지원 전 대표,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께서 (제보조작을) 몰랐다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며 “박지원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향하는 의혹의 시선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뻔했다”라고 공격했다.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은 국민의당 전체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의당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회의 뒤 “문재인 대통령,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까지도 협치를 얘기했는데 추 대표의 막말은 국민의당의 등에 비수를 꽂는 야비한 행태”라며 “추 대표의 사퇴·사과 등 납득할 만한 조처가 없다면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추 대표는 지금이라도 당 대표직서 사퇴함은 물론, 정계서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저녁 예정돼있던 원내지도부와 이낙연 국무총리의 만찬도 취소했다. 이번 사건으로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처리, 앞으로 남은 인사청문회 등에 험로가 예상된다. 협치에 공들여왔던 민주당 원내지도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내가 그런(강경한) 말 하지 말자고 했는데 국민의당과 협의가 더 어려워졌다”며 난색을 표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 부대표도 “국민의당 협조로 인사청문회, 추경, 정부조직법 문제 등을 헤쳐가려고 했는데 난감한 상황”이라며 “국민의당 입장을 들어보고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건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탈당 도미노
전대 분수령

중앙당 차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벼랑 끝을 달리는 가운데 국민의당 기반인 호남 지역에선 시·도‧군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감지됐다. 지역 당원들 사이에선 민주당과의 합당을 바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미 전남 장흥군의회 김화자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민의당을 탈당했다. 

김 의원은 탈당하면서 “공당인 국민의당이 제보조작 사건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당 차원의 반성이 없는 실망스러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김 의원 탈당을 시작으로 ‘탈당 토미노’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선 향후 검찰 조사 결과 등에 따라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의 탈당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여의도 정치권이 20대 총선 이전의 양당체제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계개편 방식으론 민주당이 위기의 국민의당을 흡수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당장의 인위적 정계개편은 양당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오는 8월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국민의당의 색깔과 당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당 차기 당권을 노리는 후보군으로는 천정배‧정동영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이 거론된다.

이 중 문 전 의원은 안철수계로 불리며 지난 전당대회서 박지원 전 대표에 이어 2등을 기록한 바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기존 당의 중심을 이뤘던 안철수계가 뒤로 물러나고 호남계가 전면에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거 탈당 움직임…민주당 과반?
한국vs바른 기싸움 최종 승자는?

당초 이번 전당대회는 호남 중진을 필두로 한 호남계와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수도권·원외·초재선 그룹이 맞붙으며 정체성 싸움 성격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제보조작 파문으로 안 전 대표와 사제지간으로 알려진 이씨가 검찰에 구속되고 안 전 대표의 영입 1호 인사인 이 전 최고위원이 피의자 신분이 돼 안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졌다.


자연스레 향후 당권은 호남계 인사인 천정배·정동영 의원 쪽을 향하는 모양새다.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 지방선거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통합론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면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흡수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당의 실질적 대주주인 안 전 대표의 몰락, 국민의당의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당의 지방선거 전망을 어둡게 만들기 때문이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향후 정국에 대해 “이번 조작파문 사건이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정치적으로 결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연대 내지 통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흡수론 ‘솔솔’
웃는 민주당

만약 민주당을 흡수하게 된다면 정국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민주당 입장에선 정국 운영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현재 120석의 의석을 갖고 있다. 국회 과반수에 30석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40석으로 원내 제3당의 지위를 갖고 있다. 두 당이 합쳐지면 민주당은 160석의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바탕으로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셈이다.  

국민의당은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우선 여당의 지위를 얻게 되지만 통합의 명분이 궁색하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주도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호남을 기반으로 둔 국민의당 의원들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민주당과의 연대 및 합당으로 호재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현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에 등을 돌린 상황이다. 지금 상황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맞이한다면 민주당에 호남을 내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과 연대 혹은 합당은 국민의당 의 호남 의원들에게는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사실상 합쳐지는 상황이 이뤄질 경우 지난해 말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둘로 갈라진 보수 성향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도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특히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당 안팎에서 진보와 보수 간 양자대결구도를 만들어야 된다는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다만 양측은 서로 보수의 적자임을 강조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바른정당도 어차피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한국당으로) 흡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보수 주도권 경쟁서 밀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달 26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저희(바른정당)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구도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한국당 내에서도 우리 당의 가치와 정치에 뜻을 함께할 분들을 모시겠다. 저희(바른정당)가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은 홍 대표의 ‘흡수론’에 대항해 ‘자강론’을 내세우고 있다. 동시에 한국당과 대비해 보수층과 중도층까지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같은 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대표는 ‘바른정당 흡수’ 같은 허튼소리부터 할 일이 아니라, 몸집만 비대할 뿐 정치적 영향력은 점점 왜소해지고 있는 자신들의 문제부터 성찰해야 한다”며 “홍 대표의 시대착오적인 극우 강경노선으로는 혁신도, 재건도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몰락만 재촉할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른정당 초대 당 대표를 지낸 정병국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거기(한국당)는 (당 생명이 끝나는) 날을 받아놓은 당이고, 우리 바른정당은 새로 만들어가고 있는 당”이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 전략과 관련해서는 “바른정당이 내세운 올바른 보수의 가치를 지키면서 원칙대로 할 것”이라며 “한국당은 원칙대로 하지 않아서 문제가 됐고 그 사람들은 원칙대로 하지 않아서 소용이 없다. 우리 당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원칙대로 하기 때문에 결국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강조했다. 

불안한 자강론
도로 한국당행?

일각에선 바른정당의 자강론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앞서 대선에서 바른정당은 자강론을 내세우며 유승민 대선 후보를 지원했지만 결국 지지율의 덫에 걸리면서 10여명의 의원들이 탈당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선과 마찬가지로 바른정당 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으로 대거 둥지를 옮길 것이란 예상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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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