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당발 정계개편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10 10:37:48
  • 호수 1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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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40석? 증발이냐 흡수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제보조작’ 파문으로 정국이 시끄럽다. 캐스팅보트를 자처했던 국민의당은 현재 해체 위기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방 의원들 사이에선 탈당 움직임도 포착됐다. 국민의당발 정계개편이 시작된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를 대상으로 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 범행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지난 6일 새벽 13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그는 이유미씨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범행에 개입했다고 주장해온 데 대해 “누차 말한 대로, 나는 강압적인 압박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제보조작 파문
지지율 곤두박질

앞선 조사와 마찬가지로 이 전 최고위원은 이번 조사서도 줄곧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최고위원과 이씨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제보조작 파문은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제보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조작에 개입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씨의 주장과 별개로 국민의당은 제보조작 사건이 이씨의 단독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3일 국민의당은 ‘조작된 제보에 근거해 의혹발표가 이뤄진 5월5일 당시는 대선 투표일을 나흘 앞둔 선거 막바지였고,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 취업특혜 의혹이 큰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었던 탓에 선대위서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씨가 제보조작을 치밀하게 준비했고, 이를 발표한 선대위 공명선거추진단의 준비 과정도 짧았던 것을 검증 실패의 원인으로 돌렸다. 당 외곽서 불거진 안철수, 박지원 전 대표 등의 개입설에 선을 그은 셈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와중에 나온 당 자체 결론이 섣부른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오히려 당 조사 발표가 ‘긁어 부스럼’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국민의당의 설명에 따르면 이씨의 단독범행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정작 이씨가 구속된 탓에 직접 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다른 관련자들도 면담 진술에만 의존했다는 한계도 불거진다.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서 만약 지도부 등 윗선의 개입 사실이나 암묵적인 인지·공모 정황이 드러난다면 국민의당이 실체적 진실을 서둘러 덮으려 했다는 점이 드러나 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 내서도 당 자체 조사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이씨 단독범행이라는 진상조사단의 결론에 대해 “일반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더 철저하게 진상조사에 임해야 하고 발표 시점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의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처를 잘못하면 우리가 두 번 죽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파문으로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지난 4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5.1%로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호남에선 8.7%를 얻는 데 그쳐 자유한국당(8.8%)에조차 추월당했다. 

제보조작 파문…국민의당 해체 위기
추 ‘머리자르기’ 국회 보이콧 선언

지방 민심의 동요도 심상찬다. 지난달 29일 박흥률 목포시장은 “제보조작 사건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 목포 발전과 시민을 위해 어떤 정치적 판단과 진로를 택해야 하는지 고민하겠다”며 국민의당 탈당을 시사했고, 최근 호남 지역 기초의원들의 탈당계가 접수되는 등 내홍에 휩싸였다. 
 


당장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에 흠집이 생겼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 협상 과정서 여당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제보조작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국민의당은 추경 심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듯 보였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7월 국회서 상임위별 추경 심사를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상황은 급반전됐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던진 ‘말폭탄’이 화근이 됐다.

추 대표는 지난 6일 MBC 라디오 인터뷰서 “박지원 전 대표,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께서 (제보조작을) 몰랐다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며 “박지원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향하는 의혹의 시선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뻔했다”라고 공격했다.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은 국민의당 전체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의당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회의 뒤 “문재인 대통령,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까지도 협치를 얘기했는데 추 대표의 막말은 국민의당의 등에 비수를 꽂는 야비한 행태”라며 “추 대표의 사퇴·사과 등 납득할 만한 조처가 없다면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추 대표는 지금이라도 당 대표직서 사퇴함은 물론, 정계서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저녁 예정돼있던 원내지도부와 이낙연 국무총리의 만찬도 취소했다. 이번 사건으로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처리, 앞으로 남은 인사청문회 등에 험로가 예상된다. 협치에 공들여왔던 민주당 원내지도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내가 그런(강경한) 말 하지 말자고 했는데 국민의당과 협의가 더 어려워졌다”며 난색을 표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 부대표도 “국민의당 협조로 인사청문회, 추경, 정부조직법 문제 등을 헤쳐가려고 했는데 난감한 상황”이라며 “국민의당 입장을 들어보고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건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탈당 도미노
전대 분수령

중앙당 차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벼랑 끝을 달리는 가운데 국민의당 기반인 호남 지역에선 시·도‧군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감지됐다. 지역 당원들 사이에선 민주당과의 합당을 바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미 전남 장흥군의회 김화자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민의당을 탈당했다. 

