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여교사 울리는 학생들 백태

막 나가는 아이들 “선생님이 우습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리 때는 선생님이 하늘이었다.” 

교편을 잡은 지 올해로 15년 된 인천의 한 고등학교 여교사가 말했다. 하늘같던 교사의 권위는 바닥으로 추락한 지 오래다. 여교사에 대한 교권 침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대전의 한 중학교서 일어난 남학생들의 집단 자위 사건은 여교사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경우다.
 

대전의 한 중학교서 여교사의 수업 도중 남학생 10여명이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A중학교 1학년 남학생 10여명은 여교사 B씨가 교과 수업을 진행하는 중 집단으로 자위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B교사가 학교에 이 사실을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해당 교사는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의 자위행위를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들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됐던 것.

겁없는 10대
추락한 교권

학교 측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2일 시교육청에 이 사실을 알렸고 학교교권보호위원회와 선도위원회를 열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B교사를 포함해 여러 교사들의 수업시간에 비슷한 일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B교사는 “(수업시간에)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지만 그런 일(집단 자위행위)이 있었던 것은 몰랐다”며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들이 말해주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일단 피해 여교사에게 해당 학급에 대한 교과 수업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해당 학생들에 대해서는 5일 동안 특별교육을 받도록 했다. 몇몇 학생들은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사건에 대한 시교육청의 안일한 대처다. 시교육청은 학교의 보고를 받고도 5일이 지나서야 담당과에 알린 뒤 조사에 나섰다. 시교육청의 늑장대응은 이번 사건을 학교 차원서 조용히 무마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샀다. 지난달 27일에 나온 시교육청의 해명은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시교육청은 해명자료서 “B교사를 대상으로 한 음란 행동이 아니라 영웅 심리에 따른 사춘기 학생들의 장난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체육복 바지 또는 속옷 위로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고 서로 음모 크기를 비교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이 있었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듯 집단·고의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고 장난삼아 한 행동으로 결론 내렸다”고 진상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중학교 1학년이 교실서 성적 행위
1년 전에도 비슷한 사례 ‘솜방망이’

시교육청은 해당 학생들의 행위를 ‘장난’으로 치부한 데 이어 “교사 몰래 개별적으로 하다가 교사가 근처로 오면 행동을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다”며 “피해 교사도 학생들이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며 장난을 치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의심해 수업 후 교권 침해 사안으로 학교에 신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집단적인 자위행위는 없었고 교사가 다가오면 행위를 멈췄기 때문에 B교사에게 직접적인 충격은 없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대전지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시교육청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교권침해 대응 매뉴얼도 없는 대전교육청’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사건 발생 5일이 지나도록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은 대전 시민과 학부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며 시교육청의 늑장대응을 꼬집었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선 학교서 학생 성교육이나 교직원 성희롱 예방 교육이 얼마나 내실 있게 잘 이뤄지고 있는지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게 용서되는 사회에 살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세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먼저 해당 중학교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 보호와 치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일선학교의 성교육이 탁상 행정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실태를 점검하고 교권침해와 성폭력, 학교폭력 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장난 VS 성폭력
교육청은 ‘늑장’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와 지역사회도 발칵 뒤집어졌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시교육청의 엄중한 징계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명백한 성폭력”이라며 “시교육청은 근본적인 재발방지조치를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시교육청의 안일한 해명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가해 학생집단과 부모에게 이 문제를 젠더 폭력으로 인식하도록 강력한 조치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생이나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행위는 2012년 7971건, 2013년 5562건, 2014년 4009건, 2015년 3460건, 2016년 2574건 등 총 2만2576건에 달했다. 

이 중 학생의 교사 성희롱은 2012년 98건서 2013년 62건으로 약간 감소했다가 2014년 80건, 2015년 107건, 2016년 112건으로 늘어났다. 전체적인 교권 침해 건수는 줄고 있는 데 반해 교사 성희롱 건수는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이다.

치마 속 몰카
여교사 심리치료


교사 성희롱 같은 교권 침해 행위는 보통 문제 학교에서 발생한다는 편견을 갖기 쉽다. 그러나 집단 자위 사건이 발생한 대전의 중학교는 학원이 밀집한 도심 명문 학군에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 역시 “해당 중학교는 학력 면에서는 대전서 가장 잘나가는 곳 중 하나”라고 전했다. 교사 성희롱 행위가 특정 학교서 일어난 일회성 사건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월에도 대전서 일어난 사건과 꼭 닮은 일이 부산의 한 중학교서 발생했었다. 지난해 4월14일 부산의 한 중학교서 1학년 남학생이 여교사 수업 시간에 자위행위를 하다가 발각됐다. 

부산시교육청 조사 결과 해당 학생은 수업 종료 5분을 남기고 여교사가 다른 학생들을 지도하는 사이 교실 뒤편의 자신의 책상에 앉은 채로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벌였다.

피해 여교사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 가까이 다가갔다가 행위를 목격했다. 피해 여교사는 학생의 행위를 제지하고 학교 측에 바로 이 사실을 보고했다. 학교장과 교감은 사건이 일어난 당일 보고를 받았지만 나흘이 지난 후에야 관할 교육지원청에 알렸다.

진상조사에 나선 시교육청은 피해 여교사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지 않는 점, 학생 지도를 원하는 점, 학생의 행위에 장난기가 발동한 부분이 있는 점 등을 들어 학생 선도차원서 사건을 매듭지었다. 


1년 전 사건서도 남학생의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치기어린 ‘장난’으로 보고 상황을 종료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충북의 한 중학교에선 2학년 남학생이 여교사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뒤 SNS에 올려 친구 10여명과 돌려봤다. 해당 사실을 안 피해 여교사는 학교에 신고했다. 학교 측은 이들 학생에게 출석정지, 교내 봉사 등의 징계를 내렸다. 

