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당발 정계개편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10 10:37:48
  • 호수 1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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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40석? 증발이냐 흡수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제보조작’ 파문으로 정국이 시끄럽다. 캐스팅보트를 자처했던 국민의당은 현재 해체 위기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방 의원들 사이에선 탈당 움직임도 포착됐다. 국민의당발 정계개편이 시작된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를 대상으로 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 범행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지난 6일 새벽 13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그는 이유미씨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범행에 개입했다고 주장해온 데 대해 “누차 말한 대로, 나는 강압적인 압박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제보조작 파문
지지율 곤두박질

앞선 조사와 마찬가지로 이 전 최고위원은 이번 조사서도 줄곧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최고위원과 이씨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제보조작 파문은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제보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조작에 개입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씨의 주장과 별개로 국민의당은 제보조작 사건이 이씨의 단독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3일 국민의당은 ‘조작된 제보에 근거해 의혹발표가 이뤄진 5월5일 당시는 대선 투표일을 나흘 앞둔 선거 막바지였고,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 취업특혜 의혹이 큰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었던 탓에 선대위서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씨가 제보조작을 치밀하게 준비했고, 이를 발표한 선대위 공명선거추진단의 준비 과정도 짧았던 것을 검증 실패의 원인으로 돌렸다. 당 외곽서 불거진 안철수, 박지원 전 대표 등의 개입설에 선을 그은 셈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와중에 나온 당 자체 결론이 섣부른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오히려 당 조사 발표가 ‘긁어 부스럼’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국민의당의 설명에 따르면 이씨의 단독범행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정작 이씨가 구속된 탓에 직접 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다른 관련자들도 면담 진술에만 의존했다는 한계도 불거진다.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서 만약 지도부 등 윗선의 개입 사실이나 암묵적인 인지·공모 정황이 드러난다면 국민의당이 실체적 진실을 서둘러 덮으려 했다는 점이 드러나 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 내서도 당 자체 조사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이씨 단독범행이라는 진상조사단의 결론에 대해 “일반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더 철저하게 진상조사에 임해야 하고 발표 시점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의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처를 잘못하면 우리가 두 번 죽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파문으로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지난 4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5.1%로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호남에선 8.7%를 얻는 데 그쳐 자유한국당(8.8%)에조차 추월당했다. 

제보조작 파문…국민의당 해체 위기
추 ‘머리자르기’ 국회 보이콧 선언

지방 민심의 동요도 심상찬다. 지난달 29일 박흥률 목포시장은 “제보조작 사건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 목포 발전과 시민을 위해 어떤 정치적 판단과 진로를 택해야 하는지 고민하겠다”며 국민의당 탈당을 시사했고, 최근 호남 지역 기초의원들의 탈당계가 접수되는 등 내홍에 휩싸였다. 
 


당장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에 흠집이 생겼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 협상 과정서 여당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제보조작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국민의당은 추경 심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듯 보였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7월 국회서 상임위별 추경 심사를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상황은 급반전됐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던진 ‘말폭탄’이 화근이 됐다.

추 대표는 지난 6일 MBC 라디오 인터뷰서 “박지원 전 대표,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께서 (제보조작을) 몰랐다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며 “박지원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향하는 의혹의 시선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뻔했다”라고 공격했다.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은 국민의당 전체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의당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회의 뒤 “문재인 대통령,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까지도 협치를 얘기했는데 추 대표의 막말은 국민의당의 등에 비수를 꽂는 야비한 행태”라며 “추 대표의 사퇴·사과 등 납득할 만한 조처가 없다면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추 대표는 지금이라도 당 대표직서 사퇴함은 물론, 정계서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저녁 예정돼있던 원내지도부와 이낙연 국무총리의 만찬도 취소했다. 이번 사건으로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처리, 앞으로 남은 인사청문회 등에 험로가 예상된다. 협치에 공들여왔던 민주당 원내지도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내가 그런(강경한) 말 하지 말자고 했는데 국민의당과 협의가 더 어려워졌다”며 난색을 표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 부대표도 “국민의당 협조로 인사청문회, 추경, 정부조직법 문제 등을 헤쳐가려고 했는데 난감한 상황”이라며 “국민의당 입장을 들어보고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건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탈당 도미노
전대 분수령

중앙당 차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벼랑 끝을 달리는 가운데 국민의당 기반인 호남 지역에선 시·도‧군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감지됐다. 지역 당원들 사이에선 민주당과의 합당을 바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미 전남 장흥군의회 김화자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민의당을 탈당했다. 

김 의원은 탈당하면서 “공당인 국민의당이 제보조작 사건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당 차원의 반성이 없는 실망스러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김 의원 탈당을 시작으로 ‘탈당 토미노’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선 향후 검찰 조사 결과 등에 따라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의 탈당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여의도 정치권이 20대 총선 이전의 양당체제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계개편 방식으론 민주당이 위기의 국민의당을 흡수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당장의 인위적 정계개편은 양당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오는 8월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국민의당의 색깔과 당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당 차기 당권을 노리는 후보군으로는 천정배‧정동영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이 거론된다.

