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돋보기’ 슬로건 & 포스터의 비밀

‘닮은 듯 다른’ 5인5색 대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1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22일간의 대선 레이스가 열렸다. 대선 후보들은 포스터, 슬로건을 공개하고 17일 자정을 기해 현수막을 거는 등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슬로건과 포스터는 선거에서 큰 역할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각 정당은 포스터와 슬로건을 이용해 투표일 전까지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붓는다.

지난 17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포스터가 온라인서 큰 관심을 받았다. 다른 대선 후보와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포스터에 유권자들 사이에서 말이 쏟아졌다. 안 후보의 포스터는 ‘참신하다’ ‘이상하다’ ‘아마추어 같다’ ‘색다르다’ 등 호불호가 갈리면서 일단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생각은 슬로건

슬로건은 후보의 가치관과 향후 국정 비전을 함축했다는 점에서 중요도가 아주 높다. 고한기 커뮤니케이션 ‘내일’ 대표는 “선거 슬로건서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진정성과 실현 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면서 광장으로 뛰쳐나온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는 구호로 울분을 토했다. 문 후보의 슬로건은 촛불의 외침에 대한 차기 대통령의 답이라는 해석이다. 든든한 대통령은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대선에 도전하는 ‘대선 재수 문재인’을 그 때보다 준비가 잘된 든든한 후보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보수층을 공략하는 슬로건을 내놨다. ‘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은 문·안 양강구도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겨냥한 문구로 보인다. ‘당당한 서민 대통령’은 서민층 표심을 위한 슬로건이라는 해석이다.

‘흙수저 출신 대통령’을 꿈꾸는 홍 후보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서 선거운동을 시작해 첫날에만 서울·대전·대구 등 4곳의 시장을 찾는 등 서민 행보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흩어진 보수층 표심을 잡기 위해 ‘서민’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슬로건은 진정…포스터는 차별
눈에 잘 띄면서 대표성 가져야

안 후보의 ‘국민이 이긴다’는 그동안 후보가 수차례 강조해온 ‘국민’에 초점을 맞춘 슬로건이다.

안 후보는 연설이나 인터뷰 등에서 ‘국민만 보고 가겠다’ ‘국민이 결정할 것’ 등 국민 행보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안 후보는 지난 15일 후보자 등록 직후 “저는 지금까지 항상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왔다. 국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하려고 노력해왔다”며 “국민을 위해서 반드시 이기겠다. 국민이 승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측은 지난 20일 KBS주관 후보자 토론회 이후 나온 논평서 “안철수를 찍으면 국민이 이긴다”고 밝히는 등 슬로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보수의 새 희망’을 슬로건으로 쓰고 있다. 유 후보는 따뜻한 보수를 자처하며 보수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기해왔다.


유 후보는 지난 17일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서 진행한 대선 출정식서 “낡고 부패한 자유한국당에 보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비판하는 등 새로운 보수의 대안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는 경제와 안보 전문가로서 정책 능력을 부각한 메시지다. 유 후보는 원내 5당의 후보 중 유일한 경제전문가로, 경제민주화 등 경제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노동’을 강조했다.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인 점을 고려해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문구로 정했다. 심 후보는 자신이 노동운동을 시작했던 구로디지털단지서 대선 출정식을 열고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대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노동하는 게 부끄럽지 않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노동이 당당한 나라의 요체”라고 주장했다.

‘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 문구도 함께 쓴다. 심 후보는 광화문 세월호 광장 앞에서 진행한 후보 등록 기자회견서 “거침없는 개혁으로 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대표는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주체(안철수)와 그들의 요구(문재인)를 슬로건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홍준표·유승민·심상정 후보는 서민, 보수, 노동 등의 단어로 자신을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안 후보의 슬로건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머리에 잘 남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SNS 발달로 영향력 줄었지만
유권자에게 가까운 홍보물

슬로건보다 시각적 효과가 더 큰 포스터는 어떨까. 고 대표는 “선거 포스터는 어느 정도 틀이 있기 때문에 차별화가 쉽지 않다”며 “그런 의미서 안 후보의 포스터가 차별화에 있어서는 가장 성공적”이라고 분석했다. “18대 대선 때 흑백톤의 색감으로 다른 후보와 차별화를 꾀했던 문 후보의 포스터 사례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보통 선거 포스터는 후보의 상반신을 중심으로 얼굴을 크게 클로즈업하는 경우가 많다. 또 정당명을 넣고 기호를 부각시킨다. 원내 5당 후보들의 포스터를 보면 안 후보를 제외한 4명은 모두 얼굴이 잘 드러나는 구도로 사진을 찍었다. 또 정당명과 로고를 포스터 귀퉁이에 넣었으며, 기호를 이름 옆에 크게 박았다.

문 후보는 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구도로 ’유권자와 눈높이를 맞춘다’는 느낌을 준다. 네이비 바탕에 은색 굵은 스트라이프 무늬의 넥타이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승리의 넥타이’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소품까지 세심하게 배치해 포스터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평가다. 홍 후보는 자유한국당의 심벌 컬러인 빨간색을 주로 사용했다. 홍 후보가 매고 있는 넥타이 역시 빨간색이다. 당 컬러와 매치돼 뚜렷한 보수 후보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안 후보의 선거 포스터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포스터를 보면 기호와 후보의 얼굴이 작게 배치돼있고, 승리의 V를 상징하는 포즈에서 양 주먹이 잘렸다. 또 정당명이 빠져 있어 다양한 뒷말을 낳았다.


국민의당 측은 안 후보의 어깨띠 글귀에 국민이 들어가는 만큼 불필요한 중복을 피했다는 주장이다. 고 대표는 “안 후보의 포스터는 비슷한 구도의 포스터 사이에서 눈에 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인물을 부각해야 하는 대선서 대표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얼굴은 포스터

유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정장 상의를 벗고 있는 모습으로 역동성을 강조했고, 정면을 바라보고 미소띤 모습에서 친근함을 드러냈다. 심 후보는 다섯 후보 중 유일하게 시민들과 함께한 모습을 담았다. 또 세월호 배지가 슬로건 옆에 배치되도록 구도를 잡아 안전사회에 대한 다짐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고 대표는 “온라인의 발달로 후보에 대한 정보는 이미 차고 넘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포스터나 슬로건이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선거 내내 가장 많은 물량이 사용되는 만큼 전혀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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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