김 의원은 탈당하면서 “공당인 국민의당이 제보조작 사건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당 차원의 반성이 없는 실망스러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김 의원 탈당을 시작으로 ‘탈당 토미노’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선 향후 검찰 조사 결과 등에 따라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의 탈당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여의도 정치권이 20대 총선 이전의 양당체제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계개편 방식으론 민주당이 위기의 국민의당을 흡수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당장의 인위적 정계개편은 양당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오는 8월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국민의당의 색깔과 당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당 차기 당권을 노리는 후보군으로는 천정배‧정동영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이 거론된다.

이 중 문 전 의원은 안철수계로 불리며 지난 전당대회서 박지원 전 대표에 이어 2등을 기록한 바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기존 당의 중심을 이뤘던 안철수계가 뒤로 물러나고 호남계가 전면에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거 탈당 움직임…민주당 과반?
한국vs바른 기싸움 최종 승자는?

당초 이번 전당대회는 호남 중진을 필두로 한 호남계와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수도권·원외·초재선 그룹이 맞붙으며 정체성 싸움 성격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제보조작 파문으로 안 전 대표와 사제지간으로 알려진 이씨가 검찰에 구속되고 안 전 대표의 영입 1호 인사인 이 전 최고위원이 피의자 신분이 돼 안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졌다.


자연스레 향후 당권은 호남계 인사인 천정배·정동영 의원 쪽을 향하는 모양새다.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 지방선거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통합론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면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흡수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당의 실질적 대주주인 안 전 대표의 몰락, 국민의당의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당의 지방선거 전망을 어둡게 만들기 때문이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향후 정국에 대해 “이번 조작파문 사건이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정치적으로 결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연대 내지 통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흡수론 ‘솔솔’
웃는 민주당

만약 민주당을 흡수하게 된다면 정국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민주당 입장에선 정국 운영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현재 120석의 의석을 갖고 있다. 국회 과반수에 30석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40석으로 원내 제3당의 지위를 갖고 있다. 두 당이 합쳐지면 민주당은 160석의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바탕으로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셈이다.  

국민의당은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우선 여당의 지위를 얻게 되지만 통합의 명분이 궁색하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주도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호남을 기반으로 둔 국민의당 의원들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민주당과의 연대 및 합당으로 호재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현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에 등을 돌린 상황이다. 지금 상황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맞이한다면 민주당에 호남을 내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과 연대 혹은 합당은 국민의당 의 호남 의원들에게는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사실상 합쳐지는 상황이 이뤄질 경우 지난해 말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둘로 갈라진 보수 성향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도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특히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당 안팎에서 진보와 보수 간 양자대결구도를 만들어야 된다는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다만 양측은 서로 보수의 적자임을 강조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바른정당도 어차피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한국당으로) 흡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보수 주도권 경쟁서 밀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달 26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저희(바른정당)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구도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한국당 내에서도 우리 당의 가치와 정치에 뜻을 함께할 분들을 모시겠다. 저희(바른정당)가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은 홍 대표의 ‘흡수론’에 대항해 ‘자강론’을 내세우고 있다. 동시에 한국당과 대비해 보수층과 중도층까지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같은 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대표는 ‘바른정당 흡수’ 같은 허튼소리부터 할 일이 아니라, 몸집만 비대할 뿐 정치적 영향력은 점점 왜소해지고 있는 자신들의 문제부터 성찰해야 한다”며 “홍 대표의 시대착오적인 극우 강경노선으로는 혁신도, 재건도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몰락만 재촉할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른정당 초대 당 대표를 지낸 정병국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거기(한국당)는 (당 생명이 끝나는) 날을 받아놓은 당이고, 우리 바른정당은 새로 만들어가고 있는 당”이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 전략과 관련해서는 “바른정당이 내세운 올바른 보수의 가치를 지키면서 원칙대로 할 것”이라며 “한국당은 원칙대로 하지 않아서 문제가 됐고 그 사람들은 원칙대로 하지 않아서 소용이 없다. 우리 당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원칙대로 하기 때문에 결국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강조했다. 

불안한 자강론
도로 한국당행?

일각에선 바른정당의 자강론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앞서 대선에서 바른정당은 자강론을 내세우며 유승민 대선 후보를 지원했지만 결국 지지율의 덫에 걸리면서 10여명의 의원들이 탈당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선과 마찬가지로 바른정당 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으로 대거 둥지를 옮길 것이란 예상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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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