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직업을 그리는’ 원성원

직장인의 고단함을 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원성원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직업은 언론인, IT전문가, 교수, 약사, 금융인, 공직자, 연구원 등이다. 원 작가는 7개의 직업을 동물과 자연 풍경으로 상징화했다. 7점의 대형 사진에는 이들의 직업적 단상이 녹아 있다. 이번 전시에는 직업이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하는가에 대한 원 작가의 호기심이 군데군데 녹아 있다.
 

원성원 작가는 여러 직종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직업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다. 원 작가가 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한 7개의 직업은 분명하고 전문적인 특징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아우라를 형성한다. 갤러리 아라리오 서울은 지난 11일부터 원 작가의 개인전 ‘타인의 풍경’을 개최하고 있다.

원 작가는 3년 동안 수천 장의 사진을 촬영한 후 정교한 사진 콜라주 작업으로 비현실적인 상상을 실제처럼 만들었다. 오랜 여행을 통해 찾아낸 가장 적합한 이미지를 서사 구조로 재구성하는 원 작가 특유의 창작과정이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한 덩어리로 찍었을 것 같은 부분도 여러 장으로 찍어 입체감을 살렸다. 전작에 비해 더욱 늘어난 이미지 층은 현실보다 더 실감나는 화면으로 되돌아온다. 원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콜라주하고 서사를 흥미롭게 풀어내 시공간의 틀을 초월한 화면으로 관객의 시선을 유도한다.

7개의 직업

원 작가가 고른 7개의 직업은 사회에서 꽤 괜찮은 직업이라고 통용된다. 그러나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고민과 어려움을 갖고 있다. 원 작가는 멀리서 바라볼 때 특별해 보였던 직업과 그 안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고단함의 간극을 동물과 풍경으로 묘사했다.
 


‘언론인의 바다’는 언론인의 직업윤리와 고뇌를 표현한 작품이다. 바다에서 출렁이는 배를 타고 보는 파도의 방향과 크기는 고정적인 곳에서 보는 그것과 큰 차이가 있다. 

언론 역시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견해가 달라진다. 격동치는 파도 한가운데서 보도하는 생생한 즐거움과 서로 다른 견해차에 대한 고뇌를 읽어낼 수 있다.

물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풀들이 이리저리 얽혀 있는 모습을 그린 ‘물풀 네트워크’는 IT전문가를 담은 작품이다. 문화의 흐름이나 유행의 선도 등 가상공간의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원 작가는 형태가 고정되지 않은 물을 가상공간으로, 흐름과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 풀의 모양을 현실의 이슈로 상징해 그렸다.

언론인은 바다, 공직자는 얼음기둥
직업에 따라 떠오르는 풍경 이미지

나라의 살림을 맡고 있는 공직자는 얼음기둥으로 드러냈다. 공직자는 도덕성과 정직함, 투명성 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원 작가는 얼음강으로 상징화된 공정성 사이로 얼음이 깨지는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인간의 출세 욕구가 깨진 얼음 위로 뻗어 오르고 때마침 위에서 내려오는 고드름과 만나 기둥이 만들어지면서 권력이 생겨나는 모습을 표현했다.

건조한 갈대가 늘어선 바람들판은 교수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풍경이다. 
 


‘교수의 바람들판’ 속에는 초식동물들이 갈대밭 사이를 오가며 갈대의 땅을 갈라놓고 방향을 잡아준다. 들판이 조망되는 상대적으로 높은 집은 대학을 상징한다. 대학서 연륜 높은 학자들이 더 먼 곳의 풍경을 바라보며 아래에 있는 동물들에게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것이다.

‘연구원의 선인장’은 일정한 공간 안에서 같은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 경쟁하는 연구원의 모습을 상징화했다. 물이 점점 차오르는 깊은 동굴 안, 선인장은 물에 잠기기 전 빠르게 자라거나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고립된 연구원의 모습과 목표 집중적인 상황을 연출한 이미지다.

화려한 직업도 어려움 있어
이질적이고 낯선 풍경 표현

금융인은 돌산으로 표현했다. 주식과 펀드 등 실물이 아닌 보이지 않는 돈으로 수익을 내는 직업을 이미지화한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쓸모없는 돌이나 흙이 금융인의 눈에는 황금으로 보이는 채석장 같은 풍경이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돌이 네트로 연결돼 주식시장의 수치와 그래프를 통해 가치 높은 황금이 되기도 하고 다시 돌이 되기도 하는 연금술 같은 풍경을 담았다.
 

증상에 따라 약을 조합해 병을 낫게 하는 약사의 풍경인 ‘약사의 실험나무’도 있다. 약의 화학적 구조를 연상시키는 나무와 다양한 열매가 나뭇가지로 연결돼있고 조화를 이뤄 결국 한 방울의 약이 제조되는 실험의 상황을 이미지화했다.

사람 같은 동물

최연하 사진평론가는 “거대한 자연에 작고 유한한 인간을 대비시키듯 ‘사람 같은 동물’이 현대사회의 주요 직업을 대표하는 인물이 됐다”며 “원성원의 새로운 풍경은 다소 난해하지만 아름답고 즐거운 공포 속으로 관객을 초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는 6월25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원성원은?]

1972년 경기도 고양 출생

▲학력


쾰른 미디어 예술대학(Kunsthochschule fuer Medien Kloen) 졸업(2005)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Kunstakademie Duesseldorf) 졸업(2002)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 졸업(1995)

▲개인전

‘Sceptical Orgy’ Podbielsky Contemporary, 베를린(2014)
‘Character Episode I’ 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2013)
‘1978년 일곱살’ 가나 컨템포러리, 서울(2010)
‘Tomorrow’ 대안공간 루프, 서울(2008)
‘SKYMAP’ 고양미술스튜디오, 고양(2007)
‘Galerie Gana-Beaubourg’ 파리(2005)
‘media.ART.zentrum’ 에어랑엔, 독일(2003)
‘Digitalart’ 프랑크프루트, 독일(2002)
‘IP Deutschland’ 쾰른, 독일(2002)
‘Artothek’ 본 미술협회, 본(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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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