이 중 문 전 의원은 안철수계로 불리며 지난 전당대회서 박지원 전 대표에 이어 2등을 기록한 바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기존 당의 중심을 이뤘던 안철수계가 뒤로 물러나고 호남계가 전면에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거 탈당 움직임…민주당 과반?
한국vs바른 기싸움 최종 승자는?

당초 이번 전당대회는 호남 중진을 필두로 한 호남계와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수도권·원외·초재선 그룹이 맞붙으며 정체성 싸움 성격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제보조작 파문으로 안 전 대표와 사제지간으로 알려진 이씨가 검찰에 구속되고 안 전 대표의 영입 1호 인사인 이 전 최고위원이 피의자 신분이 돼 안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졌다.


자연스레 향후 당권은 호남계 인사인 천정배·정동영 의원 쪽을 향하는 모양새다.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 지방선거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통합론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면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흡수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당의 실질적 대주주인 안 전 대표의 몰락, 국민의당의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당의 지방선거 전망을 어둡게 만들기 때문이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향후 정국에 대해 “이번 조작파문 사건이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정치적으로 결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연대 내지 통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흡수론 ‘솔솔’
웃는 민주당

만약 민주당을 흡수하게 된다면 정국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민주당 입장에선 정국 운영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현재 120석의 의석을 갖고 있다. 국회 과반수에 30석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40석으로 원내 제3당의 지위를 갖고 있다. 두 당이 합쳐지면 민주당은 160석의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바탕으로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셈이다.  

국민의당은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우선 여당의 지위를 얻게 되지만 통합의 명분이 궁색하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주도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호남을 기반으로 둔 국민의당 의원들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민주당과의 연대 및 합당으로 호재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현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에 등을 돌린 상황이다. 지금 상황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맞이한다면 민주당에 호남을 내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과 연대 혹은 합당은 국민의당 의 호남 의원들에게는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사실상 합쳐지는 상황이 이뤄질 경우 지난해 말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둘로 갈라진 보수 성향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도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특히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당 안팎에서 진보와 보수 간 양자대결구도를 만들어야 된다는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다만 양측은 서로 보수의 적자임을 강조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바른정당도 어차피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한국당으로) 흡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보수 주도권 경쟁서 밀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달 26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저희(바른정당)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구도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한국당 내에서도 우리 당의 가치와 정치에 뜻을 함께할 분들을 모시겠다. 저희(바른정당)가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은 홍 대표의 ‘흡수론’에 대항해 ‘자강론’을 내세우고 있다. 동시에 한국당과 대비해 보수층과 중도층까지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같은 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대표는 ‘바른정당 흡수’ 같은 허튼소리부터 할 일이 아니라, 몸집만 비대할 뿐 정치적 영향력은 점점 왜소해지고 있는 자신들의 문제부터 성찰해야 한다”며 “홍 대표의 시대착오적인 극우 강경노선으로는 혁신도, 재건도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몰락만 재촉할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른정당 초대 당 대표를 지낸 정병국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거기(한국당)는 (당 생명이 끝나는) 날을 받아놓은 당이고, 우리 바른정당은 새로 만들어가고 있는 당”이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 전략과 관련해서는 “바른정당이 내세운 올바른 보수의 가치를 지키면서 원칙대로 할 것”이라며 “한국당은 원칙대로 하지 않아서 문제가 됐고 그 사람들은 원칙대로 하지 않아서 소용이 없다. 우리 당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원칙대로 하기 때문에 결국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강조했다. 

불안한 자강론
도로 한국당행?