영상을 촬영한 학생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소년부에 송치됐다. 같은 해 6월에도 충북서 3학년 학생들이 여교사 두 명의 다리와 뒷모습을 찍어 스마트폰으로 돌려본 사실이 들통 나 관련자들이 처분을 받았다.

같은 달 부산서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수업시간 도중 여교사의 치마 속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카카오톡을 통해 유포한 중학생이 징계를 받았다. 해당 사실은 같은 학교 학생이 생활지도부장에게 알리면서 경찰, 교육청 등에 전해졌다. 

가해 학생은 친구 7명에게 영상을 전달했다. 피해 여교사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으나 가해 학생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가해 학생은 10일간 출석정지 징계를 받았고, 영상을 전달받은 학생들은 사회 봉사와 교내 봉사 처분을 받았다.
 

2015년 11월 대전의 한 중학교서도 여교사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해 돌려본 중학생 28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여교사의 치마 속을 찍어 SNS에 올려놓고 서로 돌려본 것으로 드러났다. 더 충격적인 것은 또 다른 여교사의 치마 속을 촬영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점이다. 피해를 입은 여교사 두 명은 심리치료를 받는 등 후유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고창에선 한 고교생이 여교사 5명을 몰래 촬영해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학교 측은 해당 사실을 보고 받고도 도교육청에 알리지 않아 파문이 커졌다. 피해를 당한 여교사들은 25∼32세로 나이가 비교적 젊었다. 

도 넘은 일탈행위 제지 못해
피해 교사만 벙어리 냉가슴

가해 학생은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는 척 여교사를 부른 후 스마트폰을 이용해 치마 속을 촬영해 이를 웹하드에 보관해왔다. 해당 학교는 2012년에도 학생 3명이 여교사를 대상으로 몰카를 촬영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에도 가해 학생들은 교내 봉사 등의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

여교사를 향한 성희롱 발언도 심각하다. 2010년 12월에는 ‘개념 없는 중딩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돼 대중을 경악하게 했다. 

1분37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남녀 학생들이 여교사를 두고 ‘첫키스가 언제냐, 첫경험은 언제냐, 초경은 언제 했냐’ 등 성희롱 발언을 줄기차게 던지는 장면이 담겨있다. 피해 여교사가 학생들을 제지하러 다가가자 한 남학생은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예쁘네”라고 거침없이 소리쳤다.

해당 영상은 2006년 경남 김해의 한 고등학교서 촬영된 영상으로 피해 여교사는 당시 기간제 교사로 처음 교단에 선 날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해당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로 당시 재학생이었던 여학생을 입건했다.

2009년에도 비슷한 내용의 동영상이 ‘선생님 꼬시기’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에 유포됐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서 촬영된 영상에는 남학생이 여교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신체 접촉을 하는 모습이 찍혀 있다. 

여교사는 불쾌한 표정으로 행동을 제지했지만 남학생의 희롱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여교사를 향해 “누나 사귀자”라며 다시 어깨에 손을 얹으려고 시도하는 등 대놓고 놀리는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 가해 학생들은 행위가 드러날 경우 ‘장난’ ‘호기심’ 등 대수롭지 않게 치부한다. 학교나 시교육청 측은 사건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은 생각에 가벼운 징계만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 피해를 입은 여교사들은 치욕감에 심리치료를 받거나 심하면 전근을 가는 등 사건의 후폭풍에 시달린다.

숨기는 게 더…
피해 사례 증가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는 ‘요즘 애들 짓궂다’ ‘그 정도쯤이야’ 등 별 것 아닌 일로 생각하거나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참는 경우도 있어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우리나라도 교권 침해가 중대하다고 교사가 판단할 경우 수사 기관에 자동으로 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가해 학생 강제 전학 처분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교사 수난시대’ 여교사 10명 중 7명 “성폭력 피해 당했다”

지난해 5월 전남 신안군으로 발령받은 여교사가 학부모 등 3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해 전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수사 결과 피의자들은 범행과정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등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신안군 사건이 벌어진 이후 오지로 발령받은 여교사를 상대로 누적됐던 사건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도서벽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여교사들이 겪은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 알려지지 않은 일이 상당할 것이라는 증언이 이어졌다.

신안군에서 사건이 일어난 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산하기구 참교육연구소는 지난해 6월10일부터 사흘간 여교사를 대상으로 긴급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남 학부모·지역주민에 의한 집단성폭력 사건’ 즉 신안군 사건과 관련한 조사에 전국 여교사 1758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가해자 교장·교감, 동료교사

교직 생활 중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교사는 70.7%에 달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응답 비율이 높았던 피해 경험은 ‘술 따르기, 마시기 강요’(53.6%)였다.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춤 강요’(40.0%), ‘언어 성희롱’(34.2%), ‘허벅지나 어깨에 손 올리기 등과 같은 신체 접촉’(31.9%) 순이었다. 

응답자의 2.1%는 ‘키스 등 심각한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가해자 유형을 묻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는 ‘교장이나 교감 등 학교 관리자’가 72.9%에 달했고, ‘동료교사’가 62.4%였다.

올해 1월 강원도교육청은 교직원 송별회 자리서 여교사를 희롱한 교장을 해임했다. 울산에서도 학교 워크숍에서 술을 마시고 여교사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발언을 한 교장이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기간제 여교사를 향해 “내 애인 할래”라며 성희롱한 50대 교감이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선 남교사 5명이 여학생과 여교사를 상대로 1년 넘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자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조사 과정서 한 남교사는 노래방서 30대 여교사의 옷을 찢는 등 강압적으로 성추행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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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