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 노리는’ 등산로 발바리 주의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6.07 10:30:55
  • 호수 1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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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볼 ‘나홀로 산행’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날씨가 더워질수록 야외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흐드러지게 핀 꽃과 울창한 숲에 마음이 끌려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 산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등산객을 불안에 떨게 만든다. 
 

지난해 이맘 때 등산로서 각종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가장 먼저 발생한 사건이 광주 어등산 살인 사건이다. 김모(49)씨는 ‘묻지마 칼부림’으로 등산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징역 18년 중형이 선고됐다.

산타는 계절

김씨는 지난 4월17일 오후 5시17분께 광주 광산구 서봉동 어등산 팔각정 인근서 등산객 이모(63)씨의 목 등을 흉기로 마구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는 통화 중이던 이모씨가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오인해 시비를 걸었고, 말다툼 끝에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에도 산 정상인 동자봉 부근으로 달아나며 또다시 흉기로 하산 중이던 중년 남성을 위협했다.

김씨는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었다. 전문기관 정신 감정 결과 김씨는 잔류성 정신분열병 증세를 나타내고 심신미약 상태를 보였다. 범행 후 “가족이 나를 정신병원에 보내려 했다. 생명의 위험을 느껴 나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횡설수설하며 심한 과대망상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김씨는 법정서도 “개인의 삶과 죽음, 우리의 진실이 달려 있고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어 같은 해 5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등산로서 여성 A씨가 무참히 살해됐다. 이른바 ‘수락산 살인 사건’이다. 피고인 김모(62)씨는 지난 1월24일 항소심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지난해 5월29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등산로서 여성 A씨(당시 64세)를 흉기로 10여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강도살인죄로 15년 형을 살고 지난해 1월 출소했지만 오랜 수감생활로 가족과 친구, 지인이 거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생활보호 등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닥치자 누구든지 2명을 죽이고 본인도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1심 결심공판서 “살인범죄 누범기간에 범행을 저질렀고 잔혹하고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이어 “살인은 피해를 복구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피해자는 극도의 고통 속에 삶을 마감했고 유족들도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후 한 달도 안 돼 사패산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6월7일 피의자 정모(45)씨는 사패산 4부 능선 바위 위에 홀로 쉬고 있던 A(55·여)씨에게 성폭행을 시도했다가 여의치 않자 폭행해 숨지게 한 뒤 1만5000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재판서 중형이 선고됐다. 

살인·성폭행·추행…등산이 무서워 
주변 CCTV 부족 “여전히 사각지대”


A씨는 다음 날인 오전 7시 7분쯤 상의 일부와 하의가 벗겨진 채로 등산객에 의해 발견됐다. 정씨는 이틀 뒤 강원도 원주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수했다. 정씨는 범행 직전까지 휴대전화로 음란 동영상을 수시로 검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파일러가 정씨를 면담한 결과 정신과적 이상 소견은 나오지 않았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2부는 지난해 11월30일 성폭력특별법(강간 등 살인)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하고 정씨에 대한 정보를 10년간 공개·고지하도록 했다.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기각됐다. 

재판부는 “정씨는 피해자에게 극도의 고통과 공포감을 주고 유족에게도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줬다”며 “불특정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 일반 국민에게까지 충격과 공포를 줬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유족에게 용서받기 위한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며 “상당 기간 사회와 격리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범행을 계획한 것은 아닌 점과 우발적 살인이며 범행 이후 자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발생한 이 3건의 살인 사건 때문에 한 동안 등산객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관할 구청에서는 CCTV 설치 등 예방 대책에 힘썼다. 사패산을 관리하는 북한산 국립공원 도봉사무소는 사건 이후 등산로 초입에 ‘여성 혼자 산행하지 말라’는 내용의 현수막 등을 통해 안전산행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여전히 등산로는 범죄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패산의 경우 등산로의 안전시스템이 진입로에 집중된 것이 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년간 일어난 살인 사건 대부분은 등산로서 떨어진 샛길서 발생했는데 진입로에 집중된 경고문은 효과가 작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전국의 등산로에 설치된 CCTV가 여전히 500대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마저도 서울에 70%가 몰려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혼자 다니면 위험

CCTV를 추가로 설치하려 해도 비용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등산로 갈림길마다 CCTV를 설치하려고 해도 전선을 연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감시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어두운 시간을 피하고 가급적 함께 산에 오르는 등 등산객 스스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조언한다. 지난 2011년부터 전국의 산에서 발생한 범죄는 매년 8000∼9000건. 이 가운데 강력범죄만 매년 100여건이 넘는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등산로 범죄 예방수칙


경찰에서는 안전한 등산을 위해 등산로 범죄 예방수칙을 홍보하고 있다. 

첫째, 야간산행은 등산객이 적고 어두워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가급적 야간산행은 지양하고, 등산객이 많은 낮 시간대 등산을 추천한다.

둘째, 호루라기를 소지하면 범죄나 조난 시 도움을 받기가 쉽다. 위급상황 시 호루라기를 불어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용이하다.

셋째, 정해진 등산로가 아니면 길을 잃거나 다칠 가능성이 높고, 긴급신고를 하더라도 수색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넷째, 2인 이상 산행은 긴급 상황에도 서로 도와줄 수 있어 안전하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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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