일각에선 바른정당의 자강론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앞서 대선에서 바른정당은 자강론을 내세우며 유승민 대선 후보를 지원했지만 결국 지지율의 덫에 걸리면서 10여명의 의원들이 탈당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선과 마찬가지로 바른정당 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으로 대거 둥지를 옮길 것이란 예상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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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진통 끝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싫고 국민의힘은 영 못 미덥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온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은 갈 곳 잃은 보수 지지층의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TK(대구·경북)를 대상으로 표심 구애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빨간색이면 어떻고, 노란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떻냐?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진정 행복 아니겠느냐”고 외쳤다. 중도 확장 큰 그림 민주당의 보수 끌어안기 전략은 대선 정국 이전부터 이뤄졌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 흑묘백묘론을 꺼내면서 본격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뜻의 실용주의 철학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지도자 덩샤오핑이 사용한 속담이다. 기본소득을 강조해 왔던 이 후보는 이 자리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과 성장을 앞세운 이 후보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시대로의 전환과 주식시장을 선진화하는 등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으로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던 때다. 줄탄핵으로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민주당이 성장을 키워드로 내걸면서 비상계엄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타개해 기존 지지층은 물론 중도와 보수 표심을 아우르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를 사실상 철회하고 첨단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도 믿을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맹비난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는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받아쳤다. “코스피지수는 2600대로 겨우 턱걸이를 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하면 3000대를 찍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념이 밥 먹여주나” 노선 틀어 중도 보수 겨냥한 ‘흑묘백묘론’ 지난 2월에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우클릭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넣으려다 철회한 일을 언급하며 “왼쪽에서는 진보의 가치를 버린 핵심 사례로 오해하고, 오른쪽에선 (오른쪽으로) 온다는데 가짜라고 해 쌍방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클릭을 한다는데, 우클릭 안 했다.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원래 우리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했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여기에 끌려다니는 모양이 연출되자 빈집이 된 중도보수 영역까지 민주당이 발을 넓힌 것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자신의 SNS에 ‘중도우파 이재명? 그는 지금 ‘국민 클릭’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말하면서도 시장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성남시장 시절,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했다”며 “출정식 직후 곧장 판교로 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엔진을 가장 먼저 클릭했다”고 설명했다. 4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보수 인사 영입에 속도를 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흑묘백묘론이 전략이었다면 지금 민주당에는 현실”이라며 “조기 대선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넓은 전선으로 뻗어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보수 논객들을 만나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지붕 밑 다 모였다 정 전 주필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정규재TV’를 통해 “(이 후보가) ‘새 정부는 좀 넓게 인재를 구해야겠다.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업계 출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4·10 총선서 경선을 통해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하겠나. 여기서 더 분열하면 안 된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출범한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그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총재의 참모로 활동한 보수 원로로 꼽힌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거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민주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서 “지난 3년에 걸친 윤석열정부의 국정 실패와 부조리·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심판과 쇄신의 각오 속에서 미래를 다짐하는 선거를 해야 한다” “윤정부 3년 동안 국정 운영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낸 친유승민계 의원이다. 권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의 실용 정치가 국가 위상과 침체된 경제회복, 복지국가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정부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서 활동한 이인기 전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대선을 3주 앞둔 지난 13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지지자 일부가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과거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됐거나 한때 라이벌이었던 인물을 두루 영입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측근인 고영인 전 의원은 캠프 직속위원회인 ‘모두의 나라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총괄선대위원장단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와 겨뤘던 김두관 전 의원은 ‘지방분권 혁신위원’을 맡았다. 이 밖에도 문재인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평화 번영 위원회’를, 비명계 박용진 전 의원은 ‘사람 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회’를 담당한다. 보수 심장 파랗게∼ 외연 확장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여러 차례 탄핵을 입에 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도층의 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중도만 집중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변화가 있어야 혁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서울 광화문서 출정식을 연 이 후보는 “이제부터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없고 오로지 국민의 문제만 있다”며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립을 넘어 실용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낮은 자세로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는 정장 자켓을 벗고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을 포인트를 준 운동화와 선거 운동복을 건네받았다.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서도 빨간색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김영호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며 “‘대한민국 상승’의 의미로 빨간색 삼각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정식 이튿날인 지난 13일 민주당은 ‘보수의 텃밭’ 내지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를 찾았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대구서 21.6%, 경북서 23.8%로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심기일전으로 재도전에 나선 이 후보가 이번에는 보수 인사를 등에 업고 선전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경북 구미역 광장을 시작으로 대구와 경북 포항, 울산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 이 후보는 자신을 ‘유능한 도구’에 빗대 연설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구미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젊은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사법 살인하고, 고문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했다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느냐. 그 역시 지난 일이고 유능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일꾼을 뽑으면 세상이 개벽할 정도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코앞인데 여전히 손발 안 맞는 국힘 낮아진 TK·PK 벽…‘보수 심장’ 격전지로 그러면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호소했다. 울산서는 “유능하고 준비돼있으니 한번 맡겨봐 달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라면 여러분의 판단 기준으로 선택해야지, 다른 이유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며 “신상도 있으니 한번 써봐라. 지난 3년 동안 성능 개량 많이 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4일에는 역시나 당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 PK를 찾았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우리의 목표는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반드시 승리”라며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아주 박빙의 승부를 하게 될 거라는 게 저희의 예상”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한 표라도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세 표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인 만큼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 서면서는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라며 “이 위기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군사 쿠데타 세력의 책임이다. 친위 쿠데타 때문에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보수 정당이 맞냐, 민주 정당이 맞냐. 이제 그 당도 변화하든지 퇴출당하든지 선택해야 한다”며 “군사 쿠데타를 백배사죄하고 군사 쿠데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제명해야 대한민국 헌법 테두리 안에 있는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 후보는 부산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점을 거론하며 “이곳 부산은 민주주의 성지 아닌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민주투사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이 맞나”라며 “이번에도 확실하게 (국민의힘을) 심판해달라”고 강조했다. 차기 선거 바로미터? 민주당이 보수 텃밭을 누비는 와중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족쇄’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후보 교체 여진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까지, 대선이 한 달여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 공약보다는 윤석열 세 글자가 더욱 눈에 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승패를 떠나 지역별 투표율의 소수점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선거가 됐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인 지방선거는 이번 조기 대선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에게 간 홍준표 지지자, 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단체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이라는 자격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신영길 홍사모 중앙대표는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서 불거진 단일화 파행에 대해 “보수 정당을 지지해 온 수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명태균 특검법’을 의식해 먼저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명태균 특검법 상정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서 홍 전 시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미리 방지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홍사모 등의 결정이 홍 전 시장의